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 최고의 결단 - 對唐결전

조갑제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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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족사의 가장 결정적이고 감동적인 순간을 서기 670년 무렵으로 잡는다. 세계 최강의 제국이자 최전성기에 있었던 唐과 연합하여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킨 신라는 唐으로부터 배신당했다. 신라와 당은 648년에 함께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킨 다음에는 평양 이남은 신라 땅으로 한다는 약속을 했었다. 당은 신라를 돕는 원군을 보낸 것을 기화로 삼았다. 羅, 唐연합군은 백제를 멸망시킨 다음 唐軍이 백제 땅에 계속 주둔하고 나중에는 백제 왕족을 괴뢰로 삼아 그를 웅진도독으로 임명했다. 663년엔 당이 웅진도독이던 부여 융과 신라의 문무왕(당은 그를 계림대도독이라고 호칭했다)을 공주로 불러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맹세를 하도록 했다. 패전국과 승전국을 같이 취급한 당에 대해서 신라로서는 이를 갈 상황이었다.
  신라, 당은 고구려를 멸망시킬 때까진 협력했다. 당은 평양을 신라군이 먼저 점령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평양에 일종의 총독부인 안동 도호부를 설치, 한반도 전체를 식민지로 만들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신라에 대해 점령하고 있는 백제 땅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신라로서는 죽을 쑤어서 개(당)를 주게 된 것이다. 그동안 흘린 피를 생각하면 당의 배신이 저주스러웠으나 다시 당과의 전쟁을 결심한다는 것은 여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백제, 고구려를 치는 데 이미 엄청난 인명과 물자가 소모되었고 거대한 唐과 결전하자니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신라 지배층 일각에선 당은 부모와 같은 나라인데 어떻게 대적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때 신라는 쉬운 길을 갈 수 있었다. 평화를 선택하는 길이다. 당의 한반도 지배체제에 순응하여 식민지 국가로 만족하고 당을 추종하는 길은 안전했다. 문무왕과 김유신 세력이 주도한 신라 지도부는 그러나 어려운 길, 즉 전쟁의 길을 선택했다. 670년부터 6년간 당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기 위한 처절한 전투가 계속되었다. 육상과 해상에서 신라군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전장이 한반도 주변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막강한 당이라고 해도 긴 보급로를 유지해가면서 한반도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은 많지 않았다. 신라는 또 백제, 고구려 유민들을 규합하여 唐과 대결했다. 여기서 비로소 백제, 고구려, 신라 3국을 아우르는 민족의식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675년 당군은 매초성 전투(경기도 연천으로 비정된다)에서 대패하고 이듬해에는 기벌포 해전에서 패퇴함으로써 한반도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상실했다. 신라는 한편으로는 당의 포로들을 돌려주고 사과까지 해가면서 이 전쟁이 확전되지 않도록 신경썼다. 唐으로서도 자신들의 패권에 도전할 생각은 없고, 다만 자주성을 추구하고 있는 신라, 더구나 군관민이 똘똘 뭉쳐 있어 이를 삼키려면 굉장한 피해를 보아야 하는 신라를 인정하기로 한다. 당은 서기 676년 안동도호부와 웅진도독부를 만주로 철수시키고 한반도의 평양-원산선 이남을 신라에게 넘겨준다. 이로써 최초의 민족통일국가인 신라는 한반도를 민족의 보금자리로 확보한 것이다.
  670년 무렵 신라 지도부가 평화의 길을 선택, 당에 복종하였더라면 한민족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한반도는 중국의 한 省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다. 신라 지도부가 전쟁을 결단했기 때문에 고려도, 조선도, 대한민국도 존재할 수 있었다는 이 엄연한 사실을 직시할 때 남북통일의 전도가 보인다.
  만약 내일이라도 김정일이 죽고 북한이 혼란에 빠질 때 중국은 반드시 직접적인 개입을 시도할 것이다. 북한에 친중 정부를 세워 통일을 막으려고 할 것이다. 이때 대한민국 지도부와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중국에 굴종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남북 통일은 불가능해지고 불안한 분단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중국과의 전쟁을 각오하고 민족자결 원칙에 따라 북한을 남한의 우월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흡수해갈 때는 중국도 개입을 단념할 것이고 통일은 이뤄지며 한국의 자주성과 자존심은 지켜질 것이다. 이때도 신라가 했듯이 중국에 대한 유화정책을 써야 할 것이다. 통일 한국이 중국에 대해 적대적 정책을 쓰지 않는다는 약속이나 주한미군이 38선 이북으로 진출하지 않는다는 약속 같은 것도 필요할 것이다.
  신라 지도부는 對唐결전으로써 한반도를 통일하여 그 뒤 300년에 걸친 평화를 만들었다. 한반도가 안정됨으로써 동아시아 전체에 평화가 깃들었다. 지배층이 전쟁을 각오함으로써 얻은 진짜 평화(실력으로 지켜지는)였기 때문에 오래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남북통일의 과정에서 결정적 순간이 왔을 때 한국의 지도부가 전쟁을 또 다시 각오한다면 우리는 위선적 평화정책으로써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동아시아에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 2001-08-01, 16:4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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