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心藏 기형어린이의 삶과 죽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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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病相憐의 모임
  
  「생명의 근원이신 주님.
  저희에게 내려주신 새 생명의 기쁨에 몸과 마음을 다하여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지금도 명고에서 시달리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기도드리오니 그들의 소망을 어여삐 여기사 고통과 외로움을 참고 견딜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따뜻한 사랑의 빛으로 구원하여 주시옵소서. 인간의 힘이 부족하여 일어서지 못하고 주님곁으로 간 죽은 형제들에게도 주님의 은총이 함게 하여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여 주시고, 이 세상에서 병고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을 위하여 일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도 주님의 축복과 사랑의 은혜를 풍성히 내려주시옵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이 기도문은 메트로폴리탄 메디칼센터에서 수술을 받은 심장기형 청소년들의 모임인 MC(Metropolitan Club)에서 채택한 것이다. 집회를 가질 때마다 항상 이 기도문을 왼 다음 모임을 시작한다. 어린 나이에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한번씩 지나야 했던 이들에게 남다른 감회를 안겨주는 기도문이다.
  
  MC는 지난 76년 1월에 조직됐다. 「하지스」할머니는 도움으로 새 생명을 얻은 소년소녀들은 생의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한동안 활발한 봉사활동을 벌였다. 같은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병원으로 찾아가 위문하고 「새삶」이란 회지도 냈다. 몸이 불편했을 때 소홀히 했던 그림 음악 등 예능분야에도 힘을 쏟아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했으며 「하지스」할머니를 초대하여 고마운 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들 소년소녀의 어머니들도 메트로폴리탄어머니회를 만들었다. 어머니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치료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광장으로 이 모임을 이용했다.
  MC가 펴낸 「새삶」에는 절박하고 애틋한, 그리고 가슴 벅찬 사연들이 많이 실려 있다.
  『……어느날 밤 갑자기 새로워진 내 심장 고동소리 들으며,
  코끝을 스치는 한줌의 공기조차 반가웠던 그날
  잔디밭 위를 달리며 하늘이 그리도 푸르러 보이던 눈망울.
  
  한호소리 하늘에 이를 것 같은 그 기대감. 저희에게 주신 이 새로움, 얼마나 큰 종이에 감사함을 적어드려야 할까요. 암벽위의 저 등대같이 감사의 등대를 저희 가슴에 세우겠습니다¨
  새 삶의 환희를 읊은 시의 한 대목이다.
  「이남실의 묘에 다녀와서」「나의 기쁨 나의 건강」「살려주세요」「제2의 탄생」과 같은 글제목이 이들 어린이가 겪었던 절망과 희망사이를 얘기해주시고 있다.
  『새파래진 나의 입술은 애타게도 찾았습니다.
  헉헉거리며 쪼그리던 가슴도 슬프게 기다렸습니다.
  나의 이 꺼져가는 마음에도 희망이 있을까 조그마한 가슴은 찢어지듯 아팠습니다. 나는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서 소리쳤습니다. 살려줘요……』
  
  「새삶」의 끝장엔 1백명의 회원명단이 실려 있다. 그들중 D로 표시된 회원이 10명, 이들은 수술을 받은 뒤 사망한 어린이들이다.
  
  서울에 이어 지난 77년 3월 釜山에도 부산MC가 조직됐다. 메니놀병원 金미카엘라수녀가 金淑 어린이 등 5명을 중심으로 하여 만든 모임이었다. 77년 9월엔 부산MC회원가족들이 서울MC회원과 부모들을 초청, 松亭해수욕장에서 3박 4일동안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기도 했다. 서울MC의 활동은 그 뒤 거의 중단됐지만 金미카엘라수녀가 구심점이 된 덕분으로 부산 MC는 눈부신 활동을 벌여 심장병어린이들의 참상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부산MC 회원수는 지난해 11월 釜山지역신문과 방송이 심장병 어린이돕기 캠페인을 벌인 뒤 갑자기 불어나기 시작했다. 40여명이던 것이 9개월동안 약 7배로 늘어 지금은 3백여명이나 된다. 釜山뿐 아니라 慶尙 全羅 忠淸 등 전국 곳곳에서 부모들이 金수녀를 찾아오고 있다. 金수녀를 만나면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길이 당장 뚫릴 줄 알지만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같은 고민을 가진 수많은 부모들을 만나고는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매일 첫 번째 일요일에 부산MC모임이 메리놀병원 강당에서 열린다. 새파란 입술과 눈두덩, 손가락 끝을 가진 앙상한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업히거나 이끌려서 모여든다. 金수녀의 도움으로 무료수술이나 할인수술을 받은 어린이들도 이날엔 온다. 모임이 시작되면 지난 달에 수술받은 아기의 용태가 부모에 의해서 보고된다. 미국으로 무료수술을 받으러 떠나기로 확정된 어린이의 이름이 발표되면 부러워하는 한숨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가끔 서울세브란스병원의 李웅구 趙범구 박사팀이 내려와 진단이나 상담을 해준다. 金수녀에게 선물하려고 복숭아를 한 궤짝 짊어지고 오는 농부도 눈에 뜨인다. 여름엔 해수욕계획을 짜기도 한다. 『당장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다 해도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 그리고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얻고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金수녀는 말한다.
  
