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란 것에는 매우 과장된 구석이 있다. 그 절망이 일종의 부풀려진 장식품이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제법 냉철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엘리자베스 보웬, 아일랜드 작가)

1. “타타르(청나라)가 얼음을 건너와 이 나라를 점령했을 때 적과 싸워 죽은 것보다 산으로 도망해서 목매달아 죽은 병사가 더 많았다. 그들은 피를 싫어한다. 전투에서 누군가가 쓰러지면 곧 달아나고 만다.” (《하멜 표류기》 中)

左派라면 이를 갈던 보수성향 기독교인들 가운데 문씨가 정권을 잡으니 “주여 그의 마음을 붙드셔서 선정을 베풀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예전에 “김정일-김정은의 회개‘를 기도하던 양반들 상당수가 ‘문씨정권의 성공(?)’을 기도하고 있다. 한국에 기독교 인구가 1000만이라고 하는데,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이런 식의 망상을 하고 있다. 악마가 회개하게 해달라고 하는 기도를 하는 것과 같은데 神이 들어줄리 만무하다. 착각은 자유이다.

2. 소수의 예민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現 상황의 엄중함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자신들의 이념을 구체화하는데 있어 과거 노무현 정권이 아마추어였다면 문씨정권은 프로라는 점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어디까지 갈지 그 거리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이번 정권이다. 상상도 못했던 상황이 우리에게 전광석화처럼 다가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필자는 나라가 좌파에 넘어가 현 상황에서 삼시세끼 먹고 살고 있는 그 자체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3. ‘이념은 관념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소위 보수세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한반도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아직 대한민국은 무너지지 않았다라는 ‘정신승리’의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철저하게 패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남북한, 그리고 남한 내 권력투쟁은 ‘민족사의 정통성과 국가 정체성과 삶의 양식(樣式)을 놓고 다투는 타협이 절대로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이다. 우리는 이 투쟁에서 북한과 남한 내 극좌세력에게 완패당한 상황이다. 너무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 자체는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5. 개인적으로 ‘보수’라는 용어자체를 좋아하지 않지만 원래 보수는 ‘차악선택’과 같은 비겁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 차악의 선택도 한 두 번(이명박, 박근혜)이다. 세 번째에도 차악을 선택하면 그것은 그 자체로 惡이다. 차라리 총칼을 들고 봉기하자고 하는 것이 보수이다. 상당수 사람들이 착각을 하고 있는데 ‘자유’가 위협을 받으면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것이 보수이다. 탄핵과 대선을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훌쩍 뛰어넘고, 반대세력을 몰살시키는 것을 보면서 이 나라 보수는 거세되고(neutralized), 순치된(domesticated) 가축(인용: 토론방 이희도 회원)으로 전락되어 버렸다.

6. 지난 15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내 자신이 막으려 했던 것이 무엇이었나 생각해 보았다. 첫째는 경제의 남미화(예: 현재의 베네수엘라), 둘째는 피흘리는 내전 방지(예: 현재의 시리아), 셋째는 한반도 핵전쟁 방지(예: 서울의 히로시마-나가사키化, 관련정보: http://news.chosun.com/…/html…/2017/05/13/2017051300212.html)였다. 그런데 문씨정권 등장으로 이 세가지가 모두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7. 이땅의 보수는 지킬 것도 없이 다 잃어버린 상태이다. 우리가 뭉치면 다시 찾을 수 있다는 망상은 이번 대선을 끝으로 마감해야 한다. 막연하게 나마 정의에 불타는 젊은 보수세력이 생겨나 칼과 화살을 맞고 피를 흘리면, 그 피를 먹고 이땅의 자유민주주의는 다시 소생할 것으로 믿는다. 다만 보수세력이 현재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답답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당분간은 ‘카오스(chaos)’에 몸을 맡겨야 할 듯 싶다. 참는 것도 능력이다.

[관련 글] 촛불 광풍이 '한반도 戰爭'을 불러들이고 있다!
2017년 3월21일 작성

미국이 1994년 제1차 핵위기 당시 北核시설을 선제타격하지 않은 것은 유사시 韓美양국 대통령이 공동행사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에 따라 김영삼 대통령이 전쟁을 반대한 것과 함께 한반도 전쟁 발발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美 국방부 내부의 평가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의 행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동북아시아 최대 우방국인 한국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했다. 그런데 미국이 對北공격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을 이번에는 한국 스스로가 자초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실패는 親中反日이었다. 단지 反美만 아니었을 뿐이다.

미국은 韓美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반도 주둔 미군부대 등을 방어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사드(THAAD)를 배치했으나, 최근 렉스 틸러슨 美 국무장관의 행태에서 보듯 한국이 과연 미국의 동맹인지 의심하고 있다.

그동안 親中-親北-反日세력은 한 몸통으로 움직여왔다. 이번 대선에서 이들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한반도 전체가 親中-親北-反日化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미국의 동맹에서 한국이 스스로 이탈하여 미국과 일본의 敵이 되는 것이다. 한반도 전체가 赤化되어 미국의 敵이 되면 미국은 그동안의 한국방어의 짐(burden)을 덜게 된다. 언제든지 대대적인 北爆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筆者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가로 있는 한 미국의 對北공격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후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의 모든 제반 여건이 5월 대선에서 좌파정권이 창출되는 쪽으로 수렴(收斂)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화(禍)를 자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