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란 사람은 권력을 누리려고 하는 사람, 그런 나라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반골정신이 투철했습니다.
조갑제 방송위원은 21일 방송된 <조갑제의 통일전략>을 통해 “북한의 <로동신문>이 逆徒(역도)라 지칭했던 박정희야말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살린 애국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대통령이 피격된 당시 로동신문은 ‘역도가 죽었다’는 제목을 뽑았지만, 현재 한반도에서 진정한 민족반역자, 역도가 누구인지는 북한 동포들이 누구보다도 체험으로서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조 방송위원은 특히 미국과 관련해 박대통령에 대한 오해가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전하면서, 1979년 6월에 카터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 가진 정상회담의 일화를 소개했다. 정상회담이 열린 1979년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한미관계는 물론 두 대통령의 감정까지 악화되어 있었던 상황. 당시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강연조 발언에 카터 대통령이 반격을 가하기도 했으며, 이어진 단독회담에서까지 격렬한 토론이 이루어졌던 바 있다.
한편 조 방송위원은 ‘독재자’나 ‘학살자’로 알려져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이러한 실제 모습을 못 믿는 이들이 있을 것 같다며, “비판에서 긍정으로 바뀐 저의 이야기를 믿으시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박 대통령 시절 당시 정부 비판 기사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신문사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고 회고하면서, 처음엔 비판기사를 많이 썼으나 사실을 따라가다 보니 긍정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수연 기자 nksue@hanmail.net
다음은 대북방송원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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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봄은 더욱 깊어가고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눈이 내렸는데, 이제는 몸이 더워서 런닝셔츠 바람으로 바깥에 나가도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의 섭리라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힘에 의해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겪고 계시는 김정일의 무지막지한 독재도 한겨울의 추위처럼 물러나고 따뜻한 봄이 올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세상에 대세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 개인이나 한 국가의 힘으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을 말하는 것인데, 지금 국내외로 되어가는 분위기가 김정일 정권의 그 말로가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조금만 참으십시오.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저의 이야기를 듣고 과연 독재자, 그 무지막지한 학살자가 과연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었을까 라고 의심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만 저의 말을 믿으시는 게 좋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고 해서 박대통령에 의해서 신문사에서 쫓겨나온 적도 있습니다. 박대통령에 대한 비판기사를 많이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박대통령에 대한 나쁜 기사를 쓰다가 나중에는 좋은 기사를 쓰는 방향으로 선회를 했습니다. 그 이유는 사실을 따라가다 보니까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습니다. 박대통령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해서 긍정으로 돈 저의 이야기를 믿으시는 것이 아마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1979년 10월 26일 박대통령이 김재규 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사망했을 때 북한 로동신문은 <역도가 죽었다>는 제목을 뽑았습니다만은, 지금 한반도에서 진정한 민족반역자, 역도는 누구인가 하는 것은 여러분이 실감으로서, 체험으로서 정확하게 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북한 로동신문이 역도라고 했던 박정희야말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살린 애국자죠. 특히 미국과 관련해서 박대통령에 대한 오해가 많습니다. 마치 박정희란 사람이 미국의 앞잡이였던 것처럼, 미국을 상전으로 모셨던 친미파였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만큼 사람을 잘못 본 경우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원래 박정희란 사람은 권력을 가지고 누리려고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런 나라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저항을 하는 반골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습니다.
