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載圭, '야수의 마음으로' 朴正熙를 쏘다!
연재 62/김재규는 달아나는 차지철을 따라갈 듯 일어나서 다소 엉거주춤 한 자세에서 박정희를 내려다보면서 발사했다.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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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銃聲
  
  
  암살작전의 지휘자 朴善浩 의전과장은 작전 배치를 끝내고는 7시20분쯤 경호원 대기실로 들어갔다. 대통령이 식사하고 있는 안방과는 마루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두 해병대 친구는 자신이 맡겠다고 결심한 터였다. 사살하지 않고 무장해제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해병대 간부후보 동기생 鄭仁炯 처장과 후배인 安載松 부처장은 땅콩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미8군 방송이었다. 박선호는 문 쪽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 7시 38분쯤 문밖으로 나왔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식당관리인 남효주를 시켜 부장에게 전화가 왔다고 전하라고 했다. 안방 앞에 있는 부속실로 나온 김재규는 박선호에게 “준비 다 되었지” 하고 물었다.
  
  준비 완료를 확인한 김 부장이 곧장 안방으로 돌아가는 바로 그때 세계사격대회 한국 대표선수이기도 했던 안재송이 대기실에서 나와 복도를 건너 화장실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박선호가 질려서 마루에 서 있는데 안재송은 이내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대기실로 다시 들어갔다. 박선호는 안재송을 따라 대기실로 들어가 입구 쪽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손은 허리에 가 있었다.
  
  저녁 7시 40분쯤 김재규가 슬그머니 바깥으로 나간 사이에 차지철 경호실장의 지명으로 신재순이 노래를 부를 차례가 됐다.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까지 부르는데 기타가 멎었다. 음치에 가까운 신 양의 노래를 심수봉의 기타 반주가 따라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심수봉이 신 양의 음정에 맞추려고 기타를 퉁겨 보고 있는 사이에 대통령이 말했다.
  
  “이 노래는 나도 아는 노래인 것 같은데. 우리 아이들이 가끔씩 부르거든.”
  
  김재규가 안방으로 돌아오니 신재순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작곡을 할 정도로 노래에 소양이 있는 대통령은 나지막하게 따라 불렀다.
  
  “각하도 그 노래 아십니까?” 차지철이 말했다. 신 양은 노래를 부르면서도 김재규가 소리 없이 들어와서 맞은편 자리에 앉는 것을 눈여겨볼 수 있었다.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당신이 내 곁을 떠나간 뒤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오…….”
  
  박정희가 신재순과 함께 이렇게 콧노래로 흥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노래는 후렴으로 들어와서 “예이 예이 예이……”로 넘어가고 있었다.
  
  김재규가 행동을 개시했다. 오른손으로 옆에 앉은 김계원의 허벅지를 툭 치고는 “각하를 똑바로 모십시오”라면서 권총을 오른쪽 바지 호주머니에서 뽑았다.
  
  “각하, 이 따위 버러지 같은 자식을 데리고 정치를 하니 똑바로 되겠습니까?”
  
  “탕!” 소리와 거의 동시에 “김 부장, 왜 이래” 하는 차지철. 그는 “피, 피, 피” 하면서 피가 솟는 오른 팔목을 붙잡고 일어나 실내 화장실로 뛰어갔다. 차 실장은 “경호원, 경호원 어디 있어”라고 소리쳤다. 제1탄은 차지철이 엉겁결에 내민 오른 손목을 관통했던 것이다.
  
  이 순간 김계원은 일어서면서 “각하 앞에서 무슨 짓이야”라고 소리치고 바로 왼쪽에 있던 김재규를 밀었다고 주장한다.
  
  “뭣들 하는 거야.”
  
  노래를 흥얼거리던 대통령은 이 한마디를 벽력같이 지른 뒤에는 정자세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최후의 대통령을 옆자리에서 가장 냉정하게, 가장 정확하게 관찰한 신재순은 ‘대통령은 그 모양을 보지 않으려는 듯 눈을 감고 정좌를 하고 있었다. 위기일발의 상황에서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하고 있다.
  
