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이회창 총재와 내각제 개헌 주제로 비밀 회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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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곤란하다』고 못박았다
  
  지금까지 金총리의 말을 요약하면, 「안되는 내각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려고 했을 때는 공동정권이 무너지고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그래서 나라를 생각해서 내각제를 양보했다」는 것이다. 그런 뜻을 절차를 밟아 당내 의원들에게도 설명하려 했는데, 7월12일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미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얘기다.
  
  ―결국 그 사건 이후 심각한 內紛(내분)에 빠진 자민련의 당내 문제는 金총리의 의사전달 방법에도 원인이 있었다고 봐야겠군요.
  
  『그런 것도 있었어요. 내가 데리고 있던 친구(앞서의 李모 의원을 말함-注)가 찾아와서 무심코 묻는데 「이봐, 최선이 안되면 차선을 택해야 하고, 나중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 선택을 해야할 텐데, 그런 것을 잘 좀 생각해 봐. 우격다짐으로들 그러지 말고」, 이렇게 얘기했는데 그걸 당에 가서는 「포기한 것 같더라」고 한 겁니다』
  
  ―그 사람은 金총리께서 당 총재 시설비서실장을 지낸 李東馥(이동복) 의원입니까?
  
  『나는 누구라고 얘기 안해요. 金龍煥 의원은 너무 노출이 됐으니까 얘기하지만…. 그렇게 된 거예요. 그 얘기를 듣고 金龍煥 의원이 나를 찾아 왔길래 다 설명했지요. 그러나 자기를 무시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믿고 하다 보니까 야속했던 점이 많아졌는데…, 이해를 합니다』
  
  ―총리의 말씀은 이 문제를 잘 풀 수도 있었는데 중간에 그런 차질이 있어서 계획이 헝클어졌다는 얘기군요.
  
  『그래서 뒤죽박죽이 된 거죠. 내가 과정을 밟는 데 소홀함이 있었으니 그것은 나도 반성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심정은 지금까지 설명한 그대롭니다. 그런 정도는 이해를 해주지 않겠나 하는 신뢰도 있었죠』
  
  ―金大中 대통령과 穉옴?호悶【?만난 자리에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을 통합하는 新黨(신당)얘기도 나왔다고 하는데 어떤 얘기?오갔습니까.
  
  『대통령의 생각은 이랬습니다. 지금 이 상태로는 개혁이 되지 않는다. 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당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국민회의나 자민련의 共助정도로는 지난 1년여 동안 해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新黨을 만들어 새로운 의지를 규합해 총선 후에 나가는 것이 어떤가」 하는 얘기였습니다.
  
  나는 「아이디어는 좋은데 합당은 안됩니다」고 했죠. 그걸 자꾸 원하는 사람, 그렇게 끌고 가려는 발언들이 심심찮게 나와 자꾸 신경을 건드렸는데, 그런 얘기는 안했지만, 합당은 곤란하다고 말씀 드렸어요』
  
  ―고려해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합당은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했다는 말이죠.
  
  『그랬어요. 더 얘기는 안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한 때 3黨이 통합을 했는데, 통합을 하면 작은 당은 없어지는 거다. 그게 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합당은 곤란합니다」 그랬죠. 청와대에서도 다른 소리가 자꾸 신문에 나니까 다음 다음날 합당은 합의한 일이 없다고 말했잖습니까』
  
  ―그런데 朴泰俊(박태준) 총재까지 마치 정계개편이 기정 사실인 것처럼 얘기를 했잖습니까.
  
  『朴泰俊 총재는 어떤 얘기를 구체적으로 했는지 나에게 자세한 얘기를 해주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그것도 한 방안이라고는 얘기한 것 같애요. 그 정도지, 자기는 딱 부러지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없다고 해서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金大中 대통령과 한 얘기를 미리 朴泰俊 총재에게는 얘기를 안했습니까.
  
