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핵 게임 - 북한 원전개발과 남한의 대응전략(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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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남한의 선택
  
  비밀 핵 개발은 절대 불가능
  
  국제 원자력 기구는 미국, 소련, 영국 등 핵 보유국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성격이 강하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 본부가 있는데 직원은 1천7백여 명이며 1년 예산은 약 1억5천만달러다. 핵 확산 금지조약의 이행을 책임지고 있는 이 기구의 운영에 있어서는 미국과 소련이 잘 협조하고 있다. 소련은 공산세계의 핵 확산방지를, 미국은 자유세계 안에서의 핵 확산 방지를 책임지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돼 있다고 한다. 북한 핵 개발을 저지하는데 있어서 소련이 미국보다도 더 열심일 것이라고 보고 상당한 기대를 걸고있는 이들도 많다.
  
  국제 원자력 기구와 함께 주한 미국 대사관, 주한 미 CIA, 주한미군 정보기관, 미 군축위원회, 에너지성 등 미국의 주요 기관들도 유기적으로 한국의 원자력연구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국제 원자력 기구와 미국의 이런 감시체제 밑에 옴싹달싹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절대로 핵 폭탄을 비밀로 개발할 수가 없다는것이 중론이다. 비록 1970년대에 한국의 핵 폭탄 개발을 시도한 전과는 있지만 이제는 과거에 대한 콤플렉스를 벗어 던지고 우리가 꼭 확립해야 할 재처리 농축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또 공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한전의 한 간부는 이제는 외교력이 원자력산업과 과학자들에게 울타리를 쳐주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원자력산업과 두뇌수준에 걸 맞는 원자력외교인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1980년대를 거치면서 원자력은 교과서나 유토피아의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의 필수품으로 한국사회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말 현재 원자력 발전소 9기의 설비용량은 7백16만6천㎾로서 북한의 전체 전력용량(약 7백만㎾)을 앞지르면서 남한의 전체 발전설비용량(2천 1백만㎾)의 36.3%를 차지하였다. 설비용량으로는 세계 제10위의 원자력대국이 되었다. 발전량에서는 89년에 전체의 50.1%를 차지하여 석탄화력(22.4%)과 석유화력발전(22.7%)을 압도하고 있다. 이는 한전이 원자력발전을 기저부하담당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 운영기술을 나타내는 원전 이용율에서 한전은 지난 6년간 연속해서 70%를 초과, 세계평균을 약 10%포인트 웃돌고 있다. 월성 1호기는 몇 년전 세계에서 최고의 운전 효율을 가진 중수로 발전소로 꼽힌 바 있다.
  
  일단 명령만 내린다면…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 단가는 ㎾/H당 26.63원으로서 석탄, 석유보다 훨씬 싸다. 원자력 발전의 덕분으로 한국의 전기요금은 세계적으로 값이 싸고 지난 8년 이후 계속 떨어져 물가 안정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원자력 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1백만㎾급 원전의 1년간 소비 연료는 25t인데, 같은 크기의 유연탄 발전소 연료는 10만t급 선박 22척이 수송해야 할 분량이다. 석유 발전소의 경우라면 20만t급 유조선 7척이 동원돼야 실어 나를 수 있는 연료(8백 20만 배럴)가 먹힌다.
  
  폐기물의 양을 보면 1백만㎾급 원전에서는 1년에 5백 25t이 발생하고 유연탄 화력에서는 약 40만t이 생긴다. 원자력 산업이 거대화되면서 원자력 두뇌의 용량도 커졌다. 한전과 산하 회사들의 원자력 관계 기술 인력은 약 1만 명에 달하며 원자력 두뇌의 총 본산인 대덕의 원자력 연구소는 2천 2백 98명의 직원을 가진 한국의 최고(古), 최대 연구소다.
  