  김재규는 달아나는 차지철을 따라갈 듯 일어나서 다소 엉거주춤 한 자세에서 박정희를 내려다보면서 발사했다. 오른쪽 가슴 상부에서 들어간 총알은 허파를 지나 오른쪽 등 아래쪽을 관통하고 나왔다. 차지철을 쏜 제1탄과 박정희를 쏜 제2탄 사이에는 몇 초의 간극이 있었다. 김재규가 말했듯이 ‘야수의 마음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기 위한’ 결심에 필요한 시간이었는지, 자신을 친동생처럼 아껴 주면서 능력에 비해 과분한 배려를 해 주었던 동향의 선배에 대한 순간적인 주저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김재규는 법정에서 “차 실장에게 꽝 하고 각하에게 꽝 했으니까 1초도 안 걸렸습니다”라고 진술했다.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김재규의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그는 차 실장을 쏜 뒤에 4, 5초 정도 머뭇거렸다.
  
  김계원은 박정희가 총을 맞고 왼쪽으로 스르르 쓰러지는 것까지 보고 마루로 뛰어나갔다. 김계원은 “김재규와 차지철이 싸우는데 각하가 옆으로 피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1심 법정 진술).
  
  대통령 바로 오른쪽 옆자리에 있었던 신재순(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은 “박 대통령은 총탄을 맞은 뒤 고개를 떨구고 기울어졌는데 이마가 식탁 위에 닿았다”고 기억한다.
  
  “김계원 씨가 김재규를 말리는 행동을 본 적은 없고 일어서는 것을 본 적도 없습니다. 김 실장은 아마 전깃불이 나가 제가 볼 수 없었을 때 일어나 마루로 나간 것 같습니다. 거무튀튀한 권총을 손에 든 제 정면의 김재규 표정은 무서웠습니다. 저의 오른쪽에 앉아 있던 차지철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김재규는 박정희에게 한 발을 쏜 뒤에 다시 연발사격을 하려고 방아쇠를 당겼다. 방아쇠를 당겼는데 발사가 되지 않았다. 그는 차지철의 반격이 있을까 당황하여 연거푸 노리쇠를 후퇴시켜 보았지만 노리쇠가 움직이지 않자 마루로 뛰어나갔다. 김재규는 차지철이 권총을 차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순간 전깃불이 일제히 나갔다. 옆방인 대기실과 주방에서는 탕, 탕, 탕하는 권총 소리와 “움직이지 마!” 하는 고함소리가 뒤범벅이 되어 아수라장을 연출하고 있었다. 안방에서 마루로 뛰어나간 김계원은 “불 켜, 불 켜”라고 소리쳤다.
  
  10·26사건 수사에서 풀리지 않고 있는 부분이 김재규의 권총 고장이다. 고장 이유에 대해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 직후 합수부에서 김재규는 “박정희를 쏜 제2탄의 탄피가 방출되지 않아서 장전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자가 이 독일제 월터PPK 권총을 작동시켜 보고 내린 결론은 김재규의 주장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합수부의 현장검증조서를 보면 이 권총에서 발사된 두 발의 탄피가 다 발견되었으므로 김재규의 진술은 사실오인이다. 이 권총은 007영화에서 제임스 본드가 즐겨 쓰던 것이다. 32구경에 손잡이가 짧고 얇아 손아귀에 잡혔을 때 안정감이 크다. 이 권총은 손잡이를 잡은 오른손의 엄지손가락을 위로 펴서 안전장치, 즉 자물쇠를 올리고 사격을 하도록 되어 있다. 어떤 충격이나 손가락의 작용으로 해서 이 자물쇠가 내려오면 실탄장전이 되지 않는데 사격 중에 그런 고장이 잦다는 것이 이 권총의 약점이다. 김재규는 자물쇠가 내려와서 잠겨진 것을 모르고 노리쇠만 후퇴시키려다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투
  
  
  
  대통령 일행의 만찬장과 마루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경호원 대기실. 직선거리로는 박정희와 약 12m쯤 떨어진 곳에 정보부 의전과장이자 이날 밤의 암살작전 지휘자 朴善浩가 앉아 있었다. 박선호는 마루와 통하는 대기실 문을 들어가서 바로 오른쪽에 있는 응접 의자에 앉아 총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경호원 대기실은 여섯 평쯤 되는데 가운데엔 길쭉한 탁자가 있고 그 3면을 둘러서 의자 일곱 개가 놓여 있었다. 안쪽 벽에는 텔레비전이 붙어 있었다.
  
