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평양 선언>은 韓半島 版 <뮌헨 합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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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평양 선언>은 韓半島 版 <뮌헨 합의>다
  - 노무현ㆍ김정일 평양 회담 내용 분석 -
  [<月刊朝鮮> 2007.11월호 揭載]
  
  李東馥
  전 명지대 초빙교수/15대 국회의원
  전 남북고위급 회담 대표
  
  10월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사이에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매우 불쾌한 여운(餘韻)을 남기는 회담이 되었다. 필자는 10월2일 노 대통령의 평양 길 등정(登程)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래도 잘 되기를 바라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노 대통령도 2000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1938년9월 영국 수상 네빌 챔벌린이 갔던 길을 또 뒤 따르면 어찌 하나 하는 근심을 떨어 버리지 못했었다. 그러나, 4일 노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결산하는 내용을 담아서 김정일과 함께 서명하여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하 <10.4 평양 선언>) 내용을 보면서 필자는 그 같은 근심이 적중한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금하기 어렵게 되었다.
  
  1938년9월30일 런던 근교 헬던 에어로드롬 공항에 도착한 전용기 트랩 위에서 챔벌린 수상은 한 장의 종이쪽지를 손에 들고 흔들면서 “우리 생애의 평화를 가지고 돌아왔다”고 외쳤었다. 이 종이쪽지는 그와 나치독일의 독재자 히틀러가 함께 서명한 것으로 여기에는 “향후 영-독 양국간의 모든 분규는 전쟁에 의하지 않고 협상을 통해 해결한다”는 합의가 담겨져 있었다. 이것을 가지고 챔벌린과 그의 지지자들은 요란한 ‘평화’의 팡파르를 광적(狂的)으로 합주(合奏)하는 것을 서슴치 않았었다. “이제 전쟁은 살아졌다. 영국의 젊은이들은 군대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이 사이비(似而非) ‘평화’에는 대가가 있었다. 체코슬로바키아 국토의 1/3을 차지하는 주데텐란트를 대가로 히틀러에게 헌납(獻納)한 것이다.
  
  윈스턴 처칠 등 소수의 선각자(先覺者)들이 이에 반기(反旗)를 들었다. 처칠은 “챔벌린의 뮌헨 합의로 전쟁은 불가피해졌고 영국이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고 경고했다. 그 시점에서 영국의 ‘바보’들은 처칠의 경고(警告)를 철저하게 외면(外面)했다. 영국 의회 하원도 찬성 369 반대 150의 큰 표차(票差)로 챔벌린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처칠의 경고는 몇 달도 안 되어 적중했다. 챔벌린이 “우리 생애의 평화”를 구가(謳歌)한 뒤 반년도 안 되어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의 나머지 땅을 무력으로 점령했고 그로부터 반년 뒤인 1939년9월에는 스탈린의 소련과 ‘불가침협정’을 체결하고 함께 동ㆍ서 양면으로 폴란드를 침략하여 분할 점령함으로서 인류역사상 최대의 참극(慘劇)이 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결국 영국은 챔벌린을 하야(下野)시키고 처칠을 수상으로 내세움으로써 미국과 힘을 합쳐 히틀러를 물리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번에 노무현ㆍ김정일 두 사람이 합의ㆍ서명하여 발표한 <10.4 평양 선언>은 그 내용을 그 행간(行間)과 함께 정독(精讀)해 보면 이 석 장짜리 문건이 1938년9월 챔벌린이 뮌헨으로부터 가지고 돌아 온 한 장짜리 종이쪽지의 재판(再版)이라는 사실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당시 영국의 ‘바보’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사이비 ‘평화’ 문서를 가지고 요란한 ‘평화’의 팡파르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요컨대, 소위 <10.4 평양 선언>의 골자는 “남북이 서로 ‘적대시하지 않고’ ‘전쟁을 하지 않으며’ ‘분쟁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한다’”는 것이다. 갈 데 없는 <뮌헨 합의>의 재판이다.
  
