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캐서린의 狂亂(광란)과 發病(발병)

캐서린은 이사벨라를 유혹하지 말 것을 히스클리프를 설득할 수 있었는데 린턴의 卑劣(비열)한 간섭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며 린턴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은 심하게 아프거나 미치게 될 것이며 그렇게 해서 린턴에게 경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린턴이 나타나서 슬프고도 낙담한 목소리로 캐서린에게 히스클리프와 계속 친하게 지낼 것인지를 알고 싶다고 말하였다. 캐서린은 발로 바닥을 치며 “…당신의 핏줄은 얼음물로 가득 차있지만 내 것은 펄펄 끓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차가운 것을 보면 내 핏줄은 부글부글 끓어요”라며 격렬하게 소리 질렀다.

린턴은 “나를 이 방에서 나가게 하려면 내 물음에 답하시오… 이제 당신의 그런 난폭한 행동은 더 이상 날 놀라게 할 수 없어요. 당신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 못지않게 냉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라며 히스클리프와 자신 둘 중에서 하나를 포기하라고 캐서린을 압박했다. 캐서린은 머리를 소파의 팔에 들이박고 쓰러졌다.

기절한 그녀의 뺨은 흙빛이었고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린턴은 뉘우침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나는 그에게 그녀의 광란은 의도적이라고 소리쳤다. 내 소리에 캐서린은 깨어나 그녀의 방으로 달려가서 문을 잠그고는 食飮(식음)을 전폐했다.

이사벨라는 눈물에 젖어 시간을 보냈다. 린턴은 캐서린이 용서를 빌며 화해를 청해오기를 기다렸다. 캐서린은 단식을 계속하며 린턴이 자존심 때문에 그녀 발 밑에 엎드리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사벨라를 위로하지도 않았고 캐서린에게 諫言(간언)하지도 않았으며 주인님의 한숨도 못 들은 척 했다.

3일째 되는 날 캐서린은 물과 죽을 먹기 시작했다. 캐서린은 아무도 자신을 돌보지 않기 때문에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린턴은 모른 체하고 책만 보고 있다면서 “내가 죽어서 그도 죽을 것이 확실하다면 나는 당장 죽겠다”며 미친 듯이 분노했다. 그녀는 베개를 이빨로 물어서 찢었다.

그녀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워지며 추운 겨울인데도 창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혼수상태에 헛소리를 했다. 나는 그녀를 화나게 하면 열병이 다시 재발한다는 의사의 충고가 생각이 나서 깜짝 놀랬다.

캐서린은 정신이 약간 돌아오면 “쓰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서는 異邦人(이방인)의 아내였고 세계로부터 추방된 망명자였어요… 넬리, 당신은 내가 해방되도록 도와주었어야 했어… 린턴이 나를 가만히 놔두도록 말했어야지. 오! 내 몸이 타고 있어. 난 다시 자유롭고 야만적이고 거칠던 소녀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그때는 누가 아무리 심한 말을 해도 지금처럼 미치지 않고 비웃을 수 있었지. 내가 왜 이렇게 변했지? 린턴의 몇 마디 말에 내 피가 왜 이렇게 지옥처럼 타오르지? 저 황야의 가시금작화(heather) 속에 다시 한 번 다녀온다면 나는 틀림없이 나 자신으로 돌아 올 것입니다. 창문을 활짝 열어주어요”라고 말하며 야만의 우더링 하이츠 시절로 돌아가기를 갈망하였다.

밤이 되어도 캐서린의 정신은 맑아지지 않았다. 캐서린은 우더링 하이츠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녀는 불이 켜진 자신의 방이 보이며 조세프가 등불을 들고 그녀와 히스클리프가 황야에서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린턴이 응접실 옆을 지나다가 이야기 소리를 듣고 캐서린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캐서린의 심각한 상태를 보고 말을 못할 정도로 놀랬다. 캐서린은 린턴을 알아보고 자신의 안식처는 우더링 하이츠이지 린턴의 집은 아니라고 말했다. 린턴은 캐서린이 아프다는 것을 그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나를 심하게 叱責(질책)하였다.

내가 의사를 불러오기 위해 길에 나왔을 때 멀리 어두움 속에서 급히 달려가는 말 발굽소리가 들려왔다. 의사 케네쓰(Kenneth)는 캐서린은 절대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녀 매리(Mary)가 달려와서 “아씨가 히스클리프와 함께 도망갔어요”라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린턴은 의외로 차분하게 이사벨라의 도피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이사벨라와의 義絶(의절)을 선언했다.

린턴 부인은 두 달 동안 최악의 머리열병(brain fever)을 앓았다. 그 동안 린턴은 지극 정성으로 부인을 간호했다. 의사가 부인의 생명이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했을 때 린턴의 감사와 기쁨은 끝이 없었다. 우리가 캐서린의 회복을 갈구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녀가 린턴의 후계자가 될 아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사벨라로부터 히스클리프와 결혼했다는 편지가 왔다. 도피한 지 6주 만이었다. 린턴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 보름 후에 나는 이사벨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우더링 하이츠에 와 있다는 것이었다.

