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정치깡패의 자리에 들어섰다"
연재 36/데모만능풍조에 대한 朴 대통령의 직격탄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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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시켜야 할 학생을 오직 당리당략의 재물로 희생시켜 학생 데모에 힘입어 정권의 橫財(횡재)를 망상하는 反動政客(반동정객)이 민주정치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는 것이 또한 이 나라 사회의 현실입니다.'
1965년 8월 25일 저녁 박정희 대통령은 중앙청 제 1회의실에서 전국 방송망을 통해 특별 담화문을 19분간 읽어 내려갔다. 이 연설은 박 대통령이 집권기간 중에 행한 연설 중 가장 직설적이고 단호한 표현이 많은 연설에 속한다. 그 뒤의 어느 대통령도 이 연설처럼 학생, 교수, 야당 정치인들을 가차없이 공격(또는 경멸)하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 이 연설은 대통령의 당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드문 자료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먼저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의 낡고 썩은 버릇”과 “일부 철부지 학생들”에게 직격탄을 퍼부었다. 박 대통령은 反정부 운동가들을 항상 ‘일부’로 표현함으로써 심리적인 주도권을 잡으려는 言術(언술)을 구사했다.
  
  “학생이라고 해서 헌법을 무시하고 부정할 수 있는 권리가 어디에 있으며 학생들이라고 해서 국회 해산을 운운하고 조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특권이 어디에 있습니까. 학생은 이 나라의 전부가 아닙니다. 4·19 이후 이 나라 사회에 새로운 병폐가 하나 생겼는데, 그것이 바로 학생들의 데모 만능 풍조인 것입니다. 걸핏하면 무슨 聲討(성토)대회다, 籠城斷食(농성단식)이다, 데모다, 무슨 무슨 투쟁이다 하고 소위 현실 참여라는 명목하에 거리로 뛰쳐나오기를 좋아하는 폐단이 생겼으니, 이것은 분명히 말해서 망국의 풍조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학생 제군!
  
  오늘날 학생들이 거리로 뛰어나와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정치 문제에 직접 개입하기를 좋아하는 나라치고 잘되어 가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정부 물러가라, 국회 해산하라, 그러면 그 다음에는 학생이 정치하겠다는 말입니까. 이거 언제부터 이런 버릇이 생겼습니까. 학생이라고 해서 이런 특권은 절대로 賦與(부여)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 2년간에 걸쳐 만성적인 데모로 시달려온 우리 국민들은 이제 그 데모에 대해 불감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외국 사람이 그것을 보았을 때 그들이 과연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를 생각해 본 일이 있습니까.
  
  나는 학원에서 學究(학구)에 전념하는 대다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불순한 동기로 또 비록 동기에 있어서는 善意(선의)일망정 그 결과에 있어서는 사회 공공질서를 파괴하는 데모 행위를 本職(본직)으로 알고 있는 일부 정치학생의 버릇을 근절시켜야 할 절실한 필요를 痛感(통감)하고 있습니다.
  
  이 이상의 데모는 우리의 적인 공산주의자 이외의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유와 명분을 불문하고 학생이 학원 밖으로 뛰쳐나와 가두를 휩쓸고 다니는 이 망국적 풍조를 단호히 시정할 것입니다.
  
  학생회장 선거에 있어서 금전거래가 공공연히 성행하고, 때로는 테러, 납치 등 일반 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추잡하고 비루한 행위로 자치단체의 간부가 되어 선량한 학생과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고, 심지어 이 직위를 사회 진출의 미끼로 삼아 소영웅시하는 실로 타기할 기풍이 학원 내에 만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여러 번 듣고 있습니다.
  
  공부하기 싫고, 시험치기 싫어서 한일회담 반대를 핑계 삼아 선량한 학생까지 폭력으로 협박하여 거리로 끌고 나오는 이러한 무법과 폭력이 횡행하고 있으면서도 그들 불순 학생들은 言必稱(언필칭) 학원의 자유를 부르짖고, 학원의 자치를 운운하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닙니까. 이러한 부조리가 또 어디 있단 말입니까.
  
  깡패 정치에 항거하여 그것을 무찌른 학생들이 바로 그 깡패의 위치에 대신 들어서서 불법과 파괴를 일삼음으로써 사회의 빈축을 사고 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개인이나 학교의 조그마한 자존심 때문에 他(타)학교가 데모를 했으니까 우리도 안 하면 학교의 명예가 손상된다, 지난번에는 어느 학교가 먼저 했으니까,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해야 체면이 선다 운운하는 이 따위식 사고방식이 과연 지성인을 자부하는 학생들이 할 행동이라고 봅니까.
  
  그들 일부 학생들 중에는 무능하고, 불순하고, 간교한 敎員(교원)들에게 매수되어 학원 민주화 투쟁에 그릇 이용되는 학생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학생일수록 일부 불순한 정객들에게 매수되거나 그들의 앞잡이가 되어서 애국을 빙자하여 철모르고 날뛰는 예가 허다한 것입니다.
  
  또 일부 교직자들은 어떻습니까. 학생 데모를 英雄視(영웅시)하고 그들을 선동함으로써 자기가 立身出世(입신출세)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을 은근히 바라는 기회주의자가 있는가 하면 학생의 주장에 아부하고, 그 감정에 영합하여 값싼 인기를 얻지 않고서는 자기의 무식과 무능을 감출 수 없는 사이비 학자, 신분이 보장됨을 기화로 삼아 책임도 지지 못할 망언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무책임한 학자, 이러한 일부 엉터리 학자가 제거되지 않는 한 학문의 자유와 학원의 민주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또 일부 정치인들은 어떻습니까.
  