  박선호와는 친형제보다도 더 가까운 해병간부후보 동기생 鄭仁炯 경호처장은 박선호와는 오른쪽 대각선 방향의 의자에 앉아 안주를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국가대표 사격선수 安載松 부처장도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갔다 와서는 박선호의 왼쪽편 맨 안쪽 의자에 앉아 무얼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박선호는 손을 허리에 찬 권총에 대고 옆방인 만찬장에 신경을 집중시켜 놓고 있었다. 沈守峰의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박선호는 박정희의 콧노래 소리는 듣지 못했다. 기타 소리 속에서 총성 일발. 김재규가 차지철을 쏜 것이다. 박선호는 권총을 뽑아 들고 일어났다. 경호처장 정인형, 부처장 안재송 두 사람은 의자에 앉은 채 박선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의아한 표정. 안재송이 허리에 찬 총을 뽑으려고 손을 가져갈 때 박선호가 소리쳤다.
  
  “꼼짝 마!”
  
  이어서 두 번째 총성. 김재규가 박정희의 가슴을 내려다보면서 쏜 것이다. 박선호는 제1발과 제2발 사이는 4~5초 간격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두 경호관의 손이 권총으로 향했다.
  
  “총 뽑지 마! 움직이면 쏜다! 야, 우리 같이 살자!”
  
  박선호는 둘도 없는 친구 정인형을 향해서 소리쳤다. 정 처장의 안색이 변하더니 포기하는 기색이었다. 옆방인 주방 쪽에서는 연발 총성과 고함이 잇따라 들려왔다. 안재송이 정인형의 얼굴을 보더니 결심한 듯 권총을 뽑으려고 앉은 자세에서 상체를 오른쪽으로 홱 돌렸다. 박선호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안재송은 엎어지듯이 쓰러졌다.
  
  檢屍(검시) 결과 왼쪽 어깨로 들어간 총탄은 등판의 오른쪽 아래를 향해서 진행하다가 살에 박혔다. 이 彈道(탄도)는 안재송이 일어서지도 못한 상태에서 피격되었음을 말해 준다. 육군과학수사연구소 법의과장 정상우 소령의 사체검안서에 따르면 안재송은 이 한 발에 허파나 심장이 손상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사료된다는 것이다.
  
  이 순간 박선호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던 정인형도 몸을 일으켜 권총을 뽑으면서 박선호를 향해서 덮쳐 오듯 다가왔다. 박선호는 문 쪽으로 2보가량 뒤로 물러서면서 절친한 친구를 향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탕!”
  
  정인형은 앞으로 꼬꾸라졌다. 탄알은 왼쪽 목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직선관통을 했다. 육군과학수사연구소 법의과장 정상우 소령이 작성한 사체검안서에 따르면 목 관통상으로 목에 나 있는 氣道와 혈관이 파괴되어 질식사 또는 공기전색증으로 사망케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박선호는 “그때 두 사람이 동시에 달려들었으면 나는 당했을 것이다. 뒷걸음치다가 문지방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고 재판정에서 진술했다. “같이 살자”면서 그가 두 경호원을 붙들어 둔 시간은 약 15초. 박선호는 그 15초가 길게 느껴지더라고 했다. 박선호는 또 “안재송이가 총을 뽑지 않았더라면 정인형도 뽑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본인도 그들을 죽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고 군검찰에서 진술했다. 안재송은 0.7초 안에 권총을 뽑아서 25m 떨어진 곳에 있는 박카스 병을 맞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지만 先手를 빼앗겼던 것이다.
  
