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에 칼을 댄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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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끓여 먹는 조종사들
  
  KAL에서 82년 7월에 조종사들에게 나누어 준「국제선 승무 절차」란 소책자에 있는 주의 사항 한 가지―.「호텔 방안에선 음식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본인은 물론 타 승무원에게도 누를 끼치며 회사와 국가의 위신을 손상시키는 결과가 된다」이게 무슨 말인가 이해를 하려면 KAL 승무원들의 해외 출장비를 알아야 한다.
  
  「퍼디움」(Perdium)이라 불리는 이 돈은 승무원들이 국제선 비행중 해외에서 머물 때 받는 일당. 숙박비는 지정 호텔에서 머무니까 필요 없으니 일당은 식사비와 잡비를 뜻한다. 기장, 스튜어디스 구별 없이 파리에서 하루 35달러, 로스앤젤레스 24달러, 동남아시아 21달러다. 로스앤젤레스 24달러를 예로 들면 20달러는 3끼 식대, 4달러는 잡비다. 국내 출장비보다야 많지만 물가 비싼 외국에서 쓰기에 충분치 못하다고 승무원들은 입을 모은다(CPA 조종사의 서울 체재 일당은 약 50달러).
  
  『호텔에선 식사를 못하고 대개 나가서 대중음식을 사먹고 나면 팁 줄 돈도 없다. 기장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방콕 같은 데선 국수로 때우기도 한다』일당을 아끼려고 일부 조종사들은 라면을 외국의 어느 호텔 객실에서 끓여 먹다가 들켜 쫓겨났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돼 있다. 어느 퇴직 기장은 『지정 호텔에선 KAL 승무원들을 박대하기가 일쑤였다. 빈 방이 없다고 천금같은 다섯 시간을 로비에서 기다리게 한 적도 있다. KAL에서 숙박비를 제때제때 정산해 주지 않는다고 투덜대면서…』
  
  최근 사직한 50대의 KAL기장 K씨는 약 30년간의 조종사 생활, 비행시간 1만, KAL 근무 경력 12년의 고참이었다. 그의 퇴직금은 약 1천4백만원. 그가 마지막 달에 손에 넣은 월급은 실수령액 92만원. 본봉과 비행 수당에서 세금 등을 제한 액수다. KAL의 상여금 지급 기준은 年3백%. 경영 실적에 따라 1백%이내를 얹어 준다. 이 상여금은 총수령액 기준이 아니고 본봉 기준이다. 기장 본봉은 50만원 남짓하다. 퇴직금 지불 때는 상여금 3백%를 기준으로 계산하더라고 K씨는 말했다. 보잉747, DC10, A300 등 대형기 고참 기장은 K씨보다 20∼30만원쯤 더 받는다. KAL 부기장들은 거의가 실수령액 80만원 이하다.
  
  기자 경력 14년째의 내가 한 해에 받는 봉급·상여금 총액이 30년 경력의 기장과 같았다. 해양대학을 나온 지 6∼7년의 대형 유조선 1등 항해사의 年收가 아버지뻘되는 K씨보다 적지 않다. KAL 조종사들의 봉급은 JAL 조종사들의 약 4분의 1이다. JAL 기장의 평균 임금은 월급이 약1백33만 엔, 상여금이 5백∼6백%이다. 미국의 큰 항공사 조종사 봉급과 비교하면 KAL 조종사들은 저들의 15∼20%에 불과하다. 조종사 한 사람 양성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그들이 수백 명의 목숨을 책임진다는 특수성 등을 감안한다면 KAL 조종사들은 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말할수 있을 듯하다. 실제로 湖南精油 등 기업체의 경비행기 헬리콥터 조종사들이 KAL 조종사들의 1.5∼2배나 되는 봉급을 받고 있다.
  
  긴 비행, 짧은 휴식
  
  봉급에 못지 않게 안전 운항과 조종사들의 사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비행시간이다. KAL 운항 규정은 조종사 비행 시간을 월 90시간, 年9백시간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JAL의 경우, 월평균 비행 시간은 기장이 53, 부기장 40시간이다. KAL 조종사의 경우는 어떤가? 007 피격 사건에 대한 ICAO보고서에 따르면 고 千炳寅 기장은 83년 6∼8월 석 달 동안 2백 26시간, 8월엔 71시간을 조종했다. 부기장 손동휘(孫東輝)씨는 6∼8월에 2백16시간, 8월엔 71시간을 비행했다. 두 사람은 가장 가동률이 높은 보잉747 승무원이었으므로 KAL전체 조종사들의 평균치보다는 약간 높다.
  