  政黨解體(정당해체)를 주장하고 국회 해산을 공공연히 부르짖으면서도 그것이야말로 곧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고, 애국하는 길이요, 救國(구국)하는 길이라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억지와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이 이 나라 일부 정치인들의 實態(실태)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국가의 進路와 민족의 活路는 아랑곳없이, 공부시켜야 할 학생을 오직 당리당략의 재물로 희생시켜 학생 데모에 힘입어 정권의 橫財(횡재)를 망상하는 反動政客(반동정객)이 민주정치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는 것이 또한 이 나라 사회의 현실입니다. 善導(선도)되어야 할 학생, 제거되어야 할 교직자, 퇴장되어야 할 정치인, 이들의 수는 엄격히 따져 극히 적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체로서의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흐리는 것은 언제나 이 극소수의 일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1965년 8월 25일 저녁 박정희 대통령의 공격적인 특별담화는 이렇게 계속되었다.
  
  “나는 대다수 학생, 대다수 정치인, 그리고 대다수 교직자의 명예를 추락시키고, 크게는 국가 민족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이 일부 암적 존재를 뿌리 뽑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입니다. 한 정권의 운명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민주 한국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조국의 근대화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서, 또 정권의 평화적 교체라는 전통을 수립하기 위해서, 데모로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 대소를 막론하고, 모든 데모를, 이 담화를 발표하는 이 시각부터는 철저하게 단호히 단속할 것임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학생 데모로 인해 생산과 건설과 증산에 傾注(경주)해야 할 우리 국력이 얼마나 헛되이 소모되고 있으며, 파괴된 공공기물과 일반 시민의 손실이 그 얼마나 많습니까. 더구나 부상한 경찰의 수는 지난 3·24 사태 이래 3,182명이나 됩니다. 또한 본의 아니면서도 불량 학생들에게 강제로 끌려 나와서 부상한 학생수도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이처럼 막대한 손실을 스스로 자초할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그러나 내가 더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이미 당하고 만 인적·물적 손실보다도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당하게 될 우리의 손실입니다. 10년, 20년 후 이 나라의 주인공이 될 학생들이 내일의 주인공으로서의 실력과 자질을 연마하는 데 소홀히 함으로써 생기게 될 지도자의 빈곤을 나는 무엇보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이보다 더 큰 손실이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학생들과 같은 세대의 일본 학생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를 하고 실력을 닦고 있는데, 우리 학생들은 날마다 데모나 하고 시간을 낭비하면 공부는 언제 하고, 실력은 언제 양성하는 것입니까.
  
  일본을 경계하고 또 다시 침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 학생보다도 더 많이 우리 학생들은 공부하고 실력을 배양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교직자와 학부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 데모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학원을 폐쇄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데모 만능의 폐풍을 기어이 뿌리 뽑아야겠고, 또 교직자가 그 본래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데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추궁하여 교육을 그 본연의 자세로 돌려놓아야 하겠다는 것이 나의 소신입니다.
  
  따라서 나는 다시 강조하거니와 첫째, 모든 학생들은 오늘로서 학생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학업에 충실할 것이며, 또 교직자나 학교 당국은 학원 질서를 유지하는 데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무능한 교직자나 학교 당국에 대하여는 엄격한 책임을 추궁하고 가차없는 행정조치를 취할 것을 경고해두는 바입니다.
  
  한편,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해야 할 치안 당국은 일체의 불법 데모를 더욱 가차 없이 단속할 것이며 대다수 국민의 안녕을 위하여 소수 난동자의 拔本塞源的(발본색원적)인 철저한 조치를 취할 것을 이 자리에서 엄격히 지시해 두는 바입니다.”
  
  이 연설에 대해 민중당 金大中(김대중) 대변인은 “너무나 독선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이다”고 논평했다.
  
  이 연설은 많은 국민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일부 몰지각한 학생, 교수, 정치인들’을 겨냥한 박정희의 연설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학생 시위는 일반인의 同參(동참)을 얻지 못하고 고립되기 시작했다.
  
  1965년 8월 26일 아침, 정부는 경찰력만으로는 치안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윤치영 서울시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서울시 일원에 衛戍令(위수령)을 발동했다. 수도경비사령부와 인근 6사단 병력이 시내로 들어와 시위 진압에 합류했다. 崔宇根(최우근) 수도경비사령관이 위수사령관이 되었다. 그는 “(작전권을 가진) 비치 유엔군 사령관과 만나 병력 동원에 협조를 받았다”면서 “계엄령 선포는 현재로선 고려하고 있지 않으나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무장 군인들은 고려대와 연세대로 들어가 시위자를 연행하고 다른 대학에서도 시위대가 교문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시위를 취재하던 상당수의 기자들은 군인들로부터 구타당했다.
  
  박 대통령은 27일에는 시위 사태에 책임을 지워 윤천주 문교부 장관과 申泰煥(신태환) 서울대 총장을 경질하고 후임에 權五柄(권오병) 법무부 차관과 劉基天(유기천) 교수를 임명했다.
  
  
  
  
[ 2009-03-22, 09:3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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