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권'은 이렇게 행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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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권」은 이렇게 행사된다
  
  趙南俊 월간조선 부국장
  
  4월4일자 東亞日報 A5면에 실린 池明觀 KBS이사장의 『「편집의 자유」만 보장된다면 언론사의 소유문제는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고,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틀림없이 「편집권」에 관한 논란이 벌어질 것이 확실하므로, 이번 기회에 언론의 편집 매카니즘에 대해 필자의 경험을 통해 말씀 올리겠다.
  그와 함께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오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음모론으로 몰고가곤 하는 정치인들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도 설명하겠다.
  필자는 1988년7월부터 1989년3월까지 「주간조선」의 차장대우로 일했다. 주간부장은 安喆煥(조선일보 출판국 부국장으로 퇴직), 주간국장은 崔靑林(조선일보 논설위원실장으로 퇴직)선배였다.
  당시 金大中 평민당 총재는 평민당 소속 몇몇 국회의원들과 함께 유럽을 巡訪(순방)하고 귀국했다. 조선일보에서는 정치부의 夫址榮(부지영) 기자가 그를 수행하고 돌아왔다. 필자는 夫기자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아마도 토요일이었을 것이다. 旅毒(여독)이 가시지 않은 그에게 일요일 회사에 나와서 여행 중 재미있던 이야기를 「주간조선」용 기사로 쓰도록 강요했다. 누구의 지시도 받지않은, 순전히 필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夫부기자는 쉬고싶다고 했지만, 선배의 명령인지라 하는 수 없이 회사에 나와 기사를 작성했고, 필자는 그 기사를 손질해서 월요일 아침 부장에게 제출했다. 부장은 제목을 달아 출고했고, 그대로 발매됐다.
  그 기사가 나간 후, 金大中 평민당 총재는 方又榮 조선일보 및 주간조선 발행인과 崔靑林 주간국장, 夫址榮 기자를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제기했다(조선일보에서는 이를 「조평사태」라고 불렀다). 소송제기 이유는 조선일보가 오랫동안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써서 음해해 왔으며, 이번 주간조선 기사는 고의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그와 함께 조선일보 불매운동도 벌였다. 불매운동의 여파는 오래갔다. 나중에 訴(소)가 취하되기는 했지만, 조선일보는 일개 차장대우의 판단때문에 재정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필자는 社內(사내) 어느 누구로부터도 『왜 그런 기사를 실어서 회사에 손해를 입혔느냐』는 질책이나, 비난을 받은 적이 없다. 시말서 한 장 쓰지 않았다. 그 후 필자는 편집국 제2사회부로 발령받아 1996년 5월 사회부 부장대우로 편집국을 떠날 때까지 7년간 근무했으니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바도 없다. 오히려 혜택을 입었다고 할 수도 있다.
  편집권이 별 것인가. 이것이 바로 편집권이다. 실무자의 판단에 따라 기사를 취재하고, 쓰고, 게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무런 간섭이 없다. 다만 문제가 될 만하다고 판단되는 기사는 데스크(부장이나 국장)가 수정할 수도 있고 게재를 보류할 수도 있다. 그것은 또 그것 나름대로 부장과 국장 고유의 편집권이다.
  法理(법리)적으로나 學理(학리)적으로는 편집권이 발행인에게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처럼 거의 100%를 일선 기자들이 행사하는 것이다. 조평사태의 예에서도 보시다시피, 아마도 기자의 편집권이 조선일보 만큼 잘 보장되는 언론사도 드물 것이다.
  물론 모든 기사가 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실리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닌 피처스토리는 부장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나 회장, 사장의 아이디어가 기사 주제로 채택돼 일선 기자에 의해 취재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환경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조선일보의 장기 시리즈 「쓰레기줄이기운동」은 方又榮 명예회장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내용만 좋으면 아이디어의 출처가 어디이든, 일선 기자든, 독자든 어디고 가리지 않는 것이다.
출처 :
[ 2003-04-04, 10:0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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