  원자력병원 인력을 제외한 연구소만의 인력은 1천5백명, 그중 연구 기술직 인력은 9백 36명이다. 그 가운에 2백42명이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90년 예산은 1천 3백 65억 4천만 원인데 정부가 대주는 순수연구비는 약 3백 28억 원이었다. 원자력연구에 대한 투자는 미래에의 투자란 인식으로 선진국들은 연구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을 넣고 있다. 일본에는 두 개의 원자력 관계 국립연구소가 있는데 연구 인력은 8천5백명 1년 예산은 약 1조8천3백60억원이다. 연구비의 반은 정부투자, 반은 ㎾당 0.445엔씩을 전원 개발촉진세로 거두어 충당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순전히 21세기를 위한 장기적 연구만 하고있다. 프랑스 원자력청 직할 연구소의 인력은 약 2만명, 영국의 하웰 연구소인력은 1만6천 여명, 인도의 원자력연구소도 그 정도 수준이다.
  
  한국이 가진 이런 엄청난 용량의 시설과 두뇌는 남북한간에 핵 개발 경쟁이 벌어지면 남한의 우위를 지켜주는 바탕이 될 것이다. 재처리 기술이나 핵 폭탄 설계기술을 우리가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일단 국가의 의지가 핵 폭탄 제조 쪽으로 기울게되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핵 개발 관련산업 및 학계의 기술과 인력과 시설은 단시간에 동원되고 조직될 것이다. K-MRR 연구소는 개조돼 플루토늄을 생성시킬 것이고 조사 후 시험시설의 운용기술은 재처리 공장건설운용으로 동원될 수 있으며 핵연료 설계와 원자로 설계기술은 원폭설계 및 제조에 응용될 수 있다.
  
  1970년대 핵 개발 때 축적되었던 재처리 공장 설계서·핵 폭탄 설계 자료 등의 노우하우도 참고가 될 것이다. 북한은 핵 폭탄을 개발하기까지는 선수를 칠지 모르지만 그 뒤 본격적인 핵 병기 체제건설 경쟁이 벌어지면 문제가 달라질 것이다.
  
  재처리는 국가의 사활(死活)문제
  
  1960년대에 폴란드 정부는 작은 핵 부대를 창설하는데 드는 경비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10년에 걸쳐 폭격기 10-15대, 핵탄두 20-30발, 중거리 유도탄 1백기, 미사일 발사 잠수함 2척을 만드는 데는 약 56억 달러가 든다는 계산이었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적어도 2백억 달러를 웃돌 것이다. 남한의 경제력이면 몰라도 북한의 경제력이 이런 부담을 과연 견딜 것인가.
  
  미국 측 위원회는 1976년 조사보고서에서 한국은 1990년대에 가면 6천81㎏의 분리가능 핵 분열성 플루토늄을 (사용 후 핵연료의 형태로)축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처리로 분리되지 않은 플루토늄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핵 폭탄용 원료가 어느 정도 축적돼 있으며 핵 개발을 추진할 경우 그 규모가 어느정도일지를 어림잡을 수 있는 자료는 될 것인데 그것은 작은 원폭 6백 개쯤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일본에는 약 3만 6천㎏의 플루토늄이 축적될 것으로 이 보고서는 예상했다. 1977년에 미국 군축위원회는 핵실험 가능 국가들을 3등급으로 분류한 적이 있었다. A급은 핵무기 개발을 결심하면1-3년 사이에 핵폭발 실험을 할 수 있는 나라들로서 대만, 일본, 남아프리카, 이스라엘 등 10개국이었다. B급은 4-6년 뒤에 가능한 나라로서 파키스탄, 한국 등 10개국이었다. C급은 7-10년 뒤에 핵실험이 가능한 나라로서 이란, 터키, 멕시코 등 10개국. 북한은 이 3개 그룹에 끼이지 못 했었다. 한 원자력 관계 학자는 『가장 큰 바보짓은 북한이 원폭을 개발하니까 우리도 해야겠다고 서두는 일이다』고 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평화적으로 핵을 이용한다고 천명한 다음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넣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는 국가의 생존에 관한 문제이니까 다른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은 1970년대에 아직 원자력 산업과 기술능력이 토대를 굳히기 전에 외국 기술을 들여와 짜집기 식으로 원폭을 개발하는 각론적 접근 방식을 시도하다가 미국이란 장벽에 부딪쳐 좌절되었다. 그 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부문(발전)에 국력을 쏟음으로써 이제는 원폭제조 기술쯤은 우습게 볼 정도의 크고 정교한 기술적인 하부구조를 이루었다. 한 핵 물리학자는 『평화적 이용을 집념 있게 추구하다가 보니까 군사능력까지 자연스럽게 얻은 것이다』고 했다. 「마음만 먹으면 북한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좋은 원폭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는 있지만 재처리 분야에서 미국이 덜미를 잡고 있어 우리는 당장은 원자력자립도 원폭 제조도 할 수 없는 입장에 있다.
  