한때 박대통령이 공산주의에 흥미를 느껴서 남로당에 가입한 적도 있습니다만, 그 이유도 해방 후에 남한에 진주했던 미군 장교들이 한국군 장교들에 대해 간섭하는 데에 대한 반발심이 컸습니다. 그런 박대통령이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도 미국의 반대를 꺾어야 했습니다. 미군은 5·16 군사 쿠테타를 진압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국군통수권을 가지고 있었던 윤보선 대통령을 주한미군사령관 매그루더 대장이 찾아가서 “명령만 내리시면 서울로 들어온 4000명밖에 되지 않는 박정희의 쿠테타 軍을 진압을 하겠다”고 허가를 요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윤보선 대통령은 그렇게 되면 내전이 일어난다고 해서 허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집권과정에서부터 미국과의 갈등이 있었으나 존슨 대통령 시절에는 한미관계가 좋았습니다. 그 이유는 박대통령이 약 5만명의 한국군을 월남에 보내서 미군과 함께 월맹공산군과 싸우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월남전도 끝나고 포드 대통령이 들어선 이후 특히 1977년 카터 대통령 시절부터 한미관계는 매우 악화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를 위해 미국 의회에 로비를 하던 박동선이라는 사람이 체포되어서 국회의원들한테 뇌물을 준 것이 미국 언론에 폭로되면서 한미관계는 더욱 나빠지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카터 대통령은 인권외교를 한다면서 박대통령이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 하는 것을 이유로 삼아 주한미군을 철수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박대통령이 더욱 반발을 해서 철수하려면 하라고 배짱을 내밀었습니다.
미군들이, 또 국무부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정책은 1개 대대 정도를 철수하는 것으로 중단이 되었습니다만 당시의 한미관계는 카터와 박정희 두 사람의 감정적 관계로까지 악화되었습니다. 박대통령은 기자들한테 '미국을 가고 싶지만 카터가 보기 싫어서 가지 않는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카터 대통령이 땅콩 장사를 한 사람이라서 저렇게 견식이 없다는 이야기도 하고 했습니다. 1979년에 들어와서 한미관계를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1979년 6월 29일에서 7월 1일 사이에 2박 3일 예정으로 카터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여 그동안 사이가 나빴던 박대통령과 회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무렵의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이렇게 소개해드리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박대통령을 미국의 심부름꾼, 하수인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과연 그러한지 한번 선입견과 제가 말씀드린 것을 비교해서 판단해보시라는 하나의 자료제공 차원임을 말씀드립니다.
1979년 6월 29일에 카터대통령은 도쿄에서 선진 7개국 경제정상회담을 마치고 김포로 들어왔습니다. 김포지역은 안개로 착륙이 늦어지는 바람에 영접나간 박 대통령은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합니다. 카터대통령은 박대통령과 악수를 나누자마자 시동을 걸고 대기중이던 미 해병대 헬기를 타고 회오리바람을 남긴 채 동두천의 미군부대로 들어갔습니다. 다음날 6월 30일 여의도 광장에서 환영행사를 같이 하고 청와대로 들어온 두 대통령은 제1차 정상회담에 들어갔습니다. 원래 정상회담은 사전에 아랫사람들이 진행방식을 합의하고 대통령은 거기에 따라서 의례적으로 발언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그런 사전합의를 무시하고 자기 나름대로 발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미리 준비해둔 종이를 꺼내놓고 강의조의 안보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통역시간을 포함하여 45분간 계속되었습니다. 배석했던 글라이스틴이 보니까 카터 대통령은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카터는 펜을 들고 메모지에 무엇인가 긁적이는 자세를 취했는데 경청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박대통령도 자신의 발언에 열중하여 카터가 불쾌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듯하였습니다.
박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3년 동안 카터의 인권정책과 철군계획 때문에 속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놓아야 스트레스가 풀릴 판이었습니다. 박대통령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탁탁치면서 안보강의를 계속했는데, 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버릇이 된 그의 행동이었습니다. 카터 대통령도 턱의 근육이 조용히 씰룩거렸다고 합니다. 이것을 본 미국 브라운 국방장관은 옆자리의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대통령의 표정을 보니 매우 화가 나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습니다. 카터는 메모를 써서 브라운 장관과 밴스 국무장관에서 슬쩍 넘겼는데, 거기에는 “만약 박정희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주한미군을 전부 철수시키고 말겠다”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박대통령의 연설조 발언이 끝나자 카터 대통령도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인구도 많고 경제도 우세한 한국이 왜 북한이 군사력의 우위를 점하도록 허용했는가'라고 비판을 시작했습니다. 한미관계의 정상화를 목표로 했던 정상회담이 바야흐로 토론장이 될 판이었습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7년 전에 쓰기를 과거 여러 번 정상회담에 배석했지만, 그날의 두 사람처럼 회담 자체를 엉망으로 만든 지도자를 본 적이 없다고 회고록에서 고백했습니다.
