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5일 토요일 오전 10시30분경

도쿄 긴자 외곽의 호텔 7층 룸에서

전날의 2010 노벨화학상 수상자 스즈키 아키라 박사 강연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중에 갑자기 끼익 소리가 나면서

호텔 건물이 옆으로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들고

책상이 흔들흔들 컵의 물이 출렁대고 끼긱 끼익 뻑 삐꺽 끼이익 소리가 났다.

지진이구나, 오싹 공포감이 엄습했다.



이걸 촬영해야지, 캠코더를 들었더니 그 사이에 진동과 소음이 멈추어서

복도로 나갔더니 청소중이던 종업원들이 웅성대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 봤다.

방으로 돌아와서 창밖을 내려다 보니 行人들이 별일 없는 듯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하도 지진이 잦아 어지간해선 신경도 쓰지 않는 모양이라 생각하였지만

관동대지진 후 최대의 지진이 온다는 경고가 벌써 몇년 전부터 있었던터라

언제 또 본격적인 지진이 올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날 지진은 내가 겪은 세번째 지진이었다.

첫번째는 1970년 겨울 저녁으로 부산 집 안방의 장롱이 뜨르럭 진동하기에

마당으로 나왔더니 땅이 약간 흔들리는 듯하면서 현기증이 났는데

이튿날 신문을 보니 가벼운 지진이 발생했다고 적혀 있었다.

두번째는 1980년대 후반, 코리아호텔 빌딩 4층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야근을 하던중

건물이 흔들리며 잠깐 떨리는 듯하더니 잠잠해 진 것이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월요일 저녁

서울특파원을 지낸 일본 언론인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옆으로 비틀면서 쥐어짜는 듯한 지진을 만났다고 하자

자기도 그 시간에 집에서 지진을 감지했다고 하면서

보통 때보다 조금 센 것 같았다지만

자주 있는 일이라며 예사롭게 넘어갔다.



그로부터 24일만이 지난 3월11일 오후 사무실에 있는데

다음날 함께 일본 요코하마로 동행키로 한 협력사 부장의 전화가 왔다.

지진이 발생해서 이틀 후 만나기로 한 사장님이 도쿄에서 연락이 두절됐다는 소식이었다.

인터넷을 열었더니 생생한 화면이 나오고 있었지만

통신이 두절된 탓으로 여기고 무사하시기를 빌었다.



어제 아침 일찍 부장의 전화가 왔다.

사장님께서 무사하시다는 연락과 함께

도쿄에서 나가는 교통편이 끊겨

일요일 회동을 취소하자더라고 전했다.



야외에서 즉시 아시아나 예약센터로 전화를 걸었더니

고객들의 전화가 폭주해 직원과 연결이 되지 않았다.

9시가 넘어서 다시 전화했더니 조금 기다리다 직원과 마침내 연결돼

저녁 비행기편을 취소할 수 있었다.



담당 직원의 어조와 사무적인 조치에서

긴급사태에 대한 기민한 대처를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