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총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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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야당이 생존 투쟁에 급급하다가 보니 한가하게 정책을 이야기할 수가 없었던 게 아쉽다. 김대통령이 우리의 정치 풍토를 바꿀 분이라고 믿었던 게 잘못이었다』
  
  - ISDN(인터넷과 전화선 공용회선)을 쓰니 도청이 어려워졌다고 해요.
  - 상대가 칼을 쥐면 내가 살기 위해서는 칼로 대항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고 싶지는 않아도
  - 20세기의 대표 인물은 安昌浩 - 朴正熙
  
  <1999년 12월 월간조선>
  
   지난 1년은 야당의 生存 투쟁기
  
  내년 4월의 제16대 總選(총선)은 새로운 1백년의 벽두에 열리는 2000년 한국 최대의 정치행사이다. 이 총선은 21세기 한국의 진로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국민적 논의의 場(장)이 될 것이며, 동시에 현 金大中(김대중) 정부로서는 그간의 國政(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를 받는 성격도 지닐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한국 정치판의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한나라당 李會昌(이회창) 총재는 작년 8월 유일-거대야당의 총재로 선출된 뒤 한순간도 잠잠할 날이 없었던 파란의 정치상황을 뚫고 黨(당)을 지켜오는 데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李총재 자신은 이런 지난 1년을 「야당의 生存(생존)투쟁기」였다고 표현했다. 격동의 한 해와 한 세기를 함께 마감하면서 李총재가 보는 지난 1백년 간의 한국정치에 대한 회고, 집권 1년 반을 넘긴 金大中 정부의 평가, 그리고 내년 16代 총선과 새로운 세기에 대한 구상들을 들어보았다. 月刊朝鮮은 11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7층의 총재실에서 2시간여 동안 인터뷰했다.
  
   산업화와 함께 시작된 民主化
  
  ―「20세기에 한국인이 이룬 가장 큰 성취가 무엇인가」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民族國家(민족국가)를 건설한 것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王朝(왕조)체제의 국가였는데, 비록 분단상태이긴 하지만 민족국가를 만들어 근대화를 성공시키고 지금은 민주화까지 이룩하고 있는 것, 이것이 20세기 한국인의 가장 위대한 성취라는 것입니다. 李총재께서는 한국의 지난 1백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연장선상에서 21세기의 한국의 목표와 진로를 어떻게 보시는지 먼저 말씀해 주시지요.
  
  『한국인에게 있어서 20세기의 1백년은 恥辱(치욕)과 榮光(영광)이 공존하고 교차했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나라를 뺐겨 남의 나라 식민지가 되었고, 이후 建國(건국)을 해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모델로 한 국가발전의 레일을 깔았지만 곧 이어 6·25 전쟁으로 분단국가에서 骨肉相爭(골육상쟁)이 벌어졌고 국토가 초토화되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세계 最貧國(최빈국)의 상황으로까지 떨어졌다가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국민적 역량을 결집해 국민소득 1만 달러, 세계 교역 10위권에 드는 국가로 부상했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근대화, 산업화를 이뤄내면서 동시에 민주화의 성공적인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민주화의 단초는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과정에서 상당히 상극적이고 상충하는 형태로 시작되었지만 1987년 6월의 민주항쟁으로 開花(개화)됨으로써 민주화까지도 성공적으로 이뤄낸 한 세기였습니다. 이런 시대를 거치면서 20세기는 한국민들에게 매우 뼈아픈 경험과 기억을 주었지만 우리는 이를 딛고 민족의 역량을 결집했으며, 그 결집된 역량은 굉장한 가능성과 폭발력을 지녔다는 자부심을 우리들에게 심어주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1세기를 생각한다면, 다음에 이어올 시대는 마땅히 선진화로 나아가는 시대가 되어야 하고 그것은 21세기 우리의 가장 큰 話頭(화두)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문제는 현 정권이 민주화 시대의 과도기적 정부로 머무느냐, 아니면 민주화를 공고히 함으로써 선진화의 문을 여는 정권이 될 수 있느냐인데, 한마디로 이 정권이 하기 나름이라고 봅니다』
  
   이 정권 들어 민주주의가 오히려 후퇴
  
  ―민주화 혹은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그를 이야기하는 사람마다 개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총재께서 말씀하는 민주주의는 어떤 뜻이고, 그를 공고히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민주화란, 자유와 인권을 향한 큰 역사적 흐름과 그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20세기는 자유와 인권을 향한 진화의 과정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87년 6월을 기점으로 과거 군사정부의 형태에서 민주화의 길로 들어섰는데,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고 정권교체가 가능한 형태의 선거방식이 정착되고, 그렇게 해서 실질적으로 정권교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민주주의가 된 것은 아닙니다.
  