카터, 박정희 두 사람은 휴식시간을 갖고 단독회담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단독회담도 말다툼이 됐습니다. 카터는 박대통령이 요구한 철군계획의 완전한 취소요구를 거부하고 아무런 약속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한국의 방위비를 더 지출해서 남북한 전력의 불균형을 감소시켜야 할 것이 아니냐 하고 대들었습니다. 박대통령은 여기에 대해서 방위비 지출을 늘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한국은 북한과 여러 가지로 여건이 다르다고 지적을 했습니다. 카터는 인권문제를 들고 나와서 긴급조치 9호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박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으로 가까운 장래에 해제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격앙된 정상회담을 하고 두 사람이 헤어졌습니다. 카터 대통령이 탄 차가 한 십분 동안 청와대 본관을 떠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전송을 나온 김계원 비서실장은 무슨 일인가 해서 안을 들여다 보니 카터 대통령은 차 안에서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따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글라이스틴은 카터 대통령의 공격에 대해서 오히려 박정희를 변호하는 입장을 취했다고 합니다. 글라이스틴은 이야기하기를 '박대통령은 철군문제에 있어서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아주 난감했을 것입니다. 한국은 또 개발도상국으로서는 방위비를 상당히 많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과거에 한국 군부가 독재로 가려는 것을 우려해가지고 의도적으로 방위비를 더 늘리라는 요구를 자제해왔습니다' 이렇게 설명을 했다고 합니다.
카터 대통령과 글라이스틴 대사가 탄 차는 대사관저에 왔는데, 이 대사관저에 와서도 카터와 글라이스틴은 내리지 않고 또 토론을 하고 글라이스틴 대사는 대통령의 욕을 먹으면서 왜 박대통령이 주한미군 철군 문제에 대해서 자신에게 지겨운 강의를 했느냐 하는 설명을 요구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마지막에 “그러면 각하께서는 박대통령이 무엇을 해주길 바라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카터는 두 가지를 주문했습니다. 한국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의 6%까지 높일 것과 괄목할 만한 인권신장 조치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각하가 돌아가시기 전에 최선의 결과를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약속을 하고 그때부터 한국의 국무총리, 외무장관, 비서실장 등을 통해서 카터 대통령의 불쾌감을 전달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박대통령도 여러 가지 양보를 하고 해서 이 정상회담이 결렬되지 않고 적당히 봉합되었습니다.
그 다음날 카터는 박대통령과 함께 리무진에 동승을 해서 김포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카터 대통령은 박대통령에게 종교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주일학교밖에 다닌 경험이 없는 박대통령은 없다고 했습니다. 카터는 박대통령에게 각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카터 대통령은 “침례교회의 유명한 목사인 김장환 씨를 보낼 테니 우리의 신앙에 대해서 한번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하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이런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박대통령은 미국과 대결할 때 항상 자존심과 국가의 이익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박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도 한국에 대해서 함부로 간섭할 수 없었고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박대통령에게 부탁을 하는 입장이었지 결코 압력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것이 한미관계의 악화로 진행되어서 박대통령이 10·26사건으로 피살되는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만 북한에서 생각하듯이 박대통령이 하나의 식민지 국가의 대표처럼, 또 주한미군 사령관이 총독인 것처럼 그렇게 설명되어지는 것은 사실과 너무나 동떨어졌다, 박대통령은 미국과 맞서서 민족의 자존심과 국가이익을 지킨 분이다 하는 것을 설명드리기 위해서 이상의 에피소드를 소개를 했습니다. 다음 기회에 더 재미있는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고맙습니다.