  1938년 챔벌린이 뮌헨에서 가지고 돌아온 ‘병(病) 평화’가 그랬던 것처럼 노 대통령이 이번에 평양에서 가지고 돌아온 ‘독(毒) 묻은 평화’도 공짜가 아니다. 챔벌린은 뮌헨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히틀러에게 헌납했지만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은 NLL(서해 북방한계선)과 국가보안법에 더 하여 천문학적 액수의 국민 부담을 의미하는 ‘경제협력’이라는 이름의 대북 ‘퍼주기’와 한미동맹(韓美同盟)을 ‘덤’으로 얹어서 김정일에게 헌납했다.
  
  문제의 <10.4 평양 선언>에 관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지적해야 할 기본적 문제가 있다. 그것은 이 문건도 <6.15 공동선언>처럼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불법 문서라는 것이다. 문제의 <10.4 평양 선언>은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6.15 공동선언>의 ‘고수(固守)’와 ‘적극 구현(具現)’을 통한 “남북관계의 확대ㆍ발전”을 다짐하면서 심지어 “6월15일을 기념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합의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합의는 문제가 있다. 문제의 <6.15 공동성명>이 특히 ‘통일방법’에 관한 합의를 담고 있는 제2항으로 인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하는 불법 문서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헌법 전문(前文)과 제1조(국체와 국민)와 제3조(영토)ㆍ제4조(통일의 방법과 내용)ㆍ제8조(정당의 허용조건) 및 제11조(계급의 불인정) 등에 의거하여 공산당과 공산주의가 불법화되어 있다. 이들 조항의 개정이 없이는 대한민국에는 공산당이나 공산주의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합법적 공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15 공동선언> 제2항은 ‘통일방법’으로 ‘남쪽의 연합제’와 함께 북측의 ‘낮은 수준의 연방제’를 다 함께 수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인 채로 하나의 ‘지방(支邦)정부’로 ‘연방’에 참여할 뿐 아니라 ‘연방’의 ‘중앙정부’에도 대한민국과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 된다. 대한민국에 관한 한 먼저 헌법의 공산당과 공산주의 금지 조항이 개정되거나 아니면 북한이 공산주의를 포기하기 전에는 이것은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불가능한 일이다.
  
  바로 이 때문에 <6.15 공동선언>은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하는 위헌 문건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는, 이 같은 <6.15 공동성명>의 ‘고수’와 ‘구현’을 다짐하면서 “<6.15 공동선언>에 기초한 남북관계의 확대ㆍ발전”을 중요한 합의 사항으로 담고 있는 <10.4 평양 선언>도 당연히 헌법을 위반하는 불법 문건이다. 알면서 한 일인지 아니면 모르고 한 일인지 알 수 없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을 상대로 이 같은 불법 위헌 문서에 합의하여 서명함으로써 7년 전 김대중 씨가 그랬던 것처럼 그가 ‘수호’를 ‘선서’한 대한민국 헌법을 중대하게 위반ㆍ유린함으로써 형법 제91조의 ‘국헌문란죄’를 저지른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10.4 평양 선언>은 당연히 무효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번 노무현ㆍ김정일 두 사람 사이의 평양 회담을 가리켜 “레임덕 대통령과 내일을 알 수 없는 독재자 사이의 만남”이라고 묘사(描寫)했다. 이번 두 사람 사이의 평양 회담의 성격과 내용을 보다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10.4 평양 선언>의 내용을 검토하기에 앞서서 회담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2박3일 동안평양에서는 회담 분위기를 특징짓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있었다.
  
  - 이번 노 대통령의 평양방문 기간 중 그의 상대역인 김정일의 출현(出現)은 도착하는 날(10.2) <4.25 문화궁전> 앞 환영 의식, 다음 날(10.3) 오전 오후 노 대통령의 숙소 <백화원>에서 있었던 회담과 김정일이 주최한 오찬 그리고 마지막 날 역시 <백화원> 영빈관에서 있었던 김정일 주최 송별 오찬에 국한되었다. 김정일은 도착한 날 저녁 <목란관>에서 있었던 김영남(金永南) 주최 환영 만찬은 물론 다음 날 저녁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있었던 <아리랑> 공연 관람과 <인민문화궁전>에서 있었던 노 대통령 주최 답례 만찬 및 마지막 날 <인민문화궁전> 앞에서의 환송식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 같은 북한측의 접대에 대하여 남한에 와 있는 고위급 탈북자들은 “제3세계 지도자들에 대한 예우(禮遇)에 해당한다”고 증언했다.]
  
