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총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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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치권의 고소고발 남발
  
  ―총재께서 집에서 쓰는 전화에 최근 도청방지장치를 달았다고 하는데, 실제 전화를 쓰는 데 그렇게 불안을 느낍니까.
  
  『도청방지장치가 아니고 ISDN이라고 하는, 인터넷과 전화를 같이 쓰는 회선입니다. 그걸 쓰면 도청방지가 된다고 해서 쓰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걸 달고부터는 「李총재 집에 도무지 도청이 안된다」고 하더군요(웃음).
  
  사실 지금 정치인이나 정부에 있는 공무원들 중 전화를 마음 놓고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의문입니다. 공무원들도 중요한 얘기는 만나서 하는 실정입니다』
  
  ―총재께서도 주로 핸드폰을 많이 사용하십니까.
  
  『그렇죠』
  
  ―金大中 정부 들어 또 하나의 특징은 與野가 공히 고소고발을 많이 해서 검찰로 하여금 정치에 들어오도록 초대하는 형식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에서 해결할 문제는 가능한 한 검찰로 떠넘기지 않아야 하는 것이 어느 나라든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윤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도 사실 그 점은 참으로 잘못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우선 검찰에 호소할 만큼 법의 기본적인 기반을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한 점도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정치문제는 정치로 풀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 정권에서는 야당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검찰권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주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도 너무 심한 일을 당했을 때는 고소를 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의 경우에는 검찰을 믿고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방법으로 합니다만, 이른바 권력과 힘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여권이 고소고발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정치에 의한 해결보다도 물리적인 힘에 의해서 협박을 하고 문제를 풀려고 하는 태도라고 봅니다.
  
  그동안 정치인 司正(사정)이라는 것을 하면서 많은 사법처리를 했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實定法(실정법) 위반이 인정되었을 때 그것마저 정치인이기 때문에 법외적으로, 초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司正이라는 이름으로 선별해서 보복을 하거나, 재갈을 물리기 위한 방법으로 써지는 것이라면 그 자체가 공정성을 결여할 뿐 아니라 正義(정의)가 아닙니다. 정의가 아닌 국가권력의 행사는 그 자체가 不法(불법)입니다.
  
  또 이 정권 들어와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대통령 즉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라는 말로 너무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고소고발을 자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대통령에 대해 심한 말을 했다고 해서 우리 국회의원들이 고소당하고 심지어 기소까지 되었습니다. 제가 듣기로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 개인에 대해 심한 말을 했다고 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고 재판정에 서게 한 예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명예훼손 고소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
  
  ―법조계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명예훼손에 대해 민사소송을 하는 것은 몰라도 형사고발을 하는 것은 정치윤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습니다. 또 우리 헌법상 대통령은 재임중에 내란,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죄에 대해 기소당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특혜를 보는 현직 대통령이 형사고발을 하는 것은 형평성에서도 맞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과거 법조계에 계셨던 총재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깊이 있게 생각한 바는 아니지만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지금 미국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소위 文明(문명)국가에서 대통령이 자신을 좀 뭐라고 했다 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해 법정에 서게 하는 예는 없습니다. 全斗煥(전두환) 대통령 때 심지어 그를 살인마라고 했다고 해서 처벌받았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내년 16대 총선은 그 결과를 낙관하고 있습니까.
  
  『낙관하고 있습니다』
  
  ―낙관이란 한나라당이 제1당을 유지한다는 말입니까, 과반수를 얻을 자신이 있다는 뜻입니까.
  
  『솔직히 우리 당 독자적으로 과반수까지는 어려울지는 모르겠지만 제1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선거의 기본구도는 與野 1대 1 구도가 될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습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합쳐지리라 보는 것이죠. 총재께서는 16대 총선의 전략을 상정할 때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合黨(합당)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전략을 짜고 있습니까?
  
