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논리의 허구-문답

홍수철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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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논리의 허구-문답
  
  1. 이라크의 화학무기는 원료와 기술 등을 미국과 영국등이 지원한 것이라는 주장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나 생물학 무기는 생산이 어렵지 않다. 북한이나 이라크 정도 수준이면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선진국의 기업들이 화생방 무기 생산 기술로 전용될 수 있는 기술을 이라크에 제공한 혐의는 있지만 이들이 이것이 화생방 무기 생산 기술로 전용될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더구나 미국 정부 등이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화학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물질을 이라크에 수출한 선진국의 기업들은 여러 차례 문제가 되었다. 어떤 과학자는 화생무기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물질을 제공한 독일회사 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화학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물질은 워낙 광범위해서 이를 통제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제 1차 걸프전 이후 UN이 이라크에 화학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물질의 수입을 금지하자 극심한 필수 의약품 부족 사태가 벌어진 것을 놓고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화학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물질은 워낙 많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수출하는 물질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면밀히 조사하지 않은 기업의 책임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심하게 추궁하기는 힘들다. 그 중에는 극소수이겠지만 화학무기로 전용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수출한 기업도 있으리라고 본다. 이런 기업은 민사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형사적인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한다. 후세인과 함께 전범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
  
  
  2. 현재 화학무기의 물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는 화학무기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 이것은 명확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다. 특히 쿠르드 민간인에 대해 화학무기를 사용해 순식간에 대량학살한 사건은 악명이 높으며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현재 은닉한 화학무기를 찾지는 못했지만 화학무기를 은닉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거의 명백하다. 이라크가 그 동안 계속 생산해온 화학무기를 모두 버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화학무기를 은닉하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다. 탱크를 땅에 묻어 놓으면 망가질 가능성이 많지만 화학무기는 포장만 잘하면 땅에 묻어 놓아도 전혀 상관이 없다. 부피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다. 넓은 이라크 땅에서 이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최근에 화학무기의 물증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과거 여러차례 화학무기를 사용해온 이라크에 화학무기가 없다고 결론짓는 것은 한심의 극치를 달리는 논리인 것이다.
  
  3. 후세인은 이란-이라크 전을 통해 미국이 키운 인물인가?
  
  후세인은 원래 약간 친소련 성향의 인물이다. 후세인이 갑자기 등장한 인물이 아니고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권력을 많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도 이를 알고 있었다. 70년대 이라크 국내에서도 사회주의적 성향의 정책을 많이 시행했다. 그리고 후세인은 비교적 강한
  아랍민족주의 성향의 인물이다. 친미적 성향과는 많은 거리가 있다. 후세인이 이란을 침공할 때에도 명분은 아랍민족주의였다. 아랍민족이 일치단결해서 페르시아 민족의 이란을 쳐야 한다는 것이다. 아랍민족주의의 명분으로 사우디나 쿠웨이트로부터 막대한 전쟁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후세인을 미국이 키운 것이 아니라 자기 힘으로 컸다. 후세인은 이란-이라크 전이 나기 전부터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고 아랍권 내에서 중요한 지위를 갖고 있었으며 석유 판매 수익으로 엄청난 군사력을 갖고 있었다. 미국은 이란 혁명 직후 최소한의 국제적인 규칙(예를 들어 외교관 보호나 민간인 보호 등)도 지키지 않는 이란의 이슬람정부에 경악을 금하지 못했으며 그 때문에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라크에 조금 기운 태도를 취했다. 약간의 지원도 있었으나 그것은 사우디나 쿠웨이트가 지원한 것에 비교하면 새발의 피였다. 미국이 후세인을 키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심지어 후세인의 입장에서도 용납하기 어려운 논리이다.
  