  - 평양의 <만수대 의사당>(북한판 국회의사당)을 들른 노 대통령은 방명록에 서명하면서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주권의 전당”이라고 예찬(禮讚)하는 감상(感想)을 적어 놓았다.
  
  - 김정일이 불참한 10월2일 저녁 북측 환영 만찬 석상에서 노 대통령은 만찬사를 마친 한 참 뒤 다시 마이크를 청해 잡고 “김정일 위원장이 오래 살아야 한다”는 건배사(乾杯辭)를 추가로 하는 파격(破格)을 보여주었다.
  
  - 10월3일 오후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김정일은 느닷없이 노 대통령에게 평양방문 기간을 하루 연장할 것을 제의했다가 노 대통령이 ‘경호’와 ‘의전’을 이유로 즉답을 회피하자 “아니, 대통령이 그것도 맘대로 못하느냐”고 타박하는 무례를 서슴치 않았다. 그래 놓고 그는 오후 회담이 끝날 무렵 스스로 이 제의를 철회해 버렸다.
  
  - 10월3일 저녁 김정일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우중(雨中)에서 강행된 <아리랑> 공연장에서 노 대통령은 출연한 아동들이 “아버지 장군님 고맙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주석단으로 달려 나오고 관람석에서 “아버지 장군님 고맙습니다”라는 카드섹션이 만들어지는 장면과 끝 무렵 ‘김일성 장군’ 노래가 울려 나오고 카드섹션에서는 “21세기 태양은 누리를 밝힌다. 아, 김일성 장군”이라는 구호가 만들어지는 장면에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10월4일 서해 갑문(閘門)을 들른 노 대통령은 방명록에 서명하면서 역시 “인민은 위대하다”는 글을 남겼다.
  
  이번 노 대통령의 평양방문 등정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은 그의 평양에서의 동정(動靜)을 전해 준 공중파 TV 방송의 실황 중계의 시청율이 14.5%로 집계되었을 정도로 저조(低潮)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뒤 2박3일 동안 평양의 <종합취재반>이 TV 화면을 통해 전해주는 광경은 공산주의자들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 선전ㆍ선동의 대가(大家)답게 능란(能爛)한 표정 관리와 ‘제3세계 지도자’에 준하는 절제된 접대(接待)로 남한의 변덕스러운 여론을 농락(籠絡)하는 묘기(妙技)를 연출하는 김정일 앞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보여주는 비굴(卑屈)하기 짝이 없는 어색한 미소(媚笑)와 ‘평신저두(平身低頭)’의 굴욕적인 몸짓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것은 마치 이미 이루어진 <연방> 안에서 ‘중앙정부’ 최고당국자로 군림하는 김정일과 그 아래서 김영남과 동격(同格)의 ‘지방(支邦)정부’ 우두머리가 되어 있는 노 대통령의 위상(位相)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했다.
  
  <10.4 평양 선언>의 내용은 이러한 분위기의 결정체(結晶體)였다. 앞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10.4 평양 선언>에서 노 대통령은 위헌적인 <6.15 공동선언>의 ‘고수’와 ‘구현’을 다짐했을 뿐 아니라 북한이 해석하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인 “우리민족끼리”를 확고하게 수용했다. 이것은 앞으로 남쪽의 노무현 정권이 보다 확고하게 ‘민족공조’와 ‘외세배척’을 표방하는 ‘대북종속(對北從屬)의 입장에서 남북관계와 대외관계, 특히 대미관계를 운영하라는 북한의 주문을 전면적으로 수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10.4 평양 선언> 문면의 행간에서는 이미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된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거나, 폐기하지 않더라도, 더욱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서해(西海)상의 NLL도 이를 변경시키거나 아니면 변경되기 이전이라도 실질적으로 무력화(無力化)ㆍ무실화(無實化)시키기로 합의해 주었다는 사실이 읽혀지고 있다.
  
