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健二 대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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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모프 대통령의 자주노선
  
  駐우즈베키스탄 徐健二 대사를 만났다. 그는 우즈벡처럼 약동하는 사회에 어울리는 활달한 몸짓과 투박한 말투로써 우즈벡의 오늘과 내일을 설명해 주었다.
  
  『터키와 우즈베키스탄이 최근에 영구 우호협력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2차대전 이후 이런 특수 맹방 조약은 처음일 것입니다. 우즈벡은 이란의 원리주의로부터 자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세속적 이슬람 노선의 종주국인 터키의 정치력을 빌리려 하고 있습니다. 脫러시아 정책을 공언한 중앙아시아 지도자는 카리모프 대통령뿐입니다』
  
  徐대사는 카리모프 대통령이 「위대한 지도자의 비전」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했다. 『경제 개발보다도 진정한 독립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점에서 朴正熙와 비슷하다. 그는 朴正熙의 「국가와 혁명과 나」를 탐독煞?우리의 개발전략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수교 전엔 터키를 개발 모델로 채택할까 했으나 수교 후엔 朴正熙모델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그가 두 번 한국을 방문한 것도 그런 관심을 반영한다.
  
  특히 차관급의 엘리트들이 한국 모델을 열성적으로 연구중이라 한다. 『그들은 한국에 대하여 우리보다도 더 잘 아는 것 같습니다. 1960년에 한국이 1인당 GNP가 70달러였는데 1차 5개년 계획 중 얼마나 늘었다느니 수치까지 줄줄 외워요』 카리모프 대통령의 특명으로 국가사회건설원(Academy of State & Social Construction)이 만들어졌다. 정부의 국장급·각주의 부지사 이상 엘리트들이 1년 이상 교육받는 곳이다. 한국의 국방대학원과 비슷한 곳이다.
  
  『독일 대사와 저, 그리고 大宇 본부장이 초청돼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주)大宇 중앙아시아 본부의 정희주(鄭熙周)본부장은 『나는 강연한 뒤엔 영어로 내용을 정리하여 관계자들에게 나눠준다』면서 『개발年代 초기에 참여했던 우리 상공부 관료 출신들이 와서 이들에게 경험담을 들려주면 좋아할 것이다』고 했다. 鄭본부장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경제정책 조정회의에 자문위원 자격으로 초청된다고 한다. 한 번은 대통령?『증권시장에 외국자본을 유치하라』는 지시를 했다. 鄭본부장은 『증권시장 개방은 우리도 30년간 안 했다. 증권 투자분은 급할 때는 나가 버린다. 산업자본은 그렇게 안나가지만…』이라고 반론을 편 적도 있다고 한다.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위치
  
  카리모프 대통령이 밀고 나가고 있는 脫러시아 독립·자주노선 중 주목할만한 것은 언어정책이다. 우즈벡 사람들은 러시아 제국에 통합되기 전에 아랍 알파벳으로 우즈벡語를 표기했다. 文化語로선 페르시아語, 종교語로선 아랍語가 있었다. 1928년부터는 러시아語가 공용어였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최근 우즈벡語를 공용어로 하며 라틴 알파벳으로 표기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대부분의 우즈벡人들은 러시아語를 더 쉽게 쓰고 있고 카리모프 대통령 자신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語를 사용할 정도이지만 독자적인 언어 없이는 독립·자주정신이 함양될 수 없다는 점을 알고서 다소 무리를 감수해서라도 우즈벡語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鄭熙周 전무(大宇 중앙아시아 본부장)는 『터키와 이 나라는 특수관계국으로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인종적·언어적으로 같은 그룹인 터키 사람과 우즈벡 사람들은 통역 없이 이야기해도 70%쯤은 서로 알아듣는다고 한다. 합작 투자업체의 半이 터키-우즈벡 합작이다.
  