  어쨌든 KAL 조종사들의 비행 시간은 세계적인 대항공사 가운데서 가장 많은 축에 든다. 비행 시간은 근무 시간과는 다르다. 보잉747 조종사들은 이륙 1시간30분 전에 공항에 나와 운항 관리사로 부터 운항 브리핑을 받야 한다. 이 때부터 근무 시간이 시작되며 도착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끝냈을 때 끝난다. 80시간의 조종 비행을 위해선 1백 시간을 휠씬 넘는 근무 시간이 필요하다. 해외에서의 대기, 편승 비행(근무교대를 위해 손님으로 타는 것) 등을 더하면 비행 시간의 몇 배나 된다. 국내선 조종사들의 경우엔 비행 시간보다는 이착륙 회수가 노동 강도의 지표로 더 알맞다. 이착륙 때 가장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아침에 金浦를 출발, 金海로 갔다가 金海에서 濟州, 濟州에서 金海, 金海에서 大邱, 大邱에서 다시 濟州로 날아가 그곳에서 숙박을 하는 하루 다섯 탕의 비행도 예사다.
  
  CPA社는 하루 네 번 이상 비행을 못 하게 하고 있다. 그 네 차례 비행 동안의 근무 시간(지상 대기 시간이 포함됨)도 11시간 45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 KAL은 하루 다섯 차례의 비행과 근무시간 15시간까지를 허용하고 있다. KAL운항 규정은 8∼10시간 비행한 정기편 승무원에겐 12∼15시간 이상의 휴식, 基地로 돌아온 승무원에겐 편승을 포함한 총승무 시간의 두 배 이상 되는 휴식, 1주에 최소 1회(24시간)의 휴식을 주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또 휴식 시간은 휴식장소(호텔 등)에 도착한 시각부터 계산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많은 조종사들은 휴식 시간이 규정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외국 공항에 도착, 호텔까지 왕복하는 시간을 휴식 시간에 포함시켜 2∼3시간의 손해를 보는 것도 예사란다. 지난해 KAL에선 서울∼앵커리지∼프랑크푸르트∼바레인∼서울에 주1회의 보잉707 화물기를 띄웠다.
  
  KAL에선 11시간 걸리는 앵커리지∼프랑크푸르트 운항을 끝낸 승무 組로 교대케 하였다. 외국 선진 항공사에선 조종사의 휴식 시간표에 비행기를 맞추고 KAL은 비행기 운항 스케줄에 조종사를 맞추고 있다면 과장일까? 조종사뿐 아니라 스튜어디스 등 객실 승무원의 비행 시간도 길고(78년엔 월 평균 85시간)봉급은 박하다. 근무 시간은 그래도 옛날보다 많이 짧아진 편이다. 객실 사무장(남자)출신의 金모씨는 70년대 말엔 서른시간 이상을 눈 한 번 붙이지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내리 일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내 전세 비행이었는데 웬 미국 할머니가 보기에 측은했던지「뉴욕에 가면 며칠 쉬느냐」고 물었다.「안 내린다」고 했더니「그러면 보스턴에 가서 며칠 쉬느냐」고 물었다.「그곳에서도 안 내린다」고 했다. 할머니는「당신이야 말로 슈퍼맨이다!」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속으로「그렇다. 난 인간이 아니다」고 중얼거렸다』
  
  비정한「목자르기」
  
  비행 시간은 길고 봉급은 적은 KAL 조종사들은 복지 후생면에서도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조종사 대기실의 소파도 社友會서 만들어 나눠 주고 있다. 회사에서 회식 한 번 시켜 준 적이 있었나? 기장 회의도 없어지지 않았나? 무엇을 바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고 경영자와 조종사 사이의 인간적 교류가 그렇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C 조종사의 말).
  