  <10.4 평양 선언>은 국가보안법 문제를 우회적(迂廻的)으로 언급하면서 “사상과 제도를 초월한다”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1992년2월19일자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의 일부 표현들을 표절(剽竊)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마치 이번 <선언>이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충실한 것처럼 느끼도록 사람들, 특히 남쪽 사람들을 현혹(眩惑)시키는 범죄적 작태(作態)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터무니없는 사실의 왜곡(歪曲)이다. <남북기본합의서>는 <합의서> 전체와 역시 남북간에 합의되어 공표되었던 3개의 <부속합의서>들이 전면적으로 이행되고, 또 이미 남북간에 합의되어 구성ㆍ발족되었던 5개의 <공동위원회>들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라야 의미가 생기는 것이지 <합의서>의 일부 표현만을 거두절미(去頭截尾)의 방식으로 인용하여 엉뚱한 목적에 활용한다는 것은 남북의 두 정권이 공모(共謀)ㆍ결탁(結託)하여 저지르는 사기(詐欺) 행위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이번 <10.4 평양 선언>이 남의 국가보안법과 북의 <조선로동당> 규약을 맞물리는 ‘상호주의’를 운운 하고 있다. 이야 말로 범죄적인 사기 행위다. 왜냐 하면 북의 <조선로동당>이 규약을 바꾼다는 것은 그 자체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도 없거니와 북한이라는 ‘법치(法治)’가 아닌 ‘인치(人治)’의 독재체제에서는 설혹 <조선로동당> 규약을 수정한다고 해도 그것은 현실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NLL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노무현 정권이 입으로는 “공동어로 구역과 평화수역 설정”ㆍ“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ㆍ“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ㆍ“한강 하구 공동이용” 등을 거론하면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운운 하고 있지만 이것은 하나의 입에 발린 ‘사탕발림’일뿐 이번 <10.4 평양 선언>에 있는 합의대로 오는 11월 중 평양에서 남북의 국방장관 회담이 열리면 그 자리에서 NLL은 1938년9월 ‘뮌헨 합의’ 때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가 갔던 길을 갈 수밖에 없으리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번 평양 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예상되었던 대로 <10.4 평양 선언>은 ‘통일’ 문제와 함께 북한 핵문제를 사실상 비켜갔다. 핵문제에 대한 언급은 단 두 줄이었다.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대목이다. 여기서 읽는 이들이 조심해야 할 대목이 있다. 그것은 여기서 언급한 핵문제는 ‘한반도’, 즉 ‘조선반도의 핵문제’지 ‘북한의 핵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의 핵문제’는 지난 22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분명하게 천명하고 있다. 즉, 그것은 “조-미 관계의 정상화에 의한 신뢰 조성을 통하여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며 이의 징표(徵標)로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것”이다.
  
  결국, 지금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사실은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 베이징 6자회담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핵문제는 ‘북한의 핵’이 아니라 ‘미국의 핵’이 되어 버린다. 베이징 6자회담은 앞으로도 이 같은 북한의 이중적(二重的) 입장 때문에 구절양장(九折羊腸)의 험로(險路)가 가로막고 있고 이 때문에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 아니면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되어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10.4 평양 선언>에 담겨진 핵문제에 관하여 언급한 대목은 노 대통령이 핵문제에 관하여 김정일의 입장에 손들어 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배를 몰고 산으로 올라 간 것이다.
  
  <10.4 평양 선언>에서 노무현ㆍ김정일 두 사람은 예상했던 대로 6.25 전쟁을 법적으로 종식시키는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나 그 형태와 내용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라졌다. “4개국 정상회담”이 아니라 “3개국 또는 4개국 정상회담”이 되었다.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 위하여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참가국에 대한 표현이 “3자 또는 4자”로 표현되었다는 것은 이 ‘회담’이 구체화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성숙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노 대통령 일행이 평양으로부터 서울로 귀환한 뒤 이 ‘3자’와 ‘4자’가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들을 지칭하는 것이냐를 놓고 설왕설래(說往說來)가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4자’는 노 대통령이 거론한 것이고 ‘3자’는 김정일이 거론한 것이었다는 사실 정도다. 여기서 노 대통령이 거론한 ‘4자’는 ‘남한’ㆍ‘북한’과 ‘미국’ㆍ‘중국’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는 달리, 회담 석상에서 김정일이 거론했다는 ‘3자’가 어느 나라들을 지칭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정설(定說)이 없다. 청와대측에서는 김정일이 말한 ‘3자’가 노 대통령이 말한 ‘4자’에서 중국이 빠지는 것인 것처럼 설명하려 애쓰고 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우선 분명해 지는 것은 이번 평양 회담에서 김정일이 ‘3자’를 거론했을 때 그는 이 ‘3자’에 해당하는 나라를 구체적으로 지정함이 없이 “직접 관련이 있는 ‘3자’”라는 정도로 말하는 데 그친 것 같다는 것이다.
  