  『우즈벡은 脫러시아하면서 미국, 독일, 터키와 친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우즈벡과 터키를 묶어서 이란의 원리주의를 견제하려고 합니다. 미국은 또 중국과 소련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가치에 착안하여 우즈벡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머리 위를 감싸고 있는 몽골 벨트, 그 중에서도 특히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일찍 간과한 것이다. 이 지역에의 진출이 의외로 부진한 것은 일본이다. 일본 상사맨들의 사고방식과 경제구조가 체제전환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이런 나라에는 잘 맞지 않기 때문이리라. 金宇中 회장의 大宇그룹은 중앙아시아의 중앙거점으로서 우즈벡을 선택하여 이곳을 발판으로 하여 북으로는 러시아, 남으로는 인도·파키스탄을 공략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
  
  한국의 개발年代를 상징하는 大宇 등 한국기업群이 한국식 개발의 노하우를 중앙아시아-동구권의 몽골벨트에 수출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경제활동을 넘어서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지난 50년간 한국인들이 이룩한 경제·정치 발전의 노하우(Know-how)는 20세기 세계사의 중요한 지적 소유권에 속한다. 이것을 몽골 벨트의 나라들에게 파는 것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로서는 남북통일에 대비한 실험이라는 성격을 지니게 된다. 중앙아시아·동구권의 몽골 벨트는 터키를 제외하면 모두가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런 나라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때로는 상담역, 때로는 교사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거꾸로 체제전환 유도 기술을 배우게 될 것이고, 이 경험을 통일시기의 북한에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大宇 등 한국기업들이 이 몽골벨트에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조직경영 방식의 소프트웨어는 이 지역의 역사·문화·민족성에 맞는 몽골식 방법(人情主義)이란 점도 재미있다. 천시(天時)와 지리(地理)와 인간이 같은 타이밍으로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자의 지나친 흥분일까?
  
  『한국인이기에 가능했다』
  
  지난 6월3일 타슈켄트 공항에서 동쪽 페르가나쪽으로 날아갔다. 우즈벡 항공사 소속 프로펠러 비행기였다. 우즈벡엔 자동차 공장은 大宇가 지은 것이 처음이지만 비행기 제작 공장은 있어 우즈벡 항공사는 여객기가 4백대나 된다고 한다. 조종기술도 우수한 편이란다. 오른쪽으로는 눈 덮인 파밀산맥이 공중에 뜬 모습으로 보였다. 산맥에서 발원한 강물이 사막을 지나 평야로 흘러들어 농경지를 축여주는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40분만에 안디잔市 상공에 도달했다.
  
  농촌 풍경 속에서 갑자기 엄청난 황토색 건물이 시야를 메웠다. 우즈-대우 자동차 공장이었다. 대우가 51%, 우즈벡 정부측이 49%의 주식을 소유한 이 합작 회사에 大宇는 약 7억 달러를 투자하여 30만 坪 부지에 승용차 年産 20만대 규모의 최신식 공장을 두 달 전에 완공한 것이었다. 공장건설을 지휘했던 60代의 정규영(鄭圭泳) 부사장은 기자에게 꼭 해둘 말이 있었다는 듯이 메모지를 펴고 설명해갔다.
  
  『공장건설 공사를 끝내고 나니 꿈꾸고 있다는 느낌이 나곤 합니다. 이런 일은 우리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한국 사람들은 부지런할 뿐 아니라 어떤 일을 착수해 놓고는 끝나지 않으면 꺼림칙해서 견디지 못해요. 빨리 끝내려면 현지인들을 달래고 때로는 욕하고 드물게는 손찌검도 합니다. 반장 한 사람이 귀국하면서 하는 말이 「현지인 안전모 9개를 깨뜨리고 갑니다」라고 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다. 욕한 뒤엔 마음이 불편해져 보드카, 담배, 라이터 같은 것으로나마 현지인의 마음을 풀어주어야 속이 편해진다는 것이다. 우즈벡人들은 미친 사람들처럼 일하는 한국인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다가 차츰 정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비록 능력은 부족하지만 힘껏 해 보려고 애쓴다. 한국인의 광기(狂氣)가 그들에게 감염된 것이다.
  
