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병원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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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통신원 리포트/런던의 김남교
  
  
  영국병원의 응급수술 체험기
  
  
  
  요즘 영국에서는 '하리 스트리트'(Harley Street)의 '황금의손' 의사들을 제외하고는 보통의사를 이른바 3D직종의 으뜸으로 친다. 우수한 학생은 의료서비스가 원칙적으로 공영제인 영국의 제도하에서 중산층 봉급생활자로 전락한데다 24시간 불러데는 불규칙근무의 골치아픈 의사의 고달픈 생애보다는 다른 전공을 택해 내 빼곤 한다.
  
  예를 들면 시내 금융가에서 점심에 몇시간씩 '빈테지'(vintage) 보르도 와인을 곁들인 일상 생활과 퇴근후 아름다운 런던 교외의 전원주택에서 잠자리 날개같은 '5시이후의 여자복장'(after five)을 갖춰입은 아내를 데리고 최고급차를 타고 런던필하모니의 연주회에 갈수 있는 꿈에 젖어 '야피'를 향해 우수한 젊은이들은 온몸을 불사른다.자녀교육도 프레파레토리를 거쳐 파블릭 스쿨에서 신사숙녀를 익히고 5대대학정도에서 학문을 익혀 자격증을 따고 아빠의 길인 부의 재생산을 목표로 함은 또한 물론이다.
  
  그래서 영국의 보통병원의 대부분 의사는 영국산은 남아시아대륙출신이 보통이고 수입산은 마치 영연방 각국의 국제회의장 대표단의 모습과 같다 물론 간호사마저 필리핀등 영어가능 국가의 수입인력이 대부분이 돼 간다.남녀를 포함한 유엔 총회장의 풍경 그대로이다 대리석의 배경대신 의료시설들을 바꿔놓고 본다면.....
  
  그러나 영국의 무서운 힘은 소수의 핵심요원(establishment)에 있다는 사실이다 변방요원의 대부분이 갈팡질팡해도 병원이면 병원, 학교면 학교,시청이면 시청,... 중앙관서 은행 회사등등의 모든 기관의 결정권자를 비롯한 감독직종등의 핵심은 영국식 엘리트교육을 받은 신사 숙녀에 의해 항상 보이지 않는 눈을 번뜩거리며 자기의 직무를 장악하여 중심을 잡고 있다 영국이란 나라가 되고 있는 이치라 할수 있다
  
  유럽대륙에서 한번 영국에 입국해 보라 육로로 여행 해보면 유럽연맹 이전에도 모든 나라의 출입국 세관관리는 야심한 시각에는 다 자고 있었다 가끔 독일은 깨어있는 경우도 있었지만...그러나 영국의 국경은 초롱초롱 눈을 뜬 직무에 충실한 여왕폐하의 근무자들이 정중한 바리톤음성으로 '굿모닝 써' 또는 '마담'과 함께 항상 유인관리 되고 있다.2차대전때 영국만이 독일 간첩들이 발을 못붙인 유일한 방첩망 이었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다음과 같은 체험수기는 그 진솔한 사실성을 충분히 반영할수도 있다고 본다 흔히들 변두리 구성원의 철없는 행동에 일비일희하면 영국을 장님 코끼리 만진 인상기같은 오류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치라는 차라리 진부하고 고전적인 민주주의의 열매로서 영국의 국민의료제도(NHS)를 들 수 있다. 그 구체적 증거가 재영 한국인에 의해 체험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토요일 저녁8시 A씨 부부는 런던 동남방 50km 정도에 위치한 유서깊은 리즈성(城)의 잔디 마당에서 마련된 야외음악회에 참석했다. 음악회의 후반부에 야외 화장실을 이용하고 자리로 돌아오던 A씨 부인(50대 후반)은 언덕진 풀밭에서 미끄러지면서 발목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쓰러졌다. 과거 남산 야외음악당 같이 생긴 반원형의 무대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오버추어 1812년이 웅장하게 연주되고 불꽃놀이는 바야흐로 클라이막스에 오르고 있었다.
  
  순간 회중전등의 불빛이 모이는 듯 하더니 경찰관과 구급대원이 몰려들어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결국 A씨 부인은 발목 부근에 고정장치를 달고 찝차형 구급차에 실려 비상등을 켠 채 찻길이 있는 곳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찻길에서 다시 대기중인 통상의 구급차로 옮겨져 병원으로 향했다.
  
  재영 한국인의 놀라운 체험
  
  이동 중 통증을 줄이기 위한 진통 마스크 흡입,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위로와 함께 인적사항을 기재하는 동안 메이드스톤(Maidstone) 국민의료서비스 병원(NHS)의 응급실에 도착했다. 사고 후 응급처치를 포함하여 병원도착까지는 40분 정도가 소요됐다.
  
  응급실 당직의사는 즉시 X-레이를 찍게하고 왼쪽 안팎으로 발목뼈 2곳이 부러졌음을 사진 원판을 보여주며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진통제를 투여했다. 그리고는 정형외과에 통보했으니 전문의를 기다려야 한다며 물 한 모금도 마셔서는 안된다는 주의와 함께 가버렸다.
  
  전문의를 기다리는 동안 소변이 급한 환자는 지나가는 간호사를 불러 얘기를 하니 병실용 변기를 가지고 와서 커튼을 두르고 남편에게 나가줄 것을 요청한다. 커튼 밖에서 기다리던 남편이 변기를 받아 화장실에 버리려고 하니 간호사는 자기의 직무라고 하면서 미소와 함께 거절했다.
  