  KAL 경영자가 조종사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 준 것은 지난 1월 말에 있었던 조종사 문책 파동. KAL은 그 동안의 사고 경력, 정기훈련 평가 성적 등을 종합, 네 명을 기장에서 부기장으로, 네 명의 기장·부기장을 육상 근무로 강등시켰다. 앵커리지 충돌사고 때의 기장·부기장을 비롯한 네 조종사로부터 사표를 받았다. 사표를 낸 기장 가운데 徐모씨(47) 같은 무사고자도 끼여 있었다. 보잉 707 기장 徐씨는 1만1천여의 비행 시간을 갖고 있다. 23년 동안의 조종사 생활중 사소한 항법 관제 위반도 없었다고 한다. 徐씨는 동료 기장 趙모씨(53)와 함께 사표를 냈다. 두 기장은 그 전에 부기장으로의 강등 통보를 받았었다. 趙씨는 지난 1월31일 사무실에서 이 문제로 707실장 安모씨와 가벼운 주먹다짐을 벌였다.
  
  그 현장에 徐기장이 趙기장과 함께 있었다 하여 두 사람은 다같이『사표 안 쓰면 파면이다』는 통보를 회사로 부터 받고 사표를 냈다.『설마 수리되겠느냐?』고 생각했던 사표는 즉시 접수 처리되어 두 베테랑 기장은 졸지에 조종간을 놓고 실업자가 돼 버렸다.
  『일련의 사고 책임을 조종사에만 뒤집어 씌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 조종사들이 부적격자라면 그런 이들을 지금까지 쓴 회사는 어찌된 건가? 능력이 모자라면 교육을 해서 키워야지 비인간적인 강등, 해임은 조종사 사기만 죽이고 조종사들끼리의 인간관계를 악화시켜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새까만 후배가 기장으로 있는 비행기에 선배 부기장이 탄다면 그 비행이 기분 좋겠는가? 기장이 잘 못하는 걸 보고도 그 기장이 미워서 그대로 방치했다가 일어난 항공 참사가 얼마나 많은가?』
  어느 퇴직 조종사의 이런 항변은 안스럽게만 들렸다.
  
  조종사가 약한 게 문제다
  
  KAL 조종사들처럼 겉으로 화려하고 회사 안에선 허약한 직업인들도 드물 것이다. KAL 기장은 서열상 과장 대우를 받는데 일반 과장들은 대충 기장들보다 열 살쯤 젊다. 조종사들은 회사의 부정한 또는 무리한 운행요구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제도적인 장치 속에 갇혀 있다. 그들은 조직 안에선 날지 못한다. 우선 독점 기업 KAL에서 나오면 갈 데가 없다. 우리 나라의 민간 경비행기나 헬리콥터는 56대에 불과하고 조종사 자리는 만원이다. 외국 항공사에서 KAL 조종사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친 때가 있긴 했다. 75∼76년에 JAL, 사우디 항공, 싱가포르 항공, 퀀타스 항공 등이 KAL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하려고 했다.
  
  이렇게 되자 76년에 교통부는 조종사와 정비사의 해외 취업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국내 항공사업 보호가 목적이라 했다. 금명간에 교통부는 이 제한조치를 전면 해제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세계 항공계는 조종사 과잉 현상을 빚고 있다. 해제의 실효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조종사들은 말하고 있다. 좋은 시기가 다 지난 뒤의 허울 좋은 해제라는 거다.
  
  국내에서도 조종사들은 남아돌고 있다. 항공 조종사 기능 시험에 합격한 조종사 면장 소유자는 1천88명. 그 가운데 절반만이 KAL에 취직해 있다. 매년 많은 조종사들이 軍과 항공대학에서 배출되고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 KAL 조종사들은 그래도 행운아들이다. 5백70여명의 KAL 조종사(항공 기관사 포함)가운데 이직자는 한 해 한두 명에 불과하다. KAL 조종사들은 불규칙하고 단속적인 해외 출장으로 국내 물정에 어두워 전직(轉職)에도 큰 애를 먹고 있다. 어떤 조종사들은 스스로『고속버스 운전사보다 못하다』고 탄식한다. 그러나 기장과 운전사를 동렬에 놓을 순 없다.
  
