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정업무보고 자리에서 해병대를 해군에서 분리해 육·해·공군과 대등한 ‘독립 군종’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해병대의 빛나는 전통을 계승하고 사기를 진작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는 이해하나, 군사적 실용주의와 국가 재정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우려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해병대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과 현대전의 핵심 가치인 ‘통합성’을 저해하는 일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해병대의 존재 이유는 상륙작전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분석하면 해병대 임무의 90% 이상은 육군과 궤를 같이하는 지상 작전이다. 상륙은 지상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특수한 ‘수단’이자 ‘통로’일 뿐이며, 해안두보(Beachhead)를 확보한 이후의 작전 양상은 육군의 지상전과 다를 바 없다.

전 세계적으로 해병대를 육·해·공군과 대등한 ‘제4의 독립 군종’으로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과 최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국은 전 세계를 무대로 원정 작전을 펼치는 특수성이 있고,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 사기 진작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 반면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 대부분의 군사 강국이 해병대를 해군 내 예하 부대로 유지하는 이유는 지상 작전의 연속성과 효율성 때문이다.

해병대가 독립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지휘체계의 이원화다. 한반도와 같이 좁은 작전 구역 내에서 지상 작전의 주도권을 두고 육군의 지상작전사령부와 독립된 해병대 사령부 간에 지휘권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군 지휘체계의 결정 요소인 ‘통제 범위’와 ‘작전 효율성’을 고려할 때, 지상 작전 부대를 인위적으로 나누는 것은 전력의 분산이자 결심의 지연을 초래할 뿐이다. 현대전은 각 군의 벽을 허무는 ‘합동성’을 지향하는데, 조직을 쪼개어 독립시키는 것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해병대 독립은 막대한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독립 군종이 되면 독자적인 교육사령부, 군수사령부, 인사사령부 등 방대한 행정 조직을 별도로 신설해야 한다. 현재 육군과 해군 시스템을 공유하며 얻고 있는 ‘규모의 경제’는 사라지고, 무기 체계 획득부터 군수 지원에 이르기까지 육·해군과 중복되는 예산이 낭비될 수밖에 없다. 국방 예산의 효율적 배분이 절실한 시점에서 이러한 조직의 비대화는 국방 개혁의 본질과 배치된다.

해병대의 용맹함은 대한민국 안보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그 자산을 지키는 방법이 반드시 ‘독립된 간판’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해병대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길은 조직의 외형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상륙 역량을 첨단화하고 장병들의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하며 처우를 개선하는 실질적인 지원에 있다.

안보는 감성이 아닌 전략의 영역이며, 군 구조는 오직 승리를 위한 최적의 효율성을 지향해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주변의 달콤한 제안에 휘둘려 가볍게 발언하는 자리가 아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항상 신중해야 하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 지휘 이원화에 따른 비효율과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는 해병대 독립 논의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령부’가 아니라 ‘더 강력한 전투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