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고난 속에서도 교양인으로 성장한 제인

브로클허스트로부터 부당한 학대를 받고 있는 제인이지만 로우드에는 그녀를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사람들도 있다. 교장(superintendent)인 Miss Temple(템플)과 선배인 Helen Burns(헬렌 번즈)는 善意(선의)로서 제인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대해 준다. 미혼의 미스 템플은 브로클허스트의 명령을 거부할 만한 권한은 없었지만 인간적인 매력과 정신적인 힘을 가진 훌륭한 여성교육자이다.

리드家의 사람들과는 달리 그녀는 귀족계급출신이지만 俗物(속물)은 아니다. 베씨처럼 단순히 동정심만 있는 것이 아니고 존경할 만한 인격을 갖추고 있다. 템플은 雇用(고용)교장이기 때문에 학교를 자신의 뜻대로 경영할 수는 없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조금이라도 견디기 좋도록 하기 위해 조용히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브로클허스트의 家父長的(가부장적) 권위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지는 않으면서도 母性的(모성적)인 이해와 부드러운 感性(감성)으로 학교를 이끌어 갈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브르클허스트로 대표되는 사회적 편견과 暴壓(폭압)으로부터 제인을 보호하고 보살펴 줄 뿐 아니라 제인의 知的(지적) 성장을 고무하고 격려하며 제인의 인격적 성숙과정에 큰 영향을 준다:

…내가 성취한 敎養(교양)의 가장 훌륭한 부분은 템플교장선생님의 가르침 때문이다. 교장선생님과의 우정과 교제는 언제나 위로가 되었다. 나에게는 교장선생님은 어머니가 되고 가정교사가 되고 나중에는 동반자가 되었다… 나는 그녀의 인격과 습관으로부터 많은 것을, 즉 보다 더 조화로운 사고방식을 받아 들였다. 감정을 보다 더 잘 통제하게 되었다. 의무와 질서에 충성하게 되었다. 차분하게 되었다. 만족하다고 믿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심지어 내가 보기에도 나는 수양이 된 조용한 인격의 사람이었다.

헬렌 번즈는 반항적인 제인과 대조를 이루는 인물이다. 그녀는 나이에 비해 정신적으로는 早熟(조숙)하고 의지가 강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면 서툴고 실수가 많은 학생이다. 헬렌은 교사로부터 심하게 질책을 당해도 변명이나 불평은 전혀 하지 않고 형벌의 고통을 슬픈 諦念(체념)으로 대체한다.

그녀는 신앙심이 매우 강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며 신비적이고 현세의 無意味(무의미)와 덧없음을 확신하고 있는 夢想的(몽상적)인 소녀이지만 인간적인 접촉과 가족의 사랑에 굶주려 있는 제인에게는 자매와 같은 사랑을 베푼다.

그녀는 브로클허스트로부터 받은 모욕적인 형벌 때문에 참담한 상태에 빠져있는 제인에게 스스로 다가가서 “온 세상이 너를 미워하고, 너를 사악한 사람이라고 믿더라도 너 자신의 양심이 너를 인정하고 죄가 없다고 판정한다면 너는 결코 친구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제인의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한다.

헬렌은 폐결핵으로 죽음에 臨迫(임박)한 상태에서도 슬퍼하지 않고 來世(내세)에 대한 열망으로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제인, 난 매우 행복해.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더라도 절대로 슬퍼하지마. 슬퍼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 우리는 언젠가는 모두 죽는다. 나를 죽이고 있는 병이 고통스럽지 않다. 병은 부드럽게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내 마음은 편안하다. 내가 죽어도 크게 슬퍼할 사람도 없단다. 아버지가 계시지만 최근에 재혼하셔서 그렇게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려서 죽기 때문에 삶의 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잘 살아 갈 수 있는 자질이나 재능이 없어…”>

제인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이 배어있는 헬렌의 종교적 苦行(고행)을 실천할 수는 없었지만 헬렌에게서 신앙의 힘으로 현세의 고통을 인내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게 된다.

미스 템플이 제인의 과거를 조사한 후 전교직원과 학생들을 소집하고 그 들 앞에서 ‘제인에 대한 모든 비방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제인의 누명을 벗겨 준다. 제인은 “슬픔의 짐”에서 벗어나서 학교생활에 적극 참여하게 되고 모범생이 된다.


# 4
흥분과 공포가 기다리고 있는 세상으로…

제인 에어는 로우드에서 8년 동안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 그녀는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모교의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2년을 평온하게 보내었다. 그러나 그녀의 정신적인 支柱(지주)이던 미스 템플이 어떤 훌륭한 聖職者(성직자)와 결혼하여 멀리 떠나자 제인의 가슴에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불안과 감동과 흥분과 恐怖(공포)가 기다리고 있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삶에 대한 참된 지식을 추구하고 싶었다.