  기장이 되려면 국내에선 5천 시간 이상의 비행경력이 있어야 한다. 해당 기종 조종 자격도 별도로 취득, 그 기종을 1백 시간 이상 몬 경력이 필요하며 무선 종사자 면허증도 가져야 한다. 기장이 된 뒤에도 매년 25시간의 지상교육, 年2회의 비행훈련, 年1회의 비행심사를 받는다.「6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는 넋두리가 나오는 건 조종사들이 반년에 한 번씩 신체 검사를 받아 불합격되면 조종간을 못 잡게 되기 때문이다. 혈압에서 가장 많이 걸리는데 최고 혈압이 1백50 이상이면 비행금지다. 최근엔 뇌파검사까지 받게 되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KAL 조종사들은 회사측에 대해 매우 약한 입장에 있다. 조종사가 보통 직업인이라면 회사와 어떤 역학 관계이든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다. 보잉747 기장은 약 1억 달러의 재산(기체)과 3∼4백 명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이다. 기장의 기분 여하는 수백 명의 생명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약한 입장에 있다. 안전성이 상업성을 위해 희생될 수 있는 토양이 여기에 있다. 이것이 KAL 안전문제의 근본이다. 왜 같은 이륙 조건에서 CPA社의 조종사는 자신과 승객의 안전을 위해 이륙을 거부하고 KAL 조종사는 회사를 위해 떠야 하는가? 그것은 양쪽 조종사의 자질이 차이나기 때문이 아니라 조직과의 역학 관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연료 절감 위해 피나는 노력
  
  007피격 사건이 났을 때 외국의 언론들은 저마다 항공이탈의 원인을 추정, 보도했다. 그들이 열거한 여러 가지 가능성 가운데 꼭 끼여 있었던 것이「연료 절감을 위한 항로 질러가기說」이었다. 이 說의 진위는 젖혀 두고라도 KAL의 연료절감 방법이 세계 항공업계에서 자자한 평판을 받고 있었다는 증거라 하겠다. 항로 단축은「쇼트 커트」(Short Cut)라 하여 세계의 모든 항공사가 다 실천하고 있다. KAL은 82년 10월 30일 조종사들에게「쇼트 커트 운항 권장 지침」을 내려보냈다. 권장 구간표에 따르면 앵커리지∼서울 구간에서처럼 1백86마일(항공 용어로 쓰이는 1마일은 모두 1海里, 즉 1852m)이나 단축 가능한 지역도 있다. KAL은 쇼트 커트 운항은 반드시 관할 관제소의 허가를 받고 실시하라고 당부했다. 조종사들도 이에 따르고 있다. 관제소 허가없는 無法的인 질러가기는 정기 항로에서 있을 수가 없다. 이 점 KAL은 오해의 피해자다.
  
  KAL이 실천해온 또 다른 연료 절감법은「플랩 각도 줄임 착륙법」(Less Flap Landing)이다. 플랩이란 양날개에 붙어서 꺽었다, 퍼졌다 하면서 공기 저항을 조절하는 장치다. 착륙할 때는 이것을 40도로 꺾어 공기저항을 일으킴으로써 비행기의 정지를 돕는 게 정상이다. KAL에선 착륙 때 플랩 각도를 정상보다 10도 줄여 30도로 꺾도록 했다. 그만큼 엔진 추진력은 덜 들고 연료 소모가 준다. 그러나 비행기 接地속도는 높아지고 정지까지의 활주 거리도 길어진다. 보잉727이 62t의 무게로 착륙할 경우, 플랩 각도 30도에선 40도에서보다 접지 속도는 3노트가 빠른 1백25노트, 정지까지의 활주 거리는 2백70m가 길어진 1천5백m로 된다. 그래서 눈이나 비가 와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 활주로에선 이 착륙법을 쓰지 말도록 당부하고 있다.
  
  KAL에선「활주로 접근 절차」도 수정하여 연료 절감을 꾀했다. 정상 접근 때보다도 착륙 바퀴를 늦게 내리고 플랩도 늦게 꺾어 공기 저항에 의한 연료 소모를 줄이려는 착상이다. 5마일만 늦게 착륙 바퀴를 내려도 약 80갤런(약 6만5천원어치)의 연료가 절감된다고 한다. 이 수정 접근 절차에 대해선 비판적인 견해도 있다. KAL 출신의 어느 교관 자격 조종사는『그렇지 않아도 착륙 직전엔 조종실이 갖가지 기계조작과 외부 관측으로 바쁠 때이다. 바퀴를 늦게 내리는 등 중요동작의 시점을 뒤로 미루면 마지막 착륙 단계를 너무 혼란스럽게 만들어 안전에 지장을 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KAL에선 한때 金浦공항 착륙 때는 기계 접근을 하도록 권장한 적도 있었다. 계기 접근 때보다도 활주로에 진입하기 위한 선회거리가 10마일쯤 짧기 때문에 연료 절감이 된다. 金浦공항 관제사들은 시계 접근을 하면 활주로에 비행기 자세를 적응시킬 시간이 아주 짧아 안전성이 낮아진다고 했다. 시계 접근 권장사항은 KAL 조종사들도 별로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 밖에 KAL에선 순항 고도를 높게 잡아 연료를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보잉 747SP형의 경우, 고도를 9천8백m에서 1만1천6백m로 올리면 연료가 시간당 약 8백 갤런(약 64만 원어치)이나 절약된다. 연료 절감, 즉 경제성과 안정성은 가끔 충돌, 어느 한 쪽을 살리려면 다른 쪽을 희생해야 하는 형편이 될 때가 있다. KAL 007기는 피격 직전 연료절감을 위해 고도를 높였고 이 상승이 소련 요격기에 대해선「도망」이란 오해를 주어 미사일 발사를 재촉했다는 해석은 매우 상징적이다. KAL에선 81년11월 운항 규정의「운항 기본 방침」을 고쳐 종래의 안정성·定時性·쾌적성에다가 경제성을 추가했다. 연료절감에 대한 KAL의 집착을 엿보게 한다.
  
