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 지하제국 탐험(제 2부) - 쫓는 자와 쫓기는 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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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세균처럼 번진다
  
  히로뽕 확산의 출발점 완월동(玩月洞)
  
  한국의 히로뽕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초점은 [自國民의 오염]이다. 히로뽕이 日本에서처럼 이 땅에서도 대유행을 할 것인가? 그렇게 될 위험이 높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단속 공무원들 사이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 옛날 수사관들은 거의가 히로뽕 문제를 덮어두려고만 했었다. 요즘 수사관들은 기자에게 {제발 센세이션을 일으켜 히로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달라}고 부탁까지 하는 실정이다. 그 만큼 깊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히로뽕 확산 가능성 요인으로 그들이 지적하는 것은
  ①향락적인 사회 분위기
  ②對日 밀수출이 어려워지자 국내 소비시장을 찾으려는 밀매단의 의지
  ③깡패들의 밀매업 진출
  ④국내 전파의 교두보 역할을 할 특수 계층―접대부·윤락녀·운전사·관광 숙박업 종사자·폭력배―의 오염 현상 등이다.
  
  70년대에 日本에서 일반인들 사이에 히로뽕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간 요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일반인들이 히로뽕을 성적인 향락의 촉진제로 사용한 것이고 다른 요인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10만 명의 조직 폭력단원들이 한결같이 히로뽕 밀매를 가장 중요한 자금원으로 삼으면서부터였다. 성적 충동에 의한 히로뽕 사용 현상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 나라에는 히로뽕의 유통 조직이 될 만한 전국적 폭력단이 없다는 것이 확산을 제어하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히로뽕 중독문제의 현단계는 창녀·접대부 등 點的 오염의 차원이다. 이 點들을 연결하는 밀매 조직이 나타나 線的 확산이 이루어진다면 히로뽕이 일반에게까지 전파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대책의 초점은 點→線으로의 발전을 끊어주는 데 맞추어져야 할 것 같다. 한국 히로뽕 중독 현상의 원점은 釜山시 西구 忠武동의 속칭 [玩月洞 사창가]다. 80년 역사를 가진 이 집단촌에는 1천5백여 명의 창녀들이 연중무휴로 일하고 있다. 매년 약50만 명(연인원)의 내외국인들이 이곳을 드나들며 약1백50억 원을 뿌린다. 약 20%는 日本人들이다. 이곳은 뽕꾼들을 비롯한 범죄자들에겐 하나의 성역이다. 숙박부 기재나 검문이 없기 때문이다. 한탕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그 돈을 이곳에서 탕진하는 것도 여기가 안전하기 때문이다.
  
  몇백만원을 아예 맡겨놓고 몇달간 장기 투숙하는 사람도 있다. 히로뽕 사용자의 밀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도 이곳이다. 일본인들이나 뽕꾼들이 여기에 심은 씨앗 때문이다. 그들에 의해 오염된 창녀들은 이곳을 출입하는 일반인들에게 히로뽕을 매개하기도 한다. 釜山시내에서 히로뽕 사용자들을 잡아 보면 거의가 직접, 간접으로 玩月洞과 관련을 갖고 있다. 물론 玩月洞이 히로뽕꾼들의 검거에 기여하는 바도 있다. 이곳에서 밀매 모의를 하거나 히로뽕 구입루트를 찾던 많은 사람들이 창녀들의 신고로 붙들리기도 한다. 어쨌든 이곳은 일반인들로부터 히로뽕이 가장 가깝게 있는 전진 기지다.
  
  밀매꾼이 된 대학생
  
  1982년9월 釜山지검은 D대학 일본어과 4학년인 崔모군(23)을 히로뽕 밀매·투약 혐의로 구속했다. 崔군은 釜山시내의 이름난 음식점 주인 아들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음식점의 여종업원 金모양과 동거하고 있었는데 입영 영장을 받게 되었다. 金양은 崔군에게 히로뽕을 투약, 몸무게를 줄이면 입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 형부 孫모씨(40)에게 구해 달라고 했다. 孫씨는 호텔 종업원 생활을 20년간 했고 여인숙을 경영하고 있는 관계로 뽕꾼들과 친면이 있었다. 孫씨는 교도소에 들어간 뽕꾼 친구의 아내로부터 5백g을 2백50만 원에 구입, 崔군에게는 3백만 원에 팔았다.
  
