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선생의 지리산(智異山)은 일제 말기부터 해방과 6·25 동란을 거치는 좌우익 혼란상에서 지리산 빨찌산으로 스러져 간 박태영이라는 함양 출신 천재의 35년 짧은 일생을 그린 실록 대하소설입니다. 그는 남로당을 선택한 그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전향하지 않고 죽음을 택한 것은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책벌(責罰)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선택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어느 집단이 길을 잘못 가고 있을 때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진력을 다하다가 안되면 그 집단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게 맞지 그 집단에서 같이 동사(同死)하는 건 올바른 선택은 아닐 겁니다. 그건 탈영(脫營)이 아니고 탈출(脫出)이기 때문입니다. 박태영은 그걸 탈영으로 보았고 나는 그걸 탈출로 보았습니다.
대학시절에 읽었던 지리산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지금의 좌우익 혼란상이 해방 직후 대한민국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병주 선생은 글자가 주는 마력을 한껏 누린 언어 마술사 같네요.
어느 집단이 길을 잘못 가고 있을 때 동사(同死)하는 건 올바른 선택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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