  사실은, 한반도의 ‘휴전체제’를 영구적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문제에 관해서는 북한이 일관되게 고수해 온 입장이 있다. 이를 위한 회담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양자(兩者) 회담’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구나 실질적으로 파산 상태인 북한 정권의 생존을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지금의 입장에서, 김정일이 ‘종전선언(終戰宣言)’과 ‘평화협정(平和協定)’ 문제에 관하여 ‘중국’ 배제를 거론했다는 것은 무리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특히 이 문제에 관하여 노 대통령 측근의 일각에서는 심지어 김정일이 말한 ‘3자’가 ‘북한’ㆍ‘중국’과 ‘유엔’을 뜻하는 것이라는 의견까지 띄우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정도를 벗어나도 한 참 벗어나는 무식(無識)과 무지(無知)의 발로(發露)일 뿐이다.
  
  6.25 전쟁과 관련하여 유엔의 역할에 관해서도 북한은 역시 분명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당시의 유엔은 미국의 주구(走狗)였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상대역은 ‘유엔’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논리적으로 말한다면 김정일이 말한 ‘3자’는 당연히 ‘남한’을 제외한 ‘북한’ㆍ‘중국’과 ‘미국’을 지칭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더구나, 노무현 정권이 거론한 ‘4개국 정상회담’은 9월7일 시드니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미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10.4 평양 선언>에서 엉뚱하게도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으로 재포장되어 등장했다는 사실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노 대통령의 거의 강권(强勸)에 가까운 종용(慫慂)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문제에 관하여 분명한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평화협정에 북한의 김정일 등과 함께 서명할 용의가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그에 앞서서 북한이 반드시 이행해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먼저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핵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고수한 ‘전제조건’이었다. 여기서 부시가 말한 “북한 핵의 포기”는 이번 <10.4 평양 선언>에서 노무현ㆍ김정일에 의하여 얼버무려진 것처럼 ‘비핵화’라는 이름의 ‘비핵지대화’가 아니라 “북한의 모든 핵무기가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완전히 폐기”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금 베이징 6자회담에서는 북한 핵문제 중 일부에 불과한 영변 소재 핵 시설의 ‘불능화’와 ‘신고’ 문제를 가지고 여전히 샅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부시가 말하는 “모든 북한은 “영변 소재 핵 시설”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모든 핵’에는 당연히 ①북한이 이미 생산하여 보유 중인 플루토늄, ② 이를 이용하여 개발ㆍ제조했을 핵무기, ③우라늄 고농축 장비 그리고 ④함북 길주 무수단의 핵실험 설비를 포함하여 영변 이외 지역에 있을 다른 핵시설과 핵물질이 포함된다.
  
