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망의 황무지에서 희망을 가지고 재생을 꿈꾸는 이야기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는 스콧 핏제랄드(F. Scott Fitzgerald)의 가장 뛰어난 소설로 간주된다. 그는 이 소설의 대부분의 인물들처럼 西部사람(Westerner)으로서 1896년 9월24일에 미네소타州(주)의 세인트 폴(St. Paul)에서 태어났다. 1917년에 프린스톤(Princeton)대학을 졸업하고 1차 세계대전 중에는 육군소위로 미국 본토에서 복무하였다.

1920년에 ‘천국의 이 쪽’(This Side of Paradise)을 발표한 후 一躍(일약) 유명작가가 되고 뛰어난 미모에 재능을 갖춘 젤다 세이어(Zelda Sayre)와 결혼했다. 핏제랄드 內外(내외)는 1920년대를 대표하는 가장 저명한 부부가 되었으며, 핏제랄드는 이 시기를 “劇壇(극단)의 흥행주들은 回曲(회곡)을 달라고 애원하고 영화계에서는 각본재료를 받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시대의 대변인 뿐 아니라 시대의 산물로 규정되어 버렸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와 젤다는 뉴스 그 자체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결혼에 혼돈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하였으니, 젤다가 정신병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1947년 핏제랄드보다 몇 년 앞서 요양소에서 他界(타계)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핏제랄드는 금전적으로도 성공했지만 낭비벽이 심해 수입과 지출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핏제랄드는 1934년 ‘밤은 정겨워’(Tender is the Night)라는 훌륭한 소설을 발표했으나 비평가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책도 잘 팔리지 않았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經濟恐慌(경제공황)이 계속 되는 동안 문학적 조류가 프롤레타리아 소설로 방향을 돌려 노동자 농민이나 移民(이민)들의 고난에 관한 작품이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 비평가들은 ‘밤은 정겨워’를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장기간의 알콜 중독과 아내의 발광 및 ‘밤은 정겨워’의 실패는 그의 죽음을 재촉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20세기의 인간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認識(인식)하고 씨름하는 핏제랄드의 苦惱(고뇌)와 사상이 담겨있는 소설이다. 핏제랄드가 인식한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는 東西古今(동서고금)을 통해 인간사회를 管掌(관장)하고 지배하는 궁극적인 원칙-플라톤의 이데아나 초월적인 神(신)의 不在(부재)-이다.

20세기의 餘他(여타) 일류 지식인들처럼 핏제랄드는, 현대에는 賢者(현자)들이 알려주는 궁극적인 원칙이 존재하지 않으며 현대인은 ‘천국의 이쪽에 놓여 있는’ 우주와 정면으로 對應(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불변의 가치나 법칙이 존재하는 플라톤적(Platonic) 세계관 대신에 流轉(유전)과 力動的(역동적)이며 예측불가능의 헤라클레스적(Heraclitean) 우주관이 20세기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래서 과거는 재생이 불가능하고 미래는 예측을 허용하지 않고 각 순간은 독특하고 반복과 逆轉(역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핏제랄드는 20세기의 인간은 이렇게 희망이 없는 생존조건에 투입되어 있지만 압도당하고 좌절하지 말고 상황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그나마 인간이 가진 최선의 선택이라고 간주했다.


# 2
삶에 희망을 주는 모든 약속에 고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는 인간생존 조건의 一回的(일회적)이고 流轉(유전)적인 절망의 荒蕪地(황무지)에서 無謀(무모)하게도 희망을 가지고 재생을 꿈꾸는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새롭고도 완벽한 세계에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려는 꿈의 이야기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닉 캐러웨이(Nick Carraway)라는 인물이 回顧的(회고적)으로 서술하는 一人稱(일인칭) 視點(시점)의 소설이다. 닉은 그가 젊을 때 아버지로부터 들은 '타인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가능하다면 그 비판을 留保(유보)하라'는 교훈을 명심하며 살아 왔다.