  박선호가 대기실에서 마루로 뛰어나가는 순간 전깃불이 나갔다. 이 전깃불이 조금 일찍 나갔더라면 박선호가 당했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두 경호원이 안방으로 뛰어 들어가서 치명상을 입지 않은 박정희를 구출할 수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마루로 나선 박선호는 주방을 향하여 플래시를 비추면서 “나 과장이다. 불 켜!”라고 고함을 질렀다.
  
  나棟의 지하실에는 보일러와 냉동시설 및 배전시설을 통제하는 방이 있었다. 이곳을 관리하는 姜茂弘(강무홍) 기관공은 신문을 읽고 있다가 총성을 들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전기 합선이라고 생각했다. 냉동실 문 바깥에 있는 배전판을 열고 인입선 主 스위치를 내렸다. 나동 전체가 停電이 된 것이다. 강무홍이 지하실 계단을 통해서 지상으로 올라가는데 주방 쪽에서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합선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급히 뛰어내려 와서는 라이터를 켜고는 배전판을 비추면서 스위치를 다시 올렸다. 겁이 난 그는 지하실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전등을 다 끄고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불이 다시 켜지는 것과 동시에 박선호의 눈에는 안방 문 모퉁이를 도는 마루에 金桂元이 엉거주춤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김계원은 金載圭가 안방에서 두 발을 쏘고 불이 꺼지자 자신은 마루로 나와서 “대기실, 주방, 안방 사이 중간 지점 벽에 (기대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한 20초 뒤에 다시 전깃불이 들어오고 김재규가 마루에서 박선호의 권총을 빼앗아 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김계원은 공포와 酒氣로 해서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는 뜻이다.
  
  승용차 제미니 안에서 朴興柱, 李基柱, 柳成玉 세 사람은 허리에 찬 권총에 손을 대고 총성이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의 앞뒤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이 제미니는 주방 벽면과는 나란히 놓여 있었다. 유성옥과 이기주가 앉은 자리는 주방 쪽이었고 박흥주는 반대편이었다. 유성옥이 차 안에서 주방 쪽을 주시하고 있는데 청와대 경호원으로 보이는 세 사람은 주방 밖 정원에 모여 잡담을 하고 있었다. 식당차 운전기사 金勇南이 제미니 쪽으로 다가오더니 앞자리에 앉은 박흥주 대령을 힐끗 살펴보고는 주방 안으로 사라졌다. 조금 후에 두 경호관이 주방 안으로 들어가고 한 사람이 혼자 바깥에 남아 있었다. 차 안의 세 사람은 손을 권총에 갖다 대고 총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방에서 첫 총성. 해병대 하사 출신 경비원 이기주는 딱총 소리 같다고 느꼈다. 박흥주와 이기주, 유성옥은 권총을 빼들고 미리 열어 둔 차문을 밀고 나가 약 7m 떨어진 주방을 향해서 뛰었다. 박흥주 대령은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면서 뛰었다. 총성과 함께 주방 바깥에 남아 있던 사람(대통령 승용차 운전기사 金容太)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를 향해서 유성옥은 뛰었다. 그 사람(유성옥은 그를 경호원이라고 생각했다)은 오른쪽 출입문을 통해서 주방으로 들어서더니 뒤돌아보는 동작을 취했다. 유성옥은 그가 권총을 빼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 약 3m 앞에 있는 그를 조준하여 첫 총탄을 발사했다. 그는 푹 쓰러지더니 안쪽 바닥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난 괜찮아”
  
  
  정보부 운전사 柳成玉은 제1탄을 맞고 안쪽으로 기어가는 대통령 승용차 운전사 金容太를 향해서 세 발을 연속 사격했다. 김용태는 왼쪽 허리와 등에 두 발을 맞고 절명했다.
  
