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인 여덟 살 외손녀(吳政娥)가 할머니와 함깨 동요 '옹달샘'을 부른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달밤에 노루가 숨바꼭질 하다가
목마르면 달려와 얼른 먹고 가지요
갑자기 정아가 의문을 제기한다.
'할머니 이 노래 틀렸어!'
'어디가?'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는 이상해.'
'왜?'
'물만 먹고 갈지 말지는 모르잖아. 미래의 일인데 지금 어떻게 알아. 그러니 '물만 먹고 가네요'라고 해야 맞지.'
'먹고 가지요'는 미래의 일을 예정적으로 확정된 것처럼 표현하였으므로 틀렸다는 지적이었다. 반면 '먹고 가네요'는 현재 상황을 정직하게 설명한다. '먹고 가지요'가 비과학적인 표현이라는 의미의 문제 제기가 하도 신기하여 내가 물었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였어?'
'지금.'
'먹고 가지요'라는 말은 '먹고 가게 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정아가, 뭔가 강제적이고 지시적인 분위기에 본능적인 반발심이 생긴 것인가? '먹고 가지요'보다는 '먹고 가네요'가 사실에 더 충실한 문장임은 분명하다. 앞은 추측성 단정 보도이고 뒤는 투명한 사실 보도이니까.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말에 황당한 말이 참 많다,
죽음을 적에게 알리는 자가 있을 수 없지,
적이 알지못하게가 ...
'확인 가능합니다' 는 요사이 전국적으로 보편화된 씨부림이다.
'확인 하실 수 있읍니다'가 더 곱고 맞는 말이다.
漢字를 전혀 쓰지않으면서 고운 우리말 대신 한자음의 말은 수 년래 무척 많아졌다.
아이들이 참 뜻을 모르고 외워 쓰는 셈이다.
국어학자나 전문가들은 없거나 있어도 애국심 사명감이 없으니 내 몰라라 하는 것이다 .
참으로 서글프고 애타는 일이다.
비슷한 얘기로 이순신 장군께서 노량해전을 지휘하던 중 왜군의 총탄을 맞고 눈을 감기 전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고 했다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장군의 죽음을 적에게 알릴 바보는 없었을 것이니 잘못된 얘기임이 틀림없다.
"(지금 전황이 위급하니) 나의 죽음을 (우리병사 들 혹은 적이) 알지 못하게 하라"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