  『얘기했죠. 그 다음 다음 날엔가 얘기했어요. 그런데 (金대통령과 워커힐에서 만난) 그날 저녁으로 국민회의에서는 合黨 운운하는 얘기가 퍼트려지더군요. 나는 대통령의 말씀을 예사로 들었거든요. 늘 하던 말씀이기도 했죠. 그 이전에도 그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오죽했으면 내가 그 전에 우리당 모임에서, 「합당 운운하는 사람들이 이 중에 있는 모양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黨을 떠나달라」고까지 했겠습니까. 그런 마음에 변동이 없습니다』
  
  『2人者면 어떻고 10人者면 어떻습니까』
  
  ─그런데 7월21일 내각제 유보 기자회견을 할 때, 어느 기자가 「내년 16대 총선에서도 자민련 간판으로 나오느냐」고 물었을 때 딱 부러지게 「아니다」고 말씀을 안 하셨잖습니까. 그것이 자민련과 국민회의의 합당이 기정 사실화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죠.
  
  『글쎄 그런 걸 말꼬리를 잡아서 그러는데, 나는 내 출마여부에 대해 확인하려는 질문으로 알고 「그건 그때 가서 봐야겠다」 그런 거죠. 내가 출마를 한다면 2월∼3월에 (총리를 그만두어야 하는) 時限(시한)이 있지 않느냐. 그때 나는 자민련으로 돌아가야 될 거다 그랬거든요. 그 말의 확실여부를 묻는 것으로 알고 그건 그때 가서 결심할 것이다고 한 거죠』
  
  ─질문과 답변에 오해가 있었던 것이군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어긋나는 게 다 그런 겁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총리께서나 金龍煥 의원이 일치단결해 내각제 공약은 변함이 없다고 워낙 강경하게 말해 왔고, 국민들도 약 50%는 내각제를 희망하는 쪽으로 여론이 나오기 때문에 어렵겠지만 한편으로는 改憲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했는데 너무나 간단하게 약속을 변경하니까, 또 총리께서 굴복을 했구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죠. 맨날 날더러 2人者(인자)로 만족하는 사람이라고 언론에서 말하지만, 2人者면 어떻고 10人者면 어떻습니까. 그게 무슨 관계입니까. 나는 그런 데는 관계하지 않아요. 나라일이 정상적으로 굴러가면 되는 거예요.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겁니다. 그것 외에는 아무 것에도 관계하지 않아요』
  
  ─1997년 大選 때 내각제가 합의되던 과정을 돌이켜 보면 이번의 유보는 형식면에서도 너무나 간단하게 끝나버린 게 아니냐는 생각들을 갖는 것 같습니다.
  
  『要式(요식)을 갖춰서 왜 그때 출발할 때처럼 변경하는 것도 하지 못했느냐는 뜻이 담겨져 있는 얘기들인데, 나로서는 오랜 고민 끝에 얘기를 한 겁니다. 작년 12월18일 (大選 승리 1주년) 기념일에 어떻게 했습니까. 全權(전권)을 대통령과 총리에게 맡긴다고 兩黨에서 결의를 해서 맡겨줬습니다. 그랬으면 두 사람이 결심하는 것이 그렇게 요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받아줘야지요. 그렇기 때문에 내각제 연기를 양당에서도 追認(추인)해 주고, 8人 위원회도 구성해 첫째 회합에서 내년 총선 후에 내각제를 추진한다고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다 절차를 밟았어요』
  
  내년 총선 후 內閣制 계속 추진
  
  ─그런데 改憲이 되려면 실질적으로는 여야가 합의해야 하고, 대통령이 동의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여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총리께서는 한나라당의 설득은 시도하셨으면서 국민들에 대한 설득은 안하셨지요. 안했을 뿐만 아니라 자민련에게는 그런 행동을 자제시키기도 했습니다.
  
  『그게 참 아쉬운 부분이에요. 내가 국무총리라는 직함을 가지고 여기에 앉아 있는데 돌아다니며 국민들에게 그걸 떠들어댈 도리가 없더라구요. 하다 못해 보궐선거를 하는데 내가 가서 몇번 지원을 해 주었으면 두 군데는 분명히 당선되었을 겁니다. 말 한 마디 못하고 안타깝게 보고만 있었는데, 총리 자리에 있으면서 내각책임제를 갖고 돌아다니며 국민을 설득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죠. 내가 당에 간다면 거리낌없이 국민들과 대화를 할 겁니다만 여기서야 어떻게 하겠어요』
  
  ─내년 16代 총선에서 또다시 내각제를 공약으로 내 걸 것입니까.
  
