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베네트 부인의 소원이 성취되다

엘리자베스는 제인의 행운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베네트 부인은 제인이 부유하고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남자인 빙글리와 결혼하게 되어 “너무나 기뻐서 밤에 한 숨도 자지 못했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캐서린 고관귀족부인이 거만한 자세로 롱번에 나타난다. 부인은 엘리자베스에게 달시와 결혼하지 말 것을 요구하러 온 것이다. 부인은 그녀의 딸과 달시는 어릴 때부터 약혼한 사이이기 때문에 “당신이 갈망하는 달시와의 결혼은 결코 있을 수 없어요”라고 엘리자베스에게 강경한 語調(어조)로 말한다.

엘리자베스가 “그렇다면 부인께서는 그가 내게 청혼할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하자 부인은 “당신은 예절과 품위도 없나요? 그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의 사촌(미스 더 부르)과 결혼하기로 약정되었다고 내가 말한 것을 듣지 않았나요?”라고 말한다.

이에 엘리자베스는 “예,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저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의 어머니와 이모가 미스 더 부르와 결혼하기를 원했다는 것을 내가 안다는 것 외의 다른 이유가 없다면 제가 부인의 조카와 결혼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부인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녀는 또 高位貴族(고위귀족) 家門(가문)의 달시가 낮은 가문의 엘리자베스와 결혼한다는 것은 凡節(범절)에 어긋나고 분수를 망각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캐서린 부인이 憤慨(분개)하자 “저의 아버지는 신사(gentleman)이고 저는 신사의 딸입니다. 우리는 동등합니다”라며 달시와 자신과의 신분상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부인은 달시를 설득하여 자신의 의지를 기필코 관철하겠다고 말한 후 롱번을 떠난다.

달시가 엘리자베스를 찾아온다. 그는 姨母(이모) 캐서린 부인을 통해서 엘리자베스가 전과는 달리 자신에게 호의적이라는 것을 感知(감지)하고 그녀에게 청혼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그는 엘리자베스에게 “당신의 생각이 지난 4월과 동일하다면 그렇다고 말해 주십시오. 저의 애정과 소망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당신의 말 한 마디가 이 문제에 대해서 나를 영원히 침묵시킬 것입니다”라고 사랑을 고백한다. 엘리자베스는 “그때 이후로 달시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큰 실질적인 변화(so material a change)를 겪었기 때문에 그를 감사하고도 행복하게 받아드릴 수 있게 되었다”라고 답한다.


엘리자베스와 달시 두 사람은 정신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서로 이해하고 交感(교감)하게 된다. 달시는 “당신은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매우 유익한 교훈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나는 당신에 의해서 겸손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사랑 받을 만한 여인에게 얼마나 부적절하게 대하였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라며 자신이 과거에 너무 謹嚴(근엄)하였다는 것을 반성한다.

엘리자베스는 “당신이 정말로 온화한 분이 아니었더라면 저의 반항적인 태도 때문에 저를 미워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자신을 외견상으로 근엄하게 보이도록 가장하였을지라도 당신의 감정은 항상 고귀하고 정의로운 것이었어요”라며 달시의 아름다운 내면을 높이 평가한다.

엘리자베스와 달시는 결혼한다. 그들은 그들이 리디아와 위컴까지 금전적으로 도움을 줄만큼 주변 사람들을 너그럽게 포용하고 감사하면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10
가치판단의 절대적 기준은 神이지 인간이 아니다

‘傲慢과 偏見’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오만의 罪(죄)에 관한 것이다. 오만은 기독교에서는 큰 죄이다. 오만은 자신에 대해서는 만족하면서 타인을 낮추어 보거나 타인에 대해 편견을 가진다. 달시의 오만은 그가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하고 거절당하면서 겸손해져 간다.

고위 귀족가문 출신이라는 높은 사회적 지위와 대지주로서의 거대한 副(부)와 높은 자존심에 걸맞은 고귀한 인격을 갖춘 달시로서는 시골 신사계급 출신의 엘리자베스로부터 청혼을 거절당하는 것이 하나의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으며 그는 이를 계기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면서 의식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가 배워야 하는 것은, 인간의 사회적 지위는 生得的(생득적)인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서 우리의 사회적 권리를 획득해야 한다.

엘리자베스도 오만의 죄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그녀의 오만은 달시의 그것만큼 타인들의 눈에 확연히 드러나지 않을 만큼 微妙(미묘)할 뿐이다. 그래서 그녀의 계몽에는 소설 전체가 동원된다.

우선 그녀는 자신이 오만의 죄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관찰력이 뛰어난데다 아버지를 닮아 타인의 어리석은 짓과 허영을 즐긴다. 그녀는 자신의 실수는 보지 못하지만 타인의 실수는 모두 보게 된다.

