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헤닝거 월스트리트저널 오피니언 섹션 부편집장은 최근 ‘언론의 자체 검열’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편집자 등 언론인들이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흑인 관련 문제에 주류(?)와 다른 의견을 실었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사안을 언급, 언론이 자체 검열을 하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에디터는 최근 톰 카튼 상원의원이 쓴 ‘군대를 투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의 편집자도 ‘흑인 목숨뿐만 아니라 (약탈당한) 건물들도 소중하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가 해고됐다. 250년간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누려온 미국 언론이 특정 프레임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글을 쓰고, 특정 단어를 배제하는 상황에까지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언론 검열이 심하던 동독과, 소련 및 동구권의 검열과 비교했다. 또한 조지 오웰의 풍자물인 ‘동물농장’과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의 칼럼을 전문 번역해 소개한다.

///////////////////////////////////////////////

1789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수 세기 동안 유럽을 뒤엎었던 정치적 차이에 따른 대학살에 대한 문제를 정확히 인지했다. 그렇기 때문에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중들이 투표를 통해 주기적으로 논란이 있는 사안들을 중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수의 표를 받은 사람이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치적 의견충돌이라는 것은 끝이 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선거를 치를 수 있게 했다. 다수의 의견에 속하는 집단이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억압하려고 하는 본성을 인지한 건국의 아버지들은 모든 시민들을 위한 권리장전을 만들었다. 이 중에는 ‘언론의 자유’라는 명백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 지금의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처럼 말이다. 미국에서는 억압을 통해 정치적 충돌을 해결하려는 민주사회가 되기 전 유행했던 사상이 회귀하고 있다.

지난주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 섹션 편집자, 필라델피아인콰이어의 편집장, 본애피타이트 잡지와 리파이너리29의 편집장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들이 속했던 회사의 사주나 직원들에 의해서 쫓겨났다. 이유는 이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시위에 있어 다른 의견을 내비쳤기 때문이었다.

지금 일어나는 역설적인 상황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학가의 시위대가 아니라 전문 언론인들이다. 이 전문 언론인들은 지난 250년간 헌법이 보장하고 법원이 인정한 권리에 따라 이들이 원하는 말을 무엇이든 해왔던 미국의 직업군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사람들은 미국의 언론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 단호하고 때로는 변덕스러운 개인들이 가장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직종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느 순간 이런 이미지가 완전히 반대가 돼 버린 것처럼 보인다.

필라델피아인콰이어의 편집장이 “건물들도 중요하다(Buildings Matter, Too)”라는 제목의 오피니언 글을 실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게 됐는데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같은 정치 풍자물에서나 볼 것 같았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 같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이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핵심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미국의 시스템이 억압받고 검열을 받아 그러지 못하게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냉전당시 동유럽에서 존재하던 여론 통제 메커니즘과 흡사하다.

2006년에 나온 영화 ‘타인의 삶’은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가 신념을 굽힐 줄 모르는 극작가를 감시하는 내용을 그렸다. 소련이나 동구공산권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은 강압적으로 이념 주입을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검열되지 않은 자신들의 생각을 지하출판물을 통해 유통시켰다. 일부는 자신들의 생각을 정치 풍자 형식으로 세상에 알렸다. (반체제 작가인) 바츨라프 하벨은 1965년 ‘비망록’이라는 연극을 썼다. 한 체코의 회사원이 동료들을 감시하는 ‘감시자’ 역할로 좌천돼 벌어지는 내용이다.

이념적으로 억압을 받았던 시기의 일부 작가들은 풍자나 우화집을 통해 글을 썼다. 러시아에서는 이를 ‘이솝(우화)식’이라고 불렀다. 미국이 그런 상황에까지 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수의 작가들과 언론인들은 제한적 한계를 설정해 놓고 그 안에 수용되는 의견이나 단어들만을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부는 이런 작가들과 언론인들을 공산당과 비교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는 이념적, 정신적 무장을 시키는 공산당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됐다. 소셜미디어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일어난 중국 문화혁명 당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부정적 시각의 사람들은 바보모자를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됐다. 현재 소셜미디어에서는 ‘침묵은 범죄다’ 등과 같은 구호들이 끊임없이 퍼지고 있다. 반복적인 암기 학습을 동해 독자적인 생각을 못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슈타지가 아니라 반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추적하는 트위터의 검열을 받고 있다.

수년 전 부모들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10대 소녀들에 굴욕감을 주도록 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스템이 현재 정치적인 사안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에 창피를 주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틀렸다.

이런 정신적 제재를 사용, 선로에서 한 번 이탈했다는 이유만으로 일자리에서 해고될 수 있는 위협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도 솔직하지 않은 일이다. 목숨을 해하지 않는 수준의 사형이 집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르크스주의 철학가인 헤르베르트 마르쿠제는 1965년 우파로부터 나오는 일부 이념들은 너무나도 불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이념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말아야 하며 이를 억압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했다. 마르쿠제는 미국 좌파들 사이에서 성인(聖人)과 같은 존재다.

남을 억압하고 창피를 주는 이런 독특한 전략은 오랫동안 소수의견 역시 존중돼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어긋난다. 실제로 대법원은 1977년 일리노이주 스코키에서 행진을 하겠다고 한 네오나치들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지금처럼 침묵하게 된다면 표현을 한다는 것조차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떤 문제도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언론의 자유가 사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그러한 상황이 된 것 같다. 언론의 자유가 적극적인 보호를 필요로 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