  한 핵 공학자는 『북한의 고민은 기술이고 우리의 고민은 국제관계다』고 했다. 한국이 핵 개발을 추진하면 미국은 당장 농축우라늄 공급을 끊어 원전의 기능을 마비시킬 것이고 국교 단절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핵 문제 공론(公論)화 돼야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처럼 북한이 원폭을 개발하여 한반도의 군사력균형의 무너뜨림으로써 전운이 감돌게 하지 않도록 하려면 한국은 원폭을 만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그럴 수단만은 확보해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1·21 청와대 습격 사건, 아웅산 폭파 사건, KAL858 폭파 사건 등을 지령한 김일성(金日成)부자가 갖게 될 원자폭탄은 이 세계의 어느 원폭과도 다른 것이다. 칼을 갖고있는 적대자 옆에 는 사람은 먼저 몽둥이를 놓아두어야 하는 법이다. 여기서 그 몽둥이는 재처리 시설을 의미한다. 재처리 시설은 원자력 자립과 원폭 제조 잠재 능력의 확보라는 두 가지 중대한 국가 안보 전략에 걸친 문제이다.
  
  이 문제를 관료나 학자들에게 맡겨두면 언제까지나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재처리 기술연구를 무슨 도둑질처럼 여기는 풍토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기자를 만난 관계 공무원이나 학자들은 한결같이 정치·외교·언론이 나서서 이 중 차대한 명제를 공론화 시켜줄 것을 요청하였다. 재처리 문제는 어떤 공장을 하나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차원이 아니다.
  
  북한이 핵 폭탄을 갖게 될 때 한국의 선택은 무엇인가. 미국에게 부탁하여 주한미군의 핵을 계속해서 붙들어 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미국에의 종속성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증대시킬 것이다. 남한이 대응개발 능력을 확보하려면 그전에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못한 미국의 책임을 추궁하고 평화적 목적의 재처리 공장을 지어 놓아야 한다.
  
  김정일(金正日)은 머리가 좋고 예술적인 일면까지 보이고 있다. 영화에의 열정은 신상옥(申相玉)과 최은희(崔銀姬)씨의 납치로 나타났다. 그가 만든 평양의 영화 필름 자료실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申감독은 남한에서 구할 수 없는 자신의 영화필름을 그 자료실에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한곳에 몰두하면 모든것을 희생하고도 목표물을 쟁취하고자 하는 金正日의 예술적 집념이 핵 폭탄 개발에 쏟아지고 있다는 증거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남한에 대해 외교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이념적으로도 몰리고 있는 북한이 끝까지 우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군사 분야이다. 핵 폭탄은 위기속의 북한과 권력 이양기 중의 김정일(金正日)에게 믿음직한 보장이 될 지도 모른다.
  
  북한을 깨닫게 해야
  
  핵 폭탄은 남북한 어느 쪽에 있어서도 사활적인 문제이므로 이것이 적당히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태도에서 보듯 한 국가가 생존권의 위협을 느낄 때는 본능적으로 자위행동을 선택하게 돼 있다. 金日成부자의 핵 개발 집념이 강한 그 만큼 남한의 핵 개발 저지 의사도 강해질 것이다. 인도는 1974년에 핵실험을 한 뒤에는 핵 폭탄 제조까지는 가지 않았다. 파키스탄도 핵 폭탄의 재료는 다 확보했지만 조립은 하고 않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이미 수십 개의 원폭을 갖고 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보유사실을 언론에 흘려 아랍국가들에게 겁을 주는 심리전을 펴고 있다. 북한도 핵실험까지만 성공시킨 뒤 이를 정치무기화 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그것은 어차피 한반도의 핵 게임을 촉발시킬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남한이 막강한 원자력기술 체제를 바탕으로 평화적 재처리 기술 개발을 선언함으로써 그리하여 북한의 핵 개발은 더 강력한 남한의 대응 개발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함으로써 북한이 핵 개발을 자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출처 : 월조
[ 2003-07-04, 17:2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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