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의 발단이 되었던 어린이 보호구역 내 차량사고 운전자에게 금고 2년형이 선고됐디.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2단독 최재원 부장판사는 27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4)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11일 오후 6시10분쯤 충남 아산시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민식(당시 9세)군 형제를 차로 치어 김 군이 숨지고 동생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사건으로 기소됐다.

최 판사는 "민식 군 부모가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당시 차량 속도가 제한속도(시속 30㎞)보다 낮았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차량 블랙박스와 주변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을 보면 피고인이 전방을 주시해 제동장치를 빨리 조작했다면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어린 피해자가 사망하고 회복이 불가능한 데다 부모가 정신적 고충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 판사는 “피해자들(형제)이 갑자기 차량 사이로 뛰어나온 점도 인정이 되며 과실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에게 전과가 없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도 모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의성이 없는 사망 사고에 대해 ‘금고 2년’이라는 형은 아무리 봐도 지나치다. 금고형은 강제노역만 하지 않을 뿐 징역형과 같이 교도소에 구금되는 형벌이다. 판사가 지적한 대로, 가해자가 전과도 없고, 규정 속도 이하인 시속 23km 정도로 주행하고 있었고, 피해 어린이가 갑자기 차량 사이로 뛰어나온 점이 인정되었음에도 ‘과실범’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매우 ‘엄한 처벌’이다.

검찰의 구형량도 이례적이었다. 검찰은 지난 17일 결심공판에서 이미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음주나 뺑소니 사건도 아닌 ‘운전 중 전방주시와 어린이 안전보호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과실치사 사건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고의로 죽이려고 한 것도 아니고 음주도 아닌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뛰어나온 아이들을 피해지 못한 일반 과실 사고에서 금고 2년은 예상 밖”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이 민식이법을 촉발시킨 사고였다는 이유로 ‘본보기 여론재판’이 된 것은 아닌가. 어린이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된 ‘민식이법’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를 통과, 지난달 25일부터 시행 중인데, 이 법은 국회 통과 직후부터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논란이 있었다.

‘민식이 사고’가 화제가 된 것은 지난해 10월 故김민식 군의 부모가 채널A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아이를 잃은 사연을 소개하면서다. 당시 김 군의 아버지는 ‘아이가 좌우를 살핀 이후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가해차량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과속으로 달리다 사고를 냈다’고 설명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에 공감했고, 사고를 낸 가해자에게 분노했다.

이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민식군의 부모가 출연해 조속한 법안 통과를 눈물로 호소했고, 이후 동조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국회는 ‘국민과의 대화’ 22일 만에 법안을 처리했다. 처벌 수위의 형평성 문제, 운전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 등 여러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을 리 없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사고 블랙박스 영상은 민식 군 부모의 주장과는 달랐다. 운전자는 제한속도에 훨씬 못미치는 속도(시속 23km)로 서행하고 있었고, 신호 대기를 위해 줄줄이 서있던 반대 차선 차량 사이에서 아이는 갑자기 튀어나왔다. SUV차량 특성상 차체가 높아 운전자석 왼쪽에서 나온 아이들을 더 보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아이를 치는 순간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몇 미터 전진 후 차는 섰다. 물론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일단 멈춤’을 했더라면 사고를 막았을 수 있다.

‘민식이법’ 통과 후 이번에는 ‘졸속법안’ 논란이 일었다. ‘어떻게 강간과 형량이 같냐’는 비난 여론이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등장했다. ‘민식이법’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 중 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인데,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사망 사고임에도 형량이 최소 무기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다. 운전자가 주의를 다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여도, 음주 또는 약물을 하고 운전하다 사망 사고를 낸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한다. 강간과 같이 고의성 있는 범죄의 형벌이 3년 이상 징역인데, 이와 비교해도 처벌 수위가 매우 높은 셈이다.

민식군 부모의 거짓말 논란도 일었다. 방송에서 ‘가해자가 과속으로 운전했다’는 주장이 사실과 달랐기 때문이다. 27일 ‘금고 2년’ 선고 기사에 달린 댓글들 대부분은 가해차량 운전자를 동정하는 내용이다. 오히려 ‘피해자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으면서 피고에 대한 엄벌을 요구’한 것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어쨌든 ‘민식이법’은 여론에 떠밀린 졸속 법안처리부터 다른 사건과의 형평에 맞지 않는 여론재판까지 온통 논란거리다. 앞으로도 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한문철 변호사는 민식이법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데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무리 천천히 주행해도, 일단 사고가 나면 대체로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전부 민식이법 적용을 받게된다”며 “어린이 보호구역은 피해는 게 상책이다”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어린이 안전은 교육으로 지켜지는 것이지 운전자가 조심한다고 100% 담보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