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기 위해 산업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공개되면서, 충격이 일파만파다. 일요일 한밤 중 몰래 사무실에 들어가 파일을 삭제할 정도로 감추고자 했던 충격적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삭제된 파일 목록에는 정부가 2018년 1차 남북회담 직후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검토한 문건이 있었다.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원전부터 지어주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남북회담 또는 미북회담 추진을 위한 뒷거래가 있었나 하는 의심도 불러일으킨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앞서 청와대와 산업부가 긴밀히 협의한 문서도 들어있었다.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사회 개최 시기까지 조율하고, ‘조기폐쇄’ 결론을 위해 한수원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의심되는 문서들이다. ‘사찰DNA’가 없다고 자랑하더니, 탈원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한수원 노조의 동향을 수차례 파악한 문서도 나왔다. 그야말로 민간인 사찰이다. 이 정도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국정농단’ 사건 아닌가.

28일 SBS의 단독보도로 시작된 충격적 뉴스는 29일 주요 일간지의 톱기사로 다루어졌다. 그런데 유독 MBC와 KBS는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KBS는 29일 및 30일 이틀 동안 단 2건의 보도만 했다. 그것도 29일에는 11번째 뉴스로, 30일에는 7번째 뉴스로 다루었다. MBC는 29일 단 1건의 보도만 했는데, 7번째 뉴스로 내보냈다. 이 정도면 문재인 정부에 불리한 뉴스는 축소 보도하겠다고 작정한 수준이다.

보도 내용도 핵심을 완전히 비껴간 내용이었다. KBS는 관련 보도 제목은 이렇다. 『공소장에 ‘北 원전 추진’ 문서…野 ‘이적행위’ 靑 ‘북풍공작’』(29일), 『‘이적행위’ 발언 논란...與 “발언 책임져야” 野 “야당 겁박”』(30일). 보도의 초점이 삭제된 파일에 들어있던 충격적 내용이 아니라, ‘북한 원전 건설’을 둘러싼 여야 공방에만 맞춰져 있다. 그것도 청와대의 해명을 더 비중있게 다루었다.

MBC는 29일 『“북한 원전 이적 행위”발언에...청 “북풍공작”』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역시 文 정부의 탈법적 행태보다 여야 공방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두 방송사의 이런 노골적인 축소보도는 文정부와 운명을 같이하는 ‘정권 나팔수’로서의 행태다. 이들이 정권 나팔수로 나선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재작년 조국 사태 때, 지지 시위는 헬기까지 띄워 취재해 전면 배치하고 반대 시위는 수많은 인파가 광화문에 몰렸는데도 맨 뒤로 미뤘다. 정권의 윤석열 검찰총장 쫓아내기에 동조했다가 대형 오보도 냈다. 채널A 기자 사건에서 MBC는 ‘검언유착’ 사건 조작을 위해 여당 인사 및 사기꾼과 공모한 당사자로 의심받고 있다. KBS는 같은 사건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하지도 않은 발언이 녹취록에 있는 것처럼 허위 보도를 했다가 결국 사과하는 망신까지 당했다.

두 방송의 과거 노골적인 편파 보도 사례를 보니, 이번 ‘축소보도’는 당연한 행태로 여겨질 정도다. ‘언론사’가 아니라 확실한 정권의 나팔수, 어용방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