  4. 테러조직과의 연계 증거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번 이라크전쟁은 테러 응징 전쟁이 아니라 테러 예방 전쟁이다. 대량살상무기로 테러를 할 가능성이 있거나 대량살상무기를 테러조직에 판매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를 상대로 하는 테러 예방 전쟁이다. 9.11 테러 당시 뉴욕으로 날아든 것이 비행기가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였다면 얼마나 끔찍했을까 하는 생각을 모든 미국 사람들이 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차례 화학무기를 사용했고 과거에 생산한 대량살상무기 중 상당부분의 행방이 묘연한 이라크가 테러 예방전쟁 대상의 1순위로 꼽힌 것이다.
  미국인들은 과거에는 문제가 생기면 개입하는(그것도 문제가 극히 심화되어서야 마지못해 개입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9.11 테러가 미국인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평화는 적극적인 예방 조치에 의해서만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5. 석유 침공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논리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첫째 이라크가 정상적인 국가로 되면 석유공급이 안정되어서 유가가 안정되고 이것이 세계 경제의 부흥에 기여하기 때문에 이라크를 친다는 것인지 아니면 둘째 이라크가 민주화되어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신정부가 미국의 석유 정책에만 무조건 추종할 것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셋째 이라크의 신 정부가 미국과 영국의 기업에만 석유를 수출하거나 미국과 영국의 기업에만 석유채굴권을 준다는 이야기인지 잘 알 수가 없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1) 이라크가 정상화되고 석유공급이 정상화되면 유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고 이는 국가 경제 대비 석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경제부흥, 나아가서 세계경제 부흥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는 언제나 경기 사이클이 있는 것이고 지금 특별히 장기침체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유가도 이번 전쟁 때문에 오른 것이고 그 요인을 뺀다면 특별한 문제가 없고 대체로 안정되어 있다. 이런 조건에서 석유공급 확대를 위해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 이라크가 민주화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 당장은 후세인의 독재와 후세인의 독선이 불러온 국제경제봉쇄 및 이로 인한 가난의 극복이 사람들에게 중요하게 생각될 수도 있고 따라서 후세인의 제거를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후세인이 제거되고 조금만 시간이 흐르게 되면 후세인은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고 그 빈 자리에는 많은 사상적 교육과 훈련과 경험이 요구되는 민주주의 사상보다는 늘 그들 가까이에 있었던 이슬람주의와 아랍주의가 사람들의 정신세계의 상당 부분을 채워나갈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이슬람주의와 아랍주의에 기초한 미국과의 갈등, 그들 내부에서의 갈등 등이 복잡한 정치적 문제들을 계속 야기할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정치적 갈등이 있는 조건에서 이라크 정부가 미국의 석유정책에만 무조건 추종한다든지 아니면 미국과 영국의 기업에만 석유채굴권이나 석유수입권을 준다든지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만약 이라크의 어설픈 정치세력이나 이를 부추기는 미국의 아마추어 정치인들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시도는 이라크에서는 쉽게 파탄날 수 밖에 없으며 끝없는 소요사태로 정부는 물러나야 할 것이다.
  
  3) 석유사업으로 많은 이윤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현대 사회에서 지식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이외의 부가가치는 필연적으로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석유에서 엄청난 이윤이 날 것처럼 생각하지만 석유산업도 역시 마찬가지로 석유를 소유하고 있는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이득이 돌아가고 기업에는 적은 이윤만이 주어지게 된다. 이라크에서 설사 국가가 안정되고 민주 정부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그 정부의 일차적인 권력기반은 이라크 국민이고 이라크 국민의 요구나 정서나 이해관계에 기초해서 석유 관련 정책이나 기타 정책이 결정되게 된다. 때문에 여러 기업들 중 이라크에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에 우선권을 줄 것이다.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이번 전쟁에 반대한 국가의 기업은 미운 털이 박혀서 기존 사업권이 축소될 수도 있고 최소한 신규 사업이 매우 어려울 가능성은 많이 있다. 그러나 그 이외에도 기업은 많이 있으며 미국 기업이라고 해서 서로 협조적인 것도 아니다. 만약 미국 기업에게 사업권을 준다고 하더라도 미국 기업 중에서 이라크에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기업에게 사업권을 주게 될 것이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된다고 했을 때 다른 비지식형 산업과
  마찬가지로 별로 높지 않은 이윤만이 보장될 것이다. 민주화될수록 특별 이윤을 챙기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4) 설사 다양한 특혜와 다양한 특권이 미국계 기업에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라크에서의 석유산업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기업측의 순수익이 1년에 절대 2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없다. 반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전쟁비용은 1천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장사해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다.
  
  5) '석유침공설'을 주장하는 사람 중에 적지 않은 수가 북핵 문제 때문에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이것은 논리적인 자가당착이다. 미국이 만약 대량살상무기나 민주화보다 석유를 더 소중히 여긴다면 왜 산유국도 아니고 위험부담은 이라크보다 몇배나 큰 북한을 공격하려고 하겠는가? 만약 '석유침공설'을 주장하려고 한다면 '미국에게 중요한 것은 석유이기 때문에 미국이 석유와 관련이 없는 북한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좀 더 일관성이 있다.
  
  
  
  
출처 :
[ 2003-04-04, 18:3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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