  『두 가지 다 보고 있습니다. 合黨이 안되고 양당이 연합공천과 같은 연대양식을 취할 경우와, 합당이 되었을 경우의 두 가지를 다 상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시점에서 제 개인적 견해로는 合黨으로 갈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金鍾泌(김종필) 총리부터 合黨을 한다, 안한다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본인들 외에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겠습니다만, 현재로선 합당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대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당이 합당을 하면 우리에게 불리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합당을 한다면 그것은 굉장히 政略的(정략적)인 결합이 되기 때문에 합당으로 인한 소위 시너지 효과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자체 내부의 상당한 부작용과 공천 및 선거과정에서 戰力(전력)소모가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공천에서 나 자신의 이익부터 포기할 것
  
  ―金鍾泌 총리 얘기가 나와 확인하겠습니다만, 金총리가 올해 초 李총재를 만나 內閣制(내각제) 改憲(개헌)문제에 대해 얘기를 했다고 金총리가 먼저 털어놓았는데 실제로 어떤 얘기가 오고 갔습니까.
  
  『사실 그날은 아주 비밀로 만났으면 좋겠고, 만난 사실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만난 것입니다. 그런데 金총리가 먼저 공개해 버렸는데, 그 자리에서 내각제 얘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때가 한창 여야 간의 대치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걸 풀 수 있는 방안이 없겠는가, 좋은 방안이 있으면 자기가 대통령께 얘기해서 풀어갔으면 좋겠다, 그런 취지의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金대통령이 政局을 운영하는 모양이 銃風(총풍)이다, 稅風(세풍)이다 해서 야당의 목에 밧줄을 걸어놓고선 한쪽으로는 정치를 풀어가자고 하는 식인데 이런 식으로 어떻게 정상적인 여야간의 정치가 되겠느냐고 했습니다』
  
  ―16대 총선은 우리나라가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또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어떤 이슈를 가장 중심적으로 제기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16대 총선은 아무래도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치러지기 때문에 金大中 정권의 국정운영 능력과 평가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이런 현안문제를 떠나서도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 중심제의 폐단을 지적하고 그런 부정적 측면을 완화시키는 방법은 국회가 정상적인 입법부의 기능을 다하는 것이며, 그를 위해 건실한 야당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할 것입니다. 더욱이 帝王的인 통치자로서의 대통령제를 운영하려는 金대통령을 강력히 견제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해 입법부를 구성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金泳三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있어서 특히 부산 경남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한나라당과 金 전 대통령측이 공조하기 위해서는 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지분을 고려해 그가 추천하는 얼마 정도의 후보자는 받아줘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럴 복안도 갖고 있습니까.
  
  『저는 이번에 우리 당이 공천에서는 제 스스로부터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지 않으면 국민에게 기대를 모을 수 있는 새로운 정당으로 부각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거 金大中씨나 金泳三씨처럼 투쟁의 끈끈한 緣(연)으로 사람을 묶는 그러한 조직적 힘을 가진 것도 아니고, 권력으로 사람을 묶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돈을 가지고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도 없습니다.
  
  이러한 제가 제1당인 야당을 한 데로 결속시켜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다음 선거에서 이기려 한다면 정말 저를 버리고 오직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천으로 黨內(당내)를 승복시키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당에 대한 충성도도 공천의 중요 고려요소
  
  ―그러려면 공천기준이 엄격하게 설정되고 그에 따라 공천자를 결정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나 기준을 도입할 생각입니까.
  
  『현재 黨內 뉴밀레니엄 위원회에서 기초적인 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공천심사 기구가 만들어지면 그 기구의 구성 자체가 공정하게 되어야겠지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만 당내에서는 물론이고 가능하다면 黨外 인사도 포함시키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천의 기준은 무엇보다 당선 가능성과 후보로서의 적격성이 있어야 하고 덧붙여 黨을 위한 충성도도 고려될 것입니다. 당에 대한 충성도란, 새로 영입하는 인사라고 할지라도 영입된 후에 당을 위해 충분히 기여하고 헌신할 수 있는 의지입니다. 우리 당에 들어와 당선되었는데 다시 날아가 버린다면 소용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이제는 대의원들과 당원들의 뜻이 반영된 이른바 上向式(상향식) 공천요소도 도입되어야 하는 시점이 아니냐는 생각입니다만.
  
