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북침이라고 믿어온 이유"
남조선 삐라에 "북침하였다면 어떻게 3일만에 서울이 점령되나"라는 말이 최초의 의문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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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6·25를 미국이 일으켰다고 믿어온 이유”
  
  
   탈북민 칼럼 - 이민복 기독북한인연합 대표·전 북한농업과학연구원 연구원
  
  1990년 8월말 오랜만에 철원을 방문했을 때 남조선 삐라를 보았다. 폐쇄사회에서는 외부소식이 갈급하다보니 엄한통제속에서도 삐라를 보게 된다. 보면서도 늘 갖고 있던 생각은 ‘우리를 속이려는 것이겠지’라는 것이었다.
  
  처음 들은 뚱딴지 같은 소리, ‘6·25는 남침’
  
  많은 삐라내용 중에서 가장 한심한 것은 6·25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 북조선이라는 것이었다. 대학공부도 하고 연구원까지 하면서 이런 뚱딴지 같은 소리는 처음이었다.
  
  삐라가 제시한 남침의 근거도 참 한심했다. 첫째 근거는 소련공산당 총서기였던 흐루시초프가 회고록에서 밝혔다는 것이었다.
  
  북한사람이 알고 있는 흐루시초프는 스탈린을 화장(火葬)하고 공산진영을 분열시킨 놈이었다. 그는 미국에 먼저 찾아가 화해를 구하고, 여자하고 놀아나는 등 아주 추잡한 놈으로서 북한사회에는 그를 ‘백대가리’라며 미워하였다. 그러니 ‘그런 놈이 별소리를 안하겠나’하는 것이 당시 생각이었다.
  
  둘째 근거는 이학구라는 인민군 대좌(대령)가 귀순하여 상세한 내용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학구가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반역한 놈이 별소리 안하겠나,’ 이렇게 생각했다.
  
  셋째 근거는, 북침이었다면 어떻게 전쟁 3일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될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처음 ‘그거야 남조선 놈들이 떨떨하니까 먹힌 것이 아닌가’하고 넘겼다.
  
  ‘백전백승 김일성장군의 반격’?!
  
  이와 반대로 북에서 교육선전받은 북침의 근거는 너무나 멋있는 것이었다.
  
  첫째, 전쟁전야 미 국무장관 덜레스가 38선을 시찰하는 사진을 생생히 보여준다. 불난 곳에서는 성냥을 가지고 있지도 말라고 했는데, 전쟁 직전에 적 최고사령관이 시찰을 했다니 이유가 뻔한 것 아닌가.
  괴뢰인 남조선은 북침하라는 미제 상전의 지시에 따랐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소련군 철수보다 1년 늦은 미국철수(1949년)도 연막작전에 불과했다고 교육 받았다.
  
  둘째, 남조선괴뢰군 신성모 국방장관이라는 자는 ‘아침은 해주,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를 먹는다’라고 떠들었는데, 군대의 우두머리가 한 소리니 북침을 더 의심할 나위가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북침이 이뤄졌지만 백전백승 김일성장군님의 현명한 대처로 1~2km까지 쳐들어온 적들을 전선에서 일거에 반격하여 서울을 3일만에 해방했다고 교육 받았다. 이렇게 세뇌되어 온 나에게 남조선 삐라가 믿어질 리 없었다. 그럼에도 삐라는 내게 의구심을 심어 주었다.
  
  발단은 ‘3일만의 서울점령’ 주장이었다. 전쟁사를 다 뒤져보아도 전쟁을 일으킨 쪽이 처음부터 수도를 내줄 만큼 밀린 적은 없다. 또한 전선이 1~2km 밀려왔다가 자로 대고 밀듯 일시에 밀려나갔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증오는 북한유지의 정신적 기조
  
  ‘그렇다면 과연 누가 먼저 전쟁을 일으켰단 말인가.’ 나는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출장 중에 전쟁초기 참가자들을 만났다. 내가 만난 이는 김정숙군 농장 경비였다. 직설적으로 물으면 진실을 말할 수 없는 북한의 환경을 잘 아는 나는 그를 전쟁영웅으로 치켜세우며 전투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였다.
  
  그는 신이 나서 말을 시작했다. 그는 본래 팔로군으로서 해남도 전투까지 참가한 백전노장이었다. 그는 자신이 6·25전쟁에 참여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1950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6월 25일 새벽 4시 남조선군의 최고 악질로 알려진 백골부대를 향해 대포를 들이쏘고 돌격하여 들어가니, 백골이 되도록 싸운다는 군대가 팬티바람에 도망가더라는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아차! 우리가 먼저 쳤구나’라고 결론짓게 됐다.
  
  그러면 북한은 왜 이 엄연한 역사를 필사적으로 속이려고 하는가. 증오는 북한을 유지하는 정신적 기조인데 기본근거는 전쟁에 두고 있다.
  
  美帝와 남조선이 평화스러운 공화국을 침략하여 너무 많이 죽이고 파괴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때리고 맞았다면 그렇게 격렬하게 증오할 수는 없을 것이다.
  
  
[ 2006-06-24, 23:3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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