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상품이 된 서울市政
청계천 복원 등 서울시의 노하우, 세계로 속속 수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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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시, 수십억달러 규모의 하천ㆍ도시개발 계획 위탁
  뉴욕주 용커시ㆍ인도 델리시, 청계천 사례 도입 협력 요청
  모스크바ㆍ울란바토르, 전자정부 시스템 도입 양해각서 체결
  베이징ㆍ이스탄물ㆍ콸라룸푸르, 대중교통 개편 협력 요청
  
  
  요즘 서울시 별관에 있는 ‘홍강 개발 지원반’의 직원 9명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해 말 기획관리실 아래 신설된 이 조직은 “서울시가 우리의 도시 개발계획을 직접 짜 달라”는 베트남 하노이시의 요청에 따라 홍강 개발사업의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있다.
  사업의 골자는 홍강 유역 600만㏊를 정비해 산업·주거·관광 국제단지를 조성한다는 것. 서울시와 하노이시는 지난해 9월 ‘서울시가 홍강 개발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곧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지원반 직원들은 1차 현지조사를 다녀왔고 관련 자료를 수집 중이다. 하노이시에서도 도시계획국장 등 공무원들이 서울을 방문해 회의를 가졌다. 하노이시 측에서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 달라” “한강처럼 개발해 달라” “친환경적인 하천으로 만들고 싶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하노이시가 서울시와 손잡게 된 것은 ‘한강의 기적’을 ‘홍강의 기적’으로 이어가고 싶은 바람이 커서다. 게다가 홍강이 개발되기 이전의 한강과 닮았다는 현실적인 점도 고려됐다. 평상시엔 밑바닥이 드러날 만큼 물이 메말라 있지만 우기(雨期)엔 물이 범람한다는 것도 그렇고, 현재 홍강의 북쪽 지역이 과거 우리의 강남 지역처럼 개발이 되지 않은 농지로 이뤄져 있다는 점도 닮았다.
  
  
  
  구체적인 사업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적게는 30억달러에서 신도시 건설로까지 사업이 확대될 경우 200억달러가 넘는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 측은 한강 종합개발과 강남 개발을 한데 합쳐 놓은 것과 다름 없는 이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베트남에서 한국 건설 붐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하노이시가 ‘공사 입찰할 때 한국업체를 중심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홍강 개발 지원반의 주창식 팀장은 “우리의 노하우와 기술이 수출되면 하노이시의 발전은 물론 서울시, 나아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간 사업 교류로서는 물론 정부간 사업교류 차원에서도 이렇게 큰 규모는 과거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말 그대로 ‘한강 개발의 노하우’가 수출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계천 복원 공사, 전자정부 시스템, 대중교통 체제 시스템 등 ‘메이드 인(MADE IN) 서울’의 제품들이 속속 외국도시로 수출되고 있다. ‘원 클릭 민원처리 시스템’을 비롯해 버스나 지하철을 갈아타더라도 승차 횟수가 아니라 거리에 따라서만 요금을 부과하는 ‘통합 요금제’ 등 개별 사항으로 따지면 수출품목 수가 수십 개, 수백 개에 이른다.
  
  주민의 편의와 시정(市政)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서울시 주식회사’가 내놓은 행정 시스템이 해외 지자체들로부터 인정 받고 있다. 서울시 자체의 이미지는 물론 국가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실제 요즘 서울시엔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면서 방문하는 외국 공무원의 행렬이 줄을 잇고 교통·환경·통신 등 다양한 주제의 국제회의가 열릴 때면 주최 측으로부터 “서울시의 사례를 발표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진다. 해당 분야별로 통역사를 두고 해외 손님을 맞아야 하는 데다 관련 내용을 외국어로 번역해 책자를 만드느라 서울시 공무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 도심의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물 길과 바람 길을 연 청계천 복원 공사는 서울시가 내놓은 대표적인 화제작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길이던 곳에서 물고기가 펄떡거리며 뛰논다는 드라마틱한 상황에다가 건설의 최전선에서 일하던 불도저 CEO가 시장이 돼 도로 포장을 뜯어내고 강을 되찾아줬다’는 스토리까지 더해져 외국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아시아판 최신호(5월 15일자)는 ‘그린 드림스(Green Dreams)’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서울의 녹지화 성공 사례를 다뤘다. 타임은 서울시가 1998년부터 도시 곳곳에 33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2002년 이명박 시장이 취임한 후 청계천 복원 사업을 벌여 도심 기온을 낮추는 데 성공했으며, 22억4000만달러를 들여 ‘서울의 숲’을 건설했다고 했다. 타임은 또 “콘크리트 정글로 상징되던 서울이 그린 오아시스로 탈바꿈한 사례가 홍콩, 베이징 등 아시아의 다른 대도시에 그린 드림의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며 “깨끗하고 매력적인 서울의 환경은 도시를 떠난 사람들과 외국인 투자자를 불러들일 것”이라고 했다.
  
