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새로운 형태의 여성 출현을 알리는 성장소설

Jane Eyre의 Charlotte Bronte(살롯 브론티)(1816-1855)는 ‘暴風의 언덕’으로 유명한 Emily Bronte(에밀리 브론티)와 자매지간이다. 시골의 가난한 목사의 집에서 세계적인 소설가가 두 명이나 나왔다는 것은 奇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님의 섭리일 것이다. 살롯의 형제들은 광막한 히쓰랜드[heathland: 다년생 灌木(관목)인 히쓰가 무성하게 자라는 荒蕪地(황무지), moor]에서 문명의 속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에서 성장하였다.

살롯과 에밀리의 주인공들이 모두 자신들을 억압하는 전통적 가치와 관습에 반항하는 인물이라는 것은 이러한 성장환경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작중 인물들에게는 기존의 질서와 一戰(일전)을 不辭(불사)하려는 맹렬함과 자연과 진실에 바탕을 둔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不屈(불굴)의 의지와 정열과 폭풍과 황무지와 비와 햇빛에 강렬하게 반응하는 詩的(시적)인 감정이 있다.

살롯은 19세 되던 해인 1835년에 고향 Howarth(하우어쓰)로부터 동남쪽으로 20마일 가량 떨어진 Roe Head(로 헤드)에서 교사(오늘날의 가정교사)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로 헤드에서 살롯은 그녀의 빈약한 사회적 지위를 의식하게 되었다. 1830년대의 교육받은 많은 독신여성처럼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정교사뿐이었다. 여성에게 개방된 다른 직종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회적으로나 지적수준으로나 자기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데서 오는 모욕감과 또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그녀는 로 헤드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노예와 같은 것으로 간주하고 쌓인 분노를 글쓰기로 배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새로운 형태의 여자주인공의 출현을 예고하였다. 새로운 여주인공은 평범한 용모와 여성으로 인해 받는 사회적 차별에도 불구하고 自存(자존)과 愛情(애정)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한다. 이런 여성이 제인 에어의 原形(원형)이 된다.

살롯은 또한 낭만적인 사랑만으로 결혼하는 것도 반대한다. 그녀는 학교동창인 Ellen Nussey(엘렌 너시)에게 보낸 1840년 5월 15일자 편지에서 이점을 잘 나타내고 있다:

<…결코 존경할 수 없는 남자와 결혼하도록 설득당하지 마라. 사랑할 수 있는 남자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결혼 전에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온건한 정도의 사랑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렬한 ‘정열’에 관해서 말하자면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로 그런 감정은 보답을 거의 받지 못한다. 둘째로 감정이 보답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런 감정은 일시적일 것이다. 그것은 신혼기간만 지속될 것이고 그 이후에는 그것은 嫌惡感(혐오감)으로 바뀌고 아니면 혐오감보다 훨씬 더 나쁜 무관심으로 바뀔 것이다. 남자의 경우에는 이렇게 되는 것이 확실하다. 여자의 경우에는-맙소사-혼자서 열정적으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나는 감정의 완전한 노예는 아니고 가끔씩만 감정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사랑과 감정을 이성의 통제를 받게 하며 從屬的(종속적)이 아닌 대등한 관계에서 남편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여성- 이런 여성이 ‘제인 에어’의 여주인공 제인의 原形(원형)이 된다.

19세기의 영국여인들은 당시의 어느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머니 없는 아이들과 같았다. 그들은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의존하듯이 남자들에게 의존하였다. 男性優位(남성우위)의 家父長(가부장) 사회에서는 여인들에게 열려 있는 최선의 생존수단은 권력이 있거나 경제력이 있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여성상속권자(the heiress)도 남자가 없이는 재산권을 완전하게 행사할 수는 없었다.

19세기 영국에서 교육받은 가난한 여인이 결혼하지 않고 독립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가정교사를 하는 것이었다. 브론티의 여인들은 이러한 남성위주의 전통에 굴종하지 않는 독립적이고 자존적이며 힘이 있는 인물들이다.

‘제인 에어’의 제인은 부모가 일찍 죽고 외숙모집에서 학대받으며 살고 있는 고아로서 ‘어머니 없는 아이’의 전형이며 남성위주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當代(당대)의 여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제인 에어’는 부모도 없는 女兒(여아)인 제인 에어가 지배계급의 위세 당당한 남성과 대등한 관계로 결혼하고 재산도 확보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로서 여성해방의 선구자적 성장소설이다.


# 2
냉대로 고난을 당하는 어린 고아 제인의 반항

이야기는 寒冷(한냉)함과 쓸쓸함과 追放(추방)의 이미지로 시작된다. 어린 제인은 외숙모 Mrs Reed(리드부인)과 두 명의 사촌 언니들인 Eliza(엘리자)와 Georgiana(죠지아나), 그리고 난폭한 사촌오빠 John(존)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커튼 뒤의 창틀에 앉아 있다.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는 창밖의 겨울풍경과 그녀에게 싸늘한 집안분위기, 그녀가 보고 있는 차가운 북극지방의 揷畵(삽화) 등은 제인이 처해 있는 불행한 현실을 상징하고 있다.

평소에 제인을 못살게 굴던 존이 들어와서 제인의 얼굴을 때리고 제인이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음을 비웃는다. 제인은 격노한다. 이리하여 소설의 처음부터 제인이 처한 사회적 정치적 환경이 설정된다. 여성으로서 제인은 남성의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경제적으로는 無力(무력)하여 고도로 계급화 된 사회에서 살아가기엔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이다.

