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 한반도 화약고 뇌관은 터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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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대특집 서해해전; 「화약고」 한반도의 뇌관은 터지는가? - 황장엽씨 인터뷰
  
  『비겁한 金正日은 전쟁 못한다. 이번 도발은 金正日이 직접 비준해서 한 것. 이 정도 사건은 북한에선 일상사, 너무 떠들 것 없다』
  
  <1999년 7월 월간조선>
  
  『더 세게 나가야 한다』
  
  「金正日(김정일)은 서해의 敗戰(패전) 이후 어떻게 나올 것인가」하는 질문에 대해서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인물들 가운데 가장 권위 있게 대답할 인물은 북한 權府(권부)의 생리를 體得(체득)한 黃長燁(황장엽) 북한 전 노동당 비서일 것이다. 6월15일 오후 기자가 黃씨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아주 힘차고 들떠 있었다. 「나는 金正日과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제목으로 회고록을 일본에서 출판했던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金正日이 우리 국군한테 호되게 당한 것이 신나는 일인 듯했다.
  
  『金正日은 절대로 반격하지 못합니다. 더 세게 나가야 합니다. 아주 강경하게 나가야 합니다. 떨떠름하게 나가면 안돼요』
  
  ―金正日은 자신의 권위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는데 가만히 있을까요?
  
  『북한 인민에겐 알리지 않을 텐데 무슨 권위의 실추가 있겠습니까. 여기서는 야단들이지만. 金正日은 이럴 경우 즉흥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요. 이성적으로 계산해서 합니다. 局地戰(국지전)이든 全面戰(전면전)이든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왜 합니까』
  
  黃長燁씨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을 인질로 잡는다든지 하는 일은 절대로 벌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교전이 있었던 날 現代(현대)의 관광선이 금강산으로 출항한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고 했다. 黃씨는 『그러나 테러 같은 보복행위는 해올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는 『그런 일에 대비하고 있다가 더 때려야 한다』고 했다.
  
  ―黃선생님께서 몸조심하셔야겠습니다.
  
  『저는 오히려 테러를 당해서 죽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밥만 축내는 것보다는 얼마나 보람 있는 일입니까』
  
  ―黃선생님께서는 金正日이 잔혹한 인간이긴 하지만 참용기가 있는 지도자는 못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북한 수뇌부들도 양심이나 이념으로 뭉친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勢(세)가 불리해지면 와르르 무너질 것이라고 예언하신 적도 있습니다만 그런 관점에서 金正日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리라 보시는 겁니까.
  
  『그게 아니고 金正日이 가진 기본적인 전쟁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자는 전쟁을 해서 남한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합니다. 그러지 않고 (6·25전쟁 때처럼) 북한을 통치하는 선에서 끝나는 전쟁은 실익이 없기 때문에 하지 않습니다. 1994년 北核(북핵) 위기 때 金日成은 무척 겁을 먹었습니다. 미군이 폭격하면 대응사격을 하라는 지시는 내려놓았지만 위기를 벗어나려고 초조해 했습니다. 이때 카터가 평양에 와서 남북 頂上(정상)회담을 주선하는 바람에 金日成이 얼마나 안도한지 모릅니다. 1976년 판문점 도끼 사건 때 金日成이 사실상 미국한테 굴복한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金正日은 힘 앞에서만 고분고분해집니다』
  
  黃長燁씨는 金正日이 전쟁을 결심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제동이라고 했다. 金正日이 한반도에서 불장난을 쳐서 미국과 일본을 자극하는 것을 중국은 골치 아프게 생각할 것이라고 한다. 鄧小平(등소평) 死後(사후) 중국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은 金日成(김일성)에 대해서 느꼈던 것과 같은 同志愛(동지애)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黃長燁씨는 북한이 開戰(개전)을 결심할 수 있는 조건은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남한내에서 親北(친북)세력이 득세하여 남한과의 단독결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때라고 했다. 미군이 일단 철수했다가 다시 참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위협용으로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란 설명이었다.
  
  『彼我 구분도 못하는 자들이니 애국적 열정이 없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굶어죽고 있는 북한사람들이 꽃게를 잡기 위해서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오는 것을 우리가 너무 박절하게 막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 식으로 북한을 돕자고 하는 사람들은 미친 자들입니다. 영해를 침범한 자들을 그런 이론으로 변호하는 것은 민족반역자들입니다. 彼我(피아) 구분도 못하는 얼치기들이 진보라고 자처하고 다니는 것을 보니 안타깝습니다. 金正日의 본질도 모르고 敵(적)이 누구인지 개념도 없고 하니 혁명적 열정도 애국적 열정도 없는 거예요. 서해의 북방한계선이 국제법상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그런 논의는 법률학자들에게 맡겨놓으면 되는 것이고 정부와 군대는 주권을 수호해야지요』
  
  黃씨는 우리의 主敵인 북한정권과 구출대상인 북한주민들을 구별하지도 못하는 소위 진보세력을 「투항주의자」라고 표현했다. 黃씨는 『이번에 軍(군)이 참 잘 대처했다』고 말했으나 金大中(김대중)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평가를 피했다.
  
