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사회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는 불가능한가?

‘연애하는 여인들’은 로렌스의 사회에 대한 거부감을 가장 강렬하게, 그리고 가장 훌륭하게 표현한 소설이며 당대의 지배이념에 대한 그의 견해와 그의 사상이 精巧(정교)하게 그려져 있어 로렌스 자신의 사상적 진술서와 같은 소설이다.

로렌스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했다. 이것은 일종의 새로운 개성을 가진 자유로운 개인(individuality)을 의미한다. 그는 高潮(고조)된 의식의 소유자는 현재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랄드가 버킨에게 “우리의 사회는 어디에 있나?”라고 물을 때 버킨은 “그 사회를 만들어야지. 세상에 맞추기 위해서 자신을 자르지 말고 세상을 잘라서 너 자신에게 맞도록 해야 한다. 사실, 두 명의 예외적인 사람만 있어도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자네와 나, 우리 둘이서 또 하나의 분리된 세계를 만드는 거다”라고 말한다.

‘연애하는 여인들’은 버킨의 말대로 “사회라는 감옥의 벽에 구멍을 뚫는 것”이다. “연애하는 여인”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사회와 遊離(유리)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연애하는 여인들’은 사회적 세계(social world)의 위협에 대항하는 의식을 가진 개인이 자유를 위해 탈출하고 싶어하며, 자유의 획득이 쉽지 않고 해방과 속박[사회적, 性的(성적), 경제적, 문화적 속박]사이의 긴장이 持續的(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상황을 창조한다.

버킨은 소설 전체를 통해서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自足的(자족적)이 되기를 원한다:

〈“옛날 방식의 사랑은 끔찍한 구속이며 일종의 강제 徵集(징집)같은 것이다. 그는 자신 속에서 혼자 되고 여자는 그녀 자신 속에서 혼자되기를 원했다. 타인과의 심각한 연결을 형성할 필요가 있는가? 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흘러가지 못하는가? 그런데도 그는 심각한 삶에 얽매이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가능한 한 사회와 분리되기를 원하고 직장도 당장 그만 둘 수 있다고 느끼지만 세상과 연결해서 살아야 하는 것이 그의 운명이다. 그가 “사람이 최종적으로 가지기를 원하는 것”은 “아마 (연인과)함께 있는 자유일 것입니다” 라고 어슈라에게 정의할 때 그 정의 자체가 逆說(역설)이고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사랑의 욕망이 그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게는 사랑은 강제징집처럼 자유를 구속한다. 그는 사람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허마이온의 환송오찬에 참여함으로써 어슈라와 싸움을 일으키는 계기를 만든다.

소설은 사회적 세계의 상황으로 들락날락하는 버킨을 보여준다: 櫻草(앵초)꽃밭에서 나체로 뒹구는 사람(버킨)이 할리데이의 런던 아파트에서는 “적절하게 옷을 입으려는 시도에서 실패한 사람같이 보인다.” 버킨의 자랑스러운 獨身(독신, singleness)은 ‘함께 있는 자유’에서만 성립되는 것 같다.

버킨은 어슈라와 함께 현실에서 즉시 떠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생각은 逆(역)으로 그가 여전히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것을 암시한다. 버킨은 사실상 자신의 말과는 다르게 고립보다는 타인과의 관련에 더 많은 의미를 두는 것이다:

〈“자유롭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말했다.
“자유로운 곳에서 몇몇 사람들과 자유롭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말했다. ‘몇몇 다른 사람들’이라는 말이 그녀를 우울하게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소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는 말했다.
“그것은 당신과 나와의 완벽한 관계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완벽한 관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자유롭게 되는 것입니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버킨과 같은 개인(individuality)에게 어떤 종류의 자유가 가능한지를 물어보고 있다. 폼파두어 카페의 인물들은 그들이 의도적으로 자유로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반 사람들과 구분된다. 제랄드가 그들에 대해서 “모두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느냐?”라고 질문할 때 버킨은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 또 다른 면에서는 모두들 얽매여 있다” 라고 답한다.

할리데이 아파트의 젊은이들은 의도적으로 나체가 됨으로써 관습으로부터의 자유를 과시하지만 그들은 그들 자신의 일상의 반복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다. 버킨은 사실상 자유롭지도 않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혼자도 아니다.

그의 독신주장과 귀족적인 자부심은 끝까지 버티지 못한다. 제랄드의 죽음 앞에서 그가 “자네는 나를 사랑했어야 했는데”라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에게도 ‘마음의 배고픔’과 ‘한 인간과의 영원한 연대’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가 그토록 집요하게 주장하는 자유는 제한을 엄격히 받을 수밖에 없다. 버킨과 어슈라는 영국이라는 사회를 탈출하여 해외로 도피하지만 그들은 다시 영국의 물레방아로 돌아온다. 이 곳이 그들의 자유에 대한 실험의 종착점이다. ‘연애하는 여인들’은 버킨이 집착하는 단순한 진리를 끊임없이 거부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는 셈이다.


# 10
버킨이 希求(희구)하는 이상적인 남녀 관계

버킨이 바라는 남녀관계는 ‘둘이 하나가 되는 것'(two in one)이 아니고 ‘분리된 상태에서의 상호 일치관계'(a mutual unison in separateness)이다. 외부세계의 무자비한 압력을 받고 있는 인간에게는 개성의 유지가 압도적으로 중요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개성을 抹殺(말살)하는 현대의 기계문명에 저항하는 것은 깨어 있는 현대인에게는 매
우 중요한 일이다.