  대학생 崔군은 그 전에도 친구들과 히로뽕을 맞은 경험이 있었는지라 이 5백g으로 스스로 주사를 놓기도 하고 金모씨 등 국내 중간 밀매자에게 20∼30g씩 팔기도 했다. 玩月洞에 틀어박혀선 10여 명의 창녀들과 함께 여러차례 주사를 서로 놓아주며 난잡하게 놀아났다. 崔군은 창녀들에게 히로뽕을 거저 주기도 했다. 이 히로뽕을 창녀들은 동료들이나 이웃들과 나눠서 사용했다. 투약 방법도 주사뿐만 아니라 코피나 콜라에 타서 마시거나 대마초에 섞어 피우는 등 가지각색이었다. 검찰은 崔군에 의해 오염된 5명의 창녀를 구속했다. 처음 주사를 맞았다는 어느 창녀는 구토증과 두통이 생겨 겁이 났으나 崔군이 거듭 권하는 바람에 여러 번 맞게되었다고 했다.
  
  검찰은 崔군의 히로뽕이 흘러간 길을 따라 투약자 19명을 구속했다. 창녀뿐 아니라 노동자, 건달 등 여러계층의 사람들이었다. 직업적으로 사기도박판을 벌이는 사람들도 몇손 건너 崔군의 히로뽕을 주사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유복한 집안의 대학생도 손쉽게 히로뽕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 5백g이란 소량의 히로뽕이지만 일단 국내에 유출되면 단기간에 수십 명을 오염시켜버린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선량한 시민 사회에 뿌려진 히로뽕은 번식력이 강한 박테리아와 같다고나 할까? 히로뽕 중독자는 또 자석처럼, 가까이의 친지들을 끌어당겨 같은 중독자가 되도록 하는 성질이 있다.
  
  81년10월에 釜山지검에 구속된 10명의 중독자 그룹이 대표적인 보기다. 중독자 李모씨(28)는 친구들을 유혹, 이틀에 한번꼴로 여관을 싸돌아다니며 히로뽕을 맞고 그룹 섹스판을 벌였다. 일당 중 한 명은 히로뽕 범죄로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친구의 처와 동거하는가 하면 그 [처]와 다른 중독자들이 또 관계를 맺는 등 말기적인 퇴폐상을 보였다. 중독자 중에는 20대의 사장도 있었다. 난잡한 생활로 회사는 도산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의 팔뚝정맥엔 보라색의 주사 흔적이 줄을 서고 있었다. 뽕꾼들은 이것을 [고속도로]리고 부른다. 멜라닌 색소가 침착된 흔적이다. 평생 없어지지 않는다.
  
  81년 5월엔 시장 상인, 모 협회 간부 히로뽕 전과자 등 19명이 히로뽕을 맞으며 큰 도박판을 벌였다가 釜山 東部경찰서에 구속되었다. 경찰은 이 도박판을 주최한 李모씨(37)의 꾐에 빠져 히로뽕에 중독, 폐인이 돼버린 19세 소녀Y양을 구출했다. 이 소녀는 李씨로부터 40일 간격으로 여섯 번 주사를 맞고 중독돼 버렸다. 이 정도 회수로는 중독까지는 안 가는 것이 원칙이다. 일본에선 한번 주사에 0.02g을 쓰는데 한국에선 히로뽕이 흔해서 그런지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을 주사 맞아 더 쉽게 중독이 되는 경향이다. 주사량이 많을 경우엔 급성 중독으로 죽기도 하면 재기불능이 된다. Y양은 성적 수치심을 잃은 상태에다가 판단력마저 모호했다. Y양처럼 순진한 여자들은 거의가 남자의 권유에 따라 히로뽕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 모델 崔모양(24·서울 동대문구)의 경우, 지난 7월2일 釜山T호텔에서 연인 具모씨(29)로부터 히로뽕을 맞았다가 경찰의 불심 검문에 걸렸다. 崔양은 자신은 히로뽕 체질이 아니라 두통만 생기는데 具씨를 위해서 맞았다고 말했다.
  