  왜 적자인가?
  
  항공회사 운영비 가운데 연료비는 으뜸가는 지출 종목이다. KAL은 지난해 항공 운송 사업에서 약 9천4백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약 30%가 연료비, 약 12%가 인건비로 지출됐다. 항공사의 승패는 기름 및 시간과의 싸움이다. 연료비를 적게 쓰면서 여객기의 체공 시간을 높이는 것이 항공사 운영의 목표다. 점보기가 태평양 횡단을 할 때는 약 4백t의 중량을 갖고 이륙한다. 40%인 1백60t은 연료 무게다. 어떻게 보면 여객기는「날으는 기름 탱크」다. 사람이나 화물보다는 항상 기름을 더 많이 실으니까.
  
  여객기도 택시처럼 많이 돌려야 돈을 번다. KAL여객기 가운데 가장 바쁜 점보기는 하루 평균 12시간씩이나 공중에 떠 있다. KAL의 다른 기종도 세계적으로 높은 체공 시간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KAL의 효율높은 운항 관리 능력을 보여 주는 자료다.
  
  체공 시간보다도 나타내는 지표는 좌석 이용률. 82년에 KAL은 67·8%였다. 이 수치가 얼마나 높은가는 같은 해 미국 12대 항공사의 좌석 이용률이 52·7∼63·3%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KAL의 점보기는 거의 80%나 되는 좌석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KAL은 82년에 46억원의 흑자였으나 前期이월손실을 상쇄하니 79억원의 적자로 나타나 배당이 없었다. KAL은 81년엔 71억원의 당기순손실, 80년엔 3백96억원의 경상적자를 기록했었다. 83년엔 24억6천만원의 흑자였다. 연료 절감 잘 하고 인건비는 낮고 여객기는 거의 풀가동하며 손님도 많은 KAL이 왜 적자를 자주 보는가?
  
  82년 KAL은 자본 총계의 약 33배나 되는 부채를 안고 있었다. 83년 말엔 이 비율이 약 8배로 떨어졌는데 자산 재평가 덕분이었다. 83년 말 현재 전체 부채의 약64%인 6억9천만 달러는 외화 부채(차관·연불 매입 채무 등)다. 거의가 항공기 도입에 따른 부채다. 이 부채에 대한 지급 이자와 할인료가 82년엔 6백86억, 83년엔 4백23억 원이나 됐다. KAL의 적자요인은 항공기 운영에 있는 게 아니라 재무 구조의 취약성에 있다. 趙重勳 회장은 이 빚투성이의 KAL을 아주 적은 투자로 장악하고 있다. 즉 그는 발행 주식의 약 3분의1인 1천2백14만여 주를 갖고 있는데 액면가 총액은 약 1백21억 원에 불과하다. 그는 투자액의 약 90배나 되는 자산을 굴리고 있는 것이다. 趙 회장은 대한항공이 적자를 본 80, 81년도에도 개인 종합소득세 납부엔 現代 鄭周永 회장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다른 韓進 그룹 회사와 개인 재산에서 증식된 이익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리라.
  
  교통부는 KAL의 지원 부서?
  