  『물론이죠. 내각제를 총선 후에 계속해서 추진하기로 兩黨이 확인을 했잖습니까』
  
  ─그 확인이라는 것이 내년 총선에서도 내각제 추진을 공약으로 내건다는 말씀입니까.
  
  『공약이고 뭐고, 내각책임제는 총선 후에 계속 추진한다고 양당에서 확인을 했어요. 그런데 언론은 이것을 무시해요. 다른 얘기지만, 우리 언론은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얘기하는 것은 크게 보도하면서 집권하고 있는 양당이 앞으로 할 큰 일을 확인했는 데도 취급을 안합니다』
  
  ─그럼 16代 총선 이후에는 어떻게 내각제를 추진한다는 말입니까.
  
  『내가 지난 대통령 선거 前 黨에 있을 때는 이 IMF 경제위기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국민들도 그땐 내각제에 대해 60%를 넘는 선호도가 시현되어 있었죠. 그래서 대통령이 중심이 돼서 양당이 밀어붙이면, 또 우리들의 나라 걱정하는 마음을 잘 설명하면 국민들도 상당히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지구당까지도 다른 사람에게 주고 내각제 改憲을 금년에 다 끝내면 政界(정계)를 떠나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된 거예요. 그래서 내가 기자회견을 할 때 내각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직은 계속 가져야겠다, 이렇게 얘기한 겁니다』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 내각제를 추진하는 것이 장단점은 있겠지만, 대통령이 집권연장을 꾀한다는 시각도 상당히 있지 않겠습니까.
  
  『정치적으로 공격한다면 어떤 말을 못하겠습니까. 그건 상관없다고 봐요. 이제 대통령도 내심으로는 사실 내각책임제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입니다. 순수하게들 받아줘야지요. 내년 총선 후에 어떤 양태로 이 문제를 추진할지를 지금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공격하는 사람이야 말이 없어서 공격못하겠어요? 그러나 眞意(진의)는 그렇지 않아요.
  
  우스운 것이, 내각책임제 改憲을 했다고 해서 (이어 치러질 총선에서) 우리가 多數黨(다수당)이 된다는 법도 없지 않습니까. 내각책임제는 다수당이 권력을 차지하는 겁니다. 우리가 제도만 갈아놓고 국민들이 우리를 다수당으로 만들어 주지 않고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권연장하려고 그런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겁니다』
  
  『그것도 미안하지만 신문이 선동한 것』
  
  ─死生決斷(사생결단)의 선거를 통해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개헌하고 또 기득권을 포기하는 선거를 곧바로 할 수 있겠습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時限을 상당히 갖게 되겠죠. 또 改憲을 하게 되면 경과규정도 넣어야 할 것이고…. (기득권이) 존중될 수 있는 방법이야 다 있는 것이지요』
  
  ─내각제가 살아 있으려면 자민련이 16代 총선에서 최소한 지금 의석(55석)은 잃지 않아야 할텐데, 그에 관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습니까.
  
  『선거를 앞두고 이 소리 저 소리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우리는 그저 더 많은 의석을 얻으려 최선을 다 할 겁니다. 그런 정도로 알아주세요』
  
  ─선거에 나가기 前 전략의 핵심은 당의 단결인데, 자민련의 당내 단결이 현 시점에서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내일 저녁(8월14일)에 의원들을 다 이곳으로 부릅니다. 오늘도 어떤 의원에게 그랬어요. 좀 강경한 사람인데, 「자 보자. 이 소리, 저 소리, 걱정스러워서 하는 얘기들이겠지만, 그런 걱정하는 소리가 결국엔 자기기반을 다 흔들어 놓는 줄 왜 모르느냐」고 말입니다. 어려울수록 단결하는 자세를 의연하게 보일 때 국민들은 의지하게 되고 믿고 맡기게 되는 겁니다』
  
  ─金龍煥 의원과는 7월12일 사건 뒤로는 아직 대화가 안 이뤄졌죠?
  
  『자꾸 부채질들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문제는 자민련 의원들 중에서 대구 경북 지역 의원들을 어떻게 안심시키느냐 하는 것인데요.
  