  洪정우군의 죽음
  
  지난 8월 2일 의 부산MC월례회 분위기는 숙연했다. 洪정우군(10)이 메트로폴리탄메디칼센터에서 수술을 받은 뒤 숨졌다는 사실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미니어폴리스의 한국교민들은 洪군의 장례를 치르고 장례식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 보내주었다. 그들은 洪군의 시체를 깨끗하게 단장하고 양복을 입힌 뒤 싸늘한 두손에 십자가를 꼭 쥐어놓고 관에 넣어 釜山市 鎭區 田浦洞의 洪군 집으로 공수했다.
  
  이들이 보낸 앨범엔 『정우야! 하늘나라에선 잘 살아라』는 재미동포들의 기원이 적혀 있었다. 洪정우군이 이 땅에서 보낸 삶은 너무나 기구했다. 洪군은 어릴 때 류마티스성 심장염을 앓은 후유증으로 심장판막증에 걸렸다. 지난 75년 다섯 살박이 洪군이 메리놀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는 『가망이 없으니 차라리 집에 데려가 마음이라도 편케 해주라』고 했다.
  
  洪군이 金수녀를 만난 것은 이때였다. 洪군은 金수녀의 극진한 간호로 소생했다. 그러나 앞으로 1년 이내에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洪군은 심장병어린이로서 金수녀에겐 첫 경험이었다.
  
  金수녀는 「하지스」할머니를 찾아갔다. 할머니는 洪군이 위급한 처지에 있는 것을 보고 메트로폴리탄 메디칼센터에 우선적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파산상태에 있던 洪군의 집안사정으로는 왕복항공요금 70만원도 구할 수 없었다. 金수녀는 이 사실을 釜山에서 발행되는 「국제신문」에 호소했다. 신문에 洪군의 딱한 사정이 보도되자 釜山시내 여고생 간호원 무명의 독지가들이 푼돈을 보내주어 넉달만에 70여만원을 만들 수 있었다.
  
  『살아서 돌아오라』는 환송을 받으며 洪군이 미국으로 떠난 것은 75년 12월 9일. 洪군은 수술을 받아 건강한 몸으로 돌아왔다. 76년 3월 7일의 일이었다. 洪군의 귀한도 크게 보도됐다. 이 소년은 釜山에서 스타가 됐다. 金수녀가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해 몸바치기로 결심한 계기도 洪군의 결실 때문이었다. 洪군의 성공이 널리 알려지자 釜山 慶南지방의 딱한 심장기형 어린이들은 金수녀를 찾아 몰려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부산MC의 발전에 상징적 역할을 한 洪군은 이 모임의 마스코트이기도 했다.
  
  洪군은 수술 뒤 국민학교에 들어가 태권도를 배우며 무럭무럭 자랐다. 달리기 대회에선 반에서 2등을 하기도 했다. 부산MC 모임에 洪군이 등장하면 선망의 눈길이 洪군에게 쏠리곤 했다.
  
  그러나 지난 봄 불길한 사고가 일어났다. 洪군이 바깥에서 놀다가 리어카에 받혀 다리를 다친 것이다. 이 다리가 치료하는 사이 다시 심장병이 도진 것이다. 심장기형환자는 수술한 뒤에도 한달마다 한번씩 심장검사를 하며 후유증이 발생여부를 감시해야 하는데 洪군의 부모는 이것을 소홀히 했던 것이다.
  
