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에덴은 實在(실재)가 아닌 환상이다

헉 핀은 미국적 아담(American Adam)의 原形(원형: archetype)이다. 미국적 아담이란 신대륙의 神話的(신화적)인 주인공을 의미한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며 새로운 모험의 주인공이고 역사와 조상과 인종의 유산으로부터 해방된 개인이며 자주적이고 자존적이며 스스로의 힘으로 어떠한 난관과도 정면으로 대결할 자세를 갖추고 있으며 顚落[전락(the Fall)]이전의 에덴적인(Edenic) 순결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헉은 문명에 쫓기는 야생의 방랑자로서 문명에 오염되기를 거부하고 도덕적, 사회적 순결을 추구한다.

모든 위대한 소설은 인간존재의 궁극적 의미의 표현인 신화의 여러 要素(요소:elements)를 內包(내포)한다. ‘허클베리 핀의 冒險’에도 탐구(the Quest), 물의 이미지, 망령의 원형, 현명한 노인, 원형적 여인들, 영혼의 친구, 성장의 경험(initiation) 등 신화적 요소가 나타난다.

헉은 Don Quixote(돈키호테)처럼 위선적이고 물질주의적인 사회를 거부하고 보다 본질적인 것을 탐구하는 방랑자이다. 거대한 미시시피강은 나일강이나 갠지스강처럼 聖(성)스러운 속성을 가진 神이며 탄생과 재생과 영원으로 향하는 시간의 흐름 등 생명과 창조의 신비에 대한 원형적 상징이다.

헉의 몇 번에 걸친 상징적 죽음, 강으로부터 江岸(강안)으로 돌아 갈 때마다 헉이 위장을 하고 새로운 정체성(identity)을 가지는 것, 미시시피강의 위엄과 美(미)에 대한 신비적이고 서정적인 묘사 등은 탄생과 재생과 우주의 신비에 대한 신화적 상징이다.

강은 또한 헉이 江岸(강안)에서 봉착하는 지옥 같은 부패와 잔인성에 반대가 되는 천국이며 淨化(정화)와 神的인 正義(정의)의 대리인이다. 헉의 아버지(pap)는 사악하고 嫌惡(혐오)스러운 惡魔的(악마적) 인물이며 지옥의 유령 같은 존재이다.

팹 핀과 대조적으로 짐은 젊은 주인공에게 정신적 가이던스와 도덕적 지혜를 제공하는 ‘현명한 노인’의 例(예)가 된다. 과부 더글러스와 로프터스 부인, 셀리 이모는 같은 ‘훌륭한 어머니’와 미스 와트슨( 끝에 가서는 훌륭한 어머니가 된다)같은 ‘무서운 어머니’, 메리 제인 윌크스 같은 영혼의 친구) 등은 모두 原型的[원형적(archetypal)] 여인들이다.

헉은 무지와 純眞(순진:innocence)에서 정신적 成熟(성숙)의 단계로 성장하면서 일련의 고통을 경험한다. 헉이 도망 노예인 짐을 당국에 넘기는 대신 지옥으로 가기로(짐과 함께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강을 내려가는 고통)결심할 때 성년으로 성장하고 도덕적으로 재생된다.

인간은 노예제도 같은 부조리한 관습의 멍에를 탈피하고 보다 이성적이고 보다 透明(투명)한 視覺(시각)으로 사물을 판단하게 될 수 있을 때 인간적으로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헉은 문명이나 인간사회를 배척하고 거부하지는 않는다. 그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은 歪曲(왜곡)되고 부조리하며 비문명적인 無意味(무의미)이다. 건강하고 건전한 정신은 이러한 무의미를 거부한다.