조갑제 방송위원은 21일 방송된 <조갑제의 통일전략>을 통해 “북한의 <로동신문>이 逆徒(역도)라 지칭했던 박정희야말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살린 애국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대통령이 피격된 당시 로동신문은 ‘역도가 죽었다’는 제목을 뽑았지만, 현재 한반도에서 진정한 민족반역자, 역도가 누구인지는 북한 동포들이 누구보다도 체험으로서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조 방송위원은 특히 미국과 관련해 박대통령에 대한 오해가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전하면서, 1979년 6월에 카터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 가진 정상회담의 일화를 소개했다. 정상회담이 열린 1979년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한미관계는 물론 두 대통령의 감정까지 악화되어 있었던 상황. 당시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강연조 발언에 카터 대통령이 반격을 가하기도 했으며, 이어진 단독회담에서까지 격렬한 토론이 이루어졌던 바 있다.
한편 조 방송위원은 ‘독재자’나 ‘학살자’로 알려져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이러한 실제 모습을 못 믿는 이들이 있을 것 같다며, “비판에서 긍정으로 바뀐 저의 이야기를 믿으시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박 대통령 시절 당시 정부 비판 기사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신문사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고 회고하면서, 처음엔 비판기사를 많이 썼으나 사실을 따라가다 보니 긍정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수연 기자 nksue@hanmail.net
다음은 대북방송원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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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봄은 더욱 깊어가고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눈이 내렸는데, 이제는 몸이 더워서 런닝셔츠 바람으로 바깥에 나가도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의 섭리라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힘에 의해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겪고 계시는 김정일의 무지막지한 독재도 한겨울의 추위처럼 물러나고 따뜻한 봄이 올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세상에 대세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 개인이나 한 국가의 힘으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을 말하는 것인데, 지금 국내외로 되어가는 분위기가 김정일 정권의 그 말로가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조금만 참으십시오.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저의 이야기를 듣고 과연 독재자, 그 무지막지한 학살자가 과연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었을까 라고 의심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만 저의 말을 믿으시는 게 좋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고 해서 박대통령에 의해서 신문사에서 쫓겨나온 적도 있습니다. 박대통령에 대한 비판기사를 많이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박대통령에 대한 나쁜 기사를 쓰다가 나중에는 좋은 기사를 쓰는 방향으로 선회를 했습니다. 그 이유는 사실을 따라가다 보니까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습니다. 박대통령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해서 긍정으로 돈 저의 이야기를 믿으시는 것이 아마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1979년 10월 26일 박대통령이 김재규 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사망했을 때 북한 로동신문은 <역도가 죽었다>는 제목을 뽑았습니다만은, 지금 한반도에서 진정한 민족반역자, 역도는 누구인가 하는 것은 여러분이 실감으로서, 체험으로서 정확하게 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북한 로동신문이 역도라고 했던 박정희야말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살린 애국자죠. 특히 미국과 관련해서 박대통령에 대한 오해가 많습니다. 마치 박정희란 사람이 미국의 앞잡이였던 것처럼, 미국을 상전으로 모셨던 친미파였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만큼 사람을 잘못 본 경우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원래 박정희란 사람은 권력을 가지고 누리려고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런 나라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저항을 하는 반골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습니다.