  부장 수행비서관 朴興柱 대령은 제미니에서 뛰어나와 주방을 향하여 달리면서 권총의 안전장치를 푸느라고 사격개시가 약간 늦었다. 경비원 李基柱, 유성옥 두 사람이 먼저 달려가 벌써 탕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박흥주 대령은 주방 벽면 밑으로 난 지하실 입구 계단으로 가서 창문을 통해서 주방 안을 들여다보니 아무도 안 보이고 벽만 시야에 들어왔다. 박흥주는 “꼼짝 마! 일어나면 죽어!” 하면서 갈겼다. 그는 다섯 발을 쏘았다. 다시 오른쪽으로 가서 출입문에 붙으면서 두 발을 더 쏘았다. 이기주는 차에서 튀어나와서 주방을 향해 뛰면서 보니 오른쪽 문으로는 박흥주, 유성옥 두 사람이 달려가고 있었다. 그 문에서 세 사람이 쏘기에는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방 안을 내려다보게 되어 있는 높이 70cm 블록난간 위로 뛰어올라 갔다. 방 안에 하얀 벽과 사람이 보였다. 5, 6명이 가운데에 식탁을 놓고 둥글게 앉아 있었다. 창문 안을 향해서 “꼼짝 마! 손 들어!” 하는데 벌써 총소리가 났다. 창에 쳐져 있는 방충망을 통해서 안으로 두 발을 발사했다.
  
  이기주는 주방 안 경호원들이 자신을 향하여 쏜다고 생각하고 몸을 낮추면서 난간에서 내려왔다. 그는 오른쪽 문으로 이동하면서 두 발을 더 쏘았다. 이기주는 “총에 실탄이 남아 있으면 남들은 다 쐈는데 꾸지람 들을까 봐서 두 발을 더 쏘았다”는 것이다. 이 순간 전깃불이 꺼졌다. 마루로 통하는 주방 안쪽 문에서 플래시 불이 주방 천장을 비쳤다.
  
  “나, 과장이다! 불 켜라!”
  
  유성옥은 옆에 있는 박흥주와 이기주를 향해서 “과장님이다! 쏘지 마!”라고 외쳤다. 플래시 불빛, 고함소리. 다시 전깃불이 들어왔다. 경호원들에 대한 일제사격에 걸린 시간은 20초를 넘지 못할 것이다. 세 저격수가 쏜 권총 실탄은 모두 열다섯 발이었다. 열다섯 발이 집중사격이었기 때문에 ‘콩 볶듯 했다’느니 ‘기관총 사격 같았다’느니 하는 과장된 표현이 생기게 된 것이다.
  
  不意의 기습을 당한 경호원 편에서 상황을 다시 보자. 저녁 7시 30분쯤 정보부 궁정동 시설의 대통령 만찬장 나동棟 식당차 운전사 김용남이 주방 바깥에서 잡담하고 있던 대통령 경호원 朴相範에게 다가왔다.
  
  “주방에 저녁을 준비해 놓았으니 식사를 하시지요.”
  
  朴相範, 金鏞燮은 주방 안으로 들어가고 대통령 차 기사 金容太는 식사를 안 하겠다고 하여 바깥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박, 김 두 사람은 주방 가운데에 있는 조리대에 국과 밥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는 의자에 앉았다. 두 경호원에게 식사를 차려 주고 있던 김용남은 경비원 관리책임자 이기주한테서 걸려온 인터폰을 받았다. 이기주는 “과장님을 바꾸어 달라”고 했다가 김용남이 “지금 대기실에 계신다”고 하니까 “그러면 과장님께 말씀을 전해 달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손님이 왔다고만 전해 주세요.(이 말은 준비가 끝났다는 뜻인 듯)”
  
  김용남은 경호원 대기실로 갔다. 朴善浩 과장에게 말을 전한 뒤에 주방으로 돌아와서 식사를 2인분 차려서 대기실로 가져갔다. 평소에는 형제처럼 친한 해병대 출신 세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할 터인데 이날은 박 과장만이 문 쪽 의자에 멀리 떨어져 앉아 있었다. 김용남이 처장, 부처장 앞으로 찬을 놓고 있는데 鄭仁炯 처장이 박선호 과장을 향해서 말했다.
  