  중독된 동생을 신고하기도
  
  히로뽕 중독에 의한 범죄는 日本처럼 많지는 않다. 지난 81년2월 釜山에선 결혼을 앞둔 金모양(24)이 신혼생활중인 대학 동창 朴모 여인(24)을 목졸라 죽이고 시체를 여섯토막내 버렸다가 붙들린 사건이 있었다. 金양은 모 경찰서 수사과장의 딸이었다. 金양은 거의 환각 상태에서 이런 짓을 했음이 인정되어 재판에선 감호 처분을 받았다. 그녀는 남자들과 어울려 다니며 히로뽕을 맞고 신경 안정제를 많이 먹어 정신 분열 상태에 빠져 있었다. 히로뽕이 살인의 직접 원인은 아니었지만 金양의 정신적 황폐를 부른 중요한 요인이었음은 확실하다.
  
  李炅載검사는 81년[검찰]誌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최근 히로뽕은 도바꾼·윤락여성·폭력배·운전수·건달들 사이에 깊숙이 파고 들어 있다. 여종업원을 간음하기 위해 맥주에 몰래 히로뽕을 타서 먹인 사례, 히로뽕 복용하고 밤새워 도박하다가 패가망신한 사례, 혼숙·혼음한 사례, 히로뽕 주사비용을 안 준다고 부모를 협박한 사례, 중독 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낸 사례, 자가용 승용차에 주사기와 히로뽕을 싣고 다니며 주사 놓아주고 수입 올리는 사례 등 작금의 현실은 심각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
  
  한때 釜山에선 반상회를 통해 히로뽕 중독자를 신고해 줄 것을 계몽한 적도 있다. 히로뽕 중독자가 아내를 두들기다가 이웃의 신고로 붙들린 예도 있다. 운전사 安모씨(27·釜山東구)는 피로를 씻으려고 동료 운전사로부터 히로뽕을 얻어 주사를 맞다가 나중에는 동료를 미행, 중간 밀매책을 알아내 그로부터 직접 히로뽕을 구입, 1회용 주사기로 자기 몸에 주사를 놓기 시작했다. 몇 달만에 정신 이상이 되어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자 그의 누나가 지난 9월 경찰에 신고, 구속시켜 버렸다. 누나는 경찰관들에게 {한 1년 감방생활을 시켜서라도 정신을 되찾게 해야겠다}고 했다. 히로뽕을 맞는 동기를 보면 접대부·창녀·젊은이들은 성적인 충동에 따른 것이고 도박꾼·운전수 등 직업인은 피로감 제거로 나타나고 있다. 나이 많은 사람들 중에는 신병의 고통을 잊기 위해 히로뽕을 진통제 대신 쓰는 경우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
  
  폐인된 뽕꾼들의 비참한 최후
  
  히로뽕의 본격적 확산은 히로뽕 투약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직업적 밀매꾼이 등장할 때 이루어질 것이다. 釜山시내에는 4∼5명의 이런 밀매꾼이 있는데 제비족으로 위장, 바람난 주부들을 상대로 히로뽕을 팔고 있다는 소문이다. 국내 밀매 가격은 대마초가 g당 5백원인데 히로뽕은 g당 1만 원이다. 그러나 히로뽕 1g은 50번의 주사를 뜻한다. 히로뽕 사용이 꼭 경제력이 있는 계층에만 한정되리란 보장도 없는 것이다. 국내에서 밀매되는 히로뽕의 流出源을 거슬러 올라 보면 큰 밀조·밀매 조직과 연결되는 일은 거의 없다. 對日판매 루트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군소·신진 밀매조직이 우선 돈이 아쉬워 국내 시장으로 물건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철없는 군소 조직이 늘고 있는데다가 단속 강화로 對日 판매루트의 확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를 위해서는 밀수출 단속을 완화해야 한다}는 농담도 있지만 그것은 문제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 국내 생산량은 늘고 수출 창구는 막히고, 그러면 절로 내수 시장을 개척하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밀조 공장이 하나도 없는 日本에서 히로뽕이 저렇게 유행할 정도라면 수백 개의 공장이 있는 한국에서 유행이 시작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 몇년 사이 많은 뽕꾼들이 중독 증상으로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교도소에 들어가 금단 증상으로, 교도소 바깥에선 정신 이상으로 숨진 뽕꾼들은 한둘이 아니다. 더 많은 뽕꾼들은 정신이 돌아버렸다. 이런 인간들은 그들의 불행으로써 우리에게 히로뽕의 악마성을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 : 월조
[ 2003-07-09, 15:5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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