버킨은 여자에게 굴복하지 않는 것이 기계에 대한 저항과 동일시된다. 버킨은 ‘여자와의 완벽한 결합’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개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자에게 굴복할 수 없다.

그는 한 여인에게 항복하는 것은 그 여인에게 이용당하는 것이고 하나의 도구로 축소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축소는 해체와 동일시되는 개념으로 유기적이고 창조적이었던 원초적 인간의 말살을 의미한다.

섹스는 남자와 여자의 독립성을 파괴한다

버킨의 이러한 생각은 로렌스의 섹스에 대한 그의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한다. '연애하는 여인들' 이전의 '무지개'(The Rainbow)같은 소설에서 로렌스는 섹스를 남녀가 하나로 결합하는 수단으로서 뿐 아니라 남녀 어느 한쪽 보다 더 높은 차원의 결합(union)에서, 개별성(separateness)을 超越(초월)하는 수단으로 그리고 있다.

이 때까지의 로렌스는 섹스를 聖靈(성령)의 구체적인 發露(발로)로 간주하고 있다. 버킨은 이러한 개념에 반기를 들고 섹스를 '충족이 아닌 하나의 기능적인 과정'으로 생각하고 성적 욕망의 충족을 물의 세계에서 갈증을 해결하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생각하는 첫 인물이다.

섹스에 대한 그의 嫌惡(혐오)는 섹스는 남자와 여자의 독립성을 파괴하고 일단 섹스에 초월적 가치를 부여하게 되면 남녀 각자는 불완전한 존재가 된다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신 속에 혼자로 남아 있는 존재'가 되려는 욕망에서 버킨은 여자와의 관계를 맺으면서도 '결혼의 집'을 무지개처럼 서로 연결된 아치가 아니라 각각 분리된 기둥 위에 세우기를 소망한다.

개인이 우선이라는 버킨의 주장은 제랄드의 困窮(곤궁)함과 대비하면 힘을 얻게 된다. 왜냐하면 제랄드와 거드룬과의 관계는 '사랑의 자기 抛棄(포기)적인 합병과 혼합'의 예가 되기 때문이며 버킨은 이러한 관계를 '可恐(가공)한' 것으로 단정한다.

여성은 모두 남성을 창출하고 흡수하는 大母(대모)이다

버킨은 어슈라와 허마이온을 ‘만물을 창출하고 만물을 흡수하는' 大母(대모, the Great Mother/Magna Mater)와 동일시하고 있다. 그는 허마이온을 “屈從(굴종)하지만 실제로는 가공스럽고 음흉한 오만과 여성적 압제로서 자신의 것을 챙기는 ‘슬픔에 잠긴 聖母(성모)/슬픔에 잠긴 어머니(the Mater Dolorosa)'로 생각하고 어슈라를 자신에 대해서 지나친 우월감을 가진 ‘무섭고도 오만한 생명의 여왕’으로 간주한다.

거드룬도 제랄드가 복종을 바치는 대모이다. 어슈라, 허마이온 및 거드룬은 모두 남성을 창출하면서 남성을 흡수해버리는 대모들이며 남성들은 개성을 지키기 위해서 대모의 지배력을 깨뜨리고 대모의 흡수력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 버킨의 생각이다.

그는 사랑에 있어서 분리보다는 합병을 원하고 남성을 흡수하고 지배하려는 “대모에 대해서 공포심을 가지고 있으며 대모는 그에게 밉살스럽게 보인다.” 버킨이 공격하는 것은 어슈라에게서 나타나는 대모의 모습이다.

버킨이 달밤에 연못에 돌을 계속 던지며 연못에 반사되는 달빛을 깨뜨리려고 시도하는 유명한 장면은 여성의 지배력에 대한 버킨의 반항을 상징적으로 표출한다. 달은 관능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하며 ‘순수한 남성’을 자궁으로 집어삼키는 여성이다.

킨은 연못에 돌질을 하기 전에 시빌리(Cybele, 자연의 여신)를 저주하면서 죽은 꽃을 물 위에 던진다. 그에게는 전통적인 남녀관계는 죽은 꽃과 같으며 죽은 꽃을 던지는 것은 죽어버린 형태의 관계를 放棄(방기)하려는 그의 결심을 암시하는 것이다.

어슈라는 버킨의 강박적인 행동을 몰래 지켜보면서 마치 자신이 ‘땅 위에 쏟아져 사방으로 흩어지는 물’ 같이 느끼며 “당황”해 한다. 어슈라가 당황하는 것은 버킨이 광적으로 말살하려고 하는 연못의 달은 여성인 그녀 자신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버킨은 본능을 상징하는 이미지인 ‘연못의 어두운 물’의 순수를 파괴하는 달빛을 파괴하려고 하지만 연못 위의 달빛은 언제나 되돌아온다. 이 장면의 클라이막스는 버킨의 부드러운 키스가 어슈라의 ‘이전의 파괴적인 불길’을 지피게 되고 버킨도 파괴적인 정열의 불길에 저항할 수 없어서 자신이 ‘부서지고(shattered) 파괴되는(destroyed) 것’을 느끼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