  『한국人이 아니라면 이 공사는 못 했다고 단언합니다. 일본·미국 사람들이라면 이 나라 사람들은 희망 없다고 손 털고 일어났을 겁니다. 그들은 너무 합리적이라 우리처럼 끝장을 보려고 하지 않아요. 러시아人들이, 우즈벡에 자동차 공장이 세워진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라고 했다는 겁니다』
  
  최근 러시아의 자동차 잡지가「우즈벡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는 것이다.
  
  『우즈벡人도 자기 자신에 놀라고 있습니다. 수석부총리 출라베코프氏(65)의 역할이 컸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 공정회의를 현장에서 열어 공사를 밀어붙였어요. 현장에서 목을 치고…우즈벡에서는 굉장히 드문 人物입니다. 한때는 공장 건설에 한국인 기술·관리자가 4백명이나 나와 있었어요 그들은 독일·일본인 등 40명의 외국인 기술자도 엄격하게 몰아세웠지요』
  
  『참는 것부터 배우라』
  
  鄭부사장은 『우즈벡 사람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책임감은 약하지만 착하고 자존심은 강합니다. 우즈벡에 살던 많은 러시아인이 돌아가는데 이들에게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아서 그런 답니다. 공산주의 70년 역사가 이들에게 남긴 유산을 정의해 봤어요. 첫째가 노는 것, 그것도 정확하게 많이 노는 것. 연휴 전날엔 1시간 前에 퇴근하고 일하는 건 시간 때우기式입니다. 어떨 때는 이런 공산주의가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특별한 욕심이 없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고 일자리도 걱정 없으니….
  
  우즈벡 기술자들을 한국으로 연수 보내기 전 교육시간에 한국의 1950년대와 지금을 비교하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도 게을렀고, 갈之자 걸음 걸었다고요. 1935년에 당신네들은 페르가나 대운하를 2백50㎞나 팠지 않은가. 그런 것은 한국 사람도 못해본 일이다. 한국인에게 기죽지 말라고 했어요. 자존심을 자극하면 효과가 있습니다. 여기 파견 나오는 한국인은 급한 성격을 죽이지 못해 스트레스로 병날까 걱정입니다. 참는 것부터 배우라고 충고하지요』
  
  鄭부사장은 『미국식 합리주의보다는 직정주의가 먹힌다』는 얘기도 했다. 인간의 머리, 즉 이성이나 계산이 아닌 인간의 가슴, 즉 마음(心)이라 감정에 호소하는 경영법이 효과적이란 것은 몽골벨트의 공통점이다. 준공식을 기다리는 자동차 공장을 둘러봤다. 최신식 설비답게 로봇과 자동장치로써 빛이 나고 있었다. 서울에서 온 한국인 관리자들은 우즈벡인들에 대해서 군기(軍紀)를 확실하게 잡아 놓고 있었다.
  
  마주치면 『안녕하십니까』란 한국 말이 즉각 튀어나오고 고개를 숙여 공손하게 인사한다. 한국인들은 세계 어디를 가나 자신의 영향권 안에 들어온 외국인들을 군대식으로 장악하여 그들을 빠릿빠릿하게 개조하는 능력이 있다. 우즈벡人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법이 없는데 이 공장에서는 그것이 안 통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서로 싫은 소리 안 한다』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투자액으로서는 大宇가 모든 외국기업 중 1위이다. 金宇中회장은 『중앙아시아를 다녀보니 이 나라가 가장 희망이 있다는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을 비롯, 엘리트 공무원들이 깨끗하고 사명감에 불타고 있는데다가 카리모프 대통령을 만나보니 『이 사람이 있는 한 정치는 안정되겠고 믿고 투자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타슈켄트 시내에 있는 우즈-대우 전자공장은 大宇가 64%의 주식을 갖고있는 합작기업이다. 기존시설에 2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1993년에 생산을 개시한 이래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전자공장으로 성장했다. 올해 생산목표는 텔레비전 11만대, 비디오 9만대, 자동차용 오디오 5만대, 전자부품 2만 개로서 매출목표는 6천만 달러(그 가운데 25%는 수출). 내년의 매출목표는 1억 달러로 잡았다. 9백 명의 종업원을 지휘하고 있는 한국인 직원은 6명.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털어놓은 체험담은 바로 국제화의 사례연구거리였다.
  
