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고 누운 것이 유일한 방어 수단이라면 나라, 국민, 문명에 부끄럽다>

오늘 아침에 구약성경 레위기를 읽으니 주석(註釋)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정의가 다스리는 사회 속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기 영예와 존엄성을 보호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김건희특검 "尹, 수의 안 입은 상태로 누워 완강히 체포 거부"》이는 어제 조선일보 인터넷판의 기사 제목인데 어제 하루 내내 걸려 있었다. 오늘 새벽에 보니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이런 소제목이 더 붙어 있다.〈정성호 "체포 시도 때 수의 벗었던 尹, 특검 떠나자 바로 입어"〉

‘수의’란 말은 어쨌든 기분 나쁜 용어다. 하나는 수의(壽衣)이고 하나는 수의(囚衣)이라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괄호를 사용, ‘囚衣’라고는 써주지 않았다.

윤석열이 자기 감방 안에서 수의를 입고 있든 벗고 있든 그게 무슨 대수라고 “수의를 안 입은 상태”라고 친절하게 말해 주나? ‘囚衣’라고 써주는 친절은 없으면서 말이다. 윤석열의 얼굴에 숯불을 끼얹고자 저랬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연 그렇다면 저 일을 보아야만 하는 국민은 천불이 날 것이고 결국 언더독 효과가 돼 나오지 싶다.

이재명이가 노상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할 때 우리 눈에 거슬리던 용모가 더러 있었지만 그것을 지적해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것을 “수의를 안 입은 상태”란 저 말과 비교하여 비판할 수 있지만 차마 그러지는 않겠다. 다만 하나만은 물어보고 싶다.

“이 삼복염천에 전직 대통령이 자기 감방 안에서 수의를 안 입은 상태로 누워 있는 것이 그렇게나 부끄러운 일이냐? 그럼 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자리에 부인도 아닌 다른 여자 국회의원이 이부자리 수발든 것은 볼 만한 그림이었나?"

윤석열은 ‘탄핵’만으로써도 이미 역사에 남을 부끄러움을 안고 있다. 여기에 무엇을 더 보탠다고 하여 부끄러움이 더 커질 바는 아니다. 혹 다음에 저런 일이 또 생긴다면 그때의 수모는 지금의 수모보다 모질게 될 것이다. 모든 사물은 발전하는 법이니까. 그래서라도 ‘탄핵’으로써 끝나야 한다. 구속된 윤석열이 자기를 잡으러 온 특검에 맞선 수단이 오로지 수의를 벗는 것이었다면 나라와 국민, 문명과 법률 그리고 집권자가 고개를 못 들 일이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