  『그런 방법도 물론 검토했고 검토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정당제도는 현실이라는 사실입니다. 과연 그런 상향식 공천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만일 총선을 앞두고 그렇게 했을 경우에 自派(자파) 사람을 넣기 위한 공작을 하게 되고, 그것이 중앙당 차원에서까지 계파가 갈라져서 이뤄진다면 그것 자체가 선거를 밑으로부터 왜곡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입니다. 또 참신한 새로운 사람이 정치에 들어오는 길을 막아버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총선을 앞둔 제1당으로서는 일종의 쇼핑 리스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제1당 혹은 과반수가 되면 우선 무엇 무엇을 하겠다는 목록 말입니다.
  
  『내년 총선은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현 정부의 국정운영 결과에 대한 평가 내지 비판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말씀한 대로 우리 당이 해 나갈 약속과 受權(수권)정당으로서의 능력과 면모를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약속은 대체로 총선 전에 공약의 형태로 정리를 해서 내놓게 됩니다. 우리가 受權정당으로서 21세기에 대응하는 국가 비전 같은 것은 이번에 제2창당의 과정에서 제시하게 될 것입니다』
  
   제3당의 위력 걱정 안해
  
  ―지역감정은 이번 정부에 들어와서 해소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인 것 같습니다. 다음 선거도 기본적인 구도는 지역감정적인 구도 하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야당이니까 이 지역감정을 선거에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느냐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실 저희는 지역감정 문제를 활용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여당측이 지금 지역감정을 이용할 여러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選管委(선관위)를 비롯한 선거관리 기구의 인적 구성에서 그러한 의도적인 준비작업 같은 것이 없는지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정상적인 정당활동을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행위라고 악선전하는 것도 일종의 지역감정을 逆利用(역이용)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총선과 관련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許和平(허화평)씨나 金龍煥(김용환) 씨 등을 중심으로 경북지역에 근거한 새로운 정당이 나타날 가능성입니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이 희망하는 1대 1 대결구도가 아니라 3者대결이 되어 경상도 표가 상당히 분산되지 않을까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 얘기도 있고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쪽에서 나온다 한들 얼마나 힘을 얻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국민회의에서 끌어갈 표를 그쪽에서 끌어갈 경우도 있겠지요』
  
   金대통령이 지닌 스스로의 한계
  
  ―한나라당은 과거 여당을 했기 때문에 야당을 하면 과거 야당과 다를 것이라고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과거 야당을 더 닮아가는 것 같고 국민회의는 과거 여당을 더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가령 한나라당의 현재 유급 당직자가 3∼4백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거리에 나가 시위를 하는 것도 좋지만, 예컨대 지역편중 인사에 대해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 조사를 해서 白書(백서)를 내 사실로 뒷받침할 때 정책에도 힘이 붙게 되는데, 대변인의 성명이나 논평을 보면 말의 기교 또는 심하게 말하면 말장난 같은 것이 주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역편중 인사에 관한 것은 만일 우리가 자료로 낸다면 또 지역감정을 선동한다고 야단을 할 것입니다. 사실 단순히 목소리만 높이는 야당이 아닌 실질적으로 국가운영을 책임지는 정책정당으로서의 모습이 아쉽다는 지적은 저에게도 뼈아픈 얘기입니다.
  
  그러나 자꾸만 변명같이 들릴지 몰라도, 지난 1년 몇개월 동안을 돌이켜 보면 사실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당하는 것은 다릅니다. 제가 항상 그런 표현을 썼는데, 가령 상대방이 칼을 쥐고 덤벼들면 맨손으로 싸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같은 칼로 대항해서 목숨을 보존하고자 하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여권 쪽에서 銃風이다 稅風이다 하면서 압박해 오는 모습은, 단순히 정치적으로 압박해 오는 것이 아니라 앞서 말한 대로 고소고발의 형태를 취하면서 한 마디로 잡아넣는 것을 무기로 한 것입니다. 심지어 야당 총재인 저까지도 처리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런 식으로 야당을 대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 한가하게 앉아서 정책을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심정이 아닌 날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총재께서는 과거 아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법조인에서 정치인이 되었는데, 우리나라 정치인은 風餐露宿(풍찬노숙)을 해야 하는 처지죠. 특히 야당은 그런데, 李총재께서는 정치를 하면서 보람이나 즐거움, 신나는 점도 느꼈습니까.
  