  청계천 복원 공사는 시작되면서부터 “인구 1000만 도시의 중심부에서 공원을 정비하고 하천을 복원시키는 ‘도시 재생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라는 등 외신의 관심을 모았다. 이후에도 5.84㎞에 달하는 도시 하천을 어떻게 복원했는지, 도심 고층빌딩 숲에 어떻게 녹색혁명을 가져올 수 있었는지, 고가도로를 철거할 때 교통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에 세계의 관심은 이어졌다.
  
  이명박 시장이 지난 3월 중순 미국의 싱크탱크인 해리티지 재단과 브루킹스 연구소, 기업연구소(AIE) 등을 방문했을 때도 연구소 관계자들은 “청계천의 기적을 익히 알고 있다”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최근엔 미국 뉴욕주의 용커시, 인도 델리시처럼 “청계천 사례를 우리 도시에 도입하고 싶다”고 공식 협력을 요청하는 도시도 있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시장은 물론 서울시 직원 모두가 나서서 1만5000명 넘는 청계천 주변의 노점 상인을 설득해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명박 시장이 대권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청계천 사업을 폄하하는 사람을 보면 솔직히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 지난해 7월 '서울 대중교통 개편 국제 포럼'에 참석한 전문 평가단이 지하철과 버스(위)의 교통 카드 시스템을 이용해 보고 있다.
  
  청계천 복원공사가 눈에 보이는 서울시의 수출 상품이라면, 전자정부(e-Governance)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출 상품이다. 지난달 서울시청 앞엔 ‘세계 100대 도시 전자정부 평가에서 연속 1위 차지’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서울시는 유엔 행정개발관리단과 미국 행정학회(ASPA)의 후원으로 성균관대와 미국 럿거스대학이 참여한 ‘세계 100대 도시 전자정부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1.7 점을 받아 최우수 도시로 선정됐다. 서울의 뒤를 뉴욕이 이었고 그 다음은 상하이, 홍콩, 시드니, 싱가포르, 도쿄, 취리히의 순이었다. 도시가 운영하는 전자정부 중심의 웹 사이트를 시민참여·정보 보안·온라인 서비스 등 92개 항목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서울시는 2003년 11월에 이어 연속 1위를 차지했다.
  
  
  ▲ 서울 도심의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물 길을 연 청계천 복원공사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뜨겁다.
  
  서울시는 1996년부터 각 기관과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구축 운영하던 126개 홈페이지를 2003년 7월 하나로 통합했다. 그런 뒤 민원을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손쉽게 처리하는 ‘원 클릭 전자민원 서비스’ ‘통합예약 시스템’ 등 시민 편의를 중심으로 온라인 서비스 기능을 넓혔다. ‘시민이 만족하는 최고의 정보도시(Intelligent City Seoul)’가 모토로, 이제 서울시는 ‘유비쿼터스 도시’ 구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서울시의 전자정부 모델도 외국 도시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2003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간 50여개국에서 580여명의 관계자들이 전자정부와 관련해 한국을 찾았다. ‘세계 100대 도시 전자정부 평가’에서 최우수 도시로 선정된 것은, 전자정부 모델이 해외 수출 상품으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했다.
  
  서울시의 전자정부 모델을 첫 번째로 수출하게 된 도시는 러시아 모스크바다. 서울시로선 우선 모스크바 시민에게 서울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알려야 했다. 2004년 11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서울의 날’ 행사를 이용하기로 했다. 현장에 ‘서울시 전자정부 체험관’을 설치해 시민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민원 사항을 접수하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민원 서류가 온라인으로 발급되는 것과 지하 시설물을 네트워크로 모니터링하는 것도 동영상으로 시연했다.
  
  곧이어 서울시와 모스크바시는 모스크바시의 전자정부(e-Moscow)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당시 현장에 참석했던 한 직원은 “온라인으로 세금을 내고 인허가 신청 과정이 모두 공개되는 걸 지켜본 모스크바 시민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시 정보화기획담당관실의 박성현 주임은 “정보통신 기술 그 자체뿐만 아니라 기술을 도입하기 전 단계에 있는 예산 조달, 법률 처리, 타당성 조사 등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모스크바시에 이어 2005년 7월엔 베트남 하노이시, 2005년 9월엔 몽골 울란바토르시와 전자정부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울란바토르의 경우, 울란바토르시가 서울의 모델을 벤치마킹해 ‘e-울란바토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서울은 이에 필요한 자문 및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공무원의 인적 교류를 추진하는 식이다.
  