  지난 6월 洪군은 두 번째로 미니어폴리스로 보내졌으나 행운의 여신은 이번엔 洪군을 외면하고 말았다. 洪군의 아버지 홍하원(洪夏源)씨(53)는 미국에서 날아온 洪군의 시체를 화장한 뒤 그 뼈가루를 바다에 뿌렸다. 洪씨는 그 후에도 부산MC모임에 계속 나와 오히려 다른 화자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洪군의 죽음 한달 위 金수녀는 또 비보를 들어야 했다. 洪군과 함께 수술받으러 갔던 盧주연양(8)이 수술 뒤 숨졌던 것이다. 최선을 다한 뒤의 죽음이건만 이런 소식을 들을 땐 땅이 꺼져내리는 것같은 충격에 빠진다. 1년에도 몇 번씩 金수녀는 생명을 건지는 기쁨과 함께 핏줄이 끊어지는 것과 같은 비통을 겪는다.
  
  金수녀가 오직 따스한 가슴 하나를 밑천으로 지난 5년간 한국의 심장병어린이들을 위해 한 일은 어떤 자선가나 정부기간 또는 부자가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지난 8월 1일 현재 金수녀의 주선으로 미국에 건너가 무료수술을 받은 환자는 28명, 그들중 3명이 숨졌다. 金수녀가 세브란스병원의 李웅구 趙범구 박사팀에 부탁하여 5백만~8백만원 하는 수술비를 2백만원으로 할인하여 수술을 받도록 한 어린이는 6명, 이밖에 18명의 渡美무료수술신청을 받아두고 있으며 세브란스병원의 협조를 얻어 정밀진단비의 할인혜택도 수십명에게 나눠주었다.
  
  知山간호보건전문대학 교수와 메리놀병원 간호원직을 겸하고 있는 金수녀는 심장병 어린이들의 代母역할까지 1인 3역을 하고 있다. 金수녀의 고군분투가 알려지자 지난해 釜山시는 심장기형환자에게 의료보험혜택을 베풀어달라는 건의를 보사부에 했고, 지난 6월엔 「국제신문」이 선천성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한 시민걷기대회를 주최, 1천4백만원을 모아 시에 맡기기도 했다.
  
  요즘 金수녀에겐 이름이 밝히지 않는 독지가들이 성금을 가끔 보내오고 있다. 올해 들어서 이렇게 보내진 성금이 1백만원쯤 된다. 金수녀는 『이젠 정부에서 움직일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하면서 자선이 아닌 의료보험혜택 심장재단설치 등 근본 대책을 세워 불쌍한 어린 생명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金수녀의 호소는 한국행정당국이나 재벌들보다도 미국에서 더 희망찬 메아리를 얻고 있다. 金수녀의 요즘 걱정은 메트리포리탄 메디칼센터의 對韓國수술쿼터가 해마다 줄고 있는 것. 그래서 지난해 12월 金수녀는 韓國심장기형 어린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리는 자료를 모아 仁川에서 혼혈아 입양관계 일을 보고 있는 「모리 오키퍼」양을 통해 워싱톤주 스포케인시의 기독교양부모협회에 보냈다.
  
  이 협회에선 미국내의 의료기관에 구원을 호소했다. 주 로마린다대학 부속병원. 이 병원에선 이 일로 있기 전에 「하지스」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釜山市 影島區 大平洞 거주 姜田淑양(9)을 데려와 무료수술을 해주기로 돼 있다. 로마린다 대학병원은 심장전문의 「레오나드 베일리」박사와 의료사업가 「에드윈 레이신」씨를 중심으로 開心수술기금을 마련 姜양의 수술을 첫 번째 사업으로 삼기로 했다.
  
  姜양이 지난해 12월 19일 「오키퍼」양과 함께 로스엔젤리스공항에 도착하자 로마린다 대학병원에선 이 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매스콤에 무료심장수술계획을 홍보했다. 원더우먼인형을 안고 있는 姜양의 사진은 현지 신문사회면세 머리기사로 보도됐다. 그러자 캘리포니아 거주 한국교민들도 이 기금을 위한 모금운동을 펴기 시작했다.
  