  “식사 안 해?”
  
  “바깥에서 먹었어.”
  
  김용남은 주방으로 돌아와서 매운 것을 싫어하는 안재송 부처장한테 줄 국을 따로 끓이고 있었다. 몇 숟갈을 떴을까 박상범은 안방 쪽에서 희미한 총성을 들었다. 일어서면서 총을 뽑아 안방으로 통하는 마루로 연결되는 문 쪽으로 향하면서 보니 왼쪽에 앉아 있던 김용섭이 자신과 같이 일어나 오른쪽 옆으로 돌아서면서 총을 빼어 드는 것이었다.
  
  그 순간 오른쪽 창문에서 총알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상범은 하체를 쇠막대기로 얻어맞는 것 같은 충격을 받고는 정신을 잃었다. 김용섭 경호원은 이때 다섯 발을 맞았다. 이는 몸집이 큰 그가 일어나 대응자세를 취하니까 주방 바깥에서 보기에는 좋은 표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른쪽 어깨, 오른쪽 가슴, 왼쪽 옆구리, 왼쪽 아랫가슴, 오른쪽 아랫배를 피격당했다. 주로 이기주 경비원이 주방 바깥의 낮은 담처럼 생긴 난간에 올라가서 창에 쳐진 방충망을 통하여 그를 내리쏠 때 맞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용섭의 몸에 난 彈道(탄도)검사 결과 총알은 모두 위에서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날 대통령 경호원들은 항상 입게 되어 있었던 방탄조끼도 입고 있지 않았다. 김용섭 경호원의 경우 그 조끼를 입고 있었더라면 치명상을 면하고 반격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리대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金日先은 총성이 나자 주방 한구석으로 가서 쪼그리고 앉았다. 한바탕 총격이 스쳐간 뒤에 주위를 살펴보았다. 몇 발자국 거리에 요리사 이정오가 누워서 왼쪽 옆구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바로 옆에는 박상범이 쓰러져 있었고 어느 곳에서는 “날 살려 줘…… 나 좀 살려 줘……”하며 애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정신을 못 차리고 그냥 쪼그리고 있었다. 그는 외부에서 테러분자들이 침입하여 각하 일행이 기습당했다고 생각했다. 식당차 기사 김용남은 엎드린 채 있었는데 “아이구, 아이구……” 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김용섭 경호원이 바닥에 엎어져 지르는 비명이었다.
  
  다시 안방. 박정희가 엉거주춤 일어선 김재규로부터 가슴에 최초의 한 발을 맞았을 때 대통령의 왼편에 앉아 있던 심수봉은 기타를 치우려 몸을 약간 빼려고 했다. 그때 대통령의 이마가 식탁에 닿을 정도로 스르르 상체가 숙여졌다.
  
  심수봉이 기타를 왼쪽 벽에 세우고 돌아와 자신 쪽으로 쓰러진 박정희의 몸을 부축하여 앉히면서 비명을 질렀다. 신재순은 일어나 심수봉 쪽으로 가서 대통령의 등에 손을 댔다. 뜨거운 게 물컹 잡혔다. 피였다. 한 차례 총성이 멎자 실내 화장실로 피했던 車智澈이 문을 빼꼼히 열고 머리만 내밀고는 “각하, 괜찮습니까?”라고 물었다. 신재순이 보니 총 맞은 차지철의 오른 손목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난 괜찮아.”
  
  대통령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심수봉이 앉았던 방석이 대통령의 流血로 적셔졌다. 신 양은 손수건 같은 것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피가 솟고 있는 대통령의 등에 손을 꼭 댔다. 신재순의 손가락 사이로 선혈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박정희의 숨소리는 “크르렁, 크르렁” 하고 있었다.
  
  “각하, 정말 괜찮습니까?”
  
  신 양이 물었다.
  
  “응, 나는 괜찮아`…….”
  
  
[ 2009-04-11, 15:5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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