  전자정부 모델을 수출하는 것은 국내 일자리 창출이나 외화벌이로도 이어진다. 서울시 유대식 정보화기획담당관은 “2004년 11월 모스크바시가 서울시 전자정부 모델을 도입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함에 따라 21억달러 규모의 전자정부 구축 사업에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게 됐다”고 했다.
  
  전산 시스템에 관한 서울시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키워진 게 아니다. 서울시는 ‘민원처리 공개시스템’으로 1999년 이미 국제경쟁력을 인정 받았다. 이 시스템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위생·건축 등 민원 업무에 대한 결재일 등 처리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국제투명성위원회로부터 부패 척결을 위한 훌륭한 모델로 뽑힌 뒤 1999년 10월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반부패회의에서 성공 사례로 발표됐다. 당시 고건 시장은 “시정의 투명성을 높여 부패를 예방할 수 있는 부패방지대책”이라며 “이 제도를 시행하면 모든 정보가 공개돼 급행료가 사라지고 부패의 원인도 제거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2001년 유엔은 “서울시의 사례를 유엔 회원국에 널리 알리기 위해 매뉴얼로 만들어 보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2001년 여름 서울에서 열린 ‘2001 서울 반부패 국제심포지엄’에서도 서울시의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 시스템’ 모델은 각국 정부의 연구 대상이 됐다.
  
  버스 운행 체계 개편 등 2004년 7월 시작된 서울의 교통개혁도 선진 도시들이 벤치마킹하는 서울시의 ‘효자 수출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시행 초기 단계엔 어려움이 많았다. 기존의 대중교통 이용 방식에 익숙해진 시민 사이에서 ‘대중의 고통이 된 대중교통’ ‘교통카드 먹통’이라며 비난 여론도 높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버스 노선권은 시민에게 돌려주고 버스회사는 운행만 맡는 준공영제, 버스에 단말기를 부착해 운행시간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버스종합사령실, 대중교통 통합요금제를 뒷받침하는 첨단기술의 교통카드 등이 새로운 교통체제 시스템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시행한 지 두 달 만에 일본 교통학회 전문가들이 서울을 방문했고 영국에서도 국회의원 7명이 교통카드 시스템을 둘러보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세계 80여개국 2000여 회원이 가입돼 있는 세계대중교통협회(UITP)는 2004년 10월 호주 브리스번에서 열린 UITP 아태총회에 “서울시의 대중교통 개편에 대한 사례를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2005년 7월 서울에선 ‘서울 대중교통 개편 국제포럼’이 열렸다. 참석한 UITP 전문 평가단은 버스종합사령실과 교통카드 시스템, 무인단속시스템 등을 총괄해 운영·관리하는 종합교통관리센터인 ‘토피스(TOPIS·Transport Operation and Information Service)’를 방문했다. 중앙버스 전용차로, 지하철 환승 코스 등 주요 교통개편 현장을 시찰하고 서울시 관계자들과 평가회의를 열기도 했다.
  
  
  
  최근 서울의 대중교통 체제 개편에 가장 관심을 많이 보이는 곳은 200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중국 베이징시다. 서울시와 베이징시는 최근 교통분야 교류협력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교통카드 시스템이나 자동징수 정산시스템 등 지능형 교통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대한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민간 기업간의 기술 공유 및 자금 조달 등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합의했다.
  
  서울시 교통기획과 홍보협력 이영복 팀장은 “터키의 이스탄불,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페루의 리마 등에서 공무원이 방문해 ‘우리 시는 교통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서울시가 적극 도와 달라’며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탄불 시장은 2005년 8월 서울을 방문해 교통개편 지원에 대한 양해각서를 서울시와 체결했고, 콸라룸푸르는 “교통카드 시스템을 일부 지역에 시범 설치해 달라”며 40억여원을 서울시에 지불했다.
  
  서울시 김병일 대변인은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를 이뤄내고 청계천 복원 공사를 해낸 그 모든 것 뒤엔 3만5000명의 서울시 공무원이 기업 경영 마인드로 임한 땀과 노력이 있다”며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경영 마인드 올림픽대회가 열린다면 우리가 금메달을 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황성혜 주간조선 기자 coby0729@chosun.com
  
  입력 : 2006.05.20 14:57 45'
[ 2006-05-22, 00:1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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