  『다 괜찮아요. 中大(중대) 선거구제로 변경하면 여러 가지로 어렵다고 걱정하는 이도 있지만, 그것도 미안하지만 신문이 선동한 거예요. 그걸 했을 때는 자민련이 기존 기반에서 3분의 1을 건지기 어렵다고 누가 썼습니까. 그걸 보고 다들 불안해서 야단들이에요.
  내 얘기는, 선거구제는 국회에서 여야간에 난상토론을 해서 가장 개혁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정하고, 우리로서는 내각책임제가 됐을 때를 대비한 선거구 획정도 해 나가야 하니까, 미리부터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보다는 시간이 있으면 선거민들과 잘 접촉해서 굳은 의지들을 보여주고 믿게들 해줘야겠다, 그런 얘기들을 하고 있어요』
  
  ─中(중)선거구제로의 합의가 가능하다고 봅니까.
  
  『아직 정식으로 논의도 안했어요. 정치개혁위원회가 제대로 기능도 못하고 있는 상태에요. 지난번 임시국회에서 내가 야당의 질문에 대해 「선거구 문제야 말로 일방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與野 간에 충분히 논의해서 가장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해서 정해줘야 할 문제이다. 그럴 때 정부는 그에 필요한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리고 이건 일방적으로 강행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나는 정부의 參謀長』
  
  ─다음 총선 때의 국민회의 자민련간 聯合公薦(연합공천) 문제로 대통령과 말씀을 나눈 적이 있습니까.
  
  『아직 그것까지는 얘기를 안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까지 얘기하기엔 너무 빨라요. 아무래도 때가 돼야 할 것 아닙니까』
  
  ─자민련으로서는 내각제를 양보했으면 연합공천에서는 반드시 일정 부분을 얻어야 하는 것이겠죠.
  
  『양당 8人 위원회에서 모든 기초적인 것을 얘기할 것입니다. 거기서 올라오는 것을 채택할 겁니다』
  
  內閣制 연기문제에 대해서는 이 정도에서 그만 얘기하자는 金총리에게 화제를 돌렸다.
  
  ─앞서 정치가 불안해지면 개혁이 안된다고 했는데, 공동정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분으로서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개혁의 방향은 어떤 것입니까.
  
  『개혁이란 한 마디로 이런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 나라를 21세기의 시대에 對備(대비)시키는 것입니다. 거기에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미흡한 것을 고쳐놓고, 흐트러진 것을 바로세워 놓고, 세계가 더불어 사는 21세기에 더불어 살 수 있는 토양들을 다져놓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개혁의 主眼(주안)이라고 봅니다. 대통령께서도 같은 생각이시겠지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경제문제에서 현 정부의 개혁은 재벌해체 쪽으로 가는 것 같고 그런 말이 이젠 공공연히 쓰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재벌해체가 아니라, 소위 그룹이라는 것이 개혁되어야 되겠다는 것이죠. 주력기업이 主(주)가 되어 그에 최선을 다하는 기업경영이 되어야겠다는 겁니다. 1백 수십개씩의 기업을 거느리면서 수십조씩의 국민세금을 결딴내고 있으니 이것만은 합리적인 경영시스템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입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중공업하는 회사가 아이스크림까지 해서는 안된다는 그런 것이지, 다 해체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그런데 기업이란 어떻든 돈을 버는 게 목표이고, 돈을 버는 방법으로써 전문화를 하든 다각화를 하든 정당하게 돈만 벌면 되지, 기업더러 정부가 전문화해라, 다각화해라, 지시하고 간섭할 이유와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 돈 수십 조를 빚지고서, 한 기업 살리느라 그 돈 투자하고, 다른 데서 번 돈 또 그것에 투자하고…, 이런 짓을 언제까지 계속하느냐 하는 거지요』
  
  -앞서 공동정권이라는 말을 되풀이 하셨는데,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공동정권 안에서 총리께서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나는 일종의 정부의 코디네이터(coordinator:調整者)에요. 치프 오브 스태프(Chief of Staff:參謀長)와 같은 말이지요. 공동정권이라고 하지만 일단 국무총리로 취임하면 그건 치프 오브 스태프입니다』
  
  ─경제문제는 빼고 말씀하는 거죠.
  
  『경제문제는 옆에서 대통령에게 자꾸 콩 심어라 팥 심어라 하는 게 그리 좋지 않습니다』
  
  國家保安法의 본질은 손 댈 수 없다
  
  ─이번 8·15 赦免(사면) 復權(복권) 문제에 대해 총리께서도 관여하셨습니까.
  