한때 박대통령이 공산주의에 흥미를 느껴서 남로당에 가입한 적도 있습니다만, 그 이유도 해방 후에 남한에 진주했던 미군 장교들이 한국군 장교들에 대해 간섭하는 데에 대한 반발심이 컸습니다. 그런 박대통령이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도 미국의 반대를 꺾어야 했습니다. 미군은 5·16 군사 쿠테타를 진압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국군통수권을 가지고 있었던 윤보선 대통령을 주한미군사령관 매그루더 대장이 찾아가서 “명령만 내리시면 서울로 들어온 4000명밖에 되지 않는 박정희의 쿠테타 軍을 진압을 하겠다”고 허가를 요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윤보선 대통령은 그렇게 되면 내전이 일어난다고 해서 허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집권과정에서부터 미국과의 갈등이 있었으나 존슨 대통령 시절에는 한미관계가 좋았습니다. 그 이유는 박대통령이 약 5만명의 한국군을 월남에 보내서 미군과 함께 월맹공산군과 싸우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월남전도 끝나고 포드 대통령이 들어선 이후 특히 1977년 카터 대통령 시절부터 한미관계는 매우 악화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를 위해 미국 의회에 로비를 하던 박동선이라는 사람이 체포되어서 국회의원들한테 뇌물을 준 것이 미국 언론에 폭로되면서 한미관계는 더욱 나빠지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카터 대통령은 인권외교를 한다면서 박대통령이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 하는 것을 이유로 삼아 주한미군을 철수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박대통령이 더욱 반발을 해서 철수하려면 하라고 배짱을 내밀었습니다.
미군들이, 또 국무부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정책은 1개 대대 정도를 철수하는 것으로 중단이 되었습니다만 당시의 한미관계는 카터와 박정희 두 사람의 감정적 관계로까지 악화되었습니다. 박대통령은 기자들한테 '미국을 가고 싶지만 카터가 보기 싫어서 가지 않는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카터 대통령이 땅콩 장사를 한 사람이라서 저렇게 견식이 없다는 이야기도 하고 했습니다. 1979년에 들어와서 한미관계를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1979년 6월 29일에서 7월 1일 사이에 2박 3일 예정으로 카터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여 그동안 사이가 나빴던 박대통령과 회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무렵의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이렇게 소개해드리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박대통령을 미국의 심부름꾼, 하수인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과연 그러한지 한번 선입견과 제가 말씀드린 것을 비교해서 판단해보시라는 하나의 자료제공 차원임을 말씀드립니다.
1979년 6월 29일에 카터대통령은 도쿄에서 선진 7개국 경제정상회담을 마치고 김포로 들어왔습니다. 김포지역은 안개로 착륙이 늦어지는 바람에 영접나간 박 대통령은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합니다. 카터대통령은 박대통령과 악수를 나누자마자 시동을 걸고 대기중이던 미 해병대 헬기를 타고 회오리바람을 남긴 채 동두천의 미군부대로 들어갔습니다. 다음날 6월 30일 여의도 광장에서 환영행사를 같이 하고 청와대로 들어온 두 대통령은 제1차 정상회담에 들어갔습니다. 원래 정상회담은 사전에 아랫사람들이 진행방식을 합의하고 대통령은 거기에 따라서 의례적으로 발언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그런 사전합의를 무시하고 자기 나름대로 발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미리 준비해둔 종이를 꺼내놓고 강의조의 안보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통역시간을 포함하여 45분간 계속되었습니다. 배석했던 글라이스틴이 보니까 카터 대통령은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카터는 펜을 들고 메모지에 무엇인가 긁적이는 자세를 취했는데 경청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박대통령도 자신의 발언에 열중하여 카터가 불쾌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듯하였습니다.
박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3년 동안 카터의 인권정책과 철군계획 때문에 속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놓아야 스트레스가 풀릴 판이었습니다. 박대통령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탁탁치면서 안보강의를 계속했는데, 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버릇이 된 그의 행동이었습니다. 카터 대통령도 턱의 근육이 조용히 씰룩거렸다고 합니다. 이것을 본 미국 브라운 국방장관은 옆자리의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대통령의 표정을 보니 매우 화가 나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습니다. 카터는 메모를 써서 브라운 장관과 밴스 국무장관에서 슬쩍 넘겼는데, 거기에는 “만약 박정희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주한미군을 전부 철수시키고 말겠다”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박대통령의 연설조 발언이 끝나자 카터 대통령도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인구도 많고 경제도 우세한 한국이 왜 북한이 군사력의 우위를 점하도록 허용했는가'라고 비판을 시작했습니다. 한미관계의 정상화를 목표로 했던 정상회담이 바야흐로 토론장이 될 판이었습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7년 전에 쓰기를 과거 여러 번 정상회담에 배석했지만, 그날의 두 사람처럼 회담 자체를 엉망으로 만든 지도자를 본 적이 없다고 회고록에서 고백했습니다.