오만과 편견과 頹落(퇴락)한 낭만주의적 가치가 지배하는 미시시피江 流域(유역)의 미국 남부의 문명은 건강한 헉에게는 不條理(부조리)한 무의미일 뿐이다. 헉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악동이 되는 것은 문명을 가장한 비문명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헉은 노예제도나 인종주의같은 부조리하고 비문명적이며 부도덕한 ‘넌센스’가 당연시되는 남부의 문명에 반항하는 惡童(악동)이다. 헉이 피터스버그에서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邊境(변경)으로 떠나가기로 결심하는 것은 오염된 인간세계에서 탈출하여 순수의 땅 에덴에서 영원히 뛰놀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 소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헉이 憧憬(동경)하는 변경도 문명의 세례를 받으면 악으로 오염될 것이다. 원죄를 안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는 에덴은 없는 것이다. 에덴은 신화나 동화의 세계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헉의 새 출발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 볼 수밖에 없다.


# 12
神에 대한 복종은 인간에게 존엄성을 부여한다

T. S. Eliot(엘리엇)은 미시시피강을 두고

〈I do not know much about gods, but I think that the river
Is a strong brown god… almost forgotten
By the dwellers in cities…〉

〈나는 神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江은
강력한 갈색의 神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잊혀진,
도시의 사람들에 의해…〉

라고 말했다. ‘허클베리 핀'은 神에 관한 소설이기 때문에 위대하다. 그 神은 정신과 의지와 힘을 가진 江神(강신, river-god)이며 위대한 도덕적 사상의 化身(화신)이다.

헉 자신이 미시시피 江神(강신)을 섬기는 하인이다. 헉의 강렬한 도덕적 의식은 강을 섬기고 사랑하는 데서 導出(도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미시시피강의 힘과 매력을 항상 崇尙(숭상)한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표현력이 대단하다.

특히 그의 神에 대한 交感(교감)의 표출은 탁월하다. 헉 자신이 강의 精靈(정령)이며 강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헉이 강 沿岸(연안)의 인간사회로 出擊(출격)할 때마다 그는 安堵感(안도감)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강으로 귀환한다. 그리고 神의 신비와 아름다움과 힘과 인간의 왜소함에 대비되는 神의 崇高(숭고)함에 대한 찬가를 부른다. 그는 神을 받아들인다. 神에 대한 복종은 인간에게 존엄성을 부여한다.

江神(강신)은 대체로 상냥하다. 그러나 다른 모든 神과 마찬가지로 또한 위험하고 사람을 眩惑(현혹)시키기도 한다. 江神(강신)은 안개를 자아내어 사람들로 하여금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한다.

江神(강신)의 모래톱은 배를 坐礁(좌초)시키고 강 속에 잠겨 있는 나무둥치는 증기선을 침몰시킨다. 강은 제방을 깎아 내려서 집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미시시피강은 자연의 힘과 폭력성과 공포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江은 단지 神性(신성)이 있을 뿐이지 윤리적이거나 선한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강의 본성은 그 강을 사랑하고 강의 흐름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善(선)을 內包(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강과 인간 사이에는 절대적인 대립관계는 없다.

헉에게는 江上(강상) 생활의 매력의 대부분은 뗏목과 위그앰(wigwam)과 짐 등 인간적인 것들이다. 그는 미스 와트슨과 과부 더글러스와 난폭한 아버지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찾아서 도망친 것이 아니다. 짐에게서 그는 진정한 아버지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헉과 짐은 하나의 가족과 하나의 原始共同體(원시공동체)를 형성하며 그 공동체는 聖者(성자)들의 마을 같은 것이다.

거대한 江 미시시피는 신비하고도 含蓄的(함축적) 인 도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미시시피강의 의미는 時空(시공)을 초월해서 모든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다. 그래서 미시시피강의 의미는 普遍性(보편성)을 띄게 된다.

그러나 강의 의미는 또한 특정 시대의 특정 지역에 해당 될 수도 있다. 헉의 미시시피강은 남북전쟁전후의 급속히 산업화되고 도시화되어가면서 자연과 멀어져 가는 미국의 기계문명에 대한 비판적 이미지로 작용한다. 이제 도시의 사람들은 강을 잊어버리고 기계의 숭배자가 되었다.

남북전쟁과 철도의 발달은 미시시피강이 국가의 동맥이 되었던 위대한 시대에 終止符(종지부)를 찍었다. 풍요한 미시시피시대의 종말을 가져온 전쟁은 미국적 도덕의 가치의 衰退(쇠퇴)를 가져 가져오고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전의 순박함과 순진함과 평화의 상실을 애석하게 생각했다.