그러나 그는 동부에서 귀향한 이후로 판단을 留保(유보)하고 기다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는 인간정신의 내면에로의 여행에 대한 흥미를 상실한다. 다만 개츠비는 예외이다. 닉에게 개츠비는 ‘내가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개츠비는 ‘1만 마일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기록하는 지진계처럼’ 삶에 희망을 주는 모든 약속에 고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물이다. 개츠비의 감수성은 ‘내가 지금 까지 누구에게도 볼 수 없었고 앞으로도 다시는 찾지 못할 낭만과 희망에 대한 특별한 재능’이다. 닉으로 하여금 인간의 좌절된 희망과 비애에 눈을 감게 만든 것은 개츠비가 아니고 ‘그(개츠비)의 꿈이 사라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먼지’ 같이 추악한 현실이다.

1915년에 대학을 졸업한 닉은 고향 중서부 지방의 단조로운 삶을 피해 동부의 뉴욕으로 와서 채권회사(bond business)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롱아이런드灣(만, Long Island Sound)의 沿岸(연안)에 있는 웨스트 에그(West Egg)에 居處(거처)를 구한다. 그의 집은 바다에서 50야드 거리에 있다. 그의 집 오른쪽에는 대리석으로 된 풀장과 40에이커의 잔디밭과 정원이 있는 개츠비의 호화맨션이 있다.


매혹적인 데이지, 부유한 거인 톰 부캐넌, 골프 챔피언 조단 베이커

계절은 綠陰(녹음)이 짙은 여름이다. 닉은 롱아일런드灣 건너편 부유층 거주지역인 이스트 에그(East Egg)에 살고 있는 데이지(Daisy)와 톰 부캐넌(Tom Buchanan)夫婦(부부)를 방문한다. 데이지는 닉의 6촌이고 톰은 대학시절의 친구이다. 닉은 전쟁이 끝난 뒤에 시카고에서 그들과 이틀을 함께 보낸 적이 있었다.

톰의 집은 엄청나게 부유하여 톰은 대학시절에 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톰과 데이지는 시카고를 떠나 웨스트 에그에 머물고 있었다. 톰과 데이지는 프랑스를 비롯해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곳과 폴로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고 여행하며 살아왔다.

톰과 데이지는 1/4마일의 거리에 있는 해변까지 정원이 뻗어있는 식민지 시대 樣式(양식)의 화려한 저택에 거처를 정하고 있었다. 톰은 30세의 미식축구선수 출신으로 거만하며 정서가 불안정하고 거친데다 화를 잘 내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는 친구인 닉에게도 위압적으로 대한다.

닉과 톰이 거실에 들어갔을 때 데이지는 조단 베이커(Jordan Baker)라는 여자 골프선수와 함께 있었다. 데이지는 매혹적인 음성과 밝은 눈빛의 미인이었다. 조단은 날씬하고 곧은 몸매와 ‘창백하고 매력적이며 불만스러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데이지는 닉에게 개츠비를 안다고 말한다. 저녁 만찬에서 데이지는 다친 손가락을 보여주며 ‘이것이 덩치가 엄청나게 큰(hulking) 짐승 같은 사람과 결혼한 것에 대한 보답’이라며 톰을 공격한다. 톰은 ‘덩치가 엄청나게 크다는 말’은 싫다고 투덜거린다.

톰은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를 하며 白人優越主義(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한다. 전화가 왔다는 執事(집사)의 말을 듣고 톰이 식탁을 떠난다. 데이지는 가족의 비밀이라며 지금 본 그 집사는 前에 은그릇 회사에서 은그릇 닦는 일을 일하다가 은 중독으로 코가 망가졌다고 말한다.

데이지가 자리를 뜬다. 옆방에서 톰과 데이지가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미스 베이커는 톰에게 방금 전화한 사람은 톰의 애인이라고 알려준다. 톰과 데이지가 식탁으로 돌아온다. 톰과 베이커는 書齋(서재)로 자리를 옮기고 닉과 데이지는 베란다에서 황혼을 바라보며 대화를 한다. 닉은 데이지의 얼굴에서 감정의 격한 소용돌이를 본다. 데이지는 모든 일이 엉망이라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닉은 데이지가 톰과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데이지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닉은 혼돈과 역겨움을 느낀다. 닉은 强風(강풍)이 불고 있는 정원 잔디밭의 롤러 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때 그는 이웃집의 개츠비가 어두움 속에서 캄캄한 바다를 향해 두 손을 뻗치고서 바다 건너편에 있는 ‘단 하나의 푸른 불빛’(a single green light)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불빛은 데이지의 맨션에서 나오는 빛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