  로마린다대학병원은 1백만달라의 기금을 확보한 뒤 한 달에 두명씩 한국어린이들을 불러와 무료수술을 해줄 예정이다. 金희태씨 등 현지교민들도 조국의 어린 환자들을 민박시켜 수술 뒤 완전 회복될 때까지 돌봐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가정도 부모도 골병 들어
  
  부산MC 회원들의 가정환경조사 결과 심장병 어린이들의 어머니들 중 40%(77명중 30명)가 아이를 간호하다가 좌골신경통등 다른 질병에 걸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좌골신경통 이외에 신경성위장병이나 화병에 걸렸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金신자씨(37 여·釜山市 鎭區 伽倻1洞 541-109)는 심장판막증에 걸린 막내 지훈군(10)을 매일 업어서 등교시키고 있다.
  일부러 학교에 가까운 곳으로 이사까지 온 金씨다. 金씨는 허리를 못쓴다. 좌골신경통에 걸린 것이다. 지훈군을 어릴 때는 늘 업은 채 재워야 했다. 업히면 심장이 부담이 덜 가기 때문에 가쁜 숨이 약간 풀어져 잠이 든다. 그러나 내려놓으면 또 깨어나 울어댄다. 金씨는 쪼그린채 엎드려 지훈군의 침대가 되어주는 역할을 3년이나 했다.
  
  하교시킬 때도 金씨는 지훈군을 업으러 간다. 체육시간에 혼자 교실을 지키고 있는 지훈군 옆에서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金씨처럼 심장병 어린이를 가진 어머니는 골병이 드는 것이다 소풍에 따라가고 싶다는 아이를 업고 간 어머니가 사흘동안 몸살로 드러눕기도 한다. 심장병아이를 이미 갖고 있던 釜山의 어느 어머니는 동생을 낳았을 때 의사가 동생도 심장기형인 것 같다고 말하는 바람에 충격을 받고 숨진 일도 있었다. 심장병어린이를 가진 가정은 그 어두운 그림자에서 도저히 탈출할 수가 없다. 가정생활 전부가 심장병 어린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잉보호 때문에 심장병어린이들은 고집이 센 것이 특징이다. 심장병 어린이들의 생활반경은 실내로 제한되기 때문에 친구들과도 차단되기 쉽다. 짖궂은 아이들이 심장병 어린이를 때려주고 달아나면서 이 어린이는 숨을 헉헉 몰아쉬며 쫓아가다가 쓰러지곤 한다. 이런 모습을 보는 부모들의 심정을 살핀다면 과잉보호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는 자연히 자녀들 가운데 심장병 어린이를 편애하게 된다.
  
  金국문씨(36·慶南 梁山郡 鐵馬面 松亭里)는 『남자동생이 힘이 없는 심장병 누나를 장난삼아 놀리는 것을 봐도 화나 나서 매를 휘두를 때가 많다』고 말한다. 그런 분노는 동물적인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이웃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하는 말도 심장병어린이의 부모에겐 가슴의 못으로 박혀오기 때문에 말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漢陽대학병원 박영관(朴永寬) 교수는 『이들 어린이에게 일찍 수술을 해주어야 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성격이 비뚤어지기 전에 바로잡아주자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병에 너무 오래 시달리다가 보면 성격까지 기형이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본인 뿐 아니라 부모와 형제까지도 암울한 성격의 소유자로 말들어버리기 일쑤다.
  
   무관심한 당국과 사회
  
  한국의 심장병 어린이를 도우려고 애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수녀 학생 버스 안내양 외국기관이고 정작 손을 써야 할 정부 기관은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생명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곳이 심장병어린이들의 세계인 것이다. 재벌이 10억원을 던진다면 그 돈으로 2백명의 어린 생명을 살릴 수가 있다. 이보다 값지게 돈을 쓸 수 있는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지난해 H재벌의 출연으로 한국심장재단이 만들어진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지금은 그 계획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와 자신의 극락왕생을 위해 수 십억원을 쏟아 釜山에 석조사찰을 만들었던 재벌총수가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한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면 돈을 좀 더 값지게 쓸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釜山시내 18개 버스회사소속 안내양 1백40명은 심장병 어린이돕기운동을 펴기로 결의했다. 釜山적십자지사 산하 근로청소년단 소속인 이들은 시내버스 안에 버려진 휴지와 빈병을 모으기 시작했다. 노는 날엔 태종대 등 유원지에 가서 빈병들을 주워 모았다. 三和여객안내양들은 회사 안에 화장품판매대를 설치, 운전사들에게 화장품을 팔아 그 수익금을 모았다. 또 1일 찻집도 열어 성금을 거두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모은 돈이 1백만원으로 그들은 金미카엘라수녀에게 찾아와 한 사람이라도 살려줄 수 없느냐고 떼를 썼다. 金수녀는 선뜻 응락했다. 안내양들은 黃外 (20·釜山大 2년)을 수혜자로 뽑았다. 黃군은 고무공장에 나가는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도우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심장판막증이 도져 앓아 누워 있었다.
  