  金泳三(김영삼) 대통령의 시기는 알다시피 민주화의 과도기로 머물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金大中 대통령의 시기는 민주주의의 과도기를 벗어나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고 선진화를 준비하는 시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동안 이룩한 형식적이고 외양적인 민주주의 즉 정권교체라든가 대통령 직선제 같은 것에서 나아가, 실질적으로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고 민주주의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이뤄지며 또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 있어서 예컨대 고문이라든가 도청·감청 같은 인권탄압이 없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정권에서는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여러 가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주화를 이룩한 정부라는 외피 밑에서 도청 감청이 오히려 늘어나고 계좌추적이 남발되는가 하면, 많은 예는 아니지만 고문의 사례가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민주주의의 과도기를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어떤 면에서는 부분적으로 후퇴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총재께서는 법조계에 몸을 담았다가 1993년부터 정치에 뛰어들어 한국 정치의 실상을 온몸으로 체험해 왔는데, 한국 정치의 본질을 어떻게 보는지, 또 우리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1993년부터라면 제가 감사원장이 되고 이어 국무총리가 된 것인데, 그때는 제가 직접 정치를 몸으로 겪었다기보다는 옆에서 본 것일 뿐이죠.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에 입당하고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앞서 말한 근대화와 산업화,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거기서 오는 특성들이 현 우리 정치의 특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대화, 산업화를 이루면서 국가지도자와 정부가 앞장서서 家父長的(가부장적)인 통솔을 해 온 국정운영의 형태가 정치에 있어서도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통솔형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당시 야당도 정당운영은 1인 보스중심의 형태로 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정치로부터 영향을 받는 사회 전반에 일종의 권위주의적인 사고와 행태를 많이 남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가 하면 민주화의 시대에 들어서서 모든 사람들의 욕구와 자기 이익의 주장이 범람하다시피 하면서 이를 정부가 그때 그때의 단기적이고 인기 영합적인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포퓰리즘적인 경향이 생겼습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민주화에서 온 하나의 폐단, 부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우리 정치에서 부정적인 측면을 형성하고 3金정치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치틀 속에서 하나의 특징을 이루고 있는 게 아닌가 봅니다. 흔히 우리가 한국 정치를 말할 때 국민이 외면하고 때로는 혐오하는 대접을 받는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데서 오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이제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이러한 모습이 아닌, 정말 脫(탈)권위적이고 그러면서 그때 그때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일관된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는 민주적이면서도 동시에 강력한 지도자를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민주화가 된 후 金泳三 대통령과 金大中 대통령의 시대가 열릴 때 국민들이 기대한 것은 과연 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대통령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분들이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보인 모습은 그전의 대통령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 國政을 운영하는 모습도, 제가 이런 말을 써서 여권측으로부터 험한 말도 들었습니다만, 이른바 帝王的(제왕적) 대통령으로서의 모습에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총재께서는 1997년 大選(대선)을 치르면서 金大中 대통령과 정치적 라이벌 관계로 설정되었는데, 그동안 여러 번 직접 만나고 대화하고 식사도 해 보면서 인간적으로 서로 통하는 면 같은 것도 발견했습니까.
  
   智謀보다는 인간적 신뢰, 신의가 중요
  
  『사실 金大中 대통령을 전에는 잘 몰랐습니다. 대부분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만나고 서로 토론하는 기회를 가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金대통령은, 뭐랄까요, 다방면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분이라고 봅니다. 이런 면에서 과거의 대통령들보다 상당히 두드러진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른바 舊(구)시대의 정치가 아닌 새로운 정치, 良質(양질)의 정치는 기술이나 智謀(지모)보다는 인간적인 신뢰와 신의같은 것들이 밑바탕에 깔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러한 것을 좀 찾을 수 있게 되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치적 관점에서 金대통령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으로 보는데, 그 외 IMF 경제위기 극복노력과 경제회생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는 金대통령이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탈출하는 데 기여한 노력은 평가합니다. 당시 경제위기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느냐는 데는 서너 가지의 주장이 있습니다만, 어쨌든 급박한 외환위기, 유동성의 결여 상황을 극복해서 換亂(환란)위기 상황을 벗어난 데 대해서는 金대통령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합니다.
  