카터, 박정희 두 사람은 휴식시간을 갖고 단독회담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단독회담도 말다툼이 됐습니다. 카터는 박대통령이 요구한 철군계획의 완전한 취소요구를 거부하고 아무런 약속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한국의 방위비를 더 지출해서 남북한 전력의 불균형을 감소시켜야 할 것이 아니냐 하고 대들었습니다. 박대통령은 여기에 대해서 방위비 지출을 늘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한국은 북한과 여러 가지로 여건이 다르다고 지적을 했습니다. 카터는 인권문제를 들고 나와서 긴급조치 9호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박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으로 가까운 장래에 해제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격앙된 정상회담을 하고 두 사람이 헤어졌습니다. 카터 대통령이 탄 차가 한 십분 동안 청와대 본관을 떠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전송을 나온 김계원 비서실장은 무슨 일인가 해서 안을 들여다 보니 카터 대통령은 차 안에서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따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글라이스틴은 카터 대통령의 공격에 대해서 오히려 박정희를 변호하는 입장을 취했다고 합니다. 글라이스틴은 이야기하기를 '박대통령은 철군문제에 있어서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아주 난감했을 것입니다. 한국은 또 개발도상국으로서는 방위비를 상당히 많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과거에 한국 군부가 독재로 가려는 것을 우려해가지고 의도적으로 방위비를 더 늘리라는 요구를 자제해왔습니다' 이렇게 설명을 했다고 합니다.
카터 대통령과 글라이스틴 대사가 탄 차는 대사관저에 왔는데, 이 대사관저에 와서도 카터와 글라이스틴은 내리지 않고 또 토론을 하고 글라이스틴 대사는 대통령의 욕을 먹으면서 왜 박대통령이 주한미군 철군 문제에 대해서 자신에게 지겨운 강의를 했느냐 하는 설명을 요구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마지막에 “그러면 각하께서는 박대통령이 무엇을 해주길 바라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카터는 두 가지를 주문했습니다. 한국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의 6%까지 높일 것과 괄목할 만한 인권신장 조치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각하가 돌아가시기 전에 최선의 결과를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약속을 하고 그때부터 한국의 국무총리, 외무장관, 비서실장 등을 통해서 카터 대통령의 불쾌감을 전달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박대통령도 여러 가지 양보를 하고 해서 이 정상회담이 결렬되지 않고 적당히 봉합되었습니다.
그 다음날 카터는 박대통령과 함께 리무진에 동승을 해서 김포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카터 대통령은 박대통령에게 종교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주일학교밖에 다닌 경험이 없는 박대통령은 없다고 했습니다. 카터는 박대통령에게 각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카터 대통령은 “침례교회의 유명한 목사인 김장환 씨를 보낼 테니 우리의 신앙에 대해서 한번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하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이런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박대통령은 미국과 대결할 때 항상 자존심과 국가의 이익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박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도 한국에 대해서 함부로 간섭할 수 없었고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박대통령에게 부탁을 하는 입장이었지 결코 압력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것이 한미관계의 악화로 진행되어서 박대통령이 10·26사건으로 피살되는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만 북한에서 생각하듯이 박대통령이 하나의 식민지 국가의 대표처럼, 또 주한미군 사령관이 총독인 것처럼 그렇게 설명되어지는 것은 사실과 너무나 동떨어졌다, 박대통령은 미국과 맞서서 민족의 자존심과 국가이익을 지킨 분이다 하는 것을 설명드리기 위해서 이상의 에피소드를 소개를 했습니다. 다음 기회에 더 재미있는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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