편지에서 이사벨라는 쓰러시크로스 그레인지를 떠난 지 24시간도 안되어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며 히스클리프의 학대에 시달리다 보니 지금은 그를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고 도박으로 히스클리프에게 많은 돈을 잃은 힌들리는 거의 폐인이 되어 있으며 늙은 하인 조세프는 너무나 불친절하고 어린 헤어턴은 야만인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 8
캐서린의 죽음과 히스클리프의 悽絶(처절)한 슬픔

나는 린턴에게 편지를 보여주며 이사벨라를 용서해주기를 바랐지만 그는 여동생을 잃어버린 것은 슬프지만 이제는 남남이 되었으니 용서해 줄 것도 없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나는 우더링 하이츠를 방문하여 히스클리프에게 신사계급 출신의 이사벨라를 창녀처럼 薄待(박대)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그는 그녀를 유린하는 것은 린턴에 대한 복수의 一環(일환)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사벨라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은 내가 죽거나 저놈이 죽는 것을 보는 것”이라며 히스클리프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을 만나게 해 달라고 했다. 그녀를 직접 만나 왜 아픈지 알고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거의 매일 밤 쓰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와서 캐서린의 방으로 들어 갈 기회를 엿보고 있으며 린턴이나 하인들을 만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캐서린을 몰래 만나는 것이 나으니 그녀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캐서린과 린턴의 안정을 위해 그의 청을 거절했다. 그는 나를 감금해 놓고 쓰러시크로스로 쳐들어가겠다고 했다. 내가 아무리 항의해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그의 편지를 받아 들고 캐서린이 동의하는 조건에서 린턴이 없을 때 그에게 알리기로 하고 돌아왔다.

봄이 가고 여름이 왔지만 캐서린은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은 天上(천상)의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우더링 하이츠에서 돌아온 지 나흘째 되는 일요일에 린턴을 비롯해 집안 사람들이 모두 교회로 가고 없을 때 나는 히스클리프의 편지를 캐서린에게 전달했지만 그녀는 히스클리프의 이름을 보면서 슬픈 눈을 하였다.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히스클리프는 더 참지 못하고 캐서린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말없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는 캐서린이 회복하지 못하고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듯했다. “오! 캐씨! 나의 생명! 내가 어떻게 그것(캐씨의 죽음)을 어떻게 견뎌내지?”가 그의 첫 말이었다.

캐서린은 “당신과 에드가가 나를 망가지게 했어. 당신들이 날 죽였어”라고 답했다. 히스클리프는 한 쪽 무릎을 꿇고 그녀를 포옹하려고 했다. 캐서린은 “난 우리 둘이 모두 죽을 때까지 당신을 붙들 수 있으면 좋겠어. 난 당신의 고통에는 관심 없어”라며 자신이 죽고 나면 히스클리프는 자기를 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히스클리프는 “당신처럼 내가 미칠 때까지 나를 고문하지 마라”라며 울부짖었다.

캐서린은 단지 헤어지기 싫을 뿐이라고 말했다. 히스클리프는 “왜 당신은 당신 자신을 배반했느냐? …비참함이나 微賤(미천)함이나 죽음이나 하나님도 악마도 우리를 이별시킬 수 없었는데 당신이 당신 자신의 의지가 그렇게 했어…”라며 캐서린을 원망하고 캐서린이 없는 세상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하였다. 캐서린은 용서를 빌었다.

오후가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지만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서로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히스클리프는 다시 찾아오겠다며 떠나려 했지만 캐서린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에드가가 방으로 들어왔다. 驚愕(경악)과 분노로 얼굴이 창백해진 에드가는 히스클리프에게 달려들려다가 기절해 있는 캐서린에 대한 걱정으로 히스클리프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다. 얼마 후에 캐서린은 깨어나지만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한숨을 쉬고 신음만 할 뿐이었다. 히스클리프는 밖에서 기다리다가 다시 오겠다며 나갔다.

그 날 밤 子正(자정) 경에 우더링 하이츠에 살고 있는 캐서린이 칠삭둥이로 태어났다. 그 두 시간 뒤에 아기 엄마가 죽었다. 에드가의 슬픔은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여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는 장례식이 있는 다가오는 금요일까지 캐서린 옆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천사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녀의 모습은 잠이 든 神(신)의 象(상)같았다.

히스클리프는 밖에서 밤을 새며 캐서린 걱정을 하다가 그녀의 죽음을 알았을 때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는 “내가 살아 있는 한 잠들지 마라.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니 유령처럼 나를 떠나지 마라. 피살자는 살인자를 유령처럼 따라다닌다고 하지 않나? 어떤 형태라도 좋으니 떠나지 마라. 나를 미치게 하라. 떠나지만 마라…”라고 울부짖으며 머리를 나무둥치에다 세차게 찍었다.

나무껍질에 피가 많이 묻어 있는 걸 보아 그는 밤새도록 나무에다 머리를 찍은 것 같았다. 그는 화요일 날 에드가가 잠깐 쉬는 동안 캐서린의 방에 몰래 들어와서 그녀의 목에 걸려있는 로켓(locket)에서 그녀의 머리칼을 들어내고 자신의 검은 머리칼을 넣어 놓았다.

또 하나의 큰 슬픔은 에드가에게 상속자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에드가의 아버지 老(노) 린턴은 생전에 이사벨라를 편애하여 아들 대신 딸의 자손에게 재산이 상속되도록 조치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