마크 트웨인은 “옛날에도 사람들은 돈을 갈망했지만 이제는 돈 앞에 무릎을 꿇고 경배한다… 돈을 벌어라. 돈을 빨리, 그리고 많이 벌어라. 엄청나게 많이 벌어라. 가능하다면 정직하게 벌고 불가피하다면 부정직하게 벌어라” 라며 순박한 邊境(변경)의 시대가 가고 도시와 기계와 황금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영원한 변경의 인물인 헉은 순박한 행복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환경과 그의 도덕적 성향으로 인해 자유분방한 소년과는 거리가 멀게 된다. 그는 그 누군가의 困窮(곤궁)함 때문에 항상 땀을 흘려야한다.

그는 인생에 대해 비감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비록 혼자 있기를 좋아하지만 ‘외롭다(lonely)’와 ‘고독(loneliness)’과 같은 말이 그를 떠나지 않는다. 그의 이런 感受性(감수성)은 소설의 초기에 벌써 나타난다:

〈“톰과 내가 동산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 우리는 마을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아픈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집에서 반짝이는 등불도 볼 수 있었다…”〉

외로운 등불들을 보고 병든 사람들의 고통과 외로움을 聯想(연상)한다는 것은 삶의 悲哀(비애)를 전제로 한다.

사람들에 대한 헉의 따스하고 상냥한 감정은 인간들이 위험하고 사악할 수도 있다는 假定(가정)과 竝行(병행)한다. 그는 익명으로 潛行(잠행)하고 자신에 대한 것은 결코 진실을 말하지 않고 같은 거짓말을 반복하지 않는다. 그는 아무도 믿지 않으며 거짓말은 그 것이 필요 없을 때라도 그를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뗏목에 있는 짐을 사람들로부터 멀리 하는 방법은 뗏목에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가족이 천연두에 걸려 있으니 도와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안다.

그가 인간의 나약함과 우둔함과 비겁함을 몰랐었다 하더라도 그레인저家와 세퍼드슨家의 非情(비정)한 싸움, 뗏목을 강탈하는 듀크와 킹, 보그스의 피살, 私刑(사형)에 열광하는 군중, 셔번 대령의 연설 등이 그에게 인간성의 어두운 점을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헉은 인간의 사악한 본성을 깊이 알고 비통해 한다하더라도 인간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은 堅持(견지)한다. 듀크와 킹은 헉을 철저하게 이용하고 착취하지만 그들이 위험에 처할 때에 헉은 그들에게 위험을 경고해 주려는 충동을 느낀다. 그리고 이것이 실패하고 듀크와 킹이 타르와 깃털의 형벌을 받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동정을 느끼고 그들에 대해 어떠한 반감도 가지지 않는다.

뗏목에서 헉과 짐이 聖者(성자)들의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는 것은 그들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우월감(pride)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백인으로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헉이 흑인 노예인 짐에 대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특히 안개사건 이후로 헉의 생각이 바뀌게 된다.

안개 때문에 서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날 때 대단히 기뻐하는 짐을 헉은 그들이 헤어진 적이 없으며 짐이 단지 꿈을 꾸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짐도 자다가 일어났기 때문에 이 말을 믿는다.

그러나 짐은 이내 헉의 거짓말을 알아채고 “나는 너가 안전하게 돌아 온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너무나 감사해서 무릎을 꿇고 너의 발등에 키스까지 했는데… 너는 거짓말로 나를 놀려먹다니…”라며 헉의 무심함을 대단히 섭섭하게 생각한다. 이 말에 헉에게 아직도 남아있던 백인으로서의 우월의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헉의 존재는 미국적 노예제도를 당연시하는 남부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그의 정신은 자연의 상태에 머물면서 인간이 만든 가치에 대해 성자처럼 초연하게 된다. 헉 자신이 미시시피강이고 미시시피강은 어떠한 人爲的(인위적)인 가치도 거부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