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는가, 속였는가, 공모했는가

조갑제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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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게는 金大中 대통령이 취임한 1998년 이후, 짧게는 그가 反인류·反민족 戰犯 金正日
  을 만나고 온 지난 해 6월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세계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희한하고 괴
  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잠시 정신을 차려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맗게 한 다음 차분히
  자신의 행적을 되돌아 본다면 金東吉 교수의 말처럼 「다소의 정신박약아적 행동」을 했음
  을 自認하게 될터인데 아직도 『(평화시에 300만 명의 동족을 굶겨죽인)金正日은 노벨 평
  화상 공동 수상 자격자이다』라고 부르짖으면서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서 국민들을 끌고
  가려는 세력이 권력을 잡고 있어 희한하고 괴상한 일들은 寓話가 아니라 현실이다.
  寓話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논리를 우화로써 설명하는 것보다 이해하기 힘들다. 우화
  는 우화적으로 설명할 때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작년 평양회담에서 金大中 대통령과 金正日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
  다」고 합의했다. 북측의 연방제 안은 진정한 통일방안이 아니다. 對南 적화 전략의 실천을
  도와주는 전술이다. 이런 판단에 의거하여 우리 법원은 그동안 북한정권의 고려연방제안에
  찬동하는 행위를 처벌해왔다. 金大中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와 법원이 쓰레기로 취급하여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던 연방제안을 끄집어내 통일의 식탁에 올려놓은 격이다. 헌법의 수호
  자여야 할 대통령이 쓰레기를 매립장으로 보내지 않고 우리의 진정한 통일방안과 같은 수준
  의 眞品(진품)으로 평가하여 대한민국의 식탁 위에 올려놓으니 집안은 그 냄새로 진동하고
  파리떼까지 날아 들어 시끄러워졌다. 연방제 통일방안은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란 종착
  역으로 달리는 기차이고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은 「한반도 전체의 자유화」란 종착역으로 간
  다. 두 방안의 공통점은 없다. 있어 보이는 것들은 미세한 지엽적인 것들이다. 나뭇잎이 푸
  르다는 공통점만으로 느티나무가 은행나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청산가리(연방제안)도 희고
  설탕(연합에안)도 희니 일단 섞어놓고 보자는 식이다. 북한정권은 그동안 청산가리를 설탕
  이라고 속여가면서 대한민국더러 먹으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정부, 안기부, 검찰, 경찰, 법
  원, 언론은 일치된 의견으로 그 하얀 가루는 독약이란 판단을 내렸다. 그 독약을 반입하는
  자, 그 독약이 설탕이라고 주장하는 자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온 것은 이런 전문적이고
  역사적인 평가에 기초한 행위였다. 책임 있는 대한민국 공직자들 가운데 청산가리와 설탕이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온 이는 金大中 대통령과 林東源 당시 국정원장(지금은 통일부 장
  관) 이외엔 없었을 것이다. 두 힘 센 사람이 프로집단의 오랜 평가를 하루아침에 뒤집어놓
  으니 남한내의 친북세력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들은 청산가리와 설탕을 섞은 가루를 들고다
  니면서 「만병통치 통일약」으로 선전하며 팔기 시작했다. 對北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그건 독약이다』고 경고를 발하니 金大中 정권과 친북세력, 어용·친여세력, 그리고 金正
  日정권까지 가세하여 전문가 집단을 향하여 언어 포격을 시작했다.「反통일세력」「수구, 기
  득권 세력」「극우, 반동세력」이란 적대적 용어, 계급적 용어들은 동족을 향하여 증오심을
  선동하는 섬찟한 말들이고 이런 용어를 쓰는 사람들의 이념적 정체를 폭로하는 말들이다.
  약장수들이 설쳐대는 열광된 분위기에 넘어간 일부 국민들은 설탕과 섞여 있는 청산가리를
  통일약으로 착각하고 먹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지금 낮은 단계의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2. 金大中 대통령은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이 진정한 통일방안이라고 동의해주고 돌아
  와서 『이번 평양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金正日 위원장이 주한미군은 통일 후까지 주둔해도
  된다고 말한 점이다』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의 이 말 때문에 국민들은 金正日이 남한 공산
  화 정책을 포기한 평화주의자란 인상을 갖게 되었고 평양회담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巨步
  를 내디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국제사회에서도 金正日의 언술에 잘 속지
  않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것이 金大中 대통령의 노벨 평
  화상 수상에는 기여한 점이 있을지 몰라도 대한민국과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그러하지
  못했다. 드디어 지난 8월4일 발표된 푸틴 러시아 대통령 - 金正日 공동성명에서 사고가
  났다. 金正日은 푸틴과의 회담에서 「주한미군은 조속히 철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에 푸틴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金大中대통령이 대답하고 해명할 차례이다.