  『나는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보고는 상세히 받았지만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이번도 그렇고 지난번의 경우도 그렇지만, 金賢哲(김현철)씨의 赦免만이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간첩으로 實刑(실형)을 살던 사람들을 너무 쉽게 풀어주는데 보수본류의 정당이라면 이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셔야지 않습니까.
  
  『그건 여러 가지 입장이 있으니 두고 봅시다』
  
  ─그리고 國家保安法(국가보안법) 폐지는 없다고 했는데 改正(개정)은 있는 겁니까.
  
  『改正도 얘기는 하고 있지만 아직 손댄 것은 없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내가 국무회의에서, 허가 받고 북한에 간 이나, 허가 받지 않고 간 이나 하여튼 가서 하고 있는 행위가 도저히 용서 못할 행위들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돌아오거든 엄격히 다루라고 지시했습니다』
  
  ─國家保安法이 존재하는 근거는 우리 憲法(헌법)에서 북한을 反(반)국가 단체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북한을 反국가단체로 보지 말자, 反민주단체로 보자, 또는 사실상 국가로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국가보안법의 본질을 바꾸자는 주장을 합니다.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나는 그에 찬성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심지어 국가보안법을 문제시하는 사람들에게 「국가보안법 때문에 무슨 생활에 부자유스러운 게 있느냐」고 反問(반문)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99%는 국가보안법 때문에 생활에 제약을 받거나 부자유스러운 일이 없을 겁니다. 國家保安法은 국가의 안전을 위해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정해 놓은 겁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국민에게는 그 법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없습니다』
  
  ─현대 그룹에서 금강산 관광비로 9억4천2백만 달러를 북한에 주게 되었는데, 그것을 원貨(원화)로 주는 게 낫지 않느냐, 그래야 북한이 그 돈으로 무기는 못사고 남한에 있는 물건을 살 것이고, 그것으로 域內(역내) 무역도 활발해지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있습니다. 동서독이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지금 당장 再考(재고)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사실은 나도 걱정을 않은 것은 아닌데 찬성을 한 이유는, 어떤 경우도 다시 남북이 전쟁을 하는 일은 피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전쟁이 나면 우린 再生不能(재생불능)이 됩니다. 북쪽이 더 부서지겠지만 남한도 부서져요. 우리가 근 40여년 걸려서, 그 별별 고비를 다 참고 넘겨가며 이룩해 놓은 이 모든 것이 다 부서져요. 그렇다면 저쪽을 極限(극한)사태 하에 몰아넣는 일만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겁니다.
  
  왜냐면 쥐도 급하면 고양이를 물고 늘어져요. 너죽고 나죽고 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어렵지만, 최소한도 그쪽이 극한사태에 함입되지 않을 정도로는 성의를 베풀자 그것입니다. 금강산 사업에서 우리가 준다는 것도 그것의 일환이에요. 그러다 상황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나아지면 그에 대한 변화도 있을 것이고, 좋지 않으면 고쳐야 할 것이고…. 일단 약속들을 해서 하고 있으니까 어떤 결과가 오는지 인내를 갖고 해 보자, 그런 심정이지요』
  
  『흡수통일이라는 말로 北 자극해선 안돼』
  
  ─햇볕정책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이 7·4공동성명을 하면서 유지했던 정책도 결국은 전쟁을 막고, 전쟁을 막는 사이에 체제경쟁을 통해 우위에 선다, 그걸 통해서 통일로 간다는 것이었잖습니까. 그런데 전쟁을 막는다는 것이 북한이 우리와 비등한 국력을 갖고 있을 때는 합당한 對北(대북)정책인데 지금은 북한이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고, 3백만명이 지난 5년 동안 굶어 죽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으며, 더구나 재래식 군사력에서는 우리와 이제 비교도 안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런 평화공존, 분단고착 정책이 아니라 이 변화된 역사적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통일지향 쪽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흡수통일 쪽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1970년대, 80년대에나 맞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보는데요.
  
