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광구의 대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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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는 공기다
  한국의 동자부장관이 석유는 상품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 석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공기다. 안 마시면 죽는 공기다. 이 공기 없이는 경제도, 사회도, 현대 문명도 살아갈 수 없다. 이 공기를 한국에 불어 넣어주는 머나 먼 항로, 이 원유수송로가 막히거나 끊어질 때 한국은 질식할 것이다. 이 파이프는 녹슬지 않았는가, 균열이 가지 않았는가, 하나로 충분한가, 파이프를 조작하는 사람들의 손길은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테드 윌리엄즈. 그는 30 연대와 40 연대에 미국의 프로 야구계를 주름잡았던 강타자다. 윌리럼즈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가장 힘든 일은 타자가 안타를 치는 일이라고 했다. 그의 생애 통산타율은 3할4부 였다. 메이저리그에선 2할 5부만 되어도 보통이란 소리를 듣는다. 3할 이상이면 일류 타자다.
  
  석유 시추의 성공률른 보통 안타율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성공률이 2%인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정신상태는 어떠할까. 윌리엄즈의 논법을 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석유 시추. 그 가운데서도 해저 시추다. 필리핀에서처럼 80년 동안 3백을 넘는 구멍을 뚫어야 발견이 되는 유전. 자기 몸의 천 배도 넘는 모비 딕에 도전하는 에이하브 선장처럼 요행과 같은 2%의 가능성에 엄청난 돈과 정열을 거는 탐광자들의 행동 논리는 어떤 것일까.
  
  천착(穿鑿). 구멍을 뚫는다는 것. 땅 속으로 수천m. 때론 에베레스트산보다 더 긴 구멍을 뚫는 행위, 여기에는 일상에선 볼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일까. 석유 개발의 속성 - 끈기. 도박. 광기는 구멍을 뚫는다는 이 독특한 행위에서 빚어진 것이 아닐까. 천착이 끈기와 집념의 동의어가 된 것처럼.
  
  페르샤만과 맞먹는다던 7광구. 죽었나 살았나. 두 구멍이 뚫렸는데..... 3백 년 동안 쓸 기름이 묻혀 있으리라고 예언한 사람들은 어딜 갔는가. 정말 있긴 하나. 가스인가 기름인가. 한국 대륙붕을 뚫는데 왜 텍사스 사나이가 지휘를 하나. 왜 일본 사람이 돈을 쓸어가고 한국사람들은 부스러기만 줍고 있나.
  
  이런 의문과 호기심에서 나는 1980년 5월부터 여섯 달 동안 한.일공동광구 시추와 원유 수송항로를 취재했다. 여기서 얻은 해답을 여러 사람들과 나눠 갖기 위해 이 글을 썼다. 원래 폐쇄적인 석유 시추 현장. 그 속으로 비비고 들어가 그 실상을 미주알 고주알 까발린 기록을 외국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기에 이 글을 책으로 펴내기로 했다.
  
  취재를 하며, 글을 쓰면서, 나는 여러 번 환상에 잠기곤 했다. 굴착선에서 산출시험을 할 때 솟구치는 기름과 가스, 그것을 태우면 바다를 뒤덮는 불꽃과 연막, 이것은 오일 스트라이크를 입증하는 축복의 불바다다. 가스층이 해저 화산처럼 폭발, 굴착선과 기술자들을 날려 버리는 재난의 불바다. 수십 만톤급 유조선이 폭파되어 오일 로드가 마비되는 최악의 불바다. 유전 발견, 사고, 전쟁을 아울러 상징하는 불바다의 상상에서 깨어난 나는 많은 경고를 이 글에 담기로 했다.
  
  기름은 피보다 진하다고 했다. 20 세기의 문명사는 석유라는 잉크로 쓰여졌다고 한다. 전쟁은 군비에 의존하고 군비는 석유에 의존한다는 말도 있다. 이 끈적끈적한 광물로 지탱되고 있는 오늘의 문명, 먼 훗날에서 오늘을 돌이텨 <행복했던 나날들>이라고 슬픈 추억을 하지 않으려면 석유의 정체를 속속들이 벗겨내는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하리라. 고대 인도 서사시 <라아마아야나>의 한 대목을 인용함으로써 글쓴이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지나친 자신과 교만 탓으로
  지닌 바 기름을 모두 잃고
  그 목을 끊긴 자가 있었으니
  옛 현인(賢人)은
  이를 유단(油斷)이라 불러
  후세를 위한 훈계로 삼았더라
  - 일본 사까이 다이찌의 <油斷>에서
  1981년 5월 저자
출처 : 도서출판 다락원
[ 2003-07-10, 10:2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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