  金대통령은 金正日의 말을 정확하게 代辯한 것인가, 희망적으로 과장한 것인가, 아니면 金
  正日에 속은 것인가, 속인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두 사람이 공모한 것인가. 지난 평양회담
  이후에도 북한정권이 계속해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어도 金대통령측은 『우리한테 한 이
  야기가 진담이고 철수 주장은 내부용이다』고 설명했었다. 러시아 대통령과의 공동성명에
  등장한 미군 조기 철수 주장도 그러면 농담인가. 오히려 반대로 보아야 한다. 金大中대통령
  에게 했다는 金正日의 말이 농담이고 푸틴과 합의하여 세계를 향해서 발표한 공동성명은 국
  가의 공문서가 가지는 권한과 의무를 지닌 眞談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한반도 정세와 대한민국의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주한미군의 존재이다. 북한정권의
  對南전략중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도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다. 북한정권은 대한민국을 美
  帝의 식민지로 보고 있다. 美帝는 주한미군이란 점령군을 서울 한복판에 주둔시켜 한민족을
  압제한다.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은 남조선 해방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주한미군의
  철수 주장을 포기한다면 북한정권은 더 이상 정권이 아니다. 존재 이유의 가장 중요한 것을
  포기한 셈이니까.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통일을 포기한다면 대한민국이 아니란 이
  유와 같다.
  金大中-金正日 회담에 배석했던 우리쪽 인사가 전하는 金正日의 언급은 다음과 같았다.
  『주한미군은 남북간의 전쟁 억지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데도 필요
  한 존재이며 통일 후에까지 주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1992년에 訪美한 김용순 동
  지를 통해서 미국 정부측에 이런 뜻을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우리 인민들은 갑자기
  생각이 바뀌지 않으므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푸틴-金正日 회담 공동성명엔 이렇게 적혀 있다.
  『공화국은 남조선으로부터 미군 철수가 조선반도와 동북 아시아의 평화와 안전보장에서 미
  룰 수 없는 초미의 문제로 된다는 입장을 설명하였다. 러시아측은 이 입장에 이해를 표명하
  였다』
  金正日은 金大中대통령에겐 주한미군이 동북 아시아와 한반도의 평화에 기여한다고 말하고
  푸틴에겐 방해물이 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이런 상반되는 말을 아무런 양심의 거리낌 없
  이 말할 수 있는 것이 공산주의자들이다. 그런 속성을 몰랐다면 金대통령은 순진한 분이고
  알고도 국민들을 속였다면 탄핵감이다.
  이제 金대통령은 진실을 말해야 한다.
  金대통령은 작년 8월30일자 워싱턴 포스트紙 회견에서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일은 미군이 한반도에 머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같은 뜻을 미국에 전하
  기 위해 수년 전 「고위급 사절」을 보내기까지 했다고 金大中 대통령은 전했다. 북한 지도
  자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한이 화해를 하더라도 일본, 중국, 또는 러시아가 동북 아시아에서
  힘을 얻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金大中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중 미군 주둔에 관한 북한 지도자의 언급에 『놀랐다』고 말
  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크게 안도했다. 이는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중의 하
  나이다』라고 金대통령은 말했다. 『나는 통일후에도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미군이 계
  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해나갔다. 나는 한반도는 강대국들에 의해 둘러
  싸여 있으며 만약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힘의 공백이 생기며 그 공백상태는 강대국들간에
  헤게모니 쟁탈을 유발시킬 것이라고 金위원장은 말했다』고 金대통령은 언급하였다.