  『그런 질문을 받을 때 참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동안의 정치상황을 보면 우리가 바라던 식으로는 돼오지 않았습니다. 답답하고 아주 불만스러운 것이 많았죠. 그렇기 때문에 보람을 느끼거나 즐거웠던 것은 말씀드릴 만한 게 없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이제 與野정치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 1년 반 동안 야당으로서 절실하게 느낀 것은 우리의 여야정치는 대결과 밀어내기식 싸움이라는 것입니다. 여야관계의 기본은, 간혹 의견이 대립되는 쟁점이 나올 때 다투고 싸우는 일이 있겠지만, 통상적이고 원칙적인 것은 서로 협상·협의하는 경쟁상대라는 것인데 이런 식의 여야간의 정치개념이 도무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것을 金大中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서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또 그분이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분이라고 보았습니다. 당초에 말도 그런 식으로 해서 기대도 했는데, 역시 막상 겪어보니까 그분은 우리 현대 정치사를 이뤄온 주역의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하나의 한계를 지닌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정말 우리 정치가 달라지려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여야간 정치관계의 기본을 투쟁과 대립, 밀어내기, 굴복이 아니라 서로가 협의하고 협상하는 경쟁상대가 되도록 바꾸어야 하며, 이런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이가 저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정치역정이 길지 않기 때문에 제 스스로에게 형성된 하나의 고정된 틀이나 제약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1년 몇개월이라는 기간은 저에게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밖에서 보는 분들은 저를 보고 「왜 좀 과거와 달리 못하느냐」, 「李會昌 너는 그런 과거 정치인이 아닌데 왜 풀고 대화하고 하지 못하느냐」고 합니다.
  
  그런 기대가 저에 대해 새로운 정치실현을 소망하는 것인 줄 알면서도 그렇게 못했던 것은, 제가 뜻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대응을 하지 않고서는 제 자신보다 야당 자체가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이런 여야간의 정치의 틀이 근본적으로 바뀌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종의 야당의 生存鬪爭(생존투쟁)을 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작년 8월에 제가 야당의 총재가 된 이후에 여권은 본격적으로 의원빼가기를 시작했는데 하루에 네 사람을 빼간 일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 상황으로는 이런 식으로 의원을 빼가면 불과 얼마 안 가 1백명 이하로 내려가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백명 이하로 내려가면 改憲저지선이 무너집니다. 그러면 그 다음에 오는 상황은 뻔하다고 보았습니다. 우리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20세기 대표인물은 安昌浩-朴正熙
  
  ―이 인터뷰는 우리 月刊朝鮮으로서는 20세기 마지막 인터뷰입니다. 李총재께서는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을 누구라고 보십니까.
  
  『글쎄요. 우리의 지난 1백년에는 여러가지 성격의 시대가 있었고 치욕과 영광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에 1백년을 통틀어서 대표적인 인물을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선각자로서, 시대의 흐름을 통찰하고 그 흐름과 변화에 맞게 국민을 교육하고 계몽을 한 면에서 저는 島山 安昌浩(도산 안창호) 선생을 높이 평가합니다. 실제로 이분이 한 것은 국민계몽적이고 어떻게 보면 NGO(비정부기구) 형태의 활동이었기 때문에 국민에게 끼친 파급력은 크지 않았을지 몰라도 이분의 행동은 시대의 흐름을 내다보고 미래를 대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합니다.
  
  그 다음으로 功過(공과)를 떠나 우리 역사에 큰 足蹟(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을 평가합니다. 朴대통령은 국가지도자가 앞장서서 끌어가는 정부주도의 산업화를 통해 근대화에 성공했으며, 국민이 에너지를 결집해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주의의 과정에서 그분의 功過는 별도로 치더라도 긴 안목으로 볼 때 朴대통령의 업적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총재께서 민주주의를 말씀하는 것을 유심히 들었습니다만 주로 정치적 관점이라고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민주주의란 안보와 국민복지, 그리고 정신적인 또는 정치적 자유라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민주주의를 좀더 넓게 이해한다면, 朴대통령의 경제개발, 李承晩 대통령이 强軍(강군)을 건설하고 나라를 지킨 것, 그리고 金泳三·金大中 두 분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이 3세력의 역할이 모두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봐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입니다.
  