  다시 30분쯤 뒤 수술복을 입은 정형외과 전문의가 나타나서 X-레이 사진과 상처부위를 점검한 후 다음날(일요일) 전신마취 후 수술을 할 것이며, 완치까지는 6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수술 전까지 석고 깁스를 해야 한다며 깁스 전문가를 불러 자신의 감독하에 그 자리에서 시술했다. 내일 수술의 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이고 마취회복에 1시간 10분 정도가 걸리며 수술 후 2일정도 더 입원하게 된다고 친절하게 궁금증을 풀어준 후 입원 사인을 한 후 가버렸다.
  
  새벽 1시경 건장한 포터와 응급실 간호사가 육중한 침대를 밀고 환자를 병실로 옮겼다. 조나탄 소운더스 병실(Jonathan Saunders Ward 서기 1846)이라는 간판이 붙은 병동은 어둡고 고요했으며, 병실은 침대 6개에 환자마다 서로 커튼으로 차단이 되어 있었다. 당직 간호사와 귀엣말로 인사를 나눈 채 진통제의 효력으로 잠든 환자를 인계하고 보호자는 귀가했다.
  
  다음날(일요일) 오후, 주치의의 금식 사인(Nil By Mouth)으로 소변만 받아내는 상태에서 환자는 수술실로 옮겨졌다. 그 동안 시간마다의 혈압, 체온 등 기본체크와 항생제 등 부작용 경험여부 알레르기와 수술전력에 대한 마취 전문의의 문의가 있었다.
  
  오후 4시 40분 집도의(주치의)가 수술을 마치고 나와서 수술이 순탄하게 끝났으며 1시간 정도 회복 후 병실로 옮길 예정이라고 미소진 설명 후 다시 들어갔다. 오후 6시, 수술실 수간호사가 나와서 환자가 의식 회복 후 통증이 심해서 통증의 정도와 반응을 관찰하며 수술부위의 국부마취를 다시 하고 있다고, 따라서 예정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고 설명하고 들어갔다. 6시 40분,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의식이 없는 환자가 수술을 마치고 나왔다.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수요일 오후 환자는 깁스 제거와 크러치(목발)사용법, 물리치료 요령 등을 숙지하고 대형 X-레이 사진이 든 봉투와 의사의 편지 2통 및 진통제 처방약을 받고 귀가를 허락받았다. 편지 1통은 새로 인계되는 환자의 주소지 관할지역 종합병원 앞이고 또 다른 한 장은 환자 거주지 담담 가정의에게 가료사실을 투여약품과 함께 명시하여 보내는 것이다.
  
  병실에서 환자의 신분과 관계없이 친절한 간호와 수발, 호텔수준의 급식(하루 3번의 별도 차(茶)배달 포함,차에 설탕 몇스푼 우유 넣는지 여부등 기호를 다 챙겨서) 등 모든 것이 환자 위주로 움직이는 병원시스템을 보고 과거 한국 최고병원의 비싼 특실 경험이 떠올랐다.
  
  평소 비싼 세금을 내기는 하지만 치료받으러 와서는 돈과 관계없이, 그나마 세금을 내는 주소지 관할구역도 아닌 병원에서 이러한 후대와 만족을 받았다는 뼈저린 감탄과 감사는 영국사회의 민주주의가 무엇이며, 국민 위주의 행정·의료체제가 바로 그 열매임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에는 아예 수납창구라는 것이 없고, 6인 병실의 풍경도 환자끼리는 전혀 부담이 안가는 소재의 가벼운 대화만 가능하며 마치 동네의 '펍'같이 주민상호간의 언로가 열려 민주주의 창달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보였다.
  
  이상의 체험 중 평소 세금을 제외하고는 한푼도 돈은 들지 않았고 아예 돈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병원에서 무료로 지급한 크러치(알미늄제 목발), 최신 시술의 깁스, 부드러운 양말, 최신 약품의 가격 제한없는 사용은 물론 병원의 청결과 위생시설 및 1회용 위생도구에 이르기까지 영국병원의 물자 풍족도 경이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평소 미디어를 통한 영국국민 의료제도의 비판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엠브란스에서부터 시작하여 퇴원까지의 직접체험은 실로 감동 그 자체였다.
  
  퇴원 다음날 거주지 관할병원을 찾아 골절 크리닉 전문의에게 수술병원의 편지와 X-레이를 제시하니 자기가 했더라도 꼭 같은 처치를 했을 것이라고 평가하며, 수술전후의 X-레이를 비교하며 상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후 지역병원의 정기적 점검이 진행됐고 어느듯 세월은 흘러 해가 바뀌었고 늘 주위에서 A부인에게 놀리곤 해서 웃기던 '비행장 안전검색에서 발목부분의 숨어있는 금속부분이 금속탐지기에 걸려 경고음이 날것'이라던 뼈를 연결한 금속편도 지역병원에 하루 입원하여 무사히 빼내고 정상생활로 돌아왔다.
  
  국민의료제도는 민주주의의 열매
  
  영국병원에서 인명 절대 존중의 실제를 직접 보면서, 현재 한국에서 똑똑한 학생의 거의 모두가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겠다는 풍조의 히포크라테스정신에 감탄하면서 이분들이 현업에 종사하는 그날이 오면 우리 모두도 세계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될것을 간절히 희망한다. 비아냥이 아니고 정부의 의지에 따라 가능 하리라 본다
  
  물론 사소한 예외는 있겠지만 결국 정치의 요체는 국민이 편안하게 하고, 필요한 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영국 민주주의의 근본인 듯 하다. 이제 한국인의 무서운 저력을 승화시켜 무엇보다 국가의료제도에서 사각지대가 없도록 모든 분야에서 힘을 결집할 때다.
  
  위대한 민주주의의 열매 맛을 이제 우리도 즐길 수 있는 세계최고수준의 IQ를 가진 민족이 아닌가. (일부 필자의 기 발표 기사 개고 )
  
  
  
  
[ 2004-01-17, 06:1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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