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는 오늘자 사설에서 윤석열 후보의 리더십 문제를 건드렸다. 제목은 <선대위 못 꾸린 채 “자리 사냥꾼” “상왕” 내분>이다. 부제는 <후보 리더십 안 보이고 대표는 자기 홍보만>

사설은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후보를 선출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지 못한 채 자리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가관>이라고 했다. 어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윤 후보가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고, 이준석 대표는 공개 발언도 하지 않은 채 회의를 끝냈다면서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당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기 싸움을 벌이는 게 배경으로 꼽혔다>고 했다. 회의를 앞두고 윤 후보 측에선 “후보에게 당직 선택 기회를 줘야 하니 당직자는 일괄사표를 내라”고 압박하고, 이 대표 쪽은 이에 맞서며 한동안 갈등이 지속되었다고 한다.

사설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선대위에 영입하려는 과정에서도 갈등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문고리 3인방’ ‘자리 사냥꾼’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일부 인사를 배제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이 대표도 ‘하이에나’ ‘파리떼’라며 거들자 윤 후보 측에선 “상왕이냐”는 반발이 나왔으며, 김 전 위원장과 불편한 관계였던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윤 후보 측이 김 전 위원장 견제 카드로 영입한다는 논란까지 겹쳐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어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윤 후보가 도와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김 전 위원장은 “계기가 있으면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여 그가 ‘원톱’인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는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김 전 위원장은 여전히 “선대위는 후보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뭔가 짜이면 그때 가서 제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사설은, 과거 여야를 넘나들며 선거를 도울 때 자신의 요구 사항이 충족되지 않으면 떠나겠다고 버티던 모습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잡음은 윤 후보의 취약한 리더십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고 했다. <아무리 정치 초년생이라지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정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는데도 선대위 하나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후보가 꼭두각시냐”는 말이 나오겠나. 보수 야당에는 오랫동안 기득권을 누리며 논공행상과 이전투구로 세월을 보낸 노회한 사람이 많다. 윤 후보가 그들에게 휘둘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면 보수의 구태가 재연될 게 틀림없다.>

사설은, <국민의힘은 요즘 여론조사에서 자신들이 받는 높은 지지가 자기들이 잘해서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면서 <부동산값 폭등과 요소수 수급 불안에서 보듯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무능과 독선에 질린 국민이 대안이라고 생각해 밀어주는 것일 뿐이다>고 했다. 사설은 특히 이준석 대표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 견제라는 야당 대표로서의 책무보다 자신을 홍보하는 데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설은 <선거 민심은 흐르는 물과 같다. 야당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보여주지 못하고 내분만 반복하면 여론의 지지는 썰물처럼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