  흔히 IMF가 제시하는 전형적인 조건은 세가지입니다. 高金利(고금리), 換率(환율)조정, 財政(재정)긴축인데, IMF는 멕시코처럼 경제적인 펀더맨털(기반)이 좋지 않은 나라나 우리같이 그 기반이 좋은 나라를 구별하지 않고 같은 조건을 제시하고 강행합니다. 우리의 경우도 이러한 조건들을 1997년 말 그리고 1998년 초에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고, 또 그럼으로써 급박한 外換유동성 부족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만 그 이후 곧바로 IMF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고 경기부양책으로 들어갔어야 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金大中 정부는 이 시기를 놓쳤습니다. 이 바람에 黑字(흑자)기업마저 도산하고 대량실업이 생겼습니다. 경기부양의 타이밍을 놓쳐 말할 수 없는 실업의 고통을 겪게 되었는데, 현 정부는 뒤늦게 경기부양책을 써 경제지표가 좋아지니까 그 경기부양책을 過信(과신)하고 내년 총선까지 의식해 善心政策(선심정책)을 남발하는 실정입니다. 현 정부가 外換위기를 탈출한 것은 평가하더라도 그 이후의 경제운용 방식은 이처럼 우리 경제에 큰 부담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집권자가 정치를 왜소화·희화화 시켜
  
  ―내년 총선을 겨냥해 善心政策을 쓰고 있고 이것이 나중에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총재께서 비판적으로 보는 우리 정부의 선심정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지금 매일 같이 나오는 정책들이 다 그런 것들입니다. 우선 일자리 창출만 하더라도 손쉬운 공공근로 쪽에 치중하고 있고, 기업구조조정 특히 大宇(대우)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投信社(투신사)의 구조조정 문제를 금년 내에 하기로 했다가 선거가 끝난 내년 7월로 미루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소위 거기에 관련된 사람들의 인심을 잃지 않자는 것이고, 그것은 다시 말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국가가 져야 할 부담을 지지 않은 채 부실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부분들을 눈감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가령 농가부채의 연대보증 부분을 신용보증기금으로 인수하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과도한 농가부채를 정리해 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그렇게 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財源(재원)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소위 公的資金(공적자금)만 해도 벌써 64조원을 거의 다 쓰고 앞으로 17조원이 더 들어가느니 뭐니 하고 있습니다』
  
  ―요즘 매일처럼 언론의 칼럼 등을 통해 표출되는 의견은, 우리 정치가 民心(민심)을 너무 떠나고 있다, 그리고 시대정신, 국익과도 떠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가 우리 사회의 主流(주류)에서 벗어나 심하게 말하면 하나의 쇼무대처럼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많습니다. 한국 정치가 이처럼 민족사의 흐름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최근의 정치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과거의 정치가 시끄러웠던 것은 민주화라든지 근대화 같은 국가의 주제를 놓고 싸우는 과정에서 그랬는데, 지금은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와도 동떨어진 것을 갖고 날을 새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옷로비 사건도 물론 중요하지만 옷로비 사건을 갖고 여야는 만사를 제쳐놓고 몇달 동안이나 시비를 벌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국회는 脫北者(탈북자) 문제에 대해 청문회 한 번 한 적이 없고, 기업구조 조정같은 문제를 갖고 본격적으로 다뤄본 적도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半(반)정도는 총재께서도 책임이 있지 않느냐 보는 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당과 함께 國政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야당으로서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죠. 그러나 이런 점은 생각해 줘야 합니다. 과거 민주화, 반독재 투쟁시기에는 黑白(흑백)의 대립이 분명했습니다. 與野의 쟁점이라는 것이 비교적 명확하고 국민들은 야당의 행동에 대해 약간의 무리가 있어도 동정하고 눈감아 주는 정서적인 뒷받침이 있었습니다. 언론도 탄압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을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가령 옷로비 사건을 보면, 그것이 단순히 권력자의 부인들이 모여 어떤 사건의 청탁과 관련해서 고급옷을 주고 받았다, 이런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검찰권을 쥔 검찰총수의 주변이 사건을 무마한다는 내용으로 뇌물성 거래를 하고 이런 것들이 검찰권에 의해 덮혀지려고 했다는 것에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검찰권이 집권자나 권력자의 의도대로 움직여지고 正(정)과 邪(사)를 구분하는 기능을 행하지 않고 임의적으로 자기의 뜻을 관철하는 식으로 된다면, 표출된 사건은 매우 작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근원에서는 국가의 기본이 근원적으로 붕괴되고 있는 것입니다. 파업유도 사건이라든가, 이번 언론장악 음모사건에 있어서 검찰의 행태 같은 것을 우리는 그러한 의혹의 눈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 정권은 이러한 문제들이 제기되었을 때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고 교묘하게 덮거나 왜곡시켜서 극히 피상적이고 지엽말단적인 사건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언론장악 음모 사건도, 마치 기자 한 사람이 아마추어적으로 만들어 보낸 문건을 가지고 우리가 큰 난리가 일어난 것처럼 소란을 떨고 있다는 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정치를 주도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가진 대통령과 집권 핵심세력이 정치를 왜소화·희화화시키고 국회를 국정운영의 축에서 밀어내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은 현 법규정의 해석으로도 인권보호 가능
  
