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이재명을 아주 싫어하는 사연이 있다. 경기도지사 시절 법에도 없는 재난지역 선포를 하여 대북 풍선을 막아나선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대북풍선을 단속 3년 전부터 날리지 않고 있음에도 풍선 장비까지 압수해갔다. 압수 이유는 자격증도 없고 풍선 장비도 위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자격증과 국가 인증 풍선 장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막무가내였다.

또한 털어 먼지 안날 수 없다는 식의 횡령 혐의로 고발하여 10개월간 뼈 속까지 조사케 하였다. 물론 고발한 대표적 대북 전단 네 개 단체 중에서 저의 단체만 무혐의 났다.

이렇게 악랄한 이유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쌍방을을 통해 거액의 달러를 불법 송금하면서 북한의 비위를 잘 맞추어주기 위해서이다.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대북전단을 막아 주고 가장 필요하는 달러를 갔다 주는 역적 행위인 것이다. 북한 같으면 본인은 물론 그 가족 친인척까지 처형되고 숙청되고도 남을 사건이다.

그럼에도 어이없고 어설푼 12·3 계엄 <축복>을 받아 대통령이 될 줄이야. 좀 미안한 얘기이지만 xx도 보기 싫을 정도로 아니꼬아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 된 후 행정 지시들을 보면 은근히 잘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미워 죽겠어도 행정가 출신답게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해야 했다. 그 중 하나가 최근 국무회의에서 바나나 가격 문제 지시였다.

그런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반론을 듣고 감탄하였다. 젊지만 하버드대 출신답게 이재명 대통령의 무식을 얄밉도록 단죄하는 것이다. 북한 같으면 어떻게 하든 처형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이 무소불위래도 대한민국은 북한이 아니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수갑 채운 사건이 이어서 터져서 설상가상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은 이준석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표(국민)가 무섭다. 그러면 표가 무섭지 않은 북한은 어떨까. 몇 가지 겪어본 사례를 든다.

1989년 양강도 삼지연군 김일성 별장 농장에서 있은 일이다. 이 비사는 황장엽과 함께 망명한 김덕홍의 자서전에도 거론될 만큼 사건이다. 농업 전문가가 아닌 그의 자서전에는 구체적 내용은 없다. 하지만 현지에 있던 저로서는 그 자리에 있던 대선배 연구원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 대선배 연구원은 1950년대 북경 대학 출신으로 수재인 손주복 선생이다. 추후 손주복은 2006년 6월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에 크게 기사가 날 만큼 기독교를 전파하다 처형된 인사이다.

아무튼 손주복의 증언에 의하면 이러했다. 김일성은 농촌 출신으로 농사에 취미가 높아 그가 가는 별장 주변에는 이른바 <호위국 농장>이 있다. 호위국 군인들이지만 기술 지도는 제가 있던 농업과학원 연구원들이 한다.

더운 여름철에 김일성은 선선한 백두산 별장이 있는 삼지연 지역에 묵는다. 여기에 고지대 작물을 심은 <호위국 농장>이 있다. 호위국 농장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수령께 잘 보이려고 보편적 관리 이상으로 농작물들을 꽃밭 다루듯 잘 재배해 놓는다.

그 중 하나가 <보라콩>이었다. 생긴 것은 참깨처럼 생겼는데 열매는 땅콩 같다. 보라콩은 1000메터 이상 고산 지대 작물로서 낮은 지대에서는 보기 힘든 작물이다. 김일성 역시 처음 보기에 흥미롭게 보였고 흡족하여 이런 교시를 내린다. <이거이! 전국에 심어설라무니! 어린아이들 영양 공급하면 좋카서!>

농업의 최고 사령관을 자처하는 김일성이다. 이 교시를 누가 감히 거역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반론하는 자가 있었다. 도 농촌을 책임진 간부였다. 저 보라콩은 해발이 높은 지대에서만 가능한 작물이다. 만약 전국에 심는다면 낭패가 되고 인민들의 식량난이 가중될 것 뻔한 것이다. 낮은 지대에서 콩을 심으려면 <매주콩>을 심어야 적작(適作)인 것이다. 수령님 교시 한마디에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기에 미연에 의견 드린 것이다. 하지만 불순종으로 느껴져 기분이 거슬린 김일성은 갑자기 대노를 한다. <최고 사령관인 내 말도 안 들어!>

이와 함께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진심을 담아 의견 드렸던 도 농촌 간부는 그 자리에서 철직이 되었다. 하지만 일 년 후 현지 간부들에 의해서 슬그머니 복귀를 시킨다. 그의 예견대로 대 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영양 좋은 보라콩은 고사하고 아무것도 배 불리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북한에서 백설희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식물 연구원이 있다. 그가 연구한 것은 <기름골>, 이는 땅콩처럼 땅 속 열매 식물이다. 공산권 특유의 선전 선동의 하나는 표본 인물을 만들어 따라 배우게 한다. 소련에서는 탄부(炭夫)인 <스타하노브 운동>, 중국에서는 군인인 <뢰봉 운동>, 북한에서는 천리마 시대인 1959년의 강선제강소 노동자 <진응원 운동>,

1979년 10월의 숨은 영웅 따라 배우기 운동의 <백설희 연구사>가 있다. 김일성은 절차를 무시하고 평 연구원인 백설희를 박사 칭호 수여, 당중앙 후보위원, 연구소 소장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그가 연구해냈다는 <기름골>을 전국에 심도록 교시한다.

