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내년 대선에서 야당이 500만 표 이상으로 이길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석열이 결정됨으로써 이 예측은 더 굳어졌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허영과 오만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허영심과 오만이 결합되면 아주 어려운 일이 벌어진다. 이번 경선에서 역선택을 허용한 것도 일종의 허영이고 오만이다.

에이브러험 링컨은 학력도 별로 없는 변호사 출신이었다. 링컨이 공화당 후보로 결정되었을 때, 당내 라이벌들은 ‘어떻게 저런 사람에게 졌는가’라며 매우 분노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링컨이 그 라이벌들을 요직에 등용한 것이다. 링컨은 국무장관, 재무장관, 검찰총장에 자신에게 졌던 라이벌들을 등용했다. 링컨의 ‘팀 오브 라이벌스’. 그는 경쟁자들로 내각을 구성했다.

‘도리스 굿윈’이라는 유명한 역사학자가 쓴 책 ‘팀 오브 라이벌스’의 부제가 '링컨의 정치적 천재성(Politicl Genius Of Abraham Lincoln)'이다. 이 책에 따르면, 링컨의 리더십은 ‘포용력이 크다’는 것이고, 포용력은 곧 자신감에서 나온다.

윤석열 후보가 그동안 보여준 성품이나 투지 등을 종합하면, 김형석 교수의 말대로 큰 그릇의 도량을 갖춘 사람으로 보인다. 큰 그릇이란 라이벌들을 품는 것이다. 지난 5일 수락연설에서 윤 후보는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의 공약을 자신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라이벌 중의 라이벌이었던 홍준표 후보는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면서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적 관심을 끌어줬다는 것이 제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당대회 직후의 언론보도 분위기는, 윤 후보 측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다시 영입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추대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언론에서 그 방향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500만 표 차 이상으로 이기기 위해, 김종인 선대위원장 카드가 적절한가? 필자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김종인이 뇌물 전과자라는 사실이다. 뇌물 전과자를 영입해서 과연 대장동 게이트의 이재명 후보를 제대로 공격할 수 있겠는가.

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을 대장동 게이트의 주범으로 설정하고, 자신은 그것을 소탕하는 검사 역을 자처하고 있다. 자신을 ‘부패척결의 적임자’로, 이재명을 ‘부패의 몸통’으로 하는 프레임이다. 그런데 뇌물 전과자가 들어오게 되면 그 프레임은 무너진다. 민주당 측에서 얼마나 공격하기 좋은가.

둘째, 김종인은 국민의힘을 지나치게 호남으로 끌고 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셋째, 나이가 너무 많다. 넷째, 김종인은 지난 4.7. 재보궐 선거 이후 국민의힘을 수차례 경멸했고, 안철수를 화나게 했다. 안철수와의 연합이 500만 표 차이의 승리를 가져오는 필수 조건인데, 김종인이 선거대책위원장이 된다면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바로 ‘팀 오브 라이벌스’다. 선거대책 기구뿐 아니라, 앞으로 대선에서 승리해 내각을 구성할 때도 라이벌로 팀을 짜야 한다.

선거대책위원장에 적임자는 김종인이 아니라, 홍준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졌지만 가장 잘 싸웠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해 거의 이길 뻔했다. 역선택이 들어간 것은 확실하지만, 2030 세대의 열광적 지지를 이끌어 낸 점은 주목할 바가 있다.

윤 후보는 표가 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 표가 되는 사람은 홍준표 의원이지, 김종인이 아니다. 홍준표 의원이 끌고 온 2030 세대 표를 달아나게 만든다면, 윤 후보는 다 잡았던 정권을 놔 주는 게 될 수도 있다. 2030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맞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있어서 홍 의원은 천재적 소질이 있다. 왜 이번 경선에서 윤 후보가 고전했는가. 바로 메시지 전달력이다. 여기에서 그는 홍준표에게 졌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팀 오브 라이벌스’를 만들어야 한다.

2030 세대는 확실하게 反문재인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 세력이 反윤석열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윤석열이 능력 있고 강단 있는 사람은 맞지만, 뭔가 딱딱하고 관료적인 면이 강하다’는 반감이 있다. 이걸 혁파할 수 있는 사람은 홍준표 의원이지 김종인은 아니다. 표가 되는 사람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범야권에서 표가 되는 사람은 홍준표, 안철수 두 사람이지 김종인은 아니다.

또 주의할 점이 있다. 오만이다. 윤 후보 주위에 모여 있는 관료적 성향의, 특히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을 조심해야 한다. 이들은 선거에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이다. 큰 싸움에 맞지 않다. 관료적 타성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전쟁과 같은 정치판에서, 더구나 가장 큰 싸움인 대선판에서는 맞지 않다. ‘투사’라야 한다. 기민하게 적응해야 한다. 이 점에서 윤 후보는 원희룡과 홍준표에게 배워야 할 것이다.

500만 표 차이로 이기려면 윤 후보가 큰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 김종인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수 있다. 기자들 말을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자들이 민심을 놓치는 경우가 꽤 있다.

링컨의 정치적 천재성은 ‘포용력’인데 그 원천은 바로 ‘자신감’이었다. 자신감이 있으면 상대방을 품을 수 있다. 지난 수락연설에서 윤석열의 자신감을 보았다. 이제는 이것을 어떻게 인사에 적용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