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 좋아하시네

삼덕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이 글은 토론방에서 퍼온 것이다. 제목은 여기서 바꾼 것이다.
  
  대통령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대통령
  1.
  
  군대에서 훈련병 시절이었다. 야외에서 훈련을 받고, 100여 명의 부대원이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밥은 각자 퍼갔지만, 국과 반찬은 부대원 중에서 서너 명이 나서서 분배를 하고 있었는데, 국물에 건더기가 별로 없는 것이었다. 그러려니, 했는데, 배식 당번과 친한 병사의 식판에는, 시커먼 소고기 건더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었다. 배식 당번 녀석이 자신과 친분이 없으면 국자를 얕게 담그고 자신과 특별한 친분이 있으면 국자를 밑바닥까지 긁어서 고기 건더기를 듬뿍 담는다는 것을 알았다. 역겨웠다.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이라면 권력이랄 수 있는 것을 편파적으로 운용하는 모습은 추했다. 그가 성실한 인간성을 지닌 인간이었다면, 친분의 유무와 상관없이 가능한 한 모든 훈련병들에게 공평한 분배를 하려 했을 것이다. 그런 인간은 공직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막강한 권력을 지닌 청와대에서, 그때 그 편파적인 배식당번 같은 짓을 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청와대에서, 민주화운동 세력 중 일부를 선발하여 공기업과 정부단체의 임원으로 기용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민망한 짓이다. 공명정대한 정신으로, 국정을 총괄하는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프로페셔널이라면, 그 같은 계획을 추진할 생각조차 일지 않았을 것이다.
  
  2.
  
  모든 국민들이 세금을 내는데, 왜, 민주화 운동 세력만 특혜를 받아야 하는가? 민주화 운동 세력의 밥그릇을 위해 한정된 자리를 특혜로 잡아주면, 그만큼, 다른 국민은 그 자리에 앉지 못하게 되는데, 민주화 운동 세력을 인해 밀려나는 국민은, 취업을 못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나라의 부름을 받고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아직도 고엽제로 고통을 받고 있건만,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용병으로 매도되고 있는 이들은 방치해도 좋은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특혜를 받을 자격이 없는가? 국가의 명령을 받고 데모를 진압하다 부상을 입은 전경들은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가? 평생을 교단에서 교육자의 직분을 묵묵히 수행했건만, 김대중 정부 시절에 퇴물취급을 받으며 교단에서 쫓겨난 선생님들은, 민주화 운동 세력에 비해, 이 나라의 발전에 공헌한 바가 적다고 보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 세력들로부터 대통령이라는 인정을 듬뿍 받고 싶을지언정, 참전용사들이나, 부상을 입은 전경들이나, 묵묵히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일에 충실했던 이들로부터 대통령 대접을 받지 않겠다는 것인가?
  
  청와대는, 어느 천 년에 철부지 아마추어리즘을 깨끗하게 청산할 작정인가?
  
  3.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이 잘 되기를 바랐으나, 4개월이 지난 지금의 모습을 보면 내 상식으로는 대통령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고 해서, 청와대는 금도를 넘어섰다며 발칵 화를 내고 있다. 권력의 힘을 편파적으로 운용하면서 청와대는 모든 국민들로부터 대통령이라고 인정받고 싶은 욕심은 있는 모양이다.
  
  “대통령 못 해먹겠다”, “대통령도 해보니까 괜히 했다 싶을 때가 있다”,고 사명의식이 지극히 결여되었을 때나 할 수 있는 말을 툭툭 내뱉는 대통령, 안팎에서 갈팡질팡하면서 ‘말’로 문제를 일으키는 대통령, ‘말’ 때문에 자주 논란이 벌어지는 판국에 ‘말’을 많이 하는 특강을 하면서 공무원 사회를 개혁하겠다고 하여 또 무슨 말실수가 있을까 걱정이 생기게 하는 대통령, 문제가 발생하면 ‘언론 탓’이나 하고 “신문만 안 보면 다 잘 된다”는 한가한 소리나 하는 대통령을 바라볼 때,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청와대가 미숙한 리더십을 보이면서 좌충우돌하지 않고, 권력을 편파적으로 운용하지 않으며, 공명정대한 리더십을 지혜롭게 발휘했던들, 최병렬 대표가 그런 탄식을 했겠는가? 최병렬 대표의 탄식은, 전적으로 청와대가 미숙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4.
  
  청와대는, 민주화 운동 세력들 300여 명이 어렵게 사는 게 안타까운가? 민주화 운동 세력이 아닌 국민들이 어렵게 사는 것은 안 됐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인가? 청와대는, 민주화 운동 세력이든, 민주화 운동 세력이 아니든, 어렵게 사는 국민들은 모두 똑같이 안 됐다고 느낄 수 있어야, 온 국민의 대통령 자격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친분이 좀 있다고 국자를 바닥까지 긁어서 고기를 더 퍼주겠다는 식의 잔머리를 굴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창출하여, 실업자가 한 사람이라도 더 줄어들게 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일이다. 그런 가운데, 민주화 운동 세력들로 분류가 되든 아니 되든,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밥을 제대로 먹고 살 수 있게 하는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P.S.
  의문이 있다. 청와대에서 선정한 300명의 기준이 뭐냐? 어디까지가 민주화 운동세력이고 어디까지가 민주화 운동세력이 아닌 것이냐? 노 대통령은 ‘인사청탁’하면 패가망신 당할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그 300명의 이력서는 ‘인사청탁’용이 아닌가? 어떤 인사청탁은 패가망신 당할 것이고 어떤 인사청탁은 패가망신 당하지 않는 것인가? 300번째와 301번째는 무엇이 다른가?
  
  아니, 애초에 ‘민주화 운동’이란 게 뭐냐? 권력을 잡기 전에는 독재타도를 외치고, 권력을 잡은 다음, 독재자처럼 자기 집단을 절대화하고, 비판자들을 모조리 ‘보수반동, 수구꼴통, 반개혁세력’으로 매도하면서, 졸속정책을 오기로 밀어붙이며 국정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국민이 사분오열로 갈라져 싸우며 심성이 황폐해지게 하고, 가신-측근-핵심관료-아들들이 줄줄이 부정부패와 결탁했던 김대중 정부의 구성원들이 민주화 세력이냐? 그런 무리들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세력들에게 밥그릇을 챙겨주겠다는 것이라면, 당장 집어치우기를 바란다.
[ 2003-07-09, 16:0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