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의 부자와 세계최강의 권력자가 정면충돌했다. 시작은 트럼프의 말이었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에 대해 처음으로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트럼프의 減稅 법안에 대해 “역겹고 혐오스럽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한 데 대한 불만이었다.

머스크는 X(옛 트위터)를 통해 곧바로 실시간 반격에 나섰다. 그는 트럼프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와중에 “전기차·태양광 보조금은 줄이면서도, 석유가스 보조금은 그대로다. 이건 너무 불공정하다”고 했다. 이어서 계속 메시지를 쏘아올렸다.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고, 민주당은 하원을 장악했을 것이며, 공화당은 상원에서 51대 49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를 향해선 “아주 배은망덕하다”며 “미국에서 중도층 80%를 대표할 새로운 정당 창당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설문을 올렸다.

트럼프가 가만 있을 리 없다.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연발사격을 했다. “내가 그에게 (정부를) 떠나라고 요청했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기차 의무제를 없애 버렸다. 그러자 그는 완전히 미쳐버렸다” “우리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라며 머스크 소유 사업체와 연방 정부가 맺은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머스크는 즉각 반격!
“대통령의 정부 사업 취소 발표에 따라 스페이스X는 드래건 우주선 프로젝트 철수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하더니 “트럼프는 탄핵돼야 한다”는 게시글에 “그렇다”고 답글을 달았다.
지난달 30일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머스크에게 ‘황금 열쇠’를 선물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혁신가”라고 극찬한 지 일주일 만에 두 사람의 말싸움이 지금 세계의 머리기사이다. 트럼프 재선을 위해 약 2억7000만 달러(약 3700억원) 이상을 기부한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 후 그의 최측근으로 등장했다. 트럼프는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임명하면서 연방정부 구조조정 업무를 맡겼다. 재벌회장을 장관급에 임명한 셈인데 결국 파국을 맞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애초부터 가장 이례적인 동맹이었다”며 “두 사람의 ‘정략결혼’이 몇 달 만에 마침내 파탄에 이르렀다”고 했다.

말싸움이 이어질 경우 서로에게 막심한 정치적·경제적 손실을 끼칠 것 같다. 서로 약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머스크는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측에 1억 달러(약 1300억원) 추가 후원을 약속했으나, 해당 자금은 전달되지 않았고 이젠 지원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NYT는 “트럼프는 이제는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선 머스크의 분노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며 “머스크는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반대로 트럼프가 공언한대로 미 정부가 머스크 소유 기업들과의 계약을 철회하면 머스크로서도 큰 타격이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머스크 소유 기업들은 17개 정부 부처와 약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에 달하는 90여건의 계약을 맺었다. 5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4.26% 급락한 284.7달러(약38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도 하루 새 1520억 달러(약 206조원)가 날아갔다.

머스크는 미국 헤지펀드계 거물인 빌 애크먼이 X에 “머스크와 트럼프는 국가를 위해 화해해야 한다. 둘이 함께할 때 훨씬 더 강력하다”고 적은 글에 “당신 말이 틀리진 않네요”라고 하여 화해 움직임을 보였다.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 프로젝트 철수 의사도 번복했다. 한 이용자가 X에 “둘 다 진정하고 며칠 물러서서 생각해보라”고 하자 “좋은 조언이다. 드래건을 철수하지 않겠다”는 답글을 달았다.

이런 화해를 권유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이는 머스크였다. 그는 “이제 큰 폭탄을 떨어뜨릴 때가 왔다”고 하더니 “트럼프는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있다. 그것이 파일을 공개하지 않는 진짜 이유”라고 폭로했다. 엡스타인은 세계의 유명인사들에게 여성들을 비밀리에 소개했다가 수사를 받던 도중 자살한 사람이다. 트럼프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인데 머스크는 마약을 常用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트럼프가 이 부분에 대하여 수사를 명령한다면 우리는 머지 않아 권력이 강한지 돈이 강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