무조건 받들어야 하니 전국에 심기는 하지만 속으로 가장 속이 탄 것은 농업 실무진들과 내가 있던 농업과학원이다. 기름골의 치명적인 것은 가을걷이 작업과 보관, 가공이 문제였다. 감자보다 수십 분의 일로 작은 기름골은 수확하자면 손노동과 기계로도 불가능에 가까운 식물이었다. 한편 기름골은 금방 썩기 때문에 수확해 놓아도 문제였다. 또 그걸 가공해야 하는 식품 공장을 요란스럽게 차려야 했다. 옥수수나 벼처럼 단순하지 않으며 또 식량 자체가 부족한 실정에서 기름골은 양복에 버선 격이었다.

생산도 도저히 어렵고 또 먹을 수준도 아니었다. 배고픈 자에게 비스켓 하나가 아니라 옥수수 밥이라도 배부르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농업 실무 간부들과 우리 농업 과학자들은 백설희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김일성의 명령이기에 어찌 할 수 없어 전국에 심기 시작하였다. 결국 그해부터 사단이 났다. 기름골로 기름과 당을 뽑아 먹인다던 수령의 은덕은
그 동안 겨우 먹던 옥수수밥마저 줄어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되어 김일성이 하는 말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더니 그게 그런 게구만 그래!> 백설희는 그 후 농업 생산의 차질을 빚게 한 자로 정치범 수용소에 갔고 수용소에 함께 있다 온 탈북자의 증언도 있다.

1964년의 밭벼 사태이다. 북송 재일교포 출신 김남신이란 밭벼 연구사가 있었다. 인민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준다는 김일성의 눈에 밭벼가 매력이었다. 남한보다 논이 적은 북한으로서 밭에 벼를 심는다면 당장 이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밭벼 종자 이름도 그의 이름 따서 <남신종>으로 하였다.

그래서 놓고 전국에 도입하라고 교시하였다. 도입하는 첫해부터 난리가 났다. 무엇보다 벼를 밭에 심으니 잡초 제거하기가 난재인 것이다. 제초제가 절대로 부족한 북한 실정에서 막막한 것이다. 밭벼의 소출량도 다른 작물에 비해 별로였다. 열악하게나마 먹던 옥수수밥, 조밥도 못 먹게 생긴 것이다. 김남신 연구사는 제가 있던 농업과학원 밭작물 연구소에 있었다. 연구원들이 은근히 왕따 시키는 대상이었다. 차마 수령까지 왕따시킬 수는 없기에 그가 대상으로 된 것이다.

김일성의 뻘 짓은 그 아들 김정일로 이어진다. 1990년대의 <감자혁명>이다. 상식적으로 감자는 고지대 작물이다. 낮은 지대에서 높은 소출은 밭에는 옥수수, 논에는 벼이다. 한편 감자는 땅속 작물로서 캐어내기도 힘들고 또 보관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식도 모르는 김정일의 <감자혁명>은 수백만을 아사 시킨 <고난의 행군>을 가속화 시켰다.

김정일의 뻘 짓은 그 아들 김정은으로 이어진다. 2011년 김정일 사망후 권력을 이어받은 29살의 김정은이다. 김정은은 잔디를 깔고 승마, 스키장, 자라 키우는 농장을 만들라고 한다. 땅 한 뼘이라도 옥수수 심어 먹어야 살아 남는데 잔디 소리 한다. 기력이 소진되어 쉬는 날에는 푹 자야 하는 인민들이 무슨 기운으로 승마, 스키를 탄단 말인가. 한 줌의 옥수수도 없어 굶어 죽는데 자라를 키워 고기를 먹으라니 억이 막혀 말이 안 나온다. 그러던 김정은이 요즘은 옥수수 대신 밀을 심어 식생활을 높이라고 한다. 옥수수가 1정보당 10톤을 낸다면 밀은 기껏해야 4톤 정도밖에 못 낸다. 한편 광조파(廣組播)해야 하는 밀이기에 잡초를 당할 수가 없다. 제초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농업은 내 것이 되는 구조 개혁과 개방을 하기 전에는 백약이 무효이다. 이것은 공산권 붕괴와 개혁 개방의 중국 베트남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이 글의 주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하지 않으면 작은 경제 분야마저도 얼마나 낭패가 되는가를 말하고자 한다.

현재 이재명 정권은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지만 절대 권력으로 가려고 막무가내이다. 이를 얼마나 견제하는가가 이 사회의 수준이고 전망으로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