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으로 떡이 된 것은 한나라당만이 아니다. 민주당 역시 인절미가 되었다. 서울시장 후보 하나 내지 못하는 게 무슨 정당다운 정당인가? 한나라당-민주당이란 정치지형은 결국 허깨비란 이야기다. 실재(實在)하는 현실과 유리된 허상이요 허구란 뜻이다.
한나라당은 우파 정체성을 버렸고, 민주당은 민노당적인 것, 386적인 것, 노무현적인 것. 지역적인 것, 그리고 기타 등등이 혼탕(混湯)을 하고 있어 도대체 무슨 정당인지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이런 한나라당-민주당 건물에 안풍(安風)이 냅다 불어치자 건물 지반이 확 꺼져버린 꼴이다.
이런 정세를 배경으로 해서 서울시장 선거와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범야(汎野) 쪽에는 야권 통합 또는 단일화 움직임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박원순으로 단일화가 될 모양이다.
그럴 경우 민주당은 명실공히 전통야당의 역사를 뒤로 하고 범좌파 속으로 용해될 것이다. 명색이나마 ‘전통야당’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보수 가치를 떠났으니 한국 정치지형에선 보수여당이라는 것도 이미 사라졌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중도 여당과(이 경우 ‘중도’가 무엇인진 알 수 없지만)와 범좌파 야당뿐이다. 이런 정계가 대한민국의 탄생이유와 존재목적,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몸을 던지려 할까? 그렇다고 힘 있는 보수주의 정당, 자유주의 정당을 새로 만드는 것도 바라는 대로 수월하게 되는 일은 아니다.
이런 정세는 결국, 범좌파 연합은 정치지형 상에 뚜렷이 부각되고 있는데 반해, 범우파 진영은 풍화(風化)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야말로 ‘진보대연합‘과 ’보수우파 타도‘라는 구도로 정계가 가고 있는 것 아닌가?
안철수 현상을 계기로 박원순이 범좌파를 천하통일 했다는 사실, 그리고 한나라당이 일순간에 지진 만난 듯 깨졌다는 사실의 의미와 파장을 주의 깊게 간파해야 한다. 대한민국 진영은 이 같은 정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주제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사태는 심각하다.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