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신년사의 현실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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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토론방에서 퍼온 것이다.
  
  이 름 최성재 (50, 남, 공무원)
  
  
  신년사에 드러난 자화자찬과 자신감
  
  
  
  
  노무현 대통령의 2004년 신년사는 취임 첫해의 국정에 대한 자화자찬과 둘째 해의 국정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대외여건의 호조로 수출이 늘었을 뿐, 기업환경 악화 및 내수와 투자의 극심한 부진으로 경제가 곤두박질쳤고, 이전의 여러 정부들에서 시작되어 검증이 오래 전에 끝나고 마무리 단계에 이른 국책 사업들마저 새삼스레 환경과 인권과 균형발전의 명분에 밀려 1년을 허비하고도 다시 기약 없이 미루어지거나 누더기처럼 기워졌고,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는 갈수록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뒤엉켰지만, 대통령은 이 모두를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위한 진통'으로 인식할 뿐 반성의 기미조차 엿볼 수 없다. 겨우
  '불법 대선자금 문제와 제 주변의 이런저런 허물까지 불거져 국민 여러분을 실망스럽게 해드렸습니다.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라는 말로 의례적인 사과를 한 다음, 즉시
  '그러나 이제 길고 어두웠던 터널도 거의 끝나 가는 것 같습니다. 희망의 빛이 보입니다. 아직도 많은 난관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밝은 희망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라는 말로써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야당의 '소도둑형 불법 대선자금'과 여당 및 일부 측근의 '닭서리형 관행'을 동시에 파헤쳐 국민들의 열화 같은 지지를 받아 총선에서 크게 성공하리라고 확신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 불 시대, 고용창출이 최고의 복지, 노동생산성을 넘는 임금상승 자제' 등도 공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반기업 정서가 올해보다 강해진 적이 없는데, 그 이유가 전세계적인 흐름인 자유와 개방과 성장을 중시하는 개혁으로 방향을 잡지 않고 평등과 참여와 분배를 중시하는 개혁으로 방향을 잡은 데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하다. SK, 두산중공업, 화물차연대 등은 새 정부가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 '법과 원칙'을 잘 지키도록 곧 무노동 무임금, 노동 시장의 유연화, 불법 파업의 엄벌, 기업 환경 개선, 국제 수준의 정부 규제 철폐 등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엄정한 심판을 보아야 할 위의 세 기세 싸움에서 노조와 여당과 측근과 정부와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 받는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국내 기업은 썰물처럼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국 기업은 거대한 방조제에 가로막힌 밀물처럼 출렁-철썩 모양만 그럴 듯하고 소리만 요란했을 뿐 거의 들어오지 못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지금은 선언과 구호, 호소와 애원으로 일사불란하게 정치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선명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불편부당한 중재자로 꽃을 가꾸듯이, 미인에게 구혼하듯이, 기업을 경영하듯이 나라를 경영해야 하는 시대이다.
  
  아무래도 올해 국정의 목표는 6·15 공동선언에 입각한 남북관계 개선(북한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고 미국의 입장을 교묘하게 무시하여 한국의 입장을 애매모호하게 만들기), 총선에서의 승리, 총선 후 코드에 맞는 정치개혁 밀어붙이기-- 이 셋인 듯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둘째 해도 첫해처럼 하나에서 열까지 정치 논리로 일관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왜냐하면,
  '올해 총선이 끝나면 우리 정치는 또 한번 국민을 위한 정치로 크게 바뀔 것입니다. ..... 모두가 불편하고 고통스럽지만 이 고비만 잘 참고 넘기면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끊어내지 못했던 정치와 권력, 언론, 재계간의 특권적 유착구조는 완전히 해체될 것입니다.'
  
  위의 말에서 정치와 권력은 야당을 뜻하고 언론은 조중동, 재계는 야당에 대선자금을 차떼기로 준 재벌을 뜻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하나같이 깨끗한 개혁 세력이고 친정부 성향의 신문과 방송과 인터넷, 노조와 중소기업 역시 하나같이 대통령과 코드가 잘 맞기 때문에, 총선 승리로 이들이 우위에 서는 순간 저절로 '특권적 유착구조는 완전히 해체되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성큼 다가설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과반수의 의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치개혁의 이름으로 대대적인 이합집산을 통해 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려고 온갖 무리수를 둘 것이 틀림없다고 본다. 개혁이 안 되는 것은 오로지 거대 야당과 수구보수 성향의 언론과 재벌의 유착관계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개혁이란 것이 자유와 개방과 성장을 중시하는 세계적 조류와는 정반대인 것이 문제다. 따라서 그것이 실질적으로는 진보가 아니고, 정부와 은행과 기업에 무차별로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정보의 독과점으로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정치 권력'과 노조와 공무원의 철 밥그릇을 확보하고 경쟁력 없는 농업과 서비스업의 개방에 대한 필사적인 투쟁을 통해 얻는 '경제 이권'과 민주, 진보, 평등, 평화, 환경, 인권, 통일에 헌신하다가 핍박을 받았다는 '사회적 명예'--이러한 어마어마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수이지만, 개혁이란 가슴 설레는 명분으로 전 국민을 격류의 한가운데로 신년에도 계속 몰아넣을 것임을 웅변하고 있다.
  
  엄청난 자부심을 갖는 10·29 부동산정책도 군사정부 시대의 규제와 처벌 위주의 반시장적 정책이기 때문에, 머잖아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어서 분양 받을 사람이 거의 없어짐에 따라 막 경기가 살아나려는 때에 전후방 효과가 제일 큰 건설 경기가 바닥을 김으로 써 오히려 서민들이 더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예전에도 이런 일은 여러 번 그랬듯이.
  
  이전 두 정부와 현 정부는 우리나라보다 개인소득이 두세 배나 되는 나라보다 연봉이 적지 않은, 전 노동자 중에서 불과 12%에 지나지 않는 150만 노동귀족들을 대선과 총선과 지방선거의 '표밭' 관리 차원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회사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신입 사원 뽑기가 너무도 겁이 나서 '고용 없는 성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어서, 사회초년생들의 태반이 직장 근처에도 못 가게 되어 마침내 2003년에는 '이태백'이란 신조어가 대유행을 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전혀 죄책감이 없는 듯하다. 소비와 투자와 고용을 책임진 부자를 증오하고, 안보와 경제의 가장 큰 동반자인 미국을 악마와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젊을수록 가난할수록 많은 살벌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개인소득 2만 불 시대가 열리고 남북의 평화번영이 정착될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민이 바뀌고 기업이 바뀌고 야당이 바뀌기를 바라기 전에 대통령과 청와대와 여당이 먼저 바뀌어야 2만 불 시대가 오고 평화와 번영이 현실로 성큼 다가올 것이다.
  (2004. 1. 15.)
  
  
[ 2004-01-16, 08:3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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