  『해석하기에 달려 있겠지만, 북한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요. 다만 관계가 단절되었던 남북 간이 朴대통령의 7·4 남북공동성명 이후에 그래도 뭔가 있으면 얘기도 하고 접촉을 계속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은 큰 변화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흡수, 흡수 하는데, 저쪽에서 싫어하는 것을 자꾸 말해서 자극할 이유가 뭡니까. 내가 언론인들 보고도 그랬어요. 쓸 데 없이 저쪽의 신경을 쓰게 만드는 말을 자꾸 쓸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겁니다. 어차피 어느 날엔가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끌어안아야 하는 것이고, 그런 전제로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도 국제적으로 우리의 對北정책이 나름대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안타까운 점이 하나 둘이 아니겠지만 참고서 걸어갑시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흡수통일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北을 자극하니까 안 하는 것이 맞겠는데, 그렇다고 흡수통일 할 것이 뻔한데 흡수통일 안 하겠다는 것을 對北정책 3원칙에 집어넣는 것은 더욱 안 해야 할 일이 아닙니까.
  
  『지난번 제가 前方(전방)에 위문을 갔을 때 將兵(장병)들에게 그랬어요. 「여러분들의 敵(적)은 분명히 저 앞에 있는 인민군들이다.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분명히 명심하고 조국에 충성을 바쳐주기 바란다」고 했어요. 그랬는데 그게 신문에 보도되자 무슨 이름의 단체가 항의를 해 왔어요. 어떻게 인민군이 敵이냐구요. 그런 단체가 지금 우리나라에 우글우글해요. 그런 것을 왜 내가 모릅니까』
  
  ─지금 국제사회에서 우리는 이상한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지금 3백만명이 굶어죽었다고 하는데 20세기 평화시에 3백만명이 굶어죽은 경우는 북한뿐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은 그것을 주제로 청문회 한 번 한 적도 없으며, 그리고 大統領은 그 책임에 대해(金正日 정권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안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외국 難民(난민)을 구하러 다닙니다. 이런 나라가 있느냐는 겁니다.
  
  『나는 3백만명이 굶어죽었는지 어쩐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북쪽은 해방 후에 배불러본 적이 없는 곳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죽었는지, 배고파서 죽었는지, 아오지 탄광에서 죽음을 강요당했는지 누가 알아요? 그런 하나 하나를 갖고 우리가 흥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어려움은 분명해요. 그러나 北은 쓰러지지 않습니다. 金日成(김일성)이가 죽고 얼마 후에, 그리고 3년 전부터 북쪽이 식량 문제로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야단들을 했습니까. 피난민 몇 십만명이 갑자기 오면 어떡할 것이냐. 그걸 준비해라. 휴전선이 무슨 상관이냐. 별별 소리를 다했지만 그런 경우가 어디 있었습니까.
  
  물론 3백만명이나 죽었다면 문제삼을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사방에서 얘기하는 것, 나는 하나도 제대로 맞춘 것이 없다고 봐요. 얼마나 죽었는지…』
  
  ─康仁德(강인덕) 前 통일부장관은 최소 1백만명이라고 했고, 불교운동본부에서는 3백50만명이라고 했습니다.
  
  『조금 더 있어보면 더 밝혀지겠죠. 가령 북한에 갔다오면 뭘 좀 아는 것처럼 떠들어 대는 사람들이 많습디다만 제대로 아는 것도 별로 없데요』
  
  ─우리 국민들 중 다수인 보수세력에서는 金총리께서 이른바 진보적인 金大中 정부의 對北정책을 견제해 주기를 바라는 이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의 요새 얘기를 들어보면, 심하게 말하는 이는 배신당했다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허허허 웃으며)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과연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사람이 과연 공산주의자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데 뭘했는지 나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그런 말을, 배신이니 하는 말을 함부로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돼요. 난 솔직히 말해 지금 북쪽과 하는 일이 좀 지나친 면이 없지는 않지만, 탓할 것 없다고 봅니다. 이렇게 가야 해요. 이렇게 가면서 접촉도 하고, 쓰다듬어도 주고…. 그렇다고 우리가 정신을 팔아먹었습니까, 우리가 여기서 해야 할 것을 안하고 있습니까. 괜찮아요. 그저 덮어놓고 몰아세우는 것만이 북쪽과 잘 대결하는 길은 아니라고 봐요. 인내를 갖고, 평화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갖는 것이 우리가 그 어느 날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나는 그렇게 봅니다』
출처 : 월조
[ 2003-07-14, 14:3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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