  『햇볕정책을 정부가 내어놓았으니 그 정책은 정책대로 펴고 안보는 안보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黃씨는 그러면서도 햇볕정책의 한 원칙인 「흡수통일을 안하겠다」는 말에 대해서는 『金正日이 웃을 것이다』고 했다.
  『아마도 그들은 「누가 누구를 흡수통일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하고 비웃을 것입니다』
  
  黃씨는 이번 西海(서해) 영해 침해 사태가 金正日의 승인하에서 계획된 사건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아마도 우리 정부의 의지를 시험해보려고 한 짓일 것이다. 그들은 햇볕정책을 펴는 이 정부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黃씨는 『우리 군이 적이 선제공격하면 반격하겠다고 선언한 뒤 단호하게 대처한 것은 잘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 정도 일은 북한에서는 아무것도 아닌데 남쪽에선 너무 불안해 하는 것 같습니다』
  
  『金正日과 북한의 본질 알고 북한 도와야』
  
  그는 전화 인터뷰 도중 여러 번 『金正日의 본질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黃씨는 한국에 온 뒤 줄곧 『북한에는 강경파도 온건파도 없다. 그런 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북한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희망적 관측이다』면서 『북한의 정책결정자는 金正日 한 사람뿐이다』라고 주장해왔었다.
  
  『강도한테 달라고 하는 것을 다 주면 인간이 달라져서 더는 강도짓을 안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식인데 金正日은 본성이 강도이므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黃씨는 북한측에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하는 것에는 『찬성한다』고 했다. 비료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남한으로부터 비료를 받았다고 노동신문에 보도하는 조건으로 지원할 수 있다면 찬성한다』고 했다. 現代의 금강산 관광료 지불에 대해서는 『내가 북한에 있을 때 그 계획을 발상한 사람이지만 金正日에게 현금을 주어서는 안된다. 현대가 보낸 돈 때문에 벌써 북한의 사정이 좋아졌다는 얘기가 있다』라고 했다.
  
  黃씨는 「북한을 돕는 기준」으로서 「脫北者(탈북자) 우선」을 주장했다. 『중국을 떠돌면서 위험에 처해 있는 탈북자들은 자신의 의지로써 탈출한 용감한 사람들이니 만큼 이들을 우선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는 또 지금 일부 민간단체가 벌이고 있는, 在中(재중) 탈북자에게 유엔이 難民(난민)지위를 부여하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서명운동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붙들어 북한으로 송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이 대탈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결코 難民 지위를 허용하도록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대신 우리는 중국 정부와 자주 교류하여 중국을 북한과 멀리 떼어놓고 우리 편으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드러내 놓고 북한을 고립시킨다고 이야기할 필요없이 우리가 주변 국가들과 친해놓으면 자연히 북한은 고립되는 것입니다』
  
  남한 사람만의 평화냐, 全민족의 평화를 위한 早期통일이냐
  
  黃씨는 그동안 당하기만 해온 한국이 서해 해전에서 승리한 것을 계기로 삼아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북한을 붕괴시키는 조건은 북한 안에서 발견하여야 한다」면서 『북한에 식량원조를 해주면 남한에 의존하게 되어 개혁 개방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결국 붕괴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안보의 방패를 튼튼히 하여 북한이 남침하지 못하게 하고 北이 진정한 개혁 개방도 못하게 하여 망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最上(최상)의 민족문제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체제가 이미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말기 암환자와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개방하면 빨리 망하고 개방 안하면 천천히 망한다고 생각되기도 하는데요?
  『개방한다고 곧 망하리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지금 金正日이 개방하면 인민들이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자가 권력을 강화, 유지하면서 천천히 개방하면 성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집단농장을 개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黃長燁씨는 전쟁을 통해서가 아니라면 북한 붕괴는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인데 비해 金大中 대통령의 소위 햇볕정책은 한반도의 평화구조 정착을 통일보다 우선적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생각은 다르다. 차이점은 결국 통일과 평화 가운데 어느 목표에 優先(우선)을 두는가인데 黃長燁씨는 「전쟁 없는 통일」이 「평화란 美名(미명)하의 분단고착」보다 낫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흡수통일을 거부하고 있는 햇볕정책이 추구하는 평화란 남한 주민만의 평화이고 북한 동포들에겐 고통의 연장일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반도에서 평화의 의미는 남한사람들만의 평화가 아닌 남북한 전체 주민들의 공통된 평화로 再定義(재정의)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출처 : 월조
[ 2003-07-14, 14:2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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