  그러나, “오는 12월31일까지 ‘불능화’와 ‘신고’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원론적(原論的)’ 차원의 약속과는 달리 이미 북한측에서는 “완전한 신고는 북한이 보유 중인 핵무기의 실체와 양을 공개하여 북한이 보유하는 핵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중이다. 이로써 베이징 6자회담의 전도(前途)에는 암운(暗雲)이 감돌고 있다. 북한이 과연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에 의거한 의무사항인 ‘모든’ 핵시설의 ‘완전한 신고’를 이행할 것이냐의 여부가 분명치 않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북한의 모든 핵의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한 폐기”라는 ‘전제조건’을 고수하는 한, <10.4 평양 선언>에서 노무현ㆍ김정일이 ‘추진’하기로 ‘합의’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사실은, 남쪽의 노무현 정권은 원래 문제의 ‘4개국 정상회담’ 제안 문제가 이번 평양 회담의 주제(主題)가 될 것이고 이 회담에서 채택되어 발표될 문건의 제목도 <한(조선)반도 평화선언>이 될 것이라고 예고해 왔었다. 그러나, 정작 <10.4 평양 선언>에서는 문건의 제목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으로 바뀌고, ‘4개국 정상회담’은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으로 둔갑(遁甲)했으며 이 문제를 언급한 대목도 ④항의 석 줄로 축소되었다. 이번 <선언>에서 이 문제가 이처럼 애매하게, 그리고 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는 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김정일의 머리 안에서 문제의 ‘4개국 정상회담’ 제안의 약효(藥效)에 대해 회의심(懷疑心)이 생긴 것이다. 그 결과로 문제의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발상은 실제 개최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남한에서 12월 대선용으로 이를 활용한다는 제한된 목적을 가지고 이번 <10.4 평양 선언>에 포함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평양으로부터 돌아 온 노 대통령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 송민순(宋旻淳) 외무부장관, 이재정(李在禎) 통일부장관 등 그의 측근들은 각본에 따라 마치 머지않은 장래에 문제의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이 현실화되는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하고 있다.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북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반도의 분단과 반세기에 걸치는 군사적 기장상태에 결정적 책임을 지닌 미국의 대통령을 불러 그와 마주앉을 순간이 닥아 오고 있다”고 변죽을 울리고 있다. 이들은 지금 이 현실성이 없는 이 구상을 가지고 한편으로는 허구적인 ‘평화’ 무드를 조작(造作)하여 특히 350만명에 달하는19-24세의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흔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으로부터, 그리고 <한나라당>으로부터, 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유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반미(反美) 반<한나라당> 정서(情緖)를 자극함으로써 이 문제를 ‘범여권’에 유리한 12월 대선(大選) 이슈로 부각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이 <10.4 평양 선언>에 담아 내놓은 소위 ‘경제협력’ 문제는 그들이 12월 대선 전략의 차원에서 구사하고 있는 또 하나의 트릭(잔꾀)이다. 1980년대 이스라엘이 이집트와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내세웠던 ‘땅과 평화의 교환’(Land for Peace)을 모방하는 ‘경제협력과 평화의 교환’이라는 허구(虛構)를 조작하여 12월 대선에 이를 이용하려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10.4 평양 선언>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다양한 이른바 ‘남북 경제협력 방안’들을 잡화상(雜貨商) 식으로 나열해 놓았다. ①“해주 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②“개성 공업지구 1단계 건설의 조속한 완결과 2단계 개발 착수,” ③“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④“안변과 남포 지역 조선(造船) 협력단지 건설,” ⑤“농업, 보건의료, 환경보호 분야에서의 협력” 등이 그것들이다. <10.4 평양 선언>은 또 이 같은 ‘퍼주기’에 대한 ‘덤’으로 ①“백두산 관광과 이를 위한 서울-백두산 직항 항공로 개설”과 ②“남북한 응원단의 경의선 열차를 이용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참가” 등을 담고 있다.
  
  여기에 나열된 ‘잡화상’ 식 ‘경제협력’(?) 사업들은,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의 ‘덤’ 사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은 노무현 정권이 작년에 <산업은행>을 시켜서 준비한 62조원짜리 ‘중장기 남북경협 방안’이라는 이름의 대북 ‘퍼주기’ 보따리에 들어 있었던 것들이다. ‘공리공영(共利共榮)’과 ‘유무상통(有無相通)’이라는 남쪽에는 생소한 북한식 표현으로 포장된 이들 ‘경제협력’ 사업들은 거기에 소요되는 천문학적 비용을 100% 남한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10.4 평양 선언>에서 노 대통령은 이들 사업들을 흩어서 나열해 놓음으로써 이에 소요되는 천문학적 비용을 희석(稀釋)시켜 무절제한 대북 ‘퍼주기’에 대한 국민 일반의 반감(反感)을 중화(中和)시키겠다는 잔꾀를 부리고 있다.
  
