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죽는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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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죽는 한나라당
  
  盧武鉉 대통령이 행자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를 무시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은 헌법 수호자로서의 대통령이 취해야 할 행동이 아니다. 대통령측이 해임건의를 무시할
  수도 있는 것처럼 논리를 전개하고 있으나 헌법정신과 관례는 이런 논리에 상반된다.
  
  朴正熙, 金大中 대통령도 하지 않았던 일을 盧武鉉 대통령이 하려고 한다. 대통령이 수용해
  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하나마나한 국회 결의라면 그 대목을 굳이 헌법에 명시할 필요
  가 없었을 것이다. 盧武鉉 대통령측이 여론의 추이를 봐가면서 결정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것도 헌법정신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다. 헌법은 여론에 종속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헌법에
  종속되는 것이다.
  
  어제 朴振 한나라당 대변인이 발표한 논평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감사 때까지는 국회가 압박해도 정부로선 불편한 일이 없다고 본다”
  며 김두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國監 후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노대통령이 삼권분
  립의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變種 독재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에 다름 아니다.
  헌법에 직접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법적 효력을 까다롭게 한 것만 봐도 해임건의안의
  법적 구속력을 알 수 있지 않은가. 해임건의안 대상이 된 김 장관이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이 국회와 야당에 정면 도전하는 망언을 쏟아내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편향성과 부도덕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盧대통령은 헌법정신을 정면위배하여 국민
  과 국회의 의사를 짓밟는 것을 중단하고 즉각 김 장관을 해임조치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측은 국민에게 물어보자는 식의 주장을 하기도 한다. 국민에게 직접 물어본다는 것은
  직접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과 비슷한 발상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代議 민주주의이다. 그리
  스 로마의 직접 민주주의는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선동과 사기에 잘 넘어가 공동체를 파괴
  한 예가 많았다. 代議 민주주의하에선 국민의 의견은 국회가 대변한다. 그 국회가 장관 해
  임건의안을 결의했다면 이는 국민의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 국회 결의 이외의 국민의 뜻
  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국민의 뜻이 국회의 결의보다도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질서, 즉 憲政질서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살아 있는 민주주의는, 해임건의이니까 대통령이 거부해도 된다는 식의 字句 논쟁이 아니
  라 역대 대통령이 이를 존중했다는 관례와 전통의 축적을 통해서 기능하고 성장한다. 盧武
  鉉 대통령이 이 전통을 무너뜨린다면 지난 55년간 한국인들이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탑, 그
  일각을 깎아버리는 것이 된다. 이런 憲政 전통의 무시는 결국 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한나라당이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도 문제가 많았다. 우선 많은
  일반인들이 왜 그 장관을 이 시기에 해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의 성실성 부족 탓이다. 그 이유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
  기이다. 언론을 통해서, 대중집회를 통해서, 거리홍보를 통해서 국민속으로 들어가 왜 김장
  관을 해임하지 않으면 안되는가에 대해서 설명하고 공감대를 구했어야 했다. 여의도를 벗어
  나 광화문 거리로 나왔어야 했다. 이런 설득 작업 없이 여의도에서, 국회안에서만 처리하려
  다가 보니 국민들이 따라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노무현 대통령이 버틸 수 있게 된 것이
  다.
  
  정치는 국민의 여론을 장악하는 게임이란 정치의 제1조를 무시한 것이 한나라당이었다. 실
  내정당화, 노쇠정당화하고 있는 거대 야당은 ‘죽은 공룡보다는 튀는 개구리가 낫다’는 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대중속으로 들어가 시대의 주제를 놓고 몸싸움을 벌이고
  계란 세례도 받고 토론도 하고 외치고 얻어맞기도 할 자신이 없으면 정권을 노려선 안된다.
  한국은 지금 亂世이다. 인생관과 세계관과 가치관과 삶의 양식을 놓고 다투는, 즉 체제의
  선택을 놓고 벌이는 총력전에서 한나라당은 매일 매일 죽어가고 있다. 이 시대의 정치윤리
  는 투쟁이고 쟁취이다. 싸울 용기와 이론이 없으면 30대에서도 은퇴하는 것이 최소한의 정
  치윤리일 것이다.
  
[ 2003-09-08, 18:2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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