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6·25 아침을 맞으며
현재의 북한 체제를 억지로 유지하면서 민족의 장래를 설계하려는 구상은 민족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

金在昌(전 육군대장)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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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김재창
  
  
  
  6·25 사변이 휴전으로 마감한 지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러갔다. 1950년 북한 인민군이 뚫고 내려왔던 북위 38도선의 외줄 철조망은 철조망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단순한 군사분계선을 알리던 철사 줄이었다. 인민군 탱크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넘어왔었다. 지금은 그 철사 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그 철사 줄이 담고있던 수많은 사연들은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2차대전 말(1945년 8월) 미국과 소련은 작전 협조를 위해 38도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선은 처음부터 간단히 풀릴 성질의 경계선이 아니었다. 적어도 세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적(Global level) 차원에서 본다면 당시 태동하고 있었던 냉전체제 하에서 미·소 양대 진영의 경계선이었다. 지역적(Regional level)으로 보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경계선이었고, 국내적(Domestic level)으로는 남한과 북한의 경계선이 되어버린 것이다.
  
  당시 이 복잡한 관계를 넘어서서 하나의 통일된 정부를 건설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은 마치 세 개의 변수를 갖고 있는 삼차원의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은 문제여서 그 중 어느 것 하나만 틀려도 엉뚱한 해답이 나오게 되는 운명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이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려 했다. 1950년 4월 김일성과 박헌영이 스탈린을 찾아가서, 승리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던 전쟁 논리는, 이 세 가지 변수 중에서 국내적 변수 한 개를 보고 얻은 결론이었다. 그러나 스탈린은 미국의 개입가능성에 대해 김일성에게 묻는다. 그는 국제질서차원(Global level)의 변수에 초점을 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설사 미국이 개입한다하더라도 미군이 한반도에 도달하기 전에, 전쟁은 종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국제관계를 깊이 분석하여 얻은 결론이라기 보다는 그의 주장에 불과한 논리였다. 결국 스탈린은 조심스럽게 동의한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된다.
  
  6·25 사변은 전 세계 주요국가의 군대가 대부분 다 참여하게 된 3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대규모 전쟁이었다. 쌍방 합쳐서 300만 이상의 사상자를 내지만 어느 한쪽이 결정적인 승리를 얻어내려면 너무도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휴전이 성립된다. 너무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차라리 그냥 덮어두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데에 쌍방이 합의한 것이다. 3차원의 방정식을 일차원의 방정식 푸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답을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이것이 6·25 사변이 남긴 값 비싼 교훈이다.
  
  냉전이 끝나고 세계질서가 단극체제로 된 지금, 한반도 문제는 3차원의 방정식으로부터 2차원의 방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변수 하나가 없어지면서 해답을 구해낼 수 있는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내부의 문제가 쉽게 풀릴 변수가 아니다. 분명한 것은 김일성이 시도했던 것처럼 무력으로 상대방을 점령하려는 방법은 해답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새로운 6·25를 불러올 뿐이다.
  
  대안(代案)이 있다. 그것은 간접접근(間接接近)방법이다. 무력으로 직접 대결하는 통일전략을 그만두게 하고 어느 체제가 우월한지를 찾아서 그 체제를 선택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남은 두 개의 변수를 동시에 만족하는 해답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50년 동안 남북 쌍방이 체제경쟁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20세기를 넘으면서 그 경쟁에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자유 민주주의를,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 체제를 그리고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그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는 북한 체제를 후손에게 물려 줄 수는 없다. 이제 민족이 나아갈 길이 분명하게 나타난 것이다. 결국 북한이 변해야 한다. 현재의 북한 체제를 억지로 유지하면서 민족의 장래를 설계하려는 구상은 명분도 없고 민족적 지지를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변화가 쉽지 않다. 변화해야 할 줄 알면서도 변화를 선택할 수 없는 형편이다. 변화의 시작은 북한이 무력으로 통일하려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서울 불바다'나 '전쟁의 화염'을 들먹이면,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확실한 전쟁 억제 수단을 유지하고 있을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
  
  군사적으로는 현상유지(status quo)를 보장하면서, 비군사적으로는 끈질기게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가는 것, 이 두 가지 정책은 통일을 향해 달려가는 마차의 두 바퀴와 같아서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북한의 변화를 지원하는 일은 열심히 하면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접근이다. 그리고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전쟁 억제는 철저히 하면서 북한의 변화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북한 동포들을 위해 너무 잔인한 처사이다. 어느 영웅이 나타나서 한반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온 국민이 다 참여하여 길게 앞을 내다보면서 끈질기게 추진해야 할 민족적 과업이다.
  
  오늘 다시 6·25 아침을 맞이하면서, 조국을 지키다가 전사한 선배 영령 앞에 경건하게 묵념을 드린다. 그리고 그분들이 지하에서 부르짖고 있을 위대한 함성에 귀를 기울인다.
  
  김재창 (한미안보연구회 회장,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예비역 육군대장)
  
  
출처 : 코나스
[ 2006-06-25, 13:1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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