  『저는 朴대통령의 시대를 민주주의와 전혀 관계가 없는, 민주주의가 공백이 된 상태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분도 그분 나름대로 한국적 민주주의란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면서 소위 경제발전을 우선하기 위해 다른 것들은 약간 뒤로 미루거나 유보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바로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아주 상극된 개념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민주화는 압축고도의 경제성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산업화와 근대화,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소련 붕괴 후의 러시아나, 최근의 인도네시아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실감합니다. 즉 산업화를 바탕으로 한 민주화가 제대로 되지 않음으로써 심각한 갈등과 파열음이 나는 것들이 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朴대통령과 朴대통령의 시대를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역행이라고 볼 것은 아닌 것입니다』
  
   예산안을 볼모로 정치투쟁하지는 않을 것
  
  ―한나라당은 야당이 된 이후 재정사정이 매우 어렵다고 들었는데, 총재께서는 특별당비를 한 달에 얼마 정도 내고 계십니까.
  
  『총재는 1천만원을 내도록 되어 있죠』
  
  ―그 이외에는 특별히 당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지 않습니까.
  
  『그 외에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과거 야당총재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과거 야당 총재에 비하면 아주 무능하죠(웃음). 심지어 「돈을 몰아올 수 있어야 총재지 돈도 못 몰아오면서 무슨 총재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실 지금 국고보조(3개월에 약 15억원)로 최소한의 경비를 충당해 가고 있고 그에 맞추어 인력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경비조달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액확산주의로 가기 위해 한 달에 1만원씩 黨費(당비) 내지 후원금을 받는 개미군단식 당비조달을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10만명이 한 달에 1만원씩만 도와주면 10억이 됩니다. 20만명이면 20억이 돼요. 작은 돈이 아니죠』
  
  ―이제는 우리나라도 黨費를 내지 않는 당원은 당원으로서 자격을 주지 말아야죠. 당원의 당비납부를 의무화할 때가 온 게 아닌가 합니다.
  
  『원론적으로는 우리나라도 그렇게 해야죠. 그러나 과거부터 당원이 당비를 내서 당을 유지한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직은 몸에 배지 않아 어렵습니다. 지로로 당비를 보내라고 하면 그걸 내기 위해 은행까지 가는 것을 귀찮아 해요. 그래서 ARS전화(자동응답전화)를 한 통에 1만원짜리로 해 「한 달에 전화 한 통 하기」를 했더니 우리가 잘못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습니다. ARS전화는 기록으로 남고 법관 영장도 없이 전화국에 요청만 하면 나오기 때문에 겁을 내 전화를 안한다는 겁니다』
  
  ―야당은 과거 국회 예산심의를 정치적 투쟁의 방법으로 활용해 거부해 온 관례가 있는데, 예산심의는 국회의원의 기본적 직무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국회의원이 예산심의를 거부하는 것은 직무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리 한나라당은 예산심의를 과거처럼 연말까지 끌고 심지어 연말 마지막 날에 가서 하는 식의 일을 한 적은 없습니다. 작년 예산심의에서 法定期日(법정기일)을 약간 넘긴 것도 제2건국운동같은 예산안 자체의 문제들 때문이지, 예산안을 다른 정치이슈와 걸어서 볼모로 한 적은 제가 총재가 된 뒤로는 없습니다. 물론 예산안은 예산 자체에 문제가 있을 때는 설령 법정기한이 조금 지나더라도 다룰 것은 다뤄야 합니다. 금년 예산을 한 번 보십시오. 善心性 예산을 억지로 집어넣어 놓고 그것도 그대로 통과시키려 할 것입니다』
  
  ―당분간은 金大中 대통령과 못 만나실 것 같은데, 이 기회를 빌어 金大中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해 주시지요.
  
  『앞서도 얘기했지만, 金대통령은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춘 분입니다. 그런 분이 이제는 여야의 정치상황 즉 그동안 대립과 대결만 해온 우리 정치의 틀을 바꾸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앞으로 정치를 끌어가는 데 좀더 큰 틀로 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화합의 정치를 한다고 했으면 말 그대로 큰 틀로 國政운영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출처 : 월조
[ 2003-07-04, 14:5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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