  민영화 15년 만에 국제선의 10대 항공회사로 성장한 KAL은 적어도 외형적인 면에선 세계적인 성공 사례다. 신흥 항공사에선 KAL의 발전모델을 연구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KAL의 성공은 그러나 趙씨만의 공이 아니라 정부·국민·조종사·정비사 등의 희생적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는 KAL을 독점 기업으로 보호하는 데만 그치지는 않았다. 노선확장·사고처리 등에는 외교력을 총동원했다. 해외 출장 공무원들은 의무적으로 KAL을 타도록 했다. 얼마 전 해외 순방길에서 돌아온 국회의장은 새벽에 金浦에 내리는 수고를 마다 않고 KAL을 탔었다. KAL의 국제 노선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것은 中東노선이다. 여객수에선 4·3%에 불과하지만 수입면에선 약 20%를 차지한다. 이것도 중동 근로자와 건설업체들의 협조 덕분이었다. 국민들은 또 비싼 KAL을 그래도「우리의 날개」라고 애용하였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KAL은 미주 왕복표를 국내에서 훨씬 비싸게 팔고 있다. 미국 가는 한국인이 일부러 홍콩을 경유, 그곳에서 홍콩-미국-한국 항공표를 구입해도 서울 홍콩 비행기값이 빠질 정도다. 우리 공군이 양성한 우수한 정비사와 조종사들을 고스란히 인수함으로 해서 KAL은 막대한 교육 투자비도 절약했다. 정부는 또 KAL을 위해 조종사와 정비사의 취업 자유도 제한했다.
  
  『KAL을 위하는 게 국가를 위하는 것이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조치로 3배의 연봉을 주는 외국 직장을 거부당한 피해 당사자들의 좌절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그 조치가 國益이 아니라 私益이나 社益을 위한 희생으로 비치고 있다. KAL측에선 어느 나라이든 국가를 대표하는 항공사(내셔널 플랙 캐리어)는 하나라고 한다. 대충 옳은 말이다. 그러나 KAL처럼 국내외선을 모두 독점한 경우는 오히려 예외적이다. 일본의『내셔널 플랙 캐리어』인 JAL도 국내에선 全日本航空, 東亞航空, 亞細亞航空 등과 경쟁하고 있다.
  
  독점 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선 강직한 공권력이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교통부가 할 일이다. 80년 초까지 교통부를 출입했던 어느 기자는 말했다.『교통부 항공국은 한 마디로 KAL을 지휘·감독하는 부서가 아니라 KAL의 지원부서 같이 느껴졌다. 거대한 첨단 기술 집단인 KAL을 감독하기엔 실력이 달리니까 항공 행정의 주도권을 KAL에 맡겨 놓는 꼴이었다. 공무원들은 KAL에 불리한건 보안을 철저하게 한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항공국장 되면 기자들에겐 인심 잃는다는 말도 있었다』前 KAL 직원 J씨의 경험담-.
  
  『77년 무렵 홍콩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홍콩에 도착한 KAL 여객기에서 화물을 내리다가 불이 난 적이 있었다. 홍콩 당국에선 한국의 위험물 취급 규정과 직원의 위험물 취급 자격증을 가져 오라고 했다. 그때는 그런 게 없었다. 우리는 서둘러 위험물 취급 규정을 초안, 직원을 서울로 보냈는데 교통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어 잘 해결이 됐다』그러면 지금의 교통부는 어떤가? 나는 KAL이 관련된 항공 사고 조사 보고서를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교통부 당무자는 이렇게 말했다.『조사 결과가 알려지면 외국 항공사들이 KAL을 악선전하는 데 이용할 위험이 있고 결과적으로 국익에도 불리해진다』
  
  항공 사고의 조사 결과는 사고 예방의 교과서가 된다. 美軍은 한국에서 미군기 추락 사고가 나면 그 현장에 몇 달간이나 조사 본부를 설치. 파편들을 일일이 주워 모아 기체를 복원, 사고 원인을 캔다. 기체 결함에 대한 의심이 벗겨질 때까지 사고를 낸 기종을 일단 비행 금지시키는 수도 있다. 비행기사고 규명엔 고도의 종합과학이 필요하며 공정성을 위해 독립된 상설 조사기구를 두는 게 원칙이다.
  
  그런 기구도 없고 항공기 사고 조사 결과도 공개 않는 자유 국가가 한국 이외에 또 어디에 있을까? KAL 을 위해 조사결과를 공표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통부가 국민 즉, 승객을 위해 있는 기관인지 독점 기업을 위해 있는 기관인지를 혼동케 한다. 더구나 국민의 생명에 관계된 사고 문제에서까지 들먹이는「국익」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출처 : 월조
[ 2003-07-09, 18:1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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