미스 빙글리와 허스트 부인의 거짓된 우정은 제인은 속여도 그녀를 속이지는 못한다. 그녀는 그들을 눈 아래로 본다. 그녀는 윌리암 루카스卿(경)이나 콜린즈의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재빨리 간파하고 이를 즐긴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비합리적일 만큼 달시를 나쁘게 생각하고 반면에 위컴이 문제가 있는 인간이라는 증거가 드러나도 그를 좋게 생각한다. 誤謬(오류)의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知覺(지각)과 판단을 확신하는 자만심이 엘리자베스의 지배적인 특성이다.

달시와 엘리자베스는 ‘諷刺的(풍자적)’이라는 면에서 닮아 있다. 그들은 타인을 지속적으로 낮게 평가한다. 이 점에서 그들은 빙글리-제인 커플과 대조를 이룬다. 빙글리와 제인은 자신들에 대해 겸손하고 타인에 대해서는 너그럽다. 빙글리는 메리턴 사람들을 좋게 평가하고 달시는 그들을 나쁘게 본다.

달시는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확신한다. 빙글리는 너무 자신이 없어서 제인이 그의 사랑을 받아 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엘리자베스는 제인의 솔직함과 타인을 좋게 평가할 수 있는 자질을 찬탄해 마지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엄격한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제인의 너그러운 성품에 대해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제인은 미스 빙글리를 너무 좋게 생각했고 위컴의 정체를 꿰뚫어 보지 못하였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녀는 빙글리와 달시의 선한 성품을 정확히 알아보았다:

〈…모든 사람들은 달시에 대한 진실을 알기도 전에 그를 항상 싫어해 왔다는 생각을 즐겼다.
미스 베네트(제인)는, 허터포드셔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만, 달시에게는 情狀參酌(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온화하고 유순한 성격의 제인은 언제나 정상참작을 호소하면서 오해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제인 외의 모든 사람들은 달시를 최악의 인간으로 낙인찍었다〉

엘리자베스가 살롯과 콜린즈의 전격적인 결혼으로 인해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끼고 인간에 대한 실망을 느끼고 있을 때에 “그러한 감정에 굴복하지 마라. 그런 감정은 너의 행복을 파괴할 것이다”라고 엘리자베스의 실망에 답하는 사람은 제인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세상을 차갑게 보는 것은 지각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보다 우월한 것도 아니고 誤謬(오류)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선의로 좋게 생각하는 제인의 偏向的(편향적)인 성향은 때때로 그녀의 지각력을 鈍化(둔화)시켜서 그녀로 하여금 빙글리 자매에 대해 오판하도록 하지만 이러한 오판은 냉철한 지각이 범하는 오류보다는 낫다는 것이 제인 오스틴의 생각이다.

엘리자베스의 否定的(부정적)인 성향에 대한 반대자로서의 제인의 역할은 엘리자베스의 실수와 省察(성찰)과 지적 성장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엘지자베스의 奔放(분방)한 知的(지적) 참여는 오판과 실수와 誤謬(오류)를 동반할 수도 있지만 그 참여로 인해서 참여를 회피하면서 판단을 내리는 제인과는 달리 知覺(지각)의 能力(능력)을 향상시키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달시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심한 편견은 제인의 긍정적인 관점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엘리자베스는 편견의 是正(시정)과정에서 심적인 갈등과 내적 성찰을 경험한다. 많은 비평가들은 “복잡한 성격의 사람들이 가장 큰 즐거움을 준다”라는 엘리자베스의 말에 동의한다.

달시와 엘리자베스는 오만과 편견으로 인해 도덕적 오류를 범하지만 우리는 엘리자베스의 지성을 제인의 순진성으로 대체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며 달시의 一貫性(일관성)보다는 빙글리의 柔軟性(유연성)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인 오스틴이 생각하는 진정한 기독교인은 上記(상기) 네 인물의 장점을 고루 갖춘 사람일 것이다. 엘리자베스와 달시는 인간을 항상 오류의 가능성이 있는 비관주의적인 존재로 간주하는 데 이러한 인간관은 적절히만 적용되면 위대한 도덕적 자질이 될 수 있다.

엘리자베스와 달시가 습득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소중한 지식은 그들의 懷疑的(회의적)인 知的(지적) 思考(사고)의 결과이다. 제인의 순진성과 빙글리의 柔軟性(유연성)은 엘리자베스와 달시로 하여금 그들의 지적재능을 활용하여 기독교적인 德目(덕목)을 갖추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엘리자베스와 달시는 자신을 낮추고 타인에게 자선을 베풀며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엘리자베스와 달시가 지적인 오만에서 탈피하여 겸손한 인간으로 변화하는 것은 인간은 원죄를 가진 불완전한 존재라는 기독교적 비관주의의 인간관을 반영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의 도덕교육의 주제는 개인의 신념을 옹호하기보다는 책망하는 것이다. 가치판단의 절대적 기준은 神(신)이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