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역전극을 이뤄내고 있다.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버니 샌더스 후보가 경선 초반 1위를 달렸지만 가장 많은 표를 받는 ‘슈퍼화요일’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변호사 출신 정치인으로 미국 역사상 다섯 번째로 젊은 나이에 상원의원에 당선된 사람이다. 델라웨어주에서 가장 오랫동안 상원의원을 지낸 기록도 갖고 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냈다.

미국에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을 시작으로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총 44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이중 14명은 부통령 출신이다. 부통령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14명 중 5명은 직접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사람이다. 다른 8명은 부통령 재직 당시 대통령이 숨져 대통령직을 이어 받은 경우다. 나머지 1명은 현직 대통령의 사임에 따라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바이든이 걸어온 삶을 소개한다.

유년기
바이든은 1942년 11월 20일 펜실베니아주 스크랜톤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조셉 바이든 시니어는 중고차 판매원이었다. 바이든은 아버지로부터 강인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챔피언이라는 것은 사나이가 얼마나 많이 쓰러지는(낙다운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빨리 다시 일어나는 것으로 결정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바이든은 말을 더듬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바이든’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말할 때 더듬기도 했는데 친구들은 그의 더듬는 것을 흉내내 ‘바이 바이’라고 놀렸다고 한다. 바이든은 말 더듬는 것을 고치기 위해 돌을 입에 물고 말하는 법을 훈련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교과서 읽는 것을 시킬 것 같으면 이를 전날 미리 외워놓기도 했다.

그의 가족은 그가 열세 살이 됐을 때 델라웨어주 매이필드로 이사를 갔다. 그는 명문 학교인 아치미어 고등학교를 다녔다. 이 학교는 가톨릭 학교였다. 그는 학비를 부담하기 위해 학교의 창문을 닦는다거나 잔디를 깎는 일을 했다. 바이든은 어렸을 때 체구가 작았으나 미식축구 팀에서 ‘와이드 리시버’로 활약했다. 그가 선수로 활약하던 1960년 아치미어 고등학교는 無敗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19회의 터치다운을 했다. 당시 미식축구팀 코치는 “바이든은 엄청 말랐던 아이”라면서도 “16년의 코치 생활 중 내가 본 최고의 리시버였다”라고 했다. 바이든은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려고 했으나 벌점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학교측에서 이를 막았다. 1961년 아치미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대학교, 결혼, 법대
바이든은 델라웨어 대학교에 진학해 역사와 정치학을 전공했다. 대학교에서도 미식축구 선수 생활을 했다. “대학교 첫 2년 동안은 공부보다 미식축구, 여자, 파티에 더 빠져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소화기를 기숙사 舍監에게 난사해 정학을 받기도 했다. 정치에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됐다. 1961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이 학교를 방문해 한 축사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이든은 대학교 3학년 봄방학 때 바하마에 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시라큐스 대학교 학생인 네일리아 헌터를 만났다. 그는 “첫 눈에 반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네일리아와의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공부에 더욱 전념했고 1965년 델라웨어 대학교 졸업 후 시라큐스 대학교 법대에 합격했다. 바이든과 헌터는 이듬해인 1966년 결혼했다. 시라큐스 법대에서 논문 인용을 잘못해 낙제를 당한 일도 있었다. 정치권에 입문했을 때는 이 문제로 공격을 받기도 했다. 바이든은 당시 사건은 자신의 부주의 때문이었다고 했다.

초년 정치인
1968년 법대를 졸업한 이후 델라웨어주 윌밍턴으로 이주해 변호사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민주당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고 1970년 뉴캐슬카운티의 카운티의원이 됐다. 카운티의원으로 활동할 당시인 1971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바이든은 바쁘게 살던 사회 초년생 때 세 명의 아이를 갖게 됐다. 조셉 바이든 3세(1969년생), 헌터 바이든(1970년생), 나오미 바이든(1971년생)이다. 그는 “모든 일들이 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고 했다.

1972년 델라웨어주 민주당은 29세의 바이든에게 상원의원 선거에 나서는 게 어떻겠느냐고 설득했다. 현역 공화당 의원인 칼렙 보그스와 붙으라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바이든이 이길 확률이 거의 없다고 봤다. 그의 선거 운동을 앞장서 도운 것은 가족들이었다. 여동생인 발레리 바이든 오웬스가 선거 캠페인 본부장을 맡았다. 부모들도 매일 같이 유세에 나왔다. 이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고 미국 역사상 다섯 번째로 젊은 나이에 상원의원이 된 기록을 세웠다.

슬픈 가족사
바이든이 모든 꿈을 이뤄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악몽 같은 일들이 그에게 닥쳤다. 1972년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둔 시점 그의 부인과 세 명의 자녀들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쇼핑하러 가던 중 차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부인과 딸이 숨졌고 두 아들은 다쳤다. 바이든은 당시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신이 나에게 지독한 장난을 쳤다고 생각했고 화가 났다”고 했다.

그는 이 사고로 인해 상원의원 일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됐다고 한다. 취임 선서를 워싱턴에서 하지 않고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취임 선서를 하기도 했다. 그는 아들들과 시간을 더욱 많이 보내기 위해 워싱턴으로 이주하지 않고 윌밍턴에 남았다. 매일 기차로 출근했다고 한다.

한편 그는 1977년 두 번째 부인인 질 바이든과 결혼했다. 딸 애슐리는 1981년에 태어났다. 바이든은 2015년 또 한 번 시련을 겪었다. 뇌종양을 앓던 큰 아들이 46세의 나이로 숨진 것이다.

상원의원, 대통령 도전
그는 1973년부터 2009년까지 상원의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오랫동안 맡아 소련과의 전략무기 감축 협정 등을 추진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2007년 추가 파병 방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1987년 대통령에 출마하기로 결정했으나 다른 사람의 말을 잘못 인용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민주당 경선에서 하차했다. 경선에서 하차했을 때 심한 두통을 앓았다. 검사 결과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그는 뇌 수술을 받았는데 이후에는 폐에 혈전이 생겨 또 한 차례 수술을 받게 됐다. 그는 7개월간의 회복기간을 거친 뒤 상원의원으로 복귀했다.

2007년 그는 다시 한 번 대통령 출마를 결심했다. 당시에는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후보의 강세로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 이하의 표를 받은 뒤 경선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몇 개월 후 오바마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고 그는 바이든을 부통렁 러닝매이트로 선택했다. 바이든은 ‘블루칼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 사람이었고 오하이오와 펜실베니아 등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바이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