  ―현안문제에서 가장 큰 사안은 선거구제를 여당이 주장하는 대로 중선거구제로 바꾸느냐는 것과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라고 봅니다. 그중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를 먼저 보면, 여당의 案(안)에서 핵심적 사안은 反국가단체 부분의 수정과 고무찬양죄·불고지죄의 폐지입니다. 총재께서는 이 3가지 부분의 개정을 다 반대하는 입장입니까, 부분적으로 수용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까.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는 좀더 근본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어떤 법률이든 인권을 더욱 보장한다든가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해 개정할 필요가 있다면 개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보안법이라고 해서 개정은 절대 안된다, 이렇게는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남북간의 이중적 관계구조입니다. 아직도 우리를 향해 무력도발을 하고 무장간첩선 침입 등을 통해 적화기도를 보여주고 있는 敵對的(적대적) 존재로서의 북한이 있고 또 북한은 그런 활동을 계속하는 한 우리에게 敵性(적성)단체인 것입니다. 반면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이룬다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서 대화와 협력을 해 나가는 대상으로서의 북한의 실체가 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 상반된 두 가지 실체가 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실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화롭게 하나의 개념으로 해석하려는 것은 헛수고 입니다. 그렇다면, 反國家(반국가)단체이자 敵性단체로서의 북한에 대응해서 우리 자신의 수호를 위한 갖가지 법체제와 조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국가보안법입니다.
  
  따라서 대화와 협력의 상대방으로서 북한의 실체에 치중한 나머지 그 반대편 즉 反국가단체 활동을 하는 적성단체로서 북한의 실체적 측면을 약화하거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보안법의 이름을 유지하든 바꾸든, 북한의 敵性활동에 대응한 체제로서의 법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현재의 국가보안법은 1991년도엔가 개정이 되었던 것으로, 지금 문제가 된 여러 가지 조항들은 법의 해석을 통해 인권보호에 부족함 없이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대법관으로 있을 때 판결한 내용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인권보호가 안되고 나라의 법체계가 안선다는 논리는 그렇게 맞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을 反國家단체로 볼 것이냐, 아니면 앞으로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국가로 인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법률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민족사의 정통성,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근본적인 시각과 관계된 것입니다. 총재께서는 통일이 될 때까지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까, 아니면 언젠가는 남북통일로 가는 중간단계에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도 있다고 봅니까.
  
  『저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야 하느냐 아니냐는 논의는 이제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나는 남북관계에서는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해석과 접근을 합니다. 적어도 우리 헌법에 의해 反國家단체로서 활동하는 敵性단체로서의 북한을 생각한다면 국가니 뭐니 생각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반면 대화와 협력의 상대방으로서의 북한 즉 한반도에서의 평화유지를 위한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는 현실적인 존재로 인정하고 북한을 상대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중선거구제는 결코 수용할 수 없어
  
  ―선거법 개정과 관련, 한나라당은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권역별 정당명부제(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구 후보와 지지정당에 동시에 투표하는 1인2표제로, 각 정당은 권역별 득표비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당선시키는 방식)와 중선거구제 둘 다 안된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당이 주장하는 권역별 정당명부제는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고, 소선구제와 서로 조합이 되거나 심지어 중선거구제와도 조합이 될 수 없는 제도라고 봅니다. 여당에서는 그것이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비교적 균형있는 대표성을 갖게 한다는 것인데, 기술적으로 세세히 말씀드리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반대합니다.
  