존의 이유 없는 잔인함에 대한 제인의 반응은 ‘세차게 대들어서’ 소란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제인은 ‘붉은 방’(the Red Room)에 감금된다. 붉은 방은 9년 전에 외삼촌이 죽은 곳인데, 그래서 귀신이 나온다는 방이다. 제인은 부당한 형벌에 반항도하고 애원도 하다가 의식을 잃게 된다.

제인의 외삼촌 Reed(리드)는 邸宅(저택) Gateshead(게이츠헤드)를 포함해서 많은 재산을 남기고 죽으면서 부인에게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부모를 잃어 고아가 된 제인을 맡기며 훌륭하게 양육해 줄 것을 신신당부하였지만 리드부인은 자신의 자식들만 편애하고 제인은 냉대한다.

이러한 냉대에 대해서 제인이 쉽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자신을 犧牲(희생)의 羊(양)으로 간주하고 그런 역을 연출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자기파괴적인 난폭한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히스테리발작은 더 많은 형벌과 희생을 초래할 뿐이었다.


零落(영락)한 어린 고아에게도 열려있는 자유의 기회

붉은 방에서 제인은 추방된 자의 비통한 고립과 희생양의 무력과 희생되는 자의 零落(영락)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가 처한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나의 理性(이성)은 고통스러운 자극으로 인해 일시적이지만 早熟(조숙)해져서 어른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내가 이렇게 당하는 것은 부당해! 부당하단 말이야!” 라고 말했다. 나의 마음은 흥분해서 실제로는 실현 불가능한 가출이나 아니면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죽는 것 같은 이상한 수단을 결심하도록 부추기고 있었다…>

바로 이 순간에 위엄과 성실과 자존심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제인 에어의 원초적인 모습이 태어난다. 그녀는 10세의 어린아이이면서도 자기를 냉대하는 리드부인과의 친척의 緣(연)도 끊어 버릴 만큼 자존심이 강하다:

…나는 당신과 친척이 아닌 것이 기뻐요. 나는 내가 살아있는 한 다시는 당신을 숙모라고 부르지 않겠어요.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절대로 당신을 만나러 오지 않겠어요. 누구라도 나보고 숙모를 좋아했느냐고 물으면, 그리고 당신이 나를 어떻게 대하였는가를 물으면 나는 그들에게 숙모는 생각만 해도 병이 난다고 말하겠어요. 그리고 당신이 나를 너무나 잔인하게 대했다고 말하겠어요.>

살롯의 모든 소설 중심에는 제인처럼 친척관계가 결여되거나 의도적으로 친척관계를 끊어버린 인물이 있다. 이러한 단절은 한 개체를 사회화 이전(pre-social)의 자유롭고 無緣(무연)의 原子(원자)상태로 남겨놓는다. 즉 친족이 없는 개인은 상처받고 이용당하기 쉽지만 또한 계급구조를 뚫고 자신을 발전시키고 타인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귀족주의나 가족주의의 냉대 속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열성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받는다.


도덕성을 억압의 도구로 악용하는 폭군을 만나다

붉은 방 사건 이후 리드부인은 제인을 게이츠헤드에서 50마일 거리에 있는 Lowood(로우드) 자선학교로 보낸다. 로우드는 가난한 사람들의 딸이나 귀족계급 가문 중에서 고아가된 소녀들을 위한 여학교였다. 이 학교의 졸업생들은 대부분 가정교사로 취업하였다. 제인이 학교로 떠나는 날 새벽에 하녀 Bessie(베시)가 그녀를 배웅한다. 베시는 제인에게 적대적인 게이츠헤드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제인을 친절하게 대해준 어머니 같은 인물이었다.

로우드는 교사도 학생도 모두 여자인 여자들만의 학교이다. 이 여성들만의 세계에서 유일한 남자는 학교운영권자인 Brocklehurst(브로클허스트) 목사로서 그는 학생과 교사들 위에 폭군처럼 君臨(군림)하고 있다. 브로클허스트는 공허하고 위선적인 인물이다.

그는 종교와 자선과 도덕성을 이용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구속하고 젊은 여성들을 억압하는 지배계급의 化身(화신)이며 强者(강자)의 거만과 위선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는 로우드의 절대적 統治者(통치자)이다. 제인은 로우드에 오기 전 게이츠헤드에서 그와 대면한 적이 있었다. 리드부인의 요청으로 게이츠헤드를 방문한 브로클허스트는 부인의 일방적인 말만 믿고 제인을 ‘거짓과 속임수에 능한 不良兒(불량아)’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학생들에게 訓話(훈화)하고 있을 때 제인이 긴장한 나머지 들고 있던 石板(석판)을 떨어뜨리게 되자 그는 학생들과 교사들 앞에서 제인을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자이며 진실 된 양떼의 일원이 아니고 주제넘은 사람이며 외부침입자’라고 단정하면서 “그녀를 항상 감시해야 되고 그녀와 교제도 대화도 하지 말 것을 권한다”라며 제인을 맨발로 의자 위에 30분 동안 서있게 한다.

제인은 ‘치욕의 臺座(대좌)위에서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에 ‘견딜 수 없는 창피’를 느끼면서도 반항의 決意(결의)를 다진다:

<…나의 느낌은 어떠한 언어로도 나타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감정들이 내 숨을 질식시키고 나의 목구멍을 조이며 치솟아 오를 때 한 소녀가 다가와서 내 옆을 지나갔다. 지나가면서 그녀는 눈을 들어 나를 보았다. 한줄기 광선이 그 눈에 靈感(영감)을 불어넣었다. 그 빛은 놀라운 감동을 일으키며 나를 뚫고 나갔다! 새로운 감정이 나를 북돋아 주었다. 그 것은 마치 순교자가, 영웅이, 노예나 희생자 옆을 지나가면서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치솟아 오르는 히스테리를 정복하고 머리를 꼿꼿이 들고 의자 위에 단단하게 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