  이번 평양 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이 같은 대북 ‘퍼주기’ 보따리를 김정일에게 풀어 보여주는 과정에서 오히려 김정일로부터 호된 질책(叱責)을 당했음을 시사해주는 정황(情況)이 포착되었다. 김정일의 질책은 이 같은 대북 ‘퍼주기’를 통하여 대한민국이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10월3일 아침 회담에서 김정일의 질책에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혼이 나간 노 대통령은 회담 후 북한과의 사이에 “불신의 벽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김정일은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등을 치고 배를 쓸어 주는 여유를 과시했다. 오후 회담에서 김정일은 노 대통령이 가져 왔던 62조원짜리 ‘퍼주기’ 보따리를 여러 개의 작은 보따리들에 나누어 담아서 <10.4 평양 선언>에 흩어 놓도록 배려(配慮)했다. 그러나, 이미 혼이 나간 노 대통령은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기 시작했다. 10월4일 북한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개성 공단에 들른 노 대통령의 ‘어록(語錄)’이 이를 입증해 준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느닷없이 상식 있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광언(狂言)을 쏟아 놓았다. “우리가 개성공단을 통해 북측이 개혁ㆍ개방될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것은 조심성 없는 말”이며 “서울로 돌아가면 정부라도 최소한 그러한 말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번에 (북측과) 대화를 해보니 개성공단을 남측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매우 못마땅하다고 말하더라”는 전언(傳言)으로 그가 김정일로부터 ‘개혁ㆍ개방’ 문제로 얼마나 심하게 닦달을 당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는 더 나아가 “개성공단은 남북이 함께하는 자리이지 누구를 개혁시키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 “개혁ㆍ개방은 북측이 알아서 할 것이고, 정부는 (이제 개성 공단에서는) 인터넷이나 전화 등 불편한 것만 하나하나 해소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심지어 “여러분들도 그 점에 대해 각별히 유의하고 국민들 사이에 그런 일방적인 생각이 얘기되어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라”고 신신 당부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말은 이번 그의 평양방문이 얼마나 대북 굴종적(屈從的) 행보였는가를 보여주는 단편적 증거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입장은 근본적으로 김대중(金大中)ㆍ노무현 정권이 지난 10년간 광적(狂的) 편집증상(偏執症狀)을 보여주면서 추진해 온 대북 ‘퍼주기’의 논거(論據)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로 삼아져야 할 대목이다. 그 동안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은 그들이 ‘대북 경제협력’이라는 미명(美名)으로 추진해 온 대북 ‘퍼주기’의 목적이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자극(刺戟)하고 유도(誘導)하는데 있다”고 선전해 마지않았었다. 그런데 이제 노 대통령은 이번 평양방문에서 김정일에게 얼마나 혼이 났던지 “이제는 개혁ㆍ개방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아예 신발을 거꾸로 뒤집어 신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말은 이 정부가 앞으로 60조원 이상의 국민 혈세(血稅)를 들여서 제공하는 대북 지원이 북한으로 하여금 ‘개혁ㆍ개방’을 통해 ‘시장경제’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전 세계적으로 파탄(破綻)나서 도태(淘汰)된 체제인 ‘사회주의ㆍ계획경제’를 회복시켜 주는데 쓰이도록 해 주라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함으로써 북의 독재자 김정일로 하여금 그 동안의 인민들에 대한 탄압 정치를 계속하고 더욱 강화하도록 도아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발광(發狂)이라도 하거나 아니면 아예 김정일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그의 졸개가 된 것이 아니라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작태(作態)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웃어넘길 수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노 정권은 홍보자료를 통하여 이 같이 북에 제공하는 지원이 “통일 비용을 절감(節減)하게 된다”는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만약 남에서 제공하는 경제지원이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유도한다면 그렇게 ‘개혁ㆍ개방’으로 유도된 만큼은 ‘통일 비용’의 ‘절감’에 이바지하게 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지금 남쪽에서 제공하는 대북 경제지원이 북한의 ‘개혁ㆍ개방’에 연결되지 않고 북한식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회생(回生)’시키고 ‘강화(强化)시키는데 사용된다면 그 결과는 ‘통일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증가(增加)’시키게 되리라는 것이 자명(自明)하다.
  