  ―고참이 싫은 소리를 하면서 신입사원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는가요.
  
  『그게 문제입니다. 간부나 선배는 아래 사람에게 싫은 소리 안 하려고 합니다. 단속반을 만들어 규정 위반자를 적발, 경고장을 떼 주도록 했는데 단속을 안 합니다. 선후배끼리의 자연발생적이고 자발적 리더십과 협동심이 아직 돋아나지 않습니다. 엔지니어 사이에선 희망이 보입니다만』
  
  사회주의 국가의 공통점은 상사가 부하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즉 惡投를 기피한다는 뜻이다. 부하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려고 하다가는 조직을 망치게 되는 일이 많은데 사회주의 국가에선 조직이고 회사가 모두가 국유이니 국유재산의 손실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으려는 풍조이다. 한국이 발전한 것은 당장에는 부하들로부터 욕을 먹겠지만 조직을 위해서는, 또 미래를 위해서는 그런 악역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졌던 기성세대들이 대통령부터 과장까지 많았기 때문이었다.
  
  한때 세계 5위권에 들었던 富를 국민들에게 나눠주어 당대엔 인기가 높았던 아르헨티나의 페론은 결국 나라를 망쳤지만 국민학교 교사처럼 국민들을 상대로 채찍질도 하고 잔소리를 해가면서『내가 죽은 뒤에 내 무덤에 침을 뱉으면 될 것 아닌가』라고 독한 마음을 먹었던 朴正熙는 우즈벡의 엘리트들이 따라 배우는 20세기의 가장 성공적인 근대화 모델을 만들었다. 당대의 박수를 기대하는 지도자는 역사에서 경멸받고 당대의 비판을 각오한 지도자는 역사에서 보상받는다는 것은 세계사의 한 법칙이 되고 있다.
  
  『한국인은 끝장을 보는 사람들』
  
  타슈켄트 대우전자 현지 합작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직원들이 우즈벡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는 그들의 한국이 평(評)은 대강 이러하다고 한다.
  
  ·성격이 너무 급하다.『빨리 빨리』라는 말을 제일 먼저 알아듣게 된다.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다.
  ·책임감이 강하다.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우리는 한달 걸리는 일을 반나절만에 해치운다.
  ·한국인들에게는 『잡더라』(내일 하자)는 말을 하면 절대로 안 된다.
  ·가정보다는 회사에 더 충성한다.
  ·화를 잘 내기 때문에 통역을 하기가 두렵다.
  
  한국인 직원들의 우즈벡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더 재미있다.
  
  ·컨테이너가 실린 물건을 부리고 돌려주어야 하는데 하나가 남았다. 이것을 부리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도 퇴근 시간이 되었다고 컨테이너 하나를 남겨놓고 귀가해버리더라.
  ·한국인 사장의 운전 기사가 휴가를 갔는데 차를 몰고 가버렸다. 운전기사를 잡아오다시피 했다.
  
  徐健二대사는 이렇게 당부했다.
  
  『우즈벡 같은 나라는 아직 개혁·개방중에 있으므로 법과 제도가 선진국처럼 정비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스팔트가 다 깔린 뒤에 달리려고 하면 늦습니다. 우리는 비포장도로라도 먼지 뒤집어쓰면서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인들이 머지 않아 나타날 것입니다. 그 전에 우리가 빨리 진출하여 거점을 확보하고 고지를 선점(先占)해야 합니다』
출처 : 월조
[ 2003-07-14, 14:0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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