미국 대통령 선거가 오는 11월 치러지는 가운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경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칭하는 사람이다. 이번 대선 공약으로는 전국민 의료보험과 공립 대학교 무상교육을 내놓고 있다. 참고로 전국민 의료보험을 위해서는 앞으로 10년간 300조 달러에서 400조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민주당 상원의원의 3분의 2 역시 이를 통과시키는 방안에 반대해왔다.

샌더스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빚을 모두 탕감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석탄발전으로 만들어지는 에너지를 없애고 모든 에너지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한다는 이른바 ‘그린에너지’ 정책도 발표했다. 그는 이런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은 부자들로부터 돈을 더 걷어들이는 방법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친(親)민주당 성향의 CNN 등 언론들마저 버니 샌더스 의원의 공약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샌더스는 24일 미국의 대표적 앵커인 앤더슨 쿠퍼가 진행하는 CBS의 ‘60분’에 출연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샌더스는 쿠퍼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자신의 공약에 필요한 예산이 얼마인지, 이를 정확히 어떻게 충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쿠퍼를 비롯한 진보 성향 언론인들은 샌더스가 만약 민주당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해 트럼프를 만나게 된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계속해서 샌더스의 공약이 비현실적이고 퍼주기식 공약에 불과하다고 공격할 텐데 그를 논리적으로 이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역시 최근 토론회에서 샌더스의 공약을 들은 뒤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도록 만드는 데 있어 이런 대화를 듣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는 말도 안 된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내팽개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이를 시도했었다. 이는 공산주의라고 불렸고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CNN은 이날 샌더스의 인터뷰를 통해 세 가지가 확실해졌다고 정리했다. 우선 샌더스는 그의 공약 실현에 정확히 얼마나 많은 예산이 필요한지 모른다는 점, 이 예산을 정확히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모른다는 점, 또한 부자들뿐만 아니라 중산층의 세금도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샌더스의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600조 달러가 들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샌더스의 부유세 등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추가 예산은 230조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앤더슨 쿠퍼와 버니 샌더스는 이 문제를 놓고 꽤 오랫동안 논쟁을 이어갔다. 관련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쿠퍼: 이 모든 것을 위해서 얼마가 필요한지 알고 계십니까? 제 말은, 이 모든 것에 대한 가격표를 갖고 있습니까?
샌더스: 네. 가격표에 있는 금액은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보다 확실히 적을 것입니다. 약 300조 달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쿠퍼: 전국민 의료보험을 하나만을 위해 그 금액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샌더스: 네, 전국민 의료보험 비용만을 말한 것입니다.
쿠퍼: 다른 모든 공약들에 대한 가격표는 나왔습니까?
샌더스: 아니오. 공립학교와 공립 대학교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고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에 따른 빚을 탕감해줄 계획들을 언급하셨는데요. 맞습니다. 이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월스트리트의 추측보다는 원만한 세금 인상으로 이 예산을 마련할 것입니다.
쿠퍼: 그런데 이 전체 공약에 대한 가격표를 알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를 어떻게 충당할지는 알고 있다는 것입니까? 정확한 가격이 얼마가 들지를 모르는데 어떻게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죠?
샌더스: 그렇게 할 수는 없죠 물론. 당신한테 (예산에 필요한) 5센트부터 10센트까지 줄줄이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전국민 의료보험에 대해 물어봤는데, 이에 대해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샌더스는 이렇게 말한 뒤 몇 가지 방안을 내놨다. 그는 기업과 억만장자들로부터 걷어들이는 세금을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국민 의료보험을 위해서는 2만9000달러 이상을 버는 중산층 가구 역시 세금을 4% 더 내야 한다. 샌더스는 중산층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 같이 느낄 수 있지만 의료보험비와 치료시의 개인 부담비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돈을 덜 쓰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전국민 의료보험이 실행되면 현재 개인적으로 보험을 들고 있는 약 1억 6000만 명의 미국인들은 기존 보험 계약을 폐지해야 된다. 쿠퍼와 샌더스의 논쟁은 계속 이어졌다.

<쿠퍼: 민주당 입장으로 봤을 때, “당신들의 개인 의료 보험을 없애고 더 나은 것을 제공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위험하지 않을까요?
샌더스: 계속 해보세요.
쿠퍼: 정부에서 운영하는 의료보험이라는 것인데…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샌더스: 정부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료보험은 모든 사람들이 실력이 좋은 의사든 조금 떨어지는 의사든 마음에 드는 의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사회주의적 의료 혜택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시스템은 현행 의료 보험 체계를 유지하되 개인 보험 회사를 없애버리자는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다른 의료보험증을 발급해 이들이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샌더스는 돈이 많은 사람을 거의 죄인 취급해왔다. 세금을 비교적 덜 내 계속 부(富)를 늘려간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계속 가난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샌더스는 4년 전 백만장자가 됐다. ‘우리의 혁명’이라는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 엄청난 돈을 벌었다. 민주당 경선에 나온 후보들은 샌더스의 이런 이중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다시 쿠퍼와 샌더스의 대화다.

<쿠퍼: 사람들이 무엇으로 공격할지 아시죠? (백만장자가 된 사람이 서민만을 위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두고) 위선적이라고 비판하는데요.
샌더스: 우리는 내야 할 만큼의 세금을 냈습니다.>

샌더스는 자신은 적절한 금액의 세금을 내지만 마이클 블룸버그와 같은 억만장자들은 그렇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샌더스는 4세 이하 아이들이 무상으로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이를 ‘보편적 보육’이라고 부르겠다고 했다. 앤더슨 쿠퍼가 이에 대한 예산은 어디에서 마련할 것이냐고 묻자 샌더스는 “부유세를 통해 예산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앤더슨 쿠퍼는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개념이 정확하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샌더스는 “과거 트럼프가 뉴욕에서 개인 사업을 할 때 8억 달러 상당의 세금 감면 혜택 등을 받아 계속 고급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이는 기업 친화적 사회주의다. 민주적 사회주의는 ‘연방정부를 활용해 중산층의 이익을 지키자는 것’이다”라고 했다.

1980년대 샌더스는 소련과 니카라과 정권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왔다. 그는 미국이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축출 작전이 실패한 이유는 쿠바 주민들이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카스트로가 아이들을 교육시켰고 의료보험을 제공했으며 사회를 완전히 전환시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쿠바의 권위주의적 정권에 대해서는 매우 반대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불공평하지 않은가? 피델 카스트로가 집권했을 때 그가 무엇을 했는가? 당시 쿠바에는 문맹률이 매우 높았는데 이를 해결했다. 피델 카스트로가 이를 해결했으니 이것은 나쁜 일인가?”라고 했다.

쿠퍼는 “카스트로의 많은 정적들이 쿠바에서 수감됐었다”라고 했다. 샌더스는 “맞다. 우리는 이를 규탄한다”라고 했다. “확실하게 하자면 나는 도널드 트럼프와는 달리 김정은이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살인자 같은 독재자와 러브레터를 교환하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역시 좋은 친구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