  金수녀가 수술과 입원절차를 밟아주었다. 지난 4월 黃군은 서울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완쾌됐다. 서울대학병원 의사들은 안내양들의 정성에 감동, 무료로 수술을 해주었다. 근로청소년적십자단 소속 버스안내양들은 첫 활동이 결실을 하자 용기를 얻어 「생명의 금고」를 만들었다. 이 금고에 푼돈을 넣어두었다가 충분히 예산이 확보되며7S 시한부생명을 하나씩 건져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釜山市 東萊區 盤松2洞 대진여객소속 운전기사의 동생 순호군(22)이 역시 심장판막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 안내양은 47만원의 성금을 모으고 「생명의 금고」에서 52만월을 뽑아 치료비로 보태도록 했다. 버스회사측에서도 감격하여 1백만원을 내놓았다. 이런 도움으로 순호군은 서울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하지스」할머니 金수녀 버스안내양들의 이런 헌신적인 봉사는 그러나 심장병환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아무도 돌보려고 하지 않는 심장병어린이들을 위해 인간애의 봉화를 올린 상징적인 뜻은 깊지만 정부의 대책없이는 문제의 근본해결은 불가능한 것이다
  정부가 한국의 어린 생명들을 언제까지 외국에 의탁한 채 가만히 있을 작정인지 답답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가 쓸수 있는 가장 손 쉬운 해결방안은 심장기형어린이들을 의료보험이나 보호제도의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이런 혜택만 받는다면 적어도 수술비가 없어 숨져갈 환자는 없을 것이다. 부산MC 회원들에 대한 조사결과를 봐도 의료보험혜택만 받는다면 어떻게 해서든 수술비를 마련하겠다는 부모가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심장기형 환자만 보험이나 보호대상으로 지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따르리라는 것도 쉽게 납득이 간다. 그러나 심장기형은 정부차원에서 특별보호대책을 세워야 할 충분한 타당성이 있는 것이다. 수술비가 비싸 도움이 없으면 수술을 받을 수 없는 환자가 대부분이란 점, 환자의 90% 이상이 어린이들로서 수술만 해주면 거의 틀림없이 살고 수술을 안해주면 거의 틀림없이 사망한다는 점, 환자수가 엄청나고(약 10만 추정) 수술의 효율도 매우 높다는 점들을 따져보면 국가정책의 대상이 될만한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의료보험이 모든 국민들을 다 포괄하는 단계에 이르면 지금과 같은 고민은 필요없는 것이 HLF 것이다. 그러나 지금엔 국민들의 약 30%만이 의료보험혜택을 받고 있다. 특히 날품팔이로 연명하는 사람이나 가난한 농민들은 의료보험에서 제외돼 있다. 정부는 이미 성병의 무료치료를 실시한 바 있으며 언챙이 무료수술도 해주고 있다. 성병이나 언챙이에 비해 심장기형은 훨씬 절박한 상황에 있는 질병인 것이다.
  
  심장전문의사들은 딱한 처지에 있는 환자를 보면 보호자가 의료보험조합이 있는 회사에 임시로 취직, 우선 의료보험증을 가져와서 아이를 수술시키도록 하라고 편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美8軍에 근무하던 한 아가씨는 심장기형이란 진단을 받자 한국회사로 직장을 옮겨 수술을 받은 뒤 다시 원래 직장으로 돌아가는 꾀를 쓰기도 한다.
  
  심장기형어린이들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파악도 전연 안돼 있는 상태다. 전국보건소별로 우선 환자들을 등록시켜 집단관리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전국의 실태가 밝혀지면 무슨 수를 써야겠다는 결론이 절로 나올 것이니까.
  
출처 : 신동아
[ 2003-07-04, 15:5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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