  전에 金泳三 대통령 때에 통합선거법 제정을 했습니다. 그때 여당 내에서도 상당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여당이 많은 손해를 본다고 했고 실제 그 직후에 실시된 선거에서 여당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金泳三 전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이상주의적 면모가 약간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金大中 대통령이 중선거구제를 주장하는 것을 보고는 참으로 현실주의자이면서 무원칙하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현재의 소선거구제는 원래 국민회의가 평민당 시절 극한 투쟁을 해서 쟁취한 것 아닙니까. 국민회의 政綱(정강)에까지 소선거구제가 가장 민주주의적인 제도라고 하고 중선거구제는 일본도 버린 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중선거구제를 하자고 한 것입니다. 이는 중선거구제 주장이 정치의 본질적인 개혁, 또는 새로운 정치의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정략적인 의도라는 사실을 드러낸 것입니다.
  
  중선거구제를 하면 돈이 더 들어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신인이나 참신한 정치인의 진출기회는 그만큼 엷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주의 완화를 얘기하는데, 이미 다 아는 얘기지만, 한 지역은 몽땅 쓸고 다른 지역에서 좀 빼내 오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금 여당 안에서도 우리가 좀더 강하게 반대의사를 펴 주길 바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선거 내지 정치개혁의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도 중선거구제는 반대를 관철하려고 합니다』
  
  ―거꾸로 한나라당 안에서도 일부 지역 국회의원들은 중선거구제를 받아들이면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개정하는 쪽으로 내부압력이 생길 가능성은 없습니까.
  
  『선거법 개정 얘기가 나오던 초기에는 몇몇 사람들이 조금 솔깃하고 그런 견해를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해 본 시뮬레이션 결과와 구체적인 상황을 분석하면서 중선거구제가 자신의 구역에서조차 유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생각을 바꾼 사람들이 많습니다』
  
  『YS는 문제에 정면대응, DJ는 일단 부인』
  
  -지금 여야는 소위 언론장악 문건 사건으로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데,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국회의 여러가지 기능을 희생시키면서라도 끝까지 鄭亨根(정형근) 의원을 보호할 생각입니까?
  
  『鄭亨根 의원의 관계에 있어서는 국회기능을 희생시키고 뭐고 할 것도 없이, 鄭의원을 수사하고 사법처리하겠다는 것 자체가 反의회적이고 反민주적인 작태입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언론장악의 문제는 단순히 장난 삼아 만들어 놓은 문건이 소용돌이를 만든 그런 일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마치 우리가 하나의 해프닝 같은 문건이 나온 것을 가지고 말썽거리를 만들어 소득을 얻고 있으며 아직도 그걸 가지고 정치를 경색된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식으로 일부 언론에서 논평을 하는 것입니다.
  
  그 문건은 다른 곳도 아닌 여당의 부총재인 李鍾贊(이종찬)씨에게서 나왔고, 문건에 나와 있는 내용과 같은 모양의 언론에 대한 간섭이나 통제, 구속사건 같은 것이 실제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그 진실을 밝혀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현재 거기에 관련된 몇몇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언론사에까지도 재갈을 물리려는 정권의 의도라고 보기 때문에 어떻든 매듭을 짓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사건이 문건을 폭로한 鄭亨根 의원의 非違(비위)행위인 것처럼 몰아 수사를 하고 구속을 하겠다고 나옵니다. 그것은 누가 봐도 본질을 흐리는 것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정권의 특징 중 하나는 무슨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결코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金泳三 대통령은 무슨 문제가 나오면 정면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취했고, 너무 쉽게 謝過(사과)를 해서 謝過정권이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만 이 정권은 결코 그러지 않습니다. 일단 부인하고 默秘(묵비)를 해서 다른 쟁점이나 주변의 일로 본질을 왜곡시키거나 덮어버리는 수단을 쓰고 있습니다. 국가, 정부가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正道(정도)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체험적으로 보기에 金泳三 대통령 때보다 지금 金大中 대통령 때가 언론자유에서 더 제약이 되고 있다고 봅니까.
  
  『최소한 그때는 언론사 사장을 구속하는 일은 없지 않았습니까. 또 야당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이 하는 행동이 언론에 어떻게 보도되고 있는가를 보면 하고 싶은 말이 사실 많습니다』
출처 : 월조
[ 2003-07-04, 15:0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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