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여 잘 자라. 김장실 참판 어른께서 오늘 불러주신 노래이다 참판의 노래를 듣고 그때마다 감상문을 쓰고 싶었지만 행여 어른께 부담이 될까 봐서 그러지 못했는데 오늘은 무릅쓰고 쓴다 참판의 노래가 이미 애국적이지 않은 것이 없지마는 오늘의 노래에서는 무엇이 애국인지를 환하게 알게 해 준다 “흙이 묻은 철갑모를 손으로 어루만지니 떠오른다 네 얼굴이 꽃같이 별같이” 이 마지막 구절에 장엄하면서도 애잔한 애국이 들어있다 여기 이 노랫말 앞에서 애국자가 되지 않는 이가 있겠나. 옷깃을 여미지 않을 이가 있겠나.

이 노래가 반가운 이유가 또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조갑제선생님께서 대통령 취임 축하 노래를 이 노래로 하자는 글을 여기에 쓰신 적이 있다 그 노래를 불렀던 분이 마침 생존해 계시니 더욱 의미 있다는 말씀과 함께였다 이에 이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는 뛸 듯이 기쁜 나머지 저 음악의 원판을 회원토론방에 올렸다 그때 조갑제닷컴에 들어오면 저 노래가 쾅쾅 울려나왔다 감사하다는 댓글도 많이 달리고 무척 기뻤다. 만약 취임식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졌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지금과는 다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한층 아쉬운 노래가 되고 말았다.

참판 어른의 노래 실력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없지만 기가 차게 놀라운 모습은 배경 설명을 하다가 즉발적으로 노래 부르는 능력이다 보통 노래를 하려면 하나. 둘. 셋. 넷하고 부르는데 참판은 평상시의 어투로 설명을 하다가 단박에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하고 노래를 불러 버린다 그리고 뛰어나게 좋은 점은 시대적 배경과 지역적 배경이 어우러진 노래 설명이다

그 설명을 듣다 보면 그 배경에 더 매료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말씀 중에 구수한 지역어가 간간이 나올 때는 함부로 기뻐진다 같은 경상도 사람이라서일 것이다 여기에다가 참판의 문장도 너무 좋다 박사이고 참판이셨으니 글이야 오죽 잘 쓰시랴마는 그래도 작은 가십 하나 놓치지 않고 소개한 글은 다정다감해서 차라리 숙연해진다 그리고 또 하나 좋은 것은 참판 어른이 노래하는 뒷배경을 원래 출판되었던 레코드 표지대로 했다는 점이다 그 표지를 통해 연로하여 작고한 옛 가수의 젊디 젊은 모습을 보노라면 노래를 뛰어넘은 그 어떤 철학과도 만나게 된다

우리는 참판 어른의 노래를 감상할 땐 식구들의 방해를 받지 않으려 내 골방에 들어앉아서 문을 걸어 잠그고 들을 때가 더러 있다 물론 맥주 한 잔도 곁들인다 그때마다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해 보겠다며 적어 놓은 곡목이 한 페이지 가득 된다 그러나 자고 나면 참판 어른과 조갑제 선생님께 폐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러지 않았다 참판 어른의 노래를 들으면서 왜 운문이 산문보다 호소력이 강한지, 왜 노래가 문장보다 어려운지 비로소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값진 것은 참판의 봉사 정신이요 재능 기부이다 전직 차관이 나와서 대중에게 음악을 선사하여 즐거움을 주는 모습은 하늘 아래 있었던 적이 없다 카터가 대통령을 물러나서 무주택자에게 집을 지어주는 봉사를 했다지만 김장실 참판의 모습만 하겠는가. 동초 어른과 조갑제 선생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