  통일국가의 경제가 북한 경제의 ‘시장경제’로의 편입(編入)을 의미하고 ‘시장경제’의 생명은 ‘경쟁력’에 있는 만큼 통일국가에서는 이미 원천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총체적으로 ‘해체(解體)’의 대상이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대북 경제지원으로 이미 파산(破産) 상태인 북한의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되살려서 키워 놓으면 통일 이후에는 이를 ‘해체’하는 비용 때문에 ‘통일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10.4 평양 선언>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공연한 말장난일 뿐이다. 그보다도 <10.4 평양 선언>의 “국제무대에서 민족의 이익과 해외 동포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는 대목은 특히 지금 <재일 조총련>을 상대로 일본 정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에 대하여 대한민국이 북한의 편에 서 달라는 요구를 노 대통령이 수용한 것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일은 노 대통령을 통하여 한미관계와 한일관계를 결딴내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10.4 평양 선언>에 관해서는 결론적으로 몇 가지 기본적 사실이 지적되어야 한다. 우선 첫째로 국민들 차원에서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문제가 있다. 노 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4개월 남아 있고 앞으로 두 달 남짓 후에는 후임 대통령이 선출되게 되어 있는 정치일정을 고려한다면 <10.4 평양 선언>에 들어 있는 남북간의 어느 합의사항도 그 실천ㆍ이행이 노무현 정권의 몫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둘째로는 <10.4 평양 선언>의 내용 가운데는 대한민국 헌법과의 합치(合致) 여부를 가려내야 할 대목이 있다는 사실이다. 셋째로는 <10.4 평양 선언>에서 노 대통령이 김정일과 합의한 대북 경제지원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의 국민부담을 수반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넷째로는 “국채를 모집하거나 예산 외의 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려 할 때는 정부는 미리 국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제58조)의 요구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노 정권은 이번 <10.4 평양 선언>에 합의하기에 앞서 헌법 제58조의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정권은 지금 <10.4 평양 선언>에 대하여 국회의 ‘비준 동의’를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12월 대선을 통해 내년 2월에 출범할 다음 정권으로 하여금 꼼짝 없이 이의 실천ㆍ이행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손발을 묶어 놓겠다는 잔꾀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은 이번 12월 대선에서 거의 기정사실화(旣定事實化)되고 있는 정권교체의 주역(主役)인 <한나라당>이 이에 관하여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즉각 적어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치를 이명박(李明博) 후보의 차원에서 취해야 한다.
  
  첫째로, <10.4 평양 선언>에 담겨진 ‘합의사항’들 가운데는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기술적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들이 있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합의사항’들의 실천ㆍ이행은 현 정권이 아니라 다음 정권의 몫이기 때문에 <선언>에 포함되어 있는 ‘국방부장관 회담’과 ‘총리회담’을 개최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이 <선언>을 실천ㆍ이행하는 문제는 차기 정권이 출범한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것을 천명한다. 또한 국회의 동의 절차를 취하는 문제도 역시 다음 정권 출범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둘째로, 12월 대선을 통해 출범하는 차기 정권은 정부 안팎의 광범위한 전문가들로 하여금 초당적인 차원에서 <10.4 평양 선언>의 ‘합의사항’들이 대한민국 헌법과 합치하는지의 여부와 함께 재원(財源) 문제를 포함하여 문제의 ‘합의사항’들이 개별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의 여부를 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실천ㆍ이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천명해야 한다.
  
  셋째로,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권은 계속성의 차원에서 그 동안 진행되어 온 남북대화를 진행시키는 것과 베이징 6자회담의 테두리 안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하는 국제적 노력에 참가하는 것 이외로는 차기 정권의 출범 때까지 모든 대북정책의 추진을 동결시켜야 한다는 것을 천명해야 한다.
  
  넷째로, 만약 노무현 정권이 이 같은 <한나라당>의 제의를 거부하고 <10.4 평양 선언>의 실천ㆍ이행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때는 국회 안에서 이를 저지하는 것은 물론 국민과 더불어 그 저지를 위한 범국민 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천명하고 모든 국민에게 이 같은 투쟁에 동참할 것을 호소해야 한다. [끝]
[ 2007-10-21, 21:5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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