  『그의 반응에 나는 놀랐다. 그는 「나는 한국의 신문을 읽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한 귀하
  의 입장을 알고 있다. 나는 어떻게 이 문제에 관한 견해가 나와 같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예,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일본에ㅔ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래서 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사실 그는 몇년 전
  미국측에 이런 입장을 전하기 위해 고위급 특사를 미국에 파견했다고 덧붙였다>
  1992년 1월22일 북한노동당 국제부장 김용순과 미국 국무부 아놀드 캔터 차관은 뉴욕에
  서 회담했다. 이 회담에서 김용순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대신에
  캔터 차관은 당시 국제적인 위기로 치닷고 있던 북한의 핵개발 의혹에 대해 부시 행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전했다. 캔터씨는 작년 月刊朝鮮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긴 이야기중에 나온 이야기라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김용순이 「통일 이후에도 주한
  미군이 그대로 주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정리하고싶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의 말에 회의적이었다. 북한의 목표는 미국과 제대로 된 만남을 가져보자는 것이었
  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말이었기 때문에 액면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캔터씨는 한국측 인사들에게 『김용순이 말한 요지는 주한미군이 북한 주도의 통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있어도 좋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金正日이 그런 발언을 金大中대통령에게 한 것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문제는 金대통
  령이 기만의 명수 金正日의 말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정확하게 전했느냐 하는 점이다. 우선
  金正日의 말을 잘 들여다 보면 함정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나
  름대로 정의하기를 「남북한간의 전쟁 억지,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 유지」라고 했다. 일
  견 그럴 듯해보이는 말이지만 사실과 다르다. 주한미군의 유일한 목적은 북한군의 再남침을
  억제하는 것이다. 「남북한간의 전쟁 억지」가 아니라 「북한군의 침략 억지」인 것이다.
  주한미군의 부수적인 효과로서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 유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것을 목표로 주둔할 수는 없다. 金正日은 요컨대 주한미군을 「남북한 사이에서 중립화된
  평화유지군」 정도로 평가절하한 다음 그런 성격으로 바뀐 주한미군은 통일 후에도 계속 주
  둔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金正日의 말 어디에도 현재 상태의 주한미군이 계속 주
  둔해도 좋다는 의미가 발견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그들이 체제의 命運을 걸고
  추진해온 주한미군 철수의 노력을 별다른 補償 없이 너무나 간단하게 그 자리에서 포기할
  수가 있었을까.
  金大中대통령은 金正日의 말에 깔린 복선을 간파했어야 했다. 간파하지 못하고 金正日의
  말장난에 말려들어 그런 엄청난 이야기를 했다면 국가지도자, 그리고 국군의 최고사령관으
  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간파하고도 자신의 업적을 과장하기 위하여 마치 金正日이 주한
  미군 철수 주장을 포기했다고 이야기함으로써 對北경계심을 해이시키고 金正日에 대한 환상
  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를 했다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金大中대통령은 한반도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관하여 가장 큰 정치적 사고를 낸 셈이다.
  주한미군의 주둔 여부는 북한과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 이 문제는 한미간의 과제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미군 주둔을 지지하고 미국이 국익 보호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 주한미
  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이다. 일단 철수했던 주한미군이 한국에 들어오도록 만든 것은 북한
  군의 기습남침이었다. 그 戰犯집단에게 주한미군에 대한 언급을 허용하는 것은 살인강도범
  의 피해가족이 그 살인자에게 허가를 받고 경비원의 추가 배치를 하겠다는 역겹고 비굴한
  발상이 아닌가. 설사 金正日이 진심으로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이것
  을 자랑삼기엔 한국민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3. 金大中대통령이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진품으로 인정하고 金正日이 주한미군 철수
  요구를 포기한 것처럼 이야기한 일은 남북관계의 기본 성격을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것이
  었다. 연방제 통일방안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잘못 손을 대면 한국의 안보체제에 큰 금이
  간다. 金大中대통령은 바로 그런 균열을 만든 것이다. 국가와 헌법과 현대사는 한국인이면
  의무적으로 金正日을 경계하고 미워하며 그를 제거하도록 하는 행동을 강제하고 있다. 金大
  中대통령의 언동은 이런 헌법과 국가와 역사의 명령에 배치된다. 특히 金正日의 對南赤化
  (대남적화) 전략의 일환인 연방제 안을 인정함으로써 한국 사회를 對南工作의 예봉에 노출
  시킨 행위는 헌법과 국가와 역사에 대한 抗命으로 해석될 소지마저 있다. 왜냐 하면 북한의
  대남적화 전략중 가장 핵심적이고 치명적일 수 있는 연방제안과 주한미군 철수 요구가 위험
  하지 않다고 공인해준 것이 金大中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앞에 매복한 강도와 파놓은
  함정이 존재하고 있는 데도 경비원이 그런 것은 없다고 주민들에게 이야기한다고 치자. 그
  런 경비원 말을 믿고 있다가 강도당하고 함정에 빠지는 주민들이 속출할 때 그 경비원은 과
  연 무사할 것인가. 아니면 이 경비원이 강도와 내통하여 그를 아파트 안으로 불러들여 주민
  들을 쫒아낼 것인가. .
  
  
출처 :
[ 2001-08-06, 16:4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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