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외, 그 근본에 있는 것이 중대하다

조갑제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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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多者회담이 한국과 일본은 빠진 채 미국, 중국, 북한 사이에서 열리게 되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여론은 '또 한국이 소외되었고, 해결에 따른 돈만 지불하게 될 것 같다'는 비판으로 기울고 있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여러번 천명하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또 1994년에 미국과 북한이 제네바 협상을 통해서 핵개발 동결에 합의할 때 김영삼 정부가 회담에 끼지 못하고 경수로 건설비만 물게 된 점을 비판하기도 했었다.
  
  북한 핵 문제의 최대 당사국이고 잠재적 피해자인 한국이 회담 초기부터 소외됨으로써 한국의 국가 이익이 큰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많아졌다. 노무현 정부에선 '한국의 참여가 계속 거부될 경우 회담의 실질적 진전은 없을 것이며, 정부는 회담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참여하지 않은 회담에서 결정된 것은 무효로 본다'는 야무진 이야기도 들린다.
  
  세상 이치는 우리 정부가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공약했던 것이 실현되지 않아 空約이 되어버린 사례가 결국 국력이 발언하게 되어 있는 국제사회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 정부가 美北 회담을 중재하겠다는 盧대통령의 공언은 북한도 미국도 협조하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발상도 噓言이 되고 말았다.
  
  한국 정부가 주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朴正熙, 李承晩대통령이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盧정부가 북한 핵 개발을 한민족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하여 무력 응징을 비롯한 모든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는 한편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정부를 찾아가 '만약 주변국가가 국제테러리스트 김정일의 핵개발을 저지하지 않으면 우리 단독으로써도 이를 무력화시키겠다'고 나섰으면 우리가 북핵 저지의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일전불사의 자세로 그렇게 나오면 우선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동조하거나 말릴 것이고 중국도 철벽 같은 한미일 동맹의 힘에 압도당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북핵은 우리의 문제라는 책임감을 포기하고 민족공멸의 위기를 부를 주적의 핵무장이 북한과 미국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처럼 美北 중재론을 들고 나왔다. 이런 무책임하고 기회주의적 처신을 하는 바람에 한국 정부는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경멸을 당하게 되었다. 아니, 북한의 핵이 워싱턴을 치게 되어 있는가.
  
  어떤 문제를 주도한다는 것은 그 문제해결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 가능한 것이지, 근사한 말로써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번에 입증된 것이다. 주도적 해결론, 미북 중재론은 실없는 소리로 끝난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한국의 직업 정치인들은 조선조의 양반 정치인들처럼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함부러 한다. 말을 잘한다고 자동적으로 실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말하는 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는 造物主, 하느님뿐이다.
  
  노무현 정부를 회담에서 배제하는 데는 북한과 미국이 합세한 셈이다.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소외당한 것도 서러운데, 김대중이 그동안 그렇게 갖다바치면서 아부해왔던 김정일로부터도 당한 것이다. 뭐주고 뭐 맞은 모습이다.
  
  김정일로서야 자신이 한반도의 주인이라고 망상하여 한반도의 문제를, 한민족 전체를 대표하여 미 제국주의자들과 담판하여 해결하겠다는 자세이니 한국 정부를 소외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이다. 韓美동맹이 견실했다면 미국은 당연히 북한측의 한국 소외 요구를 거절하였을 것이다. 3자 회담이 북한과 북한의 군사동맹국인 중국 對 미국의 구도로 되어 있으니 균형을 위해서도 한국이 미국과 함께 회담에 나오는 것이 미국에 유리하다. 그럼에도 왜 미국은 한국을 참여시키지 말자는 북한의 요구에 따른 것일까.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은 노무현 정부가 이 회담에 참석했을 때 미국의 편을 들 것이란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반대로 회담에 나온 한국측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든지 오히려 북한측 눈치를 보면서 미국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을지 모른다. 미국은 내심 한국이 빠져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정부의 태도이다. 노무현 정부가, 미국이 한국 정부는 빠져달라고 했을 때 완강하게 거부했다면 미국 정부는 북한과 중국측에 대해 강력하게 再考를 요청했을 것이다. 그 논리도 분명했을 것이다. 미국이 마음만 먹었다면 북한이 핵무장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한국을 배제한 어떤 협상도 불가능하다는 자세를 견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너무나 쉽게 참여를 포기하는 데 대하여 미국은 놀랐을 것이다.
  
  그러면 노무현 정부는 왜 한민족의 가장 큰 문제에 대한 국제회의에서 소외되는 데 대해 수치심도 느끼지 않고 선뜻 받아들였을까.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들, 지지자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계승하겠다고 한 김대중의 對北정책과 그 이념을 종합할 때 이렇게 추정된다.
  
  <먼저 노무현 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민족공멸의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민족반역자 테러리스트 전쟁범죄자' 김정일이 핵무장을 하는 데 대해서 위기감, 분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왜? 핵무기를 만들고 있는 김정일을 이해하거나 동정하기 때문이다. 반면, 김정일에 의해서 위협받고 있는 대한민국과 국민들에 대해서는 그런 이해나 애정이 솟아나지 않는다. 오히려 부시가 동족인 김정일을 너무 괴롭힌다는 생각이 더 앞선다. 왜 핵무기를 미국 등 강대국만 가져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일부 인사는 김정일의 핵무기는 통일이 되기 전에도 민족의 공동재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김정일의 핵무장을 저지하는 데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것보다는 핵무장을 허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켜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단 핵무장을 허용하는 게 낫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자, 이런 생각들을 가진 집단이라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빠지더라도 수치심이나 분노를 느끼지 않을 것이 아닌가.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국가이익과 안보는 꼭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굳이 북핵 회담에 한국이 참석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 알아서 해주겠지, 북한이 주장하는 것도 일리가 있지 않은가. 이렇게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면 국가 체면과 이익을 챙길 이유와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물론 미, 북, 중의 3자 회담이 잘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핵무기뿐 아니라 화학무기, 생물학 무기, 그리고 휴전선에 배치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재배치까지 회담 주제로 들고나오려 할 것이다. 북한은 체제보장, 불가침 조약 등을 주장할 것이다.
  
  이 회담이 조기에 중단될 수도 있다. 그러면 유엔을 통한 對北경제제재까지 사태가 악화될 것이다. 1994년에 그랬던 것처럼 對北경제제재에 들어가기 직전에 또 다시 북한이 대화를 제의하여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對北 경제제재는 사실상 김정일 정권의 목을 조르는 準군사적 조치이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북한을 이라크처럼 다룰 수는 없다. 북한의 군사력은 이라크보다 강대하며 서울은 그들의 대포 사정권안에 있다. 한국내의 親김정일 세력은 정권에 영향을 끼칠 만큼 강대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와 김정일 정권 사이에 빅딜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일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은 주한미군을 실질적으로 철수시키며, 막대한 경제지원을 북한에 대해서 하는데 그 대부분은 노무현 정부에 부담시킨다. 이렇게 되면 노무현 정부는 한미동맹을 잃고, 돈도 잃는 손해를 보게 된다. 노무현 정부는 親김정일 세력의 도움 아래 한미동맹과 국부를 잃은 것이 평화를 산 것이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누가 아는가, 이 國富와 國益을 상납한 대가로 누군가가 노벨 평화상을 받을지?
출처 :
[ 2003-04-17, 16:3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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