제인 에어는 로우드에서 역마차로 네시간 거리에 있는 Thornfield(쏜필드)에서 연봉 30파운드의 가정교사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쏜필드는 城(성)처럼 거대한 저택이다. 쏜필드의 주인 Rochester(로체스터)는 40세의 부유한 大地主(대지주, squire)이다.

그는 姻戚(인척)이 되는 Fairfax(페어펙스)부인에게 家事(가사)를 모두 일임하고 여행과 방랑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제인이 가르치게된 Adele(아델러)는 로체스터의 아이가 아니고 그가 파리에 있을 때 사귄 프랑스여인의 私生兒(사생아)이다.

패어팩스 부인은 조용하고 친절한 성품을 가진데다 교양이 있었고 제인을 숙녀로 대우하면서 제인에게 아델러의 지도에만 전념하게 하고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았다. 아델러는 재능이 뛰어난 아이는 아니지만 제인의 지도를 잘 받아들였다. 제인은 패어펙스 부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고 아델러를 좋아하게 되었다.

하인들도 마음에 들었다. 제인은 쏜필드의 평화롭고 조용한 생활이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제인의 내면은 ‘일상의 안전과 평안함’에 지겨워지게 된다. ‘모든 것이 수동적인 삶’에 激動(격동)과 변화가 오기를 기대한다. 깊이를 측량할 수 없는 암흑의 밤하늘과 달과 별을 보며 가슴을 설레게 된다. 그녀는 아직 20도 채 안된 소녀이기에 憧憬(동경)과 渴望(갈망)의 불길을 잠재울 수가 없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들녘과 丘陵(구릉)을 넘어 듣기만 하고 아직 보지는 못한 바쁜 세상, 생할의 활기로 가득 찬 마을과 도시와 地域(지역)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여기 쏜필드 사람들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과 교제를 하고 지금보다도 더 실제적인 경험을 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나를 꾸중하고 만족을 모르는 인간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나의 본성 속에는 불안정함(restlessness)이 있었다.”>


강력한 남성에 끌리는 것이 여성의 본능이지만…

오래 동안 여행 중이던 로체스터가 쏜필드로 돌아온다. 제인은 로체스터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그에게 끌리게 된다. 인생에 대한 경험을 갈망하는 젊은 제인은 ‘검은 얼굴과 엄숙한 표정과 강한 모습’의 로체스터에게 거의 본능적으로 강력한 인상을 받게 된다.

강력한 남성에게 낭만적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위해 희생하고 그 사랑에 완전히 굴복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 것은 여성의 본능에 속하는 性向(성향)이고 인생의 경험이 없는 젊은 여성일수록 이러한 유혹에 자신을 내맡기기 쉽다. 강렬한 감정의 유혹에 굴복한다는 것은 자기 파멸의 길이 될 수도 있다.

제인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녀는 뜨거운 정열과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낭만적인 여성이다. 더구나 제인의 외로운 삶이 사랑을 더욱 더 절실하게 渴求(갈구)하게 한다. 그녀는 계모에게 학대받는 신데렐라처럼 서러움 속에 성장한 고아이며 지위나 재산도 없는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고 보호해 줄 왕자에 대한 그리움이 보통사람보다 더 강할 것이다.

사랑을 渴求(갈구)하는 제인의 이러한 정열은 불행을 자초하는 위험한 불길일 수도 있다. 그녀는 사랑을 하면서도 정열의 파도에 溺死(익사)하지 않도록 이성의 힘으로 사랑을 통제해야한다.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낭만적인 사랑을 거부해야한다. 그녀
는 맹목적 사랑의 위험성에 대해 항상 경계하면서 사랑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위험- 그녀의 남녀평등사상

제인의 사랑의 旅程(여정)에 수반되는 또 하나의 위험은 그녀의 남녀평등사상이다. 그녀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을 남성과 차별하는 사회적 通念(통념)에 反旗(반기)를 든다:

<사람으로 하여금 평온한 생활에 만족해야 된다고 말하는 것은 헛된 짓이다. 사람은 행동해야 한다. 행동할 일을 발견하지 못하면 그것을 만들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제인)보다도 더 평온하게 살도록 운명 지어진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운명에 말 없는 반항을 한다. 정치적 반란 말고도 지구를 덮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반란을 꿈꾸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여자는 일반적으로 조용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자도 남자와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고 남자들과 똑같이 노력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있어야 한다. 그들도 너무 엄한 제약과 너무나 절대적인 停滯(정체) 때문에 남자들만큼 고통 받는다.>

여자는 푸딩을 만들고, 양말을 꿰매고, 피아노를 치고, 가방에 繡(수)를 놓는 일에만 전념해야 된다고 말하는 것은 더 많은 특권을 부